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16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16화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아만 제국은 정말로 대륙 서쪽에 있었다.
먼 길이 될 것 같아 일단은 출발 전에 확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길잡이 스킬을 이용하면 간단하다.
“저쪽이 서쪽 맞죠?”
“응.”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만 제국이 맞는 것 같아요. 존 오멘토도 서쪽에 있거든요.”
“리창위도 서쪽에 있습니다.”
차지혜가 덧붙였다. 그녀도 길잡이 스킬을 익힌 모양이었다.
“그럼 확실하군. 일단 내 영지로 돌아가 재정비를 하고 다시 출발합시다. 아만 제국까지는 도로가 잘 닦여 있으니 마차를 쓰는 게 좋겠소.”
“그러죠.”
우리는 간단하게 느티나무 마을의 엘프들과 작별하고 갈색산맥을 떠났다.
말을 타고 울펜부르크 백작가로 돌아온 뒤, 오딘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사두마차를 준비시켰다.
짐칸에 식량을 넉넉하게 챙기고서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마부가 마차를 끌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주 편한 여행이 되었다.
차지혜와 오딘은 저마다 아이템 백팩에서 책을 한 권씩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들 심심함을 달랠 취미를 하나씩 마련했군. 하지만 나를 따를 수는 없지.
“스마트폰 꺼내.”
그러자 가공간에 보관되어 있던 스마트폰이 나타났다.
나는 스마트폰을 켜고 홀덤 포커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본 오딘의 얼굴에 부러움이 스쳤다.
“나도! 나도!”
옆에 찰싹 붙어 있는 마리가 눈을 반짝거리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결국 내게서 스마트폰을 약탈한 마리는 카메라 어플을 실행시키더니, 나와 함께 셀카를 찍었다.
“헤헤, 봐봐.”
마리는 찍힌 사진을 보여주었다. 활짝 웃는 마리의 얼굴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호오, 그럼 다 같이 사진이나 찍지 않겠소?”
“좋죠.”
우리는 한쪽에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시험치고는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잘 가던 마차가 문득 멈춰 섰다. 잠시 후에 마부가 오딘을 불렀다.
“영주님.”
“무슨 일이냐?”
“도로의 통행이 금지되어서 먼 길로 우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왕실국도가 통행금지라니 무슨 일이라도 난 거냐?”
오딘이 물었다.
“와이번이 출현했다고 합니다.”
“와이번이 이런 곳에?”
“예, 성체(成體)가 된 와이번 한 마리가 이 인근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토벌이 끝날 때까지 통행이 금지될 듯합니다.”
“토벌 진행 상태를 물어봐라.”
“예.”
잠시 후, 마부가 말했다.
“이제 토벌대를 모집하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쯧, 멀었군.”
와이번이라면 날개가 달린 도마뱀처럼 생긴 괴물로, 게임이나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용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아레나에 서식하는 괴물들 중 가장 강한 대형 괴물이라고 했다.
“좀 먼 길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구려.”
“오딘 씨도 피해야 할 정도로 와이번이 강한가요?”
“와이번과 싸워서 못 이길 건 없지만 상당히 귀찮소. 날아다니는 놈이라 불리하면 달아났다가 다시 공격해 오기를 반복하거든. 바위 같은 무거운 것을 떨어뜨리는 수법도 쓰오.”
오딘이 이어서 설명하기를, 와이번은 온몸을 감싼 비늘도 굉장히 단단해 오러로도 간신히 상처를 낼 정도라고 했다.
물론 오러 마스터인 오딘은 와이번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와이번의 습격에 마차라도 고장 나면 곤란한 것이었다.
‘음? 가만. 대물 저격소총이라면 손쉽게 처치할 수 있지 않을까?’
12.7㎜ 구경의 대물 저격소총 AW50F의 위력을 시험해 볼 절호의 찬스였다.
내가 말했다.
“그냥 가죠. 제가 와이번을 잡겠습니다.”
“김현호 씨가?”
“예, 맡겨주세요.”
“흐음, 좋소. 그럼 내가 가서 말해보리다.”
오딘은 마차에서 나가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뭐라고 말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춘 병사들은 기꺼이 양옆으로 길을 비켜주었다.
오딘은 다시 마차에 탔다.
“내가 와이번을 처치하겠다고 말해뒀소.”
“오딘 씨의 명성이 통하나 보네요.”
“하핫, 쑥스럽지만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대륙에 없소.”
세계가 알아주는 강자!
오딘의 위엄은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마차는 통제된 도로로 계속 나아가기 시작했다.
“실프.”
-냥?
실프가 소환되었다.
“와이번이 나타나면 알려줘.”
-냥.
실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 밖으로 정찰을 나갔다.
“바위를 마차 위로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 주시오.”
“예, 접근하기 전에 맞춰 잡을 생각이에요.”
나는 자신이 있었다.
강철도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탄약의 위력을 강화시켜 주는 탄약보정 마스터!
실프와 카사를 응용한 사격술.
그리고 구경 12.7㎜의 엄청난 괴물 소총 AW50F까지!
이걸 전부 합하면 제아무리 비늘이 단단한 와이번이라도 골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방에 죽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니까 일단 날개부터 맞추자.’
날개를 타격해 와이번의 비행 능력을 차단하고 마무리 짓기로 했다.
마차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아마 밖에서 마차를 모는 마부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겠지.
그렇게 대략 4시간쯤 움직였을 때였다.
-냐앙!
실프가 돌아와 앙칼진 고함을 질렀다.
‘나타났구나!’
나는 문을 열고 달리는 마차 위에서 뛰어내렸다.
사뿐히 착지한 후에 소리쳤다.
“무장!”
그러자,
파앗!
하고 길이 1.35m에 중량 13.5㎏의 거대한 소총이 위용을 드러냈다.
“실프, 카사!”
실프는 물론 카사도 소환되어 내 어깨 위에 앉았다.
나는 AW50F를 번쩍 들어 하늘을 향해 겨누었다. 체력보정 중급 5레벨에 인공근육슈트까지 입은 내겐 권총처럼 가벼웠다.
“실프, 조준 부탁해.”
-냥!
실프가 총구를 붙잡고 총을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캬아아악―!!”
악마 같은 들끓는 괴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와이번이구나!’
멀리에 작은 점 하나가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실프는 작은 점의 움직임에 맞춰 총구 방향을 조정했다.
“오른쪽 날개를 먼저 맞출 거야. 준비됐지?”
-냥!
-왈!
귀여운 정령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자, 개봉박두!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직경 12.7㎏짜리 총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캬아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멀리에 보이는 작은 점이 불안정하게 흔들거렸다. 오른쪽 날개에 명중한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볼트를 잡아당겨 탄피를 제거하며 소리쳤다.
“한 발 더!”
타아앙!!
“키아아아악!”
타앙! 타아앙―!
나는 볼트를 잡아당겨 제장전하며 잇달아 쏴 갈겼다. 계속 오른쪽 날개만 노렸다.
결국 와이번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이 멀리에 보였다.
그제야 나는 AW50F를 소환해제 시켰다.
“잡았네요. 한번 가보죠.”
“허, 놀랍군. 그건 대물 저격소총이오?”
“네, AW50F라는 물건이죠.”
“와이번의 비늘은 강철보다 단단하오. 그런데 잡아버리다니, 위력이 말도 안 될 정도구려!”
“제가 익힌 스킬 덕분에 위력이 크게 높아진 덕분이죠.”
우리는 함께 와이번이 추락한 장소로 달려갔다.
달려가 보니, 와이번은 한쪽 날개에서 푸른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캬아악!”
그래도 몸은 간신히 일으켜 세운 채, 와이번은 우리를 향해 포효했다.
“총알을 아끼시오. 마무리는 내가 짓지.”
오딘은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었다.
파아앗!
일순간 검신을 감싸며 타오르는 오러 블레이드!
“키아아아악!!”
와이번은 경각심을 느꼈는지 더욱 거칠게 포효했지만, 오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콰지직!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장검은 와이번의 머리통을 무참히 꿰뚫어 버렸다.
쿠웅!
와이번의 거구가 옆으로 쓰러졌다. 혀를 빼문 채 와이번은 그대로 즉사했다.
장검을 머리통에서 뽑은 오딘은 와이번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는 뱃속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쑤욱 꺼냈다.
“받으시오.”
오딘은 핸드볼만 한 크기의 마정을 내게 던져주었다.
“정말 크네요.”
“그 정도면 400만 프랑은 받을 수 있소.”
“이거 하나가요?”
난 놀라 물었다.
오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장 위협적이고 잡기 힘든 대형종의 마정인데 그 정도 하는 게 당연하잖소.”
놀라웠다.
난 방금 총알 네 발로 약 44억 원을 번 것이다.
‘뭐, 근데 어차피 돈은 썩어나는데.’
내가 마정을 팔아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생명의 불꽃으로 훨씬 많은 돈을 앉아서 벌 수 있거든!
이 마정은 내게 별 의미가 없었다.
나는 문득 차지혜에게 물었다.
“가질래요?”
차지혜는 현재 사망처리가 되면서 재산도 잃어 무일푼신세였던 것이다.
“좋습니다.”
겸양의 미덕이 없어 시원시원한 게 차지혜다웠다.
“여기요.”
나는 마정을 차지혜에게 던져주었다.
덴마크로 오면서 새로운 신분을 얻었으니, 스위스의 아레나 전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을 터였다.
“아무튼 놀라운 무기를 손에 넣었구려. 그 정도면 웬만한 타락한 시험자는 저격 한 방에 죽일 수 있겠소.”
“상대가 리창위라면 어떨까요?”
“음…….”
오딘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윽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승산이 있소.”
의외였다. 이길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 것이 말이다.
“나나 그 같은 오러 마스터는 오러가 일종의 감각기관과 같아서 1㎞ 이내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소. 리창위의 경우는 그보다 더 광범위할 수도 있지.”
“그 감각권 밖에서 저격하면 가능하겠군요?”
“그렇겠지. 당신의 살기(殺氣)를 그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말이오. 평상시에도 긴장감을 갖고 있진 않을 테니 승산은 있소.”
그렇다면, 리창위를 이번 7회차 시험의 타깃으로 삼아도 된다는 뜻이로군.
그런데 그때였다.
마리가 소매에서 빠르게 나이프를 꺼내 오딘에게 던졌다.
쉬익!
파아앗!
거의 그와 동시에, 오딘의 몸에서 푸른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푸른 오러의 막이 나이프를 튕겨냈다.
“저거.”
마리는 푸른 오러의 막에 감싸인 오딘을 보란 듯이 가리켰다.
오딘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리를 째려보았고, 마리는 히히히 웃었다.
난 놀라 물었다.
“그게 뭐죠?”
“감각권 내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오기에 반사적으로 오러로 보호막을 쳤소.”
“그런 게 가능한가요?”
“상대가 때리려 하면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지. 그와 비슷한 방어본능이오.”
“그럼 제 총알도 그런 식으로 막히는 게 아난가요?”
“모르겠소. 총알은 나이프보다 빨라서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소. 난 자신이 없지만, 리창위는 어떨지 모르겠군.”
오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리창위는 40회차를 훌쩍 넘어선 괴물이오. 마법으로 된 호신용 아이템 한두 개쯤 갖고 있을 수도 있지. 그러니 위험을 감수하지 말고 다른 타락한 시험자를 노리는 게 좋겠소.”
“……그래야겠네요.”
AW50F는 분명 강력했지만, 리창위 같은 최상위 랭크의 시험자도 녹록치 않았다.
‘나도 이제부터는 메인스킬 레벨에 신경 써야겠다.’
상급 레벨에 이른 오러 컨트롤이 저런 괴물 같은 위력을 발휘하니, 새삼 메인스킬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만 출발합시다.”
우리는 다시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왕립국도를 따라 나아가니, 다시 도로를 통제하는 병사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오딘은 그들에게 와이번이 처치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와이번 사체가 울펜부르크 백작가의 소유임을 명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