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21화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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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21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21화

 

오딘이 먼저 달려 나가자, 나 역시 뒤따랐다.
“바람의 가호!”
바람의 가호가 발동되자, 땅을 디딜 때마다 발에서 바람이 발출되면서 내 몸이 사뿐히 날아올랐다.
껑충껑충 뛰며 오딘의 뒤를 바짝 따랐다.
“크아아!”
“으아아아!”
좀비 떼가 우릴 발견하고는 우르르 몰려들었다.
“단숨에 정면 돌파하겠소.”
“예!”
“그러십시오.”
오딘은 좀비 떼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했다.
장검을 크게 한 번 휘두르자 한 좀비의 머리가 날아갔다.
그대로 오딘은 어깨로 들이받으며 좀비 떼를 온몸으로 밀어붙였다.
“으어어!”
“크아아!”
십여 마리의 좀비 떼가 오딘에게 밀려나 우르르 뒤로 넘어졌다.
인공근육슈트로 인해 20배 강해진 완력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오딘은 계속해서 검면으로 좀비의 몸통을 후려쳤다.
증폭된 완력으로 휘두른 검면에 얻어맞은 좀비가 뒤로 날아갔다. 다른 좀비 서너 마리와 뒤얽혀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그렇게 오딘은 힘을 앞세워 길을 뚫기 시작했고, 나는 양옆에서 덤벼드는 좀비들을 권총으로 쏘아 맞췄다.
타아앙― 타앙―
총알 한 발이 좀비 대여섯 마리의 머리통을 줄줄이 관통해 버린다. 탄약보정 스킬을 마스터해서 강해진 위력 덕분이었다.
‘좋은데?’
대폭 강화된 권총의 위력에 나는 신이 나서 사방에 대고 난사했다.
좀비 떼가 사방팔방에 우글거리고 있어서 어딜 쏘든 우수수 적중당했다.
차지혜는 후미에서 침착하게 가까이 접근한 좀비만 처리했다. 물론 쌍곡도로 일격에 목을 깔끔히 잘라 버리는 솜씨는 예사롭지 않았다.
순식간에 우리는 좀비 무리의 방어선을 돌파했다.
“너무 빨리 다가가면 놈이 도망칠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그냥 이곳에서 좀비들을 정리합시다.”
오딘의 제안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여 찬성했다.
어차피 존 오멘토는 마리의 몫이었다. 그녀의 시험이니 그녀가 직접 처치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 남아 좀비들을 처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존 오멘토도 경각심이 든 것일까?
여러 방향에서 새로운 좀비 떼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비 따위야 아무리 많아도 두렵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좀비 떼를 살육해 나갔다.
하지만 사방에서 모여든 좀비 떼가 수백 마리도 넘어 보여서 끝이 안 보였다.
‘귀찮은데 한꺼번에 처리할까?’
적은 힘으로 대량학살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카사!”
-왈왈!
카사가 나타나 꼬리를 맹렬히 흔들었다.
“불을 붙여.”
-왈!
카사는 나무에 불을 붙였다.
“불이 좀비 떼를 둘러싸도록 곳곳마다 불 질러 버려!”
-멍!
카사가 날아갔다.
사방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무에 붙은 불은 옆 나무로 옮겨 붙으며 기하급수적으로 규모를 키워 나갔다.
“크게 산불이 날 텐데 우린 피하죠.”
“그럽시다.”
우리는 좀비 떼를 돌파하며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카사! 길 열어!
-멍!
카사가 힘을 쓰자, 불의 벽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텄다. 우리는 그 사이로 통과했다.
불길이 미치는 범위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산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원을 그리며 활활 타는 산불은 그 안에 있는 수백 마리의 좀비 떼를 불사르고 있었다.
‘간단하군.’
우리는 계속 산을 돌아다니며 좀비를 발견하는 족족 사살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내 교신기가 진동했다.
확인해 보니 마리에게서 걸려온 교신이었다.
“마리 씨?”
-헤헤, 안녕, 현호.
“네, 존 오멘토는 어떻게 됐어요?”
-죽였어.
“그래요?”
-응. 시험의 문 나왔어. 바로 가봐야 해.
“예, 그럼 저희도 이만 마무리 짓고 따라갈게요.”
-응! 돌아가서 봐, 현호.
통화가 끊어졌다.
아무래도 마리는 시험을 클리어하자마자 바로 시험의 문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5서클 이상의 고위급 흑마법사를 처치하라는 시험이었으니, 존 오멘토를 죽이자마자 바로 시험이 종료된 것이다.
반면 나나 오딘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나는 1명 이상의 타락한 시험자를 처치하는 시험. 즉, 그보다 더 많이 죽여도 되므로 바로 시험이 종료되지 않는 것이다.
오딘도 마찬가지.
그는 갈색산맥을 습격한 흑마법사 무리에 대해 조사하라는 시험이다. 지금도 충분히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걸 조사해도 된다.
“이제 남은 건 차지혜 씨의 시험이구려. 이 자리에서 당장 해결합시다.”
오딘은 품속에서 신분증을 꺼내 차지혜에게 내밀었다.
오딘은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어 신분증에 떨어뜨렸다.
“따라하시오.”
차지혜도 피를 내어 신분증에 묻혔다.
“나 울펜부르크 백작 오딘은 크리스티나 차에게 준남작의 작위를 수여한다.”
‘크리스티나 차’는 덴마크 당국이 한국에서 사망처리 된 차지혜에게 만들어준 새로운 신분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이름이 신분증에 새겨지면서 준남작의 작위까지 아레나의 글자로 표기되었다.
파앗!
그러자 시험의 문이 나타났다.
“저도 시험을 클리어했습니다.”
영주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으라는 차지혜의 시험이 클리어된 순간이었다.
“우리도 이 시험의 문으로 통과해도 상관없을까요?”
내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저 시험의 문은 차지혜를 위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다른 시험자가 통과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했다.
“상관없소. 시험을 미달성한 시험자가 아니면 통과할 수 있소. 다 함께 갑시다.”
“네.”
일단 두 사람은 인공근육슈트와 교신기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내 가공간이 아니면 시험의 문을 통과했을 때 전자기기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마리도 아마 그것들을 근처에 감춰뒀겠지 싶었다.
차지혜가 시험의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뒤를 이어 오딘과 나도 통과했다.
밝은 빛 무리에 휩싸여서 시야가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다.

***

하늘도 땅도 텅 빈 새하얀 세계. 끝도 없이 무한히 펼쳐진 하얀 지평선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내 옆에 차지혜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혜 씨?”
“김현호 씨.”
차지혜는 별로 놀란 기색 없이 덤덤히 날 반겼다.
“어떻게 여기에? 같은 시험의 문을 통과했기 때문인가?”
“오딘 씨는 없습니다만.”
“아, 그렇네요.”
“아마도 우리가 한 팀이 된 것이리라 추측됩니다.”
그때였다.
“맞아요!”
하늘에서 퍼덕거리며 내려오는 아니꼽게 생긴 아기 천사.
“이야, 두 분 드디어 목적을 달성하셨네요! 아레나에서 함께 행동하며 한 팀으로 인정되길 바랐잖아요.”
“이렇게 빨리 목적대로 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두 분이 한 팀이 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거든요. 특별히 편의를 봐준 거니까 고마운 줄 아세요.”
“고맙다.”
“알면 됐어요.”
역시 재수 없는 자식이다.
저 깐죽거리는 말투를 어떻게든 고쳐주고 싶다. 내 아들이었으면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렸을 텐데.
“하긴 저 만한 아들이 있을 나이죠?”
아기 천사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낄낄거렸다.
‘크윽.’
약점을 찔린 나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석판 소환.”
차지혜는 우리 잡담에 낄 생각이 없는지 석판을 소환했다.
그제야 나도 석판을 소환해서 시험 결과를 확인했다.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33
-카르마(Karma): +31,000
-시험(Mission): 다음 시험까지 휴식을 취하라.
-제한 시간(Time limit): 100일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클래스가 21에서 33로 열한 계단을 건너뛰었다.
17,900카르마는 31,000카르마로 뻥튀기 되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뭐긴요. 눈깔 뼜나요?”
“…….”
너무 많이 올랐잖아?
타락한 시험자 여섯 명을 처치한 게 이 정도로 대단한 성과였나?
카르마는 그렇다 치고 클래스가 21에서 33으로 껑충 뛴 건 기겁할 정도였다.
“클래스는 시험자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예요. 지난 6회차 끝나고 휴식하시는 동안 무진장 강해졌죠?”
“아, 그게 적용된 거냐?”
“네.”
중국의 타락한 시험자 2명을 처치해서 카르마를 습득했다. 또한 돈으로 카르마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강해진 부분까지 적용되었다면 이해가 된다.
“자자, 알았으면 얼른 가세요.”
아기 천사는 시험의 문을 소환하고는 파리 쫓듯이 휘휘 손짓했다.
차지혜가 성큼 시험의 문을 열고 나갔다. 나 역시 엄청난 성과에 잔뜩 들뜬 마음으로 뒤따랐다.
그렇게 7회차 시험이 종료되었다.

***

현실.
노르딕 시험단 본부로 돌아온 나는 모두와 재회했다.
“카르마는 많이 얻으셨어요?”
내 물음에 오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6인의 대사제’까지 알아낸 것이 주효했는지 높은 성적을 얻었소.”
“나도!”
마리는 방방 뛰며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었다.
“마찬가지입니다.”
차지혜는 간단히 대꾸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며 다음 시험 경향에 대해 토의했다.
“나는 아마 다음 시험에서 울펜부르크 백작가로 돌아가게 될 거요. 가문과 영지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거든.”
상식적으로 그게 타당한 추측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울펜부르크 백작가는 전쟁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그런 시기에 통치자인 오딘이 오래 비워두면 엉망이 될 터였다.
“이번 시험에서 흑마법사 조직에 대하여 조사했으니, 다음 시험은 알아낸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이 될 겁니다. 그게 맥락상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차지혜의 의견에 오딘은 감탄을 했다.
“그렇군. 지위와 명성을 가진 나에게 적합한 시험이군. 내가 널리 알리면 대륙 전체에 전달될 테니까.”
오딘은 대영주였고 대륙 전체에 명성이 높았다.
그런 그가 흑마법사 조직의 존재와 목적에 대해 언급하면, 그 사실이 대륙 전체에 퍼질 것이다.
모든 나라가 흑마법사들을 경계하고 색출하려 들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그 조직의 행동에 큰 제약이 가해지게 된다. 놈들은 공개적으로 활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저는 이번 시험에서 타락한 시험자를 사살했으니, 아마도 다음 시험에서는 타락한 시험자들과 한통속인 해적들과 싸우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겠구려. 데포르트 항구에서도 그들은 해적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오.”
“해적들이 급격이 세력을 떨치게 되었다고 했는데, 중국의 타락한 시험자들이 합류한 덕분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차지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도 다음 시험에서는 해적들과 싸우게 될 것 같아요.”
“조심하시오. 자칫 잘못하면 리창위와 붙게 될지도 모르니. 6명이나 죽었으니 중국 측도 상당히 화가 났을 거요.”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날 납치하려고 했을 때부터 이미 중국 쪽과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설령 리창위와 싸운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맞설 수단이 생겼으니까.
하나는 탄약보정에 힘입어 그 위력이 충분히 입증된 대물 저격소총 AW50F.
또 하나는 31,000카르마였다.
이 정도의 카르마라면, 내 메인스킬인 정령술을 상급으로 올려놓고도 남을 정도다!
상급 정령술!
데릭이 보여주었던 그 수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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