아레나, 이계사냥기 149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49화
데포르트 항구에 도착하기까지 24일이 걸렸다.
예상했던 보름보다 더 오래 걸린 이유는 바로 갈큇발 독수리 새끼들의 체력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비행할 정도로 체력이 좋지 못해서 계속 쉬어줘야 했던 것이다.
새끼들이 지친 것 같으면 알려달라고 지시해 놨더니, 반나절마다 한 번씩 삑삑거리며 새끼들이 지쳤음을 두 쌍의 부모가 알려왔다.
그걸 따라하는지 새끼들도 힘들 때마다 삑삑대며 투정을 부렸다.
동물에게 관대한 차지혜는 그때마다 강행군을 하지 않고 휴식을 결정했다.
가공간에 미리 잔뜩 챙겨놓은 먹이를 준 덕에 갈큇발 독수리들은 오는 길에도 무럭무럭 성장했다.
원래 성체였던 두 쌍의 부모 갈큇발 독수리들도 성장기마냥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24일째의 오후.
데포르트 항구의 정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갈큇발 독수리들을 데려가면 난리가 나겠지?’
한참 성장하던 참이라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가공간에 넣어놓기도 싫었다.
난 해적군도 토벌에 갈큇발 독수리들을 톡톡히 써먹고 싶었다.
때문에 토벌에 나서기 전에 새끼들 6마리가 충분히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성장시킬 참이었다.
난 첫째부터 열째까지를 쭉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다.
“인근의 산속에서 지내고 있어. 되도록 사람들 눈에는 띠지 말고.”
“삐이익―!”
“삐익!!”
열심히 대답하는 10마리.
난 가공간에 남아 있는 먹잇감을 모조리 꺼내주었다. 10마리가 제각각 먹잇감을 두 발로 단단히 쥐었다.
저걸로 부족하면 지들이 알아서 사냥해서 먹겠지 싶었다.
그런데 차지혜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사람들 시선이 걱정되면 차라리 바다로 나가는 게 어떻습니까?”
“바다요?”
“적당한 무인도에서 자리 잡고 마음 놓고 키우면 됩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는 쟤들 먹이를 구할 수가 없잖아요.”
“물고기를 못 먹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
생각해 보니 바다 속에도 먹이는 풍부했다.
“쟤들이 물고기를 먹을까요?”
“현호 씨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강가에 서식하는 갈큇발 독수리들은 물고기도 사냥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살펴보다니!
‘동물을 좋아하는 게 확실해.’
나는 차지혜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생각이 바뀌자 나는 일단 독수리들을 죄다 가공간에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항구로 가서 집정관저에 있는 아젠 연대장을 찾아갔다.
현재 데포르트 항구는 집정관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그 다음 서열인 아젠 연대장이 집정관 대행을 맡고 있었다.
“킴 준남작!”
아젠 연대장이 매우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사정을 대충 설명하면서 배를 한 척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정말 해적군도를 토벌하실 생각이오?”
“예,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천천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바다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음, 두 분이서 타실 거면 큰 배가 필요 없겠구려.”
“예.”
“알겠소. 항구를 지켜주신 은인에게 그깟 배는 문제가 되지 않소. 다만 단 두 분이서만 해적들과 싸우신다니 걱정될 뿐이지.”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하긴, 헤이싱조차 처치하신 분인데 해적 잔당들 따위야…….”
아젠 연대장은 내일까지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확답을 주었다.
다음 날, 선착장에 가보니 정말로 병사들이 우리에게 돛단배 한 척을 내주었다.
늙은 어부 빈센트의 돛단배보다는 훨씬 크고 튼튼했다.
배를 조종하는 것 역시 문제없었다.
실프가 있고 운동신경 마스터도 있거든.
전에 빈센트가 하던 걸 봤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배를 몰아 바다로 향했다.
“실프!”
-냐앙?
“인근에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무인도가 있나 찾아봐 줘.”
-냐앙!
귀여운 실프는 꼬리를 살랑이더니 쏜살같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한나절을 줄곧 항해한 끝에 적당한 무인도를 찾아냈다.
지름 1㎞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었다.
나무나 풀은 많았지만 식량과 식수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상관없지만.’
이럴 줄 알고 물통을 가공간에 잔뜩 챙겨놓았거든.
차지혜의 아이템 백팩에도 물이 잔뜩 있고 말이다.
식량은 독수리들 줄 먹이로 잡아놓은 짐승 사체를 손질해 구워먹거나,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먹으면 된다.
여차하면 항구까지 내가 날아서 다녀와도 된다.
일단은 가공간에서 갈큇발 독수리 10마리를 죄다 꺼냈다.
“삐이익!”
“삐익?”
갈큇발 독수리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 얘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장소가 바뀐 셈이니 당황할 만했다.
“자자, 당황하지 말고. 당분간 이 섬에서 지낼 거니까 너무 멀리까지 날아다니지 말고.”
“삐익!”
“삐이익!”
“삐익!”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갈큇발 독수리들.
엄청난 덩치에 흉악한 발톱이 있음에도 귀엽게 보였다.
***
새끼 6마리가 비행에 익숙해졌을 무렵, 두 쌍의 부모 갈큇발 독수리는 새로운 방식의 사냥에 나섰다.
일단 먹이로 가공간에 보관해 놓은 고기조각을 피와 함께 바다에 뿌려둔다.
그리고 그 미끼에 끌려 수면 가까이까지 올라온 커다란 육식성 물고기를 갈퀴 같은 발톱으로 낚아채는 것이다.
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정확한 종은 알 수 없는 생선! 길이만 2미터가 넘는 엄청난 어류였다.
“데포르트 항구의 어부들이 종종 잡는 놈이네요.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우리는 부모 독수리들이 잡아온 생선을 먹을 만큼만 잘라서 구워먹었다. 물론 나머지는 독수리들 몫이었다.
심심할 일은 없었다.
우리는 가공간에 가져온 태블릿PC로 전자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겼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태양열 충전 배터리를 챙겨왔기에 전력도 문제없었다.
마치 휴양지에 온 느낌!
삑삑대는 독수리들만 제외하면 차지혜와 단둘만이 있는 낙원이었다.
해변에서 헤엄을 치고 놀거나 선탠을 즐기기도 했다. 참고로 서툴렀던 내 수영 실력은 일주일 만에 차지혜를 능가했다.
날이 더워서 옷을 거의 벗고 있는 날이 많았다.
덕분에 마음도 점점 개방적으로 되었는지, 우리는 점점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물론 주로 내가 표현하고 차지혜는 받아주는 식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40
-카르마(Karma): +600
-시험(Mission): 해적군도를 토벌하라.
-제한 시간(Time limit): 132일 4시간
“이제 슬슬 해적군도 토벌에 나서야 할 듯합니다.”
차지혜가 말했다.
달콤한 시간이 끝나서 아쉽지만 나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혹시라도 어떤 변수가 발생해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는 데포르트 항구로 돌아가 아젠 연대장에게 지원 요청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듯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여유 시간을 충분히 가진 채로 싸움에 임하는 것이 옳았다.
무엇보다 새끼 갈큇발 독수리들 6마리도 웬만한 성체만큼 자랐고 말이다.
두 쌍의 부모 갈큇발 독수리 4마리는 이전의 두 배로 자라버렸다.
힘도 어찌나 좋아졌는지, 이젠 바다 속으로 잠수해서 대형 물고기를 낚아챈 후 다시 솟아오르는 재주까지 부렸다.
“좋아, 그럼 출발하죠.”
우리는 배에 올라 해적군도를 향해 움직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터라 리창위도 해적군도를 떠나고 없었다.
‘헤이싱 일파가 해적단을 맡고 있었다. 헤이싱 일파는 이제 없고 해적단도 박살 났다. 리창위는 더 이상 이곳에 관심이 없을 거야.’
리창위 일파는 리창위 일파대로 마정을 대량 획득하는 자기들만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해적군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젠 연대장이 챙겨준 해도에 표기된 항로를 따라가면 되니까 말이다.
작은 섬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군도.
어설프게 만들어진 선착장마자 해적선이 잔뜩 밀집되어 있었다.
그럼 인사나 나눠볼까?
나는 AW50F를 소환해 해적선들을 향해 쏴 갈기기 시작했다.
타아앙! 타앙! 타앙―!
해적선들의 마스트가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해적군도가 소란스러워졌다.
해적들에게는 목숨처럼 귀중한 배가 박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그놈이다!”
“제기랄!”
“빨리 배부터 빼!”
해적들이 우르르 해적선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저격으로 해적선 6척을 침몰시켰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온 해적들이 우리를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실프를 시켜 돛단배를 움직이며 계속 저격을 했다.
타앙― 타앙―!
우리에게 접근도 못해보고 3척이 더 침몰했다. 해적들은 그제야 뱃머리를 돌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총을 쏴서 2척을 더 침몰시켰다.
역시나 예상대로 중국 시험자들이 없어서 내 저격을 막을 방도가 해적들에게는 없었다.
해적선들이 해적군도의 반대편으로 우르르 후퇴했다.
“상륙할까요?”
“예.”
우리는 해적군도의 선착장에서 내렸다.
해적선을 모두 격침시키지 않고 내버려 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해적들이 타고 도망칠 배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망칠 구멍을 모두 막아버리면 끝까지 저항하기 때문에 해적군도 토벌이 더 번거로워진다.
“공격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 갈큇발 독수리 10마리가 요란스럽게 울며 해적군도로 날아들었다.
“삐이이익!”
“삐이익!”
키운 보람이 있었다.
갈큇발 독수리들은 비교적 덩치가 작은 새끼들까지도 제각기 해적들을 한 명씩 집어 들고 하늘에서 떨어뜨려 죽였다.
나무 뒤에 매복해 있는 해적들도 갈큇발 독수리들의 시력을 피할 수 없었다.
“으아악!”
“이것들은 뭐야!”
해적들은 독수리들의 습격을 피해 매복해 있던 장소에서 뛰쳐나와야 했다.
나는 쌍권총으로 튀어나온 해적들을 족족이 쐈다.
타타타타탕!
“크헉!”
“컥!”
무차별 연사에 무더기로 쓰러지는 해적들.
한 발을 쏠 때마다 탄약보정 마스터가 적용된 총탄이 서너 명을 일격에 꿰뚫어 버렸다.
그런 사격을 쌍권총으로 난사하고 있으니 대량살상이 따로 없었다.
차지혜는 별달리 나설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내 곁을 지켰다. 혹시라도 가까이 접근한 적을 처치하겠다는 건데, 사실 내게 접근할 수 있는 해적조차 없었다.
갈큇발 독수리들은 자유롭게 해적군도를 헤집고 다니며 해적들을 내 쪽으로 몰았다.
나는 괴물 같은 독수리들에게 쫓겨 나타난 해적들을 쌍권총이나 AW50F로 사살했다.
사람을 살육하는 것이 이렇게 쉽나 싶을 정도였다.
탄창에 총알이 떨어질 때마다, 리로드 스킬로 인해 가공간에 있는 총알이 자동으로 탄창에 채워진다.
“이 자식!”
“죽여 버려!”
해적들도 악에 받쳐 내게 활이나 석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그 또한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적의 원거리 공격 궤도를 볼 수 있는 궤도감지.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의 동선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동체시력 마스터.
어디로 어떻게 날아올지 빤히 보이는 화살을 내가 맞아줄 리가 없었다.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거나 권총 자루로 휘둘러 쳐내며 계속 사격했다.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해적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무더기를 이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