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25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25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우리 식구는 맥주를 잔뜩 사 들고 와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집에 대한 문제도 대충 둘러댔다.
예전에 현지에게 들려준 스토리를 다시 썼는데, 친구들의 창업에 자금을 댔는데 대박이 났다고 했다.
“전에 태조산에서 구해줬던 이사 있잖아. 나 취직 시켜준 분.”
“그래그래.”
“그분이 힘을 좀 써주셔서 친구들이 세운 회사를 하청업체로 써주셨어. 덕분에 초기 자본금 투자한 나도 돈이 쭉쭉 벌리고 있지.”
다행히 의심쟁이인 누나는 차지혜와 입씨름을 하다가 지쳤는지 딴죽을 걸지 않았다.
사실 동생이 돈 벌었다는데 무슨 딴죽을 걸겠는가? 내가 사기 같은 범죄로 돈 벌 위인이 못 된다는 것도 뻔히 알 텐데.
엄마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어머머, 정말 됐다, 아들! 돈도 있고 여자도 있고, 이제 엄마한테 손주만 안겨주면 되겠네!”
“또 그놈의 손주 타령이지.”
“아들도 엄마 나이 돼 봐.”
그러면서 엄마는 은근슬쩍 차지혜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그쪽은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아홉입니다. 말씀 편히 하십시오, 어머님.”
“호호, 그럴까? 어머님 소리가 참 듣기 좋네. 우리 새아가도 딱딱한 말투 쓰지 말고 편히 말하렴.”
“전 이게 편합니다. 듣기 안 좋으시다면 죄송합니다.”
아레나에서 15년 이상을 보냈건만 끝내 군바리 말투는 벗지 못한 차지혜였다.
……그런데 방금 ‘새아가’라고 부른 거 맞지?
“호호호, 듣기 안 좋긴. 똑 부러지고 좋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스물아홉이면 이제 슬슬…… 그치?”
“무엇이 말입니까?”
“우리 새아가는 언제 결혼할 생각이야?”
“생각 없습니다.”
차지혜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 어머머, 왜?!”
차지혜의 돌직구에 충격받은 엄마.
“죄송합니다. 저는 독신으로 살 생각입니다. 현호 씨도 같은 생각이라 마음이 맞아서 사귀게 됐습니다.”
“아, 아들!”
엄마가 울상이 되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들이 독신주의자였어?”
“어, 으, 응.”
갑자기 추가될 설정에 당황한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들이 웬 독신주의야? 그동안 능력이 없어서 여자를 못 만난 거 아니었어?”
“그,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굳이 결혼을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
충격으로 멍해진 엄마.
누나와 나, 현지 삼남매를 스윽 둘러보더니 망연자실하여 한탄을 한다.
“하나는 결혼을 못하고, 하나는 결혼을 안 하고, 남은 하나는 취직도 못하고…….”
면목이 없는 우리 삼남매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현기증으로 털썩 드러누웠다.
“다 틀렸어. 난 결국 손주 하나 못 보고 죽겠지. 옆집 편의점 네 딸은 벌써 결혼해서 자식을 둘이나 낳았다고 자랑을 해대는데…….”
그놈의 편의점 아줌마!
늘 이런 식이다. 엄마는 장사 잘된다고 자랑하고, 편의점 아줌마는 손주가 둘이라고 반격하고.
***
우리 가족은 술을 퍼마시고 뻗어버렸다. 마리도 정신연령은 어린 주제에 맥주를 굉장히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소파 위였다. 옆에는 찰싹 붙어서 잠든 마리가 있었다.
안겨 있는 마리를 떼어내려 했더니, 무슨 뱀처럼 팔다리로 날 휘감고 놓지를 않았다.
떼어내려 해고 떼어낼 수가 없었다. 주짓수냐?!
“마리 씨, 깨어 있죠?”
“쿠울…… 쿨…….”
“갑자기 코 고는 소리를 내도 소용없어요.”
“헤헤.”
마리가 번쩍 눈을 떴다. 큼직하고 푸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서 귀엽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 하얀 피부의 백인 미녀. 마리는 오딘의 딸 벨라의 성인 버전 같았다.
벨라도 크면 이렇게 예뻐지겠지. 그래서 오딘이 마리를 딸처럼 챙겨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마리를 떼어내고 집을 둘러보았다.
내 방에 가보니 킹사이즈 침대에 엄마, 누나, 현지가 뒤얽힌 채 자고 있었다.
그리고 부엌에서는…….
“지혜 씨?”
“일어나셨습니까?”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차지혜가 앞치마를 입고 요리하는 광경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저런 여성스러운 모습의 차지혜는 난생처음이었다.
“요리할 줄 아세요?”
“평생 혼자 살았는데 당연하지 않습니까.”
생각해 보니 그러네.
너무 의외라서 나는 요리하는 차지혜가 신선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식탁에 앉아서 요리하는 그녀의 모습을 구경했다.
차지혜도 내 시선에 개의치 않고 요리를 계속했다.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개와 숙취해소에 좋은 콩나물국이 척척 식탁에 차려진다.
“가족분들을 불러오십시오.”
“네.”
나는 가족들을 깨워서 부엌으로 끌고 왔다. 세 모녀는 부스스한 얼굴과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식탁에 앉혀졌다.
“새아가가 차렸니?”
“예, 어머님.”
“한번 맛 좀 볼까?”
엄마가 먼저 숟가락을 들어 콩나물국을 맛보았다. 그리고는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네. 우리 새아가 시집 와도 되겠다.”
“결혼 안 합니다.”
“흑…….”
거침없는 돌직구에 은근슬쩍 작업 걸던 엄마는 또다시 상처받았다.
천하의 얼음여왕인 누나조차도 그런 차지혜의 거침없는 뻔뻔함에 살짝 질린 표정이었다.
현지는 엄마에게도 누나에게도 기 싸움에서 안 밀리는 차지혜를 동경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넌 취직이나 하렴.
식사는 맛있었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적인 식사. 민정과 이별하고 나서는 이런 평범한 식사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엄마와 누나, 현지는 집을 떠났다.
“아들 잘 있어. 또 올 테니까 엄마 보고 싶어도 참아.”
“응, 엄마 보고 싶어서 눈물 날 거야. 다음에 올 땐 반찬이나 잔뜩 가져와.”
“그래그래. 새아가도 잘 있고.”
“예,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어머님.”
“결혼 문제도 한번 생각해 보고.”
“안 합니다.”
“흑!”
엄마는 끝까지 상처를 입으며 떠났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가고, 나는 운동 삼아 마리와 대련을 했다.
마리는 여전히 날렵하게 움직이며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나를 교란시켰다.
체력보정 중급 5레벨에 운동신경 상급 1레벨, 상급 정령술로 인해 대자연의 기운까지 있음에도 나는 마리에게 쩔쩔 맬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변칙적인 마리의 공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암살자답게 마리는 순간적으로 내 시선에서 벗어나버리는 움직임을 선보이곤 하는 것이었다.
정타(正打)는 허용하지 않았지만 나는 방어와 회피 위주의 밀리는 형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론상으로 내가 밀릴 이유가 없는데.’
체력보정 중급 5레벨.
운동신경 상급 1레벨.
정령술 상급 1레벨.
아마 카르마 총량으로 따져도 내가 마리를 추월했다고 생각된다. 그녀는 아직 메인스킬인 오러 컨트롤을 상급까지 올리지 못한 눈치였으니까.
당최 내가 밀리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차지혜에게 상담을 청했다.
차지혜는 의외로 쉽게 해답을 주었다.
“동체시력입니다.”
“동체시력이요?”
“제가 보기에 요한나 씨는 동체시력이 타고났습니다. 숫한 실전을 거쳐서 그게 더욱 단련되었습니다.”
“동체시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동체시력이 좋다는 건, 기본적으로 공방이 오가는 찰나의 순간에 김현호 씨보다 더 많은 걸 보고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면 이해되십니까?”
“아!”
“보통 천재라 불리는 격투기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른 건 훈련으로 단련할 수 있어도 동체시력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럼 기술적으로 제가 부족한 건 아니라는 뜻인가요?”
“예, 움직임 자체는 굉장히 탁월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은 운동신경 스킬로 충분해 보입니다.”
“그럼 동체시력을 강화하는 스킬은 없나요?”
아직 나에게는 1,500카르마가 남아 있었다.
혹시 몰라서 안 쓰고 있었는데 동체시력 강화에 써야 할 듯했다.
마리와 싸워도 이런데, 리창위는 어떻겠는가?
중국 최강자이며 세계 톱클래스로 추정되는 리창위. 시험자 이전에 이미 무술의 고수였다는 그는 훨씬 힘든 상대일 터였다.
“시력을 강화하는 보조스킬은 있습니다만 동체시력과는 무관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력을 강화하는 보조스킬이 있어요?”
“시력보정이 있습니다. 시력이 안 좋은 시험자가 종종 습득하곤 합니다.”
시력보정이라…….
순간 나는 내 사기 같은 특수스킬인 스킬합성을 떠올렸다.
운동신경 역시 체력보정과 길잡이 두 가지 보조스킬을 합성해서 탄생했다.
그럼 그 시력보정이라는 보조스킬을 길잡이와 합성하면 동체시력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 끝에 나는 석판을 소환한 뒤에 말했다.
“시력보정을 보여줘.”
그러자 석판의 글씨가 꿈틀거렸다.
-시력보정(보조스킬): 시력을 강화합니다.
*초급 1레벨: 시력 1.0 (-100)
-잔여 카르마: +1,500
‘시력 1.0이라.’
내 좌우 시력이 0.5, 0.4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었는데 안경이 필요 없겠군.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나는 100카르마로 시력보정을 습득했다.
“스킬합성.”
-합성에 사용할 스킬이나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 합성 가능한 스킬: 정령술(실프), 정령술(카사), 체력보정, 길잡이, 순간이동, 시력보정.
2. 합성 가능한 아이템: AW50F, 닐슨 H2(2정), 357매그넘탄(5발).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순서대로 합성을 시도해 봐야겠다.
-정령술(실프)과 시력보정(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정령술(카사)과 시력보정(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체력보정(보조스킬)과 시력보정(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3연속 실패.
물론 여기까지는 기대도 안 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였다.
“길잡이와 시력보정을 합성한다.”
-길잡이(보조스킬)와 시력보정(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제발! 제발!’
나는 기도했다. 그러자,
파앗!
석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성공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이윽고 석판에 스킬이 나타났다.
-합성 성공. 동체시력(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동체시력(합성스킬):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초급 1레벨
‘됐다!’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딱 필요했던 스킬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초기 목적을 완수한 나는 계속해서 시력보정을 다른 스킬과 합성해 보았다.
“순간이동과 시력보정을 합성한다.”
-순간이동(보조스킬)과 시력보정(보조스킬)을 합성합니다.
파앗!
또다시 석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설마?
-합성 성공. 투시(합성스킬)를 습득했습니다.
-투시: 장애물 뒤에 숨은 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투시’라고 말하면 발휘됩니다.
*초급 1레벨: 효과 3초, 쿨타임 60분
‘헐.’
이것도 내게 필요했던 스킬이었다. 벽 뒤에 숨은 적을 확인할 때 아주 유용할 듯했다.
특히 대물 저격소총 AW50F는 웬만한 벽쯤은 관통해 버리고 적을 사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시와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자, 그럼 이제 스킬끼리 합성하는 건 전부 시도해 보았는데. 아이템이랑 한번 합성해 볼까?’
나는 아이템 중에 357매그넘탄 5발이 남아 있는 걸 보았다.
전에 아이템화해서 사격, 탄약보정, 리로드 등을 합성하고서 남은 탄환들이었다.
정말 궁금한데. 이 탄환이랑 시력보정이랑 합성하면 뭐가 나오려나?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실패하면 그만이니까.
“시력보정과 매그넘탄을 합성한다.”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