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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0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7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0화

100화 승전 파티(4)

 

 

 

녀석을 경계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코너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덤벼들어 나의 팔을 붙잡는다.

 

텁!

 

“어딜 가요?”

 

“왜, 왜?”

 

“아버지께서 윌슨과 같이 일해도 좋다고 허락하셨어요.”

 

“으윽!”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궁금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잖아!

녀석이 나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런데 막상 대놓고 나와 같이 일하고 싶다니까 거부감이 드는 건 뭔지 모르겠다.

나한테… 츤데레 성향이 있었던 건가?

 

“뭐죠? 먼저 저한테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한 건 윌슨이거든요?”

 

“뭐, 그야… 하지만 난 영지도 없잖냐.”

 

“훗! 걱정하지 마세요. 황제 폐하께서 네르바 자작이 관리하던 영지를 윌슨에게 하사하기로 하셨으니까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 끄응…….”

 

물어보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녀석의 아버지는 제국의 공작이다. 황제가 전공을 세운 사람들의 포상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보았을 게 틀림없다.

 

“저 기분 나빠지려고 하네요. 같이 일하는 거 그만둘까요?”

 

“야! 그건 아니지!”

 

녀석에게 눈을 부라렸다.

막상 그만두겠다고 말하니까, 금세 또 마음이 바뀌고 말았다.

마법사는 귀한 존재다.

코너가 비록 반쪽짜리 마법사라고는 해도 귀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어느 정도 정신 교육(?)도 잘 되어 있는 상태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형태로 영지를 만들려면, 직접적인 마법 활용 능력은 딱히 중요치가 않다.

코너처럼 물건에 마법진을 새겨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인챈트 마법이 더 효율적이다.

음…

녀석이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철부지가 아니라는 것도 구미가 당긴다.

그래!

쓸만한 놈으로 바뀌었으니 팍팍 부려 먹어야겠다.

더군다나 제국의 두 공작 중의 하나가 아버지다. 고급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터.

내가 영지를 하사받는 게 ‘확정되었다’와 같은 고급의 정보 말이다.

 

“잘해 보자!”

 

“네! 윌슨! 그러니까 주세요.”

 

“뭘?”

 

녀석이 손바닥을 내미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료로 일하게 되면 주겠다던 펜던트 있잖아요!”

 

“아!”

 

전에 녀석이 트럼벌 요새를 떠나기 전에 했던 얘기가 이제야 떠오른다.

당시에는 그저 코너의 마법 스크롤을 뜯어낼 생각에 아무렇게나 말한 거였을 뿐인데…

 

‘크로노스 아공간!’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다.

지난번에 다시 넣어 두었던 푸른 보석이 박힌 펜던트를 찾아 코너의 손바닥 위에 올려 주었다.

 

“오! 오! 이건은 ‘수호의 펜던트’! 10년 전에 사라진 물건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물건을 받은 사람은 코너인데, 그의 스승인 트랭스가 탄성을 터트린다.

 

“스승님, 이거 좋은 거 맞죠?”

 

“정말 대단한 물건을 얻었구나, 코너!”

 

참새처럼 조잘대는 코너에게 트랭스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물건인가?

 

“처음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더라고요.”

 

“이것은 ‘수호의 팬던트’라는 물건이란다. 주변의 마나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때에 언제든 쓸 수 있지. 10년 전에 인간으로서는 최초로 7서클 마법을 개척하고 현자의 칭호를 얻은 ‘로렐리아’라는 사람이 쓰던 것이다. 귀한 것이니 간수 잘하거라.”

 

트랭스가 슬그머니 코너의 손을 감아쥐고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째 아랫배가 살살 아파지는 느낌이다.

펜던트에 박힌 보석도 작아서 엄청난 물건이라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니, 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물건인 모양이다.

 

“마법사들이 본다면 눈이 뒤집힐만한 보물이지. 전해들은 얘기에 의하면 5서클의 마나까지 담을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러니 아무한테나 함부로 보여줘선 안 된다.”

 

“네, 스승님.”

 

“…….”

 

우이 씨!

아깝네, 아까워…

 

“윌슨 단장, 우리 코너를 잘 부탁하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속으로는 배가 아팠지만, 왠지 분위기 있어 보이는 트랭스의 말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래!

이 녀석한테 ‘수호의 팬던트’인지 하는 보물보다 더한 값어치를 쏙쏙 빨아내면 된다.

 

“…윌슨, 그 표정은 뭐죠? 저 소름 돋아요.”

 

“훗!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잘해 보자.”

 

“네, 윌슨! 그런데… 성은 생각해 뒀어요?”

 

“성? 그런 건 황제 폐하께서 내리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화에서 보면 알아서 황제가 성을 하사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다.

 

“성을 생각해놓지 않으셨으면 황제 폐하께서 지어 주시기도 하는데요. 황제 폐하께 귀찮은 일을 맡기시는 게 되잖아요. 좋아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그, 그러냐?”

 

“당연하죠.”

 

“뭐가 좋을까… ‘아이언(Iron)’ 정도로 해도 될까?”

 

“특이하시네요. 뭐 상관은 없겠지만요.”

 

코너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사실 별 뜻은 없다.

원래는 ‘크로노스’로 할까 생각했지만, 이름 소개할 때마다 크로노스 갑옷이 입혀지면 그것도 곤란하다.

크로노스 갑옷은 내 비밀 무기니까.

그래서 ‘아이언’이라는 성을 선택했다. 크로노스 갑옷을 입을 때 아이언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장난스럽게 지은 것 같긴 하지만, 당장 성으로 쓸 게 없는데 뭐 어쩌겠어?

 

“내일이면 영지가 생긴다 이거지?”

 

“물론이죠. 피신했던 영지민이 네르바 영지로 되돌아갔다고 하니까, 지금은 아마도 대리인이 관리하고 있을 거예요.”

 

“근데 말이다. 나한테 네르바 영지를 주면, 네르바 자작님은?”

 

“이번에 전공을 세우셨잖아요. 한 단계 승작하시게 되었어요. 영지는 휴스턴 백작령을 받으시게 될 예정이고요.”

 

“아…….”

 

이해가 된다.

이번 전쟁으로 죽은 귀족의 영지를 회수해서, 승작하거나 새롭게 귀족이 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얘기가 되겠다.

 

“여기 있는 음식들, 먹어도 되는 거냐?”

 

“물론이죠. 그러라고 준비한 거니까요.”

 

“그럼 먹자, 배고프다.”

 

한쪽에 놓인 접시를 집어 들고 음식을 챙겼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음식이 그리웠던 참이다. 전쟁하는 동안에 먹은 음식이라고는 하드텍과 육포 같은 전투 식량이었으니까.

향신료와 소스가 뿌려진 고기를 보니 식욕이 샘솟는다.

 

“이것도 좀 먹어 봐요. 굉장히 맛있어요.”

 

“그래.”

 

녀석이 권하는 음식을 덜어서 다른 음식과 함께 챙겨 빈자리에 앉았다. 최대한 구석진 곳으로 말이다.

배고픈데 누군가 아는 척을 해오면 귀찮으니까.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두 명의 공작이 찾아온 뒤로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이거 괜찮은 맛인데?”

 

“그렇죠?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에요.”

 

녀석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고기를 구운 다음에 소스에 졸인 듯한 음식이었다. 푹 익힌 수육에다가 소스를 발라서 오븐에 구워낸 느낌?

부드러운 식감에 입에서 고기가 녹아 버리는 것 같다.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소스도 내 입맛에 잘 맞는다.

 

“저 사람들은…….”

 

맞은편에 앉은 코너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끝을 흐린다.

왜 이러나 싶어서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갑옷을 입은 두 명의 기사를 대동한 채 들어오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기사의 갑옷이 이질적이면서도 상당히 익숙하다는 점이다.

바로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입는 갑옷이었으니까 말이다.

 

‘대단해!’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 때문이 아니다.

기사들을 대동하고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중년 사내를 보고서 감탄한 것이다.

전신에 흐르는 정제된 기운.

듀카스 백작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렇다면 저 중년 사내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건가?

중년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환갑을 넘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듀카스 백작 또한 65세의 나이임에도 중년 정도로 보이니까 말이다.

역시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소한 저런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나도 어깨에 힘을 팍팍 주고 다닐 수 있을 텐데…

관두자!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크로노스 갑옷을 구성하는 드래곤 하트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강해지는 중이다.

조금만 더 수련에 힘쓴다면 나도 일 갑자의 내공을 완성할 수 있게 될 터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지금은 느긋해져야 할 때다. 속성으로 내공을 쌓으려다가는 탈이 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프레하 제국 사람들이 연회에 참가해? 엘튼 제국의 승전 파티잖아?”

 

의문을 느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코너에게 물었다.

뭔가 좀 웃기니까.

자기네 나라가 패배한 것을 기리는 파티에 참석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아마 사절단으로 온 사람일 거예요.”

 

“사절단?”

 

“아, 윌슨은 모를 수도 있겠네요. 프레하 제국에서 휴전을 요청해왔어요. 황제 폐하께선 휴전을 받아들이셨고요. 아마 휴전 협정문제로 프레하 제국에서 파견된 ‘에드몽 드 발루아’ 공작인 것 같네요.”

 

“그렇구나. 난 또 뭐라고.”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다시 음식을 먹는 데 전념했다.

프레하 제국에서 누가 왔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어? 이쪽으로 오는데요?”

 

“오든지 말든지. 신경 꺼.”

 

고기를 나이프로 썰면서 대충 대답해 주었다.

프레하 제국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

 

썰어 놓은 고기를 입에 넣을 수 없었다.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

전신에 소름이 쫙 돋는다.

살기(殺氣).

정제된 살기가 나에게로 쏟아지고 있는 판에 마음 편히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앉아 있다가는 불의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를 동반한 중년 사내가 잡아먹을 듯이 나를 노려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끈적한 살기를 오직 나한테만 집중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프레하 제국의 발루아 공작이라고 했나?

생판 처음 보는 인간이 나한테 살기를 뿜어 대고 있으니 기분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나는 ‘에드몽 드 발루아’라는 사람일세. 자네 이름이 윌슨인가?”

 

“그렇습니다만?”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질문에 나도 삐딱하게 대답했다.

비록 상대를 대우하는 듯한 형식으로 말을 하고는 있지만.

 

“앉지.”

 

발루아 공작이 의자를 끌어다가 앉으면서 짧게 한마디 한다.

그가 앉기 무섭게 프레하 제국의 기사 두 명이 뒤를 지키고 섰다.

검을 착용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두 명의 기사에게선 잘 벼려진 듯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루아 공작도 그렇지만, 프레하 제국의 기사 녀석들도 만만한 인간들이 아닌 듯했다.

 

“제게 볼일이 있는 겁니까? 발루아 공작?”

 

“으음… 겁이 없군.”

 

내가 존칭을 생략하고 ‘발루아 공작’이라고만 하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웃기는 아저씨다.

적국의 인물한테 그럼 ‘공작 각하’라고 해줄 줄 알았나?

 

“시비를 걸러 오신 겁니까? 여기가 엘튼 제국의 황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만.”

 

더욱 짙어지는 살기를 견디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가 알랭을 죽였다고 들었네.”

 

“알랭? 그게 누굽니까?”

 

살기를 받아 내면서 피식 웃었다.

내가 죽인 놈이 어디 한둘이야?

 

“뱅크스 요새로 진격했던 ‘알랭 드 앙부아즈’ 백작이 내 아들일세.”

 

그의 말을 듣고서야 생각났다.

뱅크스 요새의 첫 번째 사령관이었던 놈을 말하는 것 같다.

멍청하게 기둥을 말에 묶어서 성문에 돌진하다가 투석기 탄환에 깔려 죽었던 놈.

하필이면 그 인간이 이 살벌한 발루아 공작의 아들이라니!

하지만 그렇다고 꿇릴 순 없다.

 

“그렇습니까? 적으로 만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누군가를 죽일 생각으로 왔으면 본인도 죽을 각오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그걸 따지러 오신 거라면 실망이군요.”

 

살기를 받아내면서 대답했다.

어찌나 살기가 강한지, 등 뒤로 식은 땀이 날 지경이다. 그렇지만, 대놓고 난동을 부릴 순 없을 거다.

보는 눈이 많으니까.

 

“바위에 맞아 죽었다고 들었네. 나로선 인정할 수 없는 죽음이지.”

 

“칼에 맞아 죽으나, 바위에 맞아 죽으나, 죽는 건 똑같습니다.”

 

“…….”

 

대답을 들은 발루아 공작이 테이블 위에 얹은 주먹을 꽈악 움켜쥔다.

더불어서 살기가 더 진해졌다.

눈으로 살인할 수 있다면 난 벌써 수십 조각으로 나누어졌을 터다.

 

“그 말… 기억해 두겠네. 다음에 보세.”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노려보던 발루아 공작이, 한숨과 함께 살기를 거두고는 씹어뱉듯이 말한다.

 

“편히 가십시오. 발루아 공작.”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말했다.

또다시 ‘발루아 공작’이라고 말하자, 그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가 이를 한차례 갈고는 자리를 떠났다.

 

“위, 윌슨 괜찮아요? 저는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나도… 무서웠다.”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으면서 코너의 말에 대답했다.

그제야 썰어 둔 고기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어쩐지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한 느낌.

하지만 꿋꿋하게 씹어 삼켰다.

발루아 공작의 말이 심상치가 않다.

아들의 죽음을 단념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휴전하더라도 다시금 엘튼 제국을 도모하겠다는 뉘앙스가 풍기는 말이었다.

빌어먹을!

천천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주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망할 발루아 공작!

내가 순순히 당할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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