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3화
103화 영지 꼬라지하고는……(3)
***
꾸웅!
약간의 묵직한 충돌음과 함께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는다.
“오오오! 놀랍군. 정말 놀라워 이런 건 처음 봐.”
“대단하신 분이야.”
.
.
.
기술자들이 감탄성을 지른다.
딴에는 내게 안 들릴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발달한 오감은 어지간히 작은 목소리조차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방금 바닥에 내려놓은 2미터 길이의 대형 석재를 밟고 걸었다.
지금 뭘 하는 것인가 하면, 아공간에서 커다란 석재 벽돌을 꺼내어 외벽을 쌓는 중이다.
어째서 성을 하나 짓는데,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까지 걸리는지 알게 되었다.
길이 2미터, 폭 1미터, 높이 1미터의 벽돌처럼 다듬은 돌덩이로 성을 쌓기 때문이다.
대충 돌의 크기로 가늠했을 때, 적어도 5톤이 넘어가는 무게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벽돌을 저 아래에서부터 끌고 올라와 하나씩 쌓으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할지…
하지만 나한테는 쉬운 일이다.
아공간에 차곡차곡 넣어서 지금처럼 기술적으로 꺼내면 그뿐이니까.
물론, 지금처럼 내려놓기까지 맨바닥에서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이었다.
석회 반죽을 잔뜩 얹어 놓은 벽돌이 아래에 보인다. 아공간에서 새로운 돌덩이를 선택해, 오른손을 발에 깔린 돌덩이와 비슷한 높이에 두고서 꺼낸다고 염원했다.
꾸웅!
밑에 놓인 대형 벽돌과 엇갈리게 놓이면서 석회 반죽 위에 안착하는 새로운 거대벽돌.
천근추의 수법으로 이제 막 얹어진 대형 벽돌을 지그시 밟으면서 걸어갔다.
석회 반죽이 넓게 퍼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멘트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곳 세상에서 그것을 바라기는 무리다.
한국에서 공사장을 전전할 때, 시멘트를 하루 종일 끼고 살았다. 하지만 많이 사용했다고 해서 시멘트를 만드는 법을 아는 건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직접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는 거다.
“반쪽짜리 석재 벽돌은 준비되었나?”
아래쪽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네! 영주님.”
거대 벽돌을 쌓는 걸 지켜보던 기술자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크게 대답했다.
과연 아래쪽에는 반으로 나누어진 거대 벽돌이 몇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확실히 기술자는 기술자다.
처음에는 저 사람들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
거대 벽돌에 구멍을 몇 개나 뚫고는 구멍과 꼭 맞는 나무를 꽂아서 물을 뿌려 두는 걸 보고서 든 생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군데군데 박은 나무들이 물을 머금더니 거대 벽돌이 반으로 쩍 갈라지는 게 아닌가!
물론 정밀한 작업을 필요로 할 때는 석재 벽돌을 톱으로 썰기도 한다. 괴랄해 보이는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웃차!”
아래로 뛰어내려 반으로 나누어진 거대 벽돌을 아공간으로 옮겼다.
내공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좀 거슬린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도 수련이라 생각하면서 일하는 중이다.
기술자들의 탄성을 뒤로하고서 다시금 외벽에 올라섰다. 그러고는 마무리하는 파일스터(Pilaster)와 거의 맞물리게 반쪽짜리 거대 벽돌을 아공간에서 꺼냈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생각보다 고된 작업이다.
내공과 맞바꾸어 외벽을 쌓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 되겠다.
그래도 뿌듯한 감은 있다. 진도가 팍팍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무리하게 외벽을 높이 쌓다가는 석회 반죽이 굳지 않아 부실공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이삼 주 정도에 외벽 공사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십 년을 더 공사해야 완공될 예정이었던 아이언 성인데 말이다.
연결부위를 마무리하고서 바닥에 훌쩍 내려섰다.
“다 되었으니 기술자들은 빈틈을 메우길 바란다.”
[예! 영주님!]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 기술자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거대 벽돌 사이사이를 기술자들이 석회 반죽과 자잘한 돌로 채워넣을 동안 난 또 할 일이 있다.
외벽은 이중으로 되어 속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그 사이를 흙으로 채워 넣어야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아래쪽부터 흙을 채우고서 단단히 다져야 튼튼한 외벽이 완성되는 것이다.
위로 갈수록 외벽에 얇아지기에 넉넉한 너비로 기초를 쌓아야 안정성이 좋다.
이제는 인간 포크레인이 되어 아공간에 흙을 퍼 담을 차례다.
덕분에 아공간의 한구석에는 거대 벽돌로 벽을 쌓아둔 상태다. 리치에게서 얻은 갑옷과 금괴, 그리고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성에서 내려와 거대 벽돌이 잔뜩 쌓인 곳에 도착했다. 성을 쌓기 위해서 십 년을 준비한 탓에 거대 벽돌이 어마어마하다.
아마도 외벽을 다 쌓고도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너! 잘되 가?”
거대 벽돌 앞에서 낑낑대는 코너 녀석을 불렀다.
녀석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면…
“아앗! 말 시키지 마세요! 중요한 작업 중이라고요!”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서 대답하는 코너.
거대 벽돌에 오른손을 대고서 나머지 왼손은 목 부근에 대고서 눈을 감는다.
‘수호의 펜던트’에서 마나를 끌어다 쓰는 것이다.
츠즈즈즈즈…
주변의 기운이 코너에게 집중되면서 상당한 양의 기운이 움직인다.
그렇게 생겨난 기운이 거대 벽돌로 스며들더니 은은한 빛이 난다.
한동안 그렇게 거대 벽돌에 기운을 불어넣던 코너가, 눈을 뜨고는 손등으로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낸다.
“하악, 학… 에휴… 힘들어 죽겠네요.”
빛나던 거대 벽돌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면서 코너가 앓는 소리를 냈다.
“확실하게 만들고 있는 거 맞지?”
나는 녀석이 앉아 있는 거대 벽돌에 작은 돌덩이를 던지면서 말했다.
투웅!
“우와악!”
돌이 거대 벽돌에 맞는 순간, 앉아 있던 코너의 엉덩이가 퉁기듯 들리면서 괴상한 소리를 낸다.
물론 내가 던졌던 돌멩이도 푸른 막과 같은 것에 부닥쳐 퉁겨난다.
“뭐하냐?”
“물리 방어 마법을 걸었는데 돌을 던지면 어떡해요!”
녀석이 볼멘소리로 툴툴거렸다.
그렇다!
거대 벽돌에 5서클 인챈트 마법인 물리 방어 마법을 새기는 중이다.
외벽 전체를 물리 마법에 걸린 거대 벽돌로 쌓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코너가 만들 수 있는 건 오전에 두 개가 한계니까.
내가 선물로 준 ‘수호의 펜던트’의 도움을 받아 5서클의 인챈트 마법이 가능하게 된 거였다. 두 개의 거대 벽돌에 물리 방어 마법을 인챈트 하는 것으로 코너의 오전 일과가 끝난다.
그럼 오후엔?
“힘내라, 오후엔 힐링 스크롤 만들어야지?”
“…네.”
코너가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대답한다.
영지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코너를 적극 활용 하는 중이다.
2서클 마법이 깃든 스크롤은 6골드에 거래되는 실정이니까.
당장은 코너에 의지해서 자금난을 해결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어째 악덕 업체 사장처럼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팍팍 새어 나가는 판이다. 약간이라도 벌이가 있어야 나도 뭔가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겠어?
“자식아, 인상 쓰지 마! 성을 다 쌓으면 재미있는 일을 시작할 거니까.”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면서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그래 봐야 딱히 힘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넌 나보다 낫잖아. 길 가는 놈 붙잡고 물어봐라, 막노동하는 영주가 정상이냐?”
“하긴…….”
축 처졌던 코너가 나의 말을 듣고서야 얼굴에 미소가 깃든다.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일이 쉬우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녀석이 실실 쪼개는 것을 보니 기분이 조금 나빠지려고 하는데…
됐다!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아무튼, 내가 막노동을 하면서 좋아진 점이 한 가지 있긴 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알아서 일을 찾게 되었다는 점?
영주인 내가 뭐 빠지게 노가다를 뛰는데 감히 띵까띵까 놀 수는 없었을 터다.
“자! 쉬었다가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좋아요. 어? 근데 쉬자면서 어디 가요?”
“흙은 담아 놓고 쉬어야지.”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식곤증 때문에 만사가 귀찮아진다. 그러니 아공간에 흙을 담아 놓고서 쉬는 편이 낫다.
재미있는 건…
이제껏 뻘짓을 했다는 거다.
오른손을 원하는 위치에 대고서 구역을 정하면 땅이 푹푹 사라져서 아공간에 들어간다.
이렇게 편한 것을 그동안 직접 삽질을 했다니…
아, 몰라!
편해졌으면 그걸로 된 거다.
자!
인간 포크레인 출동이다!
***
다리안 산맥 끝자락의 숲 속.
대략 6천에 이르는 사내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사내들은 하나같이 비장감에 젖어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무기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숲 밖으로 향하는 위치의 선두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대략 50명에 이르는 숫자.
기사의 대부분은 여기저기 긁히고 우그러진 갑옷으로 무장한 상태다.
초라한 행색이었으나, 기사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눈을 하고서 투지를 드러내었다.
그중에서 비교적 멀쩡한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선두에 자리를 잡고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스티미용이 너무 늦는군. 설마… 사로잡힌 건 아니겠지?’
데리앙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발루아 공작의 부탁에 가까운 명령을 받은 상황이었다.
―너희가 나를 대신해서 패잔병들을 모아, 아이언 영지를 쓸어 주길 바란다. 아무런 명예도 전공도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고 돌아온다면, 내 너희를 중히 쓰겠다. 약속하마!―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발루아 공작의 한 맺힌 음성.
분노와 슬픔이 어우러진 음성을 듣는 순간, 도저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패잔병들을 규합해서 아이언 남작령을 도모하기 위해서 대기 중이다.
아이언 남작령의 주둔군이 보통 3~4천 명에 이른다는 걸 오래전부터 프레하 제국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성조차 없는 아이언 남작령을 도모하는데 6천이 넘는 병사면 충분하리라고 판단했다.
‘기사 전력이 아쉽지만, 대신에 우리는 정예다. 머릿수만 채워 놓은 주둔군의 기사 따위와 비교할 수 없지.’
데리앙이 허리춤의 롱소드 손잡이를 꽉 움켜쥐면서 각오를 다졌다.
정찰에 나선 동료인 스티미용의 얘기를 토대로 아이언 남작령을 공략할 생각이다.
‘발루아 공작 각하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군량조차 배급하기 어려웠을 거야.’
데리앙은 허리춤에 매달린 작은 가죽 가방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공간 마법이 걸린 물건이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몇몇 기사에게 주어 병사들에게 군량을 배급할 수 있었다.
이 물건이 아니었더라면 6천이 넘는 병사들을 규합할 생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
생각에 잠겼던 데리앙의 눈이 꿈틀거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티미용이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옷을 벗고 일반 영지민으로 위장한 상태다.
주변을 살피던 스티미용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숲으로 뛰어들었다.
“어서 오게!”
데리앙이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수고가 많았어. 영지의 상태는 어떤가?”
“놀랍게도 성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뭐? 그게 말이 되나?”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데리앙이 눈을 크게 떴다.
발루아 공작과 아이언 남작령을 지나쳐 오면서 보았을 땐, 덜렁 기둥만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공사를 서두른다고 해도 최소 6~7년은 걸릴 거로 보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완공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친구가 괜한 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지.’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으나 스티미용의 성격을 아는 데리앙이었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퇴각하는 수밖에 없겠군.”
데리앙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지금 상황에선 공성은 불가능하다. 공성에 필요한 장비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공격하는 게 좋습니다.”
“그게 무슨 얘기지?”
“현재 아이언 남작령에는 병사들이 없습니다.”
“병사가 없다니? 확실한가?”
“이이언 남작이 영주로 부임하면서부터 영지 복구 작업에 병사들을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티미용은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얘기를 전했다.
하지만 데리앙으로서는 퇴각하겠다는 마음을 되돌릴 만큼 매력적인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영주란 놈이 성에 틀어박혀 있다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아닙니다. 현재 아이언 남작은 말을 타고 밖에 나갔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 몰아친다면 손쉽게 놈을 해치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가? 절호의 기회로군! 어서 갑옷을 입… 으응?”
뜻밖의 희소식에 기뻐하던 데리앙이 눈을 크게 떴다.
스티미용이 걸어왔던 길을 따라, 이십 명도 안 되는 기사들이 전투마를 타고 이동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갑까지 씌운 상태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전쟁이 끝났지만, 패잔병들이 남아 산적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지가 안정화되기까지는 보통 완전 무장을 하고 다니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이거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회가 아닌가!”
데리앙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기사들 사이에 깃털을 무지개와 같은 형태로 장식한 투구를 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이다!”
희열에 찬 얼굴로 데리앙이 롱소드를 천천히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