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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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48화
둥지는 찾기 쉬웠다.
절벽이 있는 지형에 이르자 녀석들의 덩치만큼이나 큼직한 둥지가 여기저기 보였기 때문이다.
애당초 천적이 없는 녀석들이라 둥지도 저렇게 대놓고 짓는 모양이었다.
둥지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하자 갈큇발 독수리들은 더욱 사나워졌다.
“삐이이이이익!!”
“삐이이익―!!”
차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회오리에는 접근을 못하고 맴도는 갈큇발 독수리들.
둥지 하나에 도착하자 유독 두 마리가 더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이 둥지의 주인인 모양입니다.”
차지혜가 말했다.
“그래 보이네요.”
둥지에는 차지혜의 머리와 크기가 비슷한 하얀 알이 4개 있었다.
저 두 마리는 이 알들의 부모인 모양이었다.
“실프, 저 두 마리를 잡아와. 다치지 않게 생포하고.”
-냐앙!
실프가 바람처럼 날아갔다.
실프가 내뿜은 바람이 암수 한 쌍의 갈큇발 독수리를 에워쌌다.
“삐이이익!”
녀석들은 맹렬하게 저항하며 몇 번이고 바람의 막을 찢어발기며 저항했다. 과연 최강의 맹금류라 칭송받을 만했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바람을 타고 날아야 하는 새들에게 바람의 정령인 실프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대략적인 개념을 머릿속으로 전달하자, 실프가 실행에 옮겼다.
바람의 흐름을 조작해 갈큇발 독수리들이 날갯짓으로 비행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박차고 뛰어올라야 하는데 발판을 빼버린 격이랄까?
결국 격렬하게 저항하던 암수 한 쌍이 아래로 추락했다.
이때다 싶어 나는 두 녀석을 향해 소리쳤다.
“동물조련!”
이렇게 사용하는 거 맞겠지?
그런데 갈큇발 독수리들은 계속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이었다.
‘안 통하나?’
스킬이 왜 안 먹히지 싶어서 나는 의아해졌다.
“제압해서 힘의 우위를 보여야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그럴까요?”
그녀의 의견대로 일단은 이놈들을 완전히 제압하기로 했다.
바람의 가호를 펼쳐서 주먹을 뻗자 권풍이 갈큇발 독수리 하나를 강타했다.
“빼액!”
놈의 고개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두 갈큇발 독수리를 두들겨 팼다.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려 할 때마다, 실프를 시켜서 도로 내리누르며 계속 구타!
한참을 팬 끝에 녀석들이 기진맥진했을 때, 나는 다시 동물조련을 펼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놈들의 저항이 멈췄다.
“누워.”
한번 명령을 해보았다. 그러자…….
몸길이 120㎝가 넘는 커다란 두 맹금이 벌러덩 옆으로 누웠다.
‘헐.’
드디어 동물조련 스킬이 먹혀들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걸어와.”
암수 한 쌍의 갈큇발 독수리가 뒤뚱뒤뚱 걸어왔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자 순순히 머리를 내민다. 보다 덩치가 큰 쪽이었는데 얘가 수컷인 듯했다.
차지혜도 무심코 암컷에게 다가가 쓰다듬으려다가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
부리로 쪼려는 것을 황급히 물러나 피한 차지혜였다.
차지혜는 또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면 안 돼.”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동물조련 중급 5레벨. 웬만한 커뮤니케이션은 전부 전달되는 레벨이었다.
차지혜가 다시 시도하자 이번에는 저항을 하지 않는 암컷 갈큇발 독수리였다.
차지혜의 눈빛에 미세하게 만족스러운 기색이 띠었다.
동물은 다 좋은가 보구나.
“너희의 둥지가 이거지?”
둥지를 가리키며 묻자 두 갈큇발 독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4개의 알도 이 암수 한 쌍의 새끼란 뜻이렷다.
‘아직 부화 안 한 새끼들까지 전부 거두면 6마리군.’
동물조련 중급 5레벨로 복종시킬 수 있는 동물의 숫자는 총 10마리.
그 이상은 동물조련 스킬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알 2개를 낳은 갈큇발 독수리들을 찾아봐야겠네요.”
“친절하십니다.”
“아하하, 가족들이 떨어지면 불쌍하잖아요.”
일단 처음 복종시킨 갈큇발 독수리 수컷과 암컷은 첫째와 둘째라고 지었다.
“첫째와 둘째입니까.”
어쩐지 내게 실망한 듯한 차지혜의 목소리였다.
“죄, 죄송해요. 제 작명센스가 영…….”
“제게 죄송할 것 없습니다.”
“그, 그래도 죄송해요.”
“제가 사과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정 그렇다면 데포르트 항구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어쨌거나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 네 개도 셋째~여섯째로 이름을 지어놓았다. 부화하는 순서대로 이름 지어야지.
실프를 시켜서 절벽의 둥지들을 쭉 훑어보고 알 2개가 있는 둥지를 찾아냈다.
같은 방법으로 갈큇발 독수리 암수 한 쌍을 복종시키고 알 2개를 챙겼다.
새로운 가족에게는 수컷, 암컷, 알 2개의 순서로 일곱째~열째로 명명했다.
그렇게 총 10마리가 보였다.
그중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알 6개는 이번 시험 동안 천천히 부화시킬 생각이었다.
***
갈큇발 독수리들은 짝짓기 시즌과 알의 부화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
느티나무 마을의 어머니들은 내가 가져온 알 6개를 보더니 1개월 이내에 모두 부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모두 부화할 때까지 갈색산맥에서 엘프들과 지내기로 했다.
차지혜는 주로 내가 복종시킨 갈큇발 독수리들과 놀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나마도 지루해지자 생명의 나무 위에서 벌어지는 엘프들의 술래잡기 놀이로 시선을 돌렸다.
“현호 씨가 도입한 훈련이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예, 실은 그냥 어린 엘프들과 놀아주려고 알려준 건데, 효과가 좋다고 엘프들의 정식 훈련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그리고 언데드 군세와 싸울 때 엘프들은 그 독특한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저도 같이하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체력보정 상급 1레벨로 이곳의 누구보다도 육체적인 조건이 좋은 저입니다.”
“그럼 그러세요.”
우리는 인공근육슈트를 벗고 성인 엘프들과 함께 술래잡기 훈련에 끼어들었다.
차지혜는 갈색산맥에서 가장 우월한 신체가 무색하게도 술래잡기에서 죽을 쒔다.
아무래도 생명의 나무 위라는 특이한 지형을 활용하는 동작과 균형감각에서 노련한 엘프들을 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떠냐고?
체력보정 중급 5레벨.
운동신경 마스터.
동체시력 마스터.
더 말해 뭐하겠는가?
심지어 상급 정령술로 인해 대자연의 기운이 충만한 탓에 내 육체능력은 차지혜를 능가할 정도였다.
아무도 나를 잡지 못했고, 덕분에 나는 차지혜와 반대로 한 번도 술래를 하지 않았다.
차지혜는 독이 올랐는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명의 나무에서 훈련을 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보름째에 접어들자 점차 차지혜가 술래에게 붙잡히는 빈도가 줄었다.
물론 체력보정 상급 1레벨이라는 압도적인 신체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1개월이 흐르자 어머니들의 추측대로 알들이 부화했다.
셋째부터 여섯째까지, 그리고 아홉째와 열째가 줄줄이 부화했다.
아무런 저항력도 없는 새끼들이었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복종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동물조련 중급 5레벨의 한계까지 10마리의 갈큇발 독수리가 생겼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6마리의 새끼들이 모두 날지 못하고 무기력하다는 것.
“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내 물음에 연장자 어머니가 답했다.
“부화하고 1개월은 지나야 나는 연습을 시킬 정도가 될 거란다.”
“으음…….”
나는 잠시 고민해 보았다.
이대로 10마리를 전부 가공간에 넣어버리고 데포르트 항구로 돌아가도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돌아가는데 족히 보름은 걸린다.
그것도 MSM-2라는 슈퍼카를 타고 종일 밟아댔기에 가능한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그 보름간 새끼들이 더 성장할 수도 있는데 가공간에 넣어두기만 하면 시간이 좀 아깝지.’
새끼들이 날 수 있게 되면 가공간에 넣어놓지 않아도 된다. 날아서 따라오게 하면 되거든.
그럼 돌아가는 길에도 새끼들이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차지혜에게 의견을 말했다.
“새끼들이 날 수 있게 될 때까지 좀 더 머무르는 게 어떨까요?”
“예, 저는 상관없습니다. 해적군도는 언제든 토벌할 수 있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그럼 그렇게 해요.”
그렇게 우리는 좀 더 갈색산맥에서 지내기로 했다.
엘프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두 쌍의 부모 갈큇발 독수리들은 뼈 빠지게 사냥을 해왔다.
간신히 걷기만 할 수 있는 6마리의 새끼는 부모가 먹잇감을 잡아올 때마다 아귀 떼처럼 달려들어 먹어치웠다. 정말 전투적으로 먹어치워서 살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동물조련 스킬을 익혀서 다행이군.’
갈큇발 독수리 새끼들은 먹이를 두고 서로 싸워서 죽이는 일도 빈번하다고 했다.
소름 끼치게도 부모는 태연자약하게 죽은 새끼의 시체를 살아남은 새끼에게 먹인다나?
다행히 동물조련 중급 5레벨 덕분에 나는 부모와 새끼들에게 명령을 내려 질서를 확립할 수 있었다.
두 쌍의 부모는 누구 새끼냐를 구분하지 않고 사냥해 온 먹이를 6마리에게 먹였다.
그리고 6마리의 새끼들은 서로 싸우지 않고 식사를 했다. 물론 식사 속도로 경쟁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이 너도나도 날갯짓을 하며 푸드덕푸드덕 날아오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두 쌍의 부모는 새끼들에게 비행을 가르치게 되었다.
‘성장촉진 스킬 때문이군.’
합성해서 만든 스킬인 성작촉진 마스터.
성장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며, 성장한계치의 3배까지 더 성장시킬 수 있다.
그 스킬 덕분에 새끼들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성장한 것이다.
엄청난 성장속도 때문에 먹잇감도 더 필요해졌다.
두 쌍의 부모는 새끼들 비행 가르치랴 먹잇감 조달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명령을 내렸다.
“비행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도록 해. 먹이는 내가 조달해줄 테니까. 새끼들도 비행 연습 열심히 하고.”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알았다고 대답까지 하는 갈큇발 독수리들.
나는 실프에게 사냥을 시켜서 먹잇감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남성 엘프들도 정찰을 하다가 만난 산짐승을 잡아다가 선물해 주기도 했다.
먹잇감이 풍부하게 조달되자 갈큇발 독수리들 10마리는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했다.
왜 10마리냐고?
-성장촉진(합성스킬): 키우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더 빠르게 더 크게 합니다. 레벨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집니다.
*마스터: 성장 한계치의 3배까지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성장기가 끝난 동물에게도 적용됩니다.
바로 이것.
성장기가 끝난 동물에게도 적용되는 성장촉진의 효과 때문이었다.
이미 성체인 두 쌍의 부모까지 먹이를 실컷 먹으며 성장한 것이다.
스킬대로라면, 일반적인 갈큇발 독수리의 3배까지 덩치가 커질 터였다. 그쯤 되면 대형 괴물 수준이겠군.
1개월이 지나자 새끼들은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열심히 연습하라고 했던 지시를 충실히 따른 덕분이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또 올 거지?”
연장자 어머니가 몹시 서운한 얼굴로 물었다.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보고 싶으시면 언제든 교신기를 쓰십시오.”
“그래, 조심해서 가보렴.”
“예.”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데포르트 항구를 향해 질주하는 슈퍼카의 상공 위를 10마리의 갈큇발 독수리가 우아하게 날며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