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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0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2화

102화 영지 꼬라지하고는……(2)

 

 

 

***

 

이거 사기당한 기분이다.

상상했던 영지의 모습과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광경은 잘 매칭되지 않는다.

마치 거지 소굴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해는 된다.

네르바 영지가 프레하 제국의 진격로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 곱게 지나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절반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었고, 농경지는 쑥대밭이 되었다.

영지민이 복구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얼마나 복구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쩐지…

황제가 열 대가 넘는 대형 마차에 군량을 가득 담아주고 돈을 바리바리 싸준다 싶더라니…

아무튼,

영주가 왔으면 영지민이 반겨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바랄 수가 없는 일이다. 복구 작업이 한창이라 영지민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마중 나온 사람이라고는 중년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고작이다.

 

“윌슨 아이언 남작님이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대리인으로 영지의 관리를 맡은 ‘안토니 포틀란’이라고 합니다.”

 

“그렇… 습니까.”

 

나는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귀족이 되었다지만,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 아저씨한테 아무렇게나 반말을 찍찍 싸 갈기는 건 좀 찜찜하다.

물론 영혼의 나이는 내가 월등하게 많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말을 더듬게 된 이유는 안토니에게 어떻게 말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 아니다.

영주 성이라는 건물의 상태 때문이다.

전쟁을 벌이면서 스쳐 가듯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눈여겨 본 적은 없다.

당시에는 여기가 나의 영지가 될 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영지민이 거주하는 구역과 차별화되어 있는 건 맞다. 전략 요충지라 방어에 유리한 언덕에 영주성이 존재한다.

현재의 위치에 영주성이 존재함으로써 뱅크스 요새와 슬런더 요새를 통해 진격하는 적 병력을 견제할 수 있을 터다.

무시하고 지나쳤다가는 후방이 위험해질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미완성이라는 거!

이러니까 퇴각 명령이 떨어졌을 때 뒤도 안 돌아보고 네르바 자작이 퇴각했을 것이다.

성에 의지해 싸울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영주 성은 지어져 있으나, 외벽이 일부만 완성된 상태였다. 성문을 만들기 위한 문루가 지어졌고, 일정 간격으로 파일스터(Pilaster:외벽강화를 위한 구조물)만 세워져 있었다.

 

“성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는군요.”

 

“대략 10년 정도 공사를 했으나, 아직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략 요충지라 허술하게 지을 수 없는 것이지요.”

 

안토니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받았다.

하긴…

레이놀드 영지의 성 또한 무려 15년에 걸쳐 완공했다고 들었다.

아이언 영지의 성은 레이놀드 성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10년에 걸쳐 공사 중임에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으음… 자재는 충분합니까?”

 

“물론입니다. 성 뒤편에 외벽에 사용할 석재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인력 문제로 외벽을 쌓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기술자들이 충분하다면 내일부터 다시 성을 쌓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행해질 것입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안토니가 마지못해 대답한다.

이해할 수 있다.

영주로 부임하기가 무섭게 성을 쌓겠다고 하니 암담한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겠다.

성을 쌓으려면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영지민이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으니까.

 

“인력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기술자만 있으면 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외벽에 사용할 석재를 나르고 쌓는 일은 내가 할 테니, 석회를 다루는 기술자만 데려오면 됩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번에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하는 안토니.

굳이 궁금증을 풀어 줄 이유는 없다.

내일부터 직접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자재는 충분하다고 했으니 무리한 요구는 아닐 터다.

휴전 협정을 맺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황성의 연회장에서 발루아 공작이 나를 바라보면서 흘려 대던 살기(殺氣)를 잊을 수가 없다.

오래지 않아 휴전 협정은 깨어질 것이고, 그때가 되어서도 영지의 성이 완공되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겠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당연히 영지의 성은 완공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있다면 조금은 다른 얘기가 된다.

 

“저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외벽도 없는 성 안에서 오와 열을 맞추고 선 기사단과 병사들을 보면서 물었다.

휴전이 결정되면서 미리 파견된 블루드래곤 기사단과 아이언 영지 주둔군이라는 걸 안다.

그들의 정체를 물어보는 게 아니다.

 

“영주님께 보고하기 위해서 대열을 정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안토니에게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와 열을 맞추고선 영지의 병력 앞으로 칼립을 몰았다.

 

“충!”

 

병력의 앞에 서자, 대기하고 있던 기사가 군례를 올린다.

나 역시 주먹을 가슴에 대고서 군례에 화답하고 손을 내렸다.

 

“블루드래곤 기사단 100명, 아이언 영지 주둔군 3,214명 이상 없습니다.”

 

아직 40은 안 되어 보이는 기사가 커다란 목소리로 병력의 상태를 알렸다.

확실히 영주가 되니 폼이 나는 것 같기는 하다.

전쟁 상황일 때보다는 못하지만, 이런 대병력을 거느릴 수 있을 만큼 나의 힘이 강력해졌다는 의미다.

 

“나는 윌슨 아이언 남작이다. 앞으로 아이언 영지를 책임질 영주! 저기 뭐가 보이는가!”

 

간단히 나에 관한 소개를 마치고서 손으로 영지민의 거주지역을 가리켰다.

아까 안토니를 대하던 것과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안토니는 군인이 아니지만, 이들은 군인이다.

군인이란 계급 사회.

나의 계급이 높으니 이들에게 반말을 찍찍 갈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영지민이 보입니다!”

 

보고하던 기사단장이 크게 대답한다.

제법 군기는 팍팍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텃세를 부려 보겠답시고 삐딱하게 나왔으면 참교육(?)을 실시할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영지민이 뭘 하고 있나!”

 

“거주 지역을 복구하고 있습니다.”

 

“그럼 뭘 망설이나! 가서 도와줘!”

 

“…네?”

 

“도와주라고. 너희의 임무가 뭐야? 영지민을 보호하는 거잖아. 가서 도와줘. 당장!”

 

맹한 얼굴을 하는 기사단장에게 차분하게 명령을 내렸다.

영지민이 쩔쩔매고 있는데 건강한 수컷들이 도와주는 건 당연하잖아?

 

“여, 영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뜻밖의 명령이었는지, 기사단장이 살짝 버벅거린다.

 

“블루드래곤 기사단은 열외! 만에 하나 있을 습격에 대비한다.”

 

“네!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열외라는 말에 그나마 당황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병사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영지민 거주 지역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캬하!

이거 기분 째진다.

말 한마디에 재까닥 움직이는 똘만이가 3천 명이 넘게 생겼으니까.

 

“영주님, 블루드래곤 기사단을 경계 임무에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단장이 병사들을 영지 복구 작업에 보내고는 다시금 보고한다.

 

“승인한다.”

 

“충!”

 

군례를 올리고는 기사단을 이끌고 사라지는 기사단장.

응?

그러고 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네?

어쨌든 지금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기로 해야겠다. 영지민이 빠르게 안정되어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아이언 기사단과 아이언 보병대는 주둔병의 병기를 지키고 수레에 싣고 온 군량과 보급물자를 구분해 영지민에게 배급하라.”

 

“네! 영주님!”

 

시안 녀석이 나의 명령에 대답하고는 일부 병력을 남겨 주둔병이 두고 간 장비를 지키게 했다.

 

“윌슨, 잘하는 데요?”

 

“이게 뭐 어려운 거라고 잘하네 마네냐?”

 

코너가 엄지를 세우는 모습에 혀를 찼다.

한국에서 군대를 전역한 수컷들이라면 당연한 능력일 뿐이다. 한국에서 취업할 때도 군필자 우대라는 말이 괜히 적혀있는 게 아니다.

군대에서 온갖 더러운 꼴 다 당하다 보면 ‘일 머리’라는 게 생기게 되거든.

뭐가 급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자연스러워 진다고나 할까?

가끔은 ‘일 머리’가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다.

이른바 ‘고문관’이라고 부르는 존재들.

내가 꼴통 소리는 좀 들었어도 고문관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근데 코너, 이 자식…

은근히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구석이 있다.

엄지를 척 들어 주니까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안토니!”

 

“네, 영주님.”

 

“이전부터 아이언 영지에서 내정을 담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네르바 자작님을 모시고 영지를 운영해왔습니다. 영주님.”

 

안토니가 예의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이 아저씨도 준귀족의 신분이라고 들었다. 확실히 나를 상대하는 게 너무나 능숙해 보이긴 한다.

 

“안으로 들어가서 영지의 재정 문제를 보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행할 것입니다.”

 

***

 

어스름한 저녁,

나와 코너, 그리고 시안과 와그너가 영주 집무실에 모여서 한숨만 푹푹 쉬는 중이다.

총체적 난국.

현재 아이언 영지의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그렇다.

이전부터 영지를 관리해 왔다던 안토니의 보고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영지민에 대한 세금은 일 년에 일인 당 50실버.

35,000명에 이르는 영지민이지만, 실질적으로 걷히는 세금은 일 년에 대략 15,000골드라고 한다.

능력이 부족해서 세금을 못 내는 사람의 비율이 상당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 외에 2,000골드가 결혼이나 집을 이사하면서 내는 번외 세금으로 걷힌다고 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영지민이 내는 세금이 대략 일 년에 12,000골드.

다행히 블루드래곤 기사단과 주둔병의 급여는 제국의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그들과 나, 거기에 더해 부하들과 영주 성에 종속된 사람들이 먹어치우는 식비다. 그건 제국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니까.

일 년으로 계산하면 대략 19,000골드.

19,000골드라는 끔찍한 액수가 일 년 식비로 지출된다는 얘기다.

이건 뭐 영지민에게 세금 걷어서 모조리 목구멍에 밀어 넣는 꼴이 아닌가!

어째서 전방에 위치한 영지는 세금 면제인지 확실하게 이해되는 순간이다.

군수물자에 들어가는 비용과 영지 성을 관리하는 인력의 급여, 거기에 우리 아이언 기사단과 보병대의 급여까지 하면……

남는 거라곤 기껏해야 5,000골드나 되려나?

그걸로는 뭔가 그럴듯한 사업을 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올해는 세금조차 걷을 수 없는 상황.

전쟁 때문에 삶의 터전이 망가진 상황에서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민란이 일어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황제가 50,000골드를 덥석 하사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레이놀드 영지처럼 금광이라도 하나 개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텐데…

젠장!

그러고 보니, 레이놀드 남작은 아주 돈벼락 맞은 거잖아?

슬쩍 배가 아픈 건 당연한 현상이겠지?

복구 사업만으로도 상당한 목돈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당장에 자금의 여유는 충분하다.

레이놀드 영지에서 꿀꺽한 금괴가 아직도 100개가 넘으며, 잡다한 전리품도 아공간에 상당하다.

황제에게 받은 50,000골드도 있다.

그렇지만 있는 돈 써가면서 버티는 건 그야말로 멍청한 짓.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면 끝장이다.

잘 사는 영지를 만드는 게 꿈이지, 돈만 쳐들어가는 영지를 꿈꾸진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빌어먹을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윌슨… 어쩌죠?”

 

우울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코너.

그렇지!

우리에겐 코너라는 든든한 현금 자판기(?)가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세요? 좀 무서워지려고 그래요.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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