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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05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05화

 

6회차를 치르기까지 내가 이룬 실적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메인스킬인 정령술 중급 1레벨.
실프와 카사가 중급 정령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자연의 힘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육체를 강화시켜 주는 체력보정은 중급 5레벨로, 오러 컨트롤을 익히지 않은 시험자가 올릴 수 있는 최대치였다. 이 정도로도 엘프의 한계 수준이라 상당히 강력했다.
순간이동도 중급 1레벨이라 쿨타임 없이 하루 10회를 연속으로 펼칠 수 있다.
특수스킬 스킬합성으로 만든 수많은 스킬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네 가지.
바람의 가호 중급 1레벨.
운동신경 상급 1레벨.
생명의 불꽃 중급 4레벨.
그리고 아까 싸우는 도중에 올린 탄약보정 중급 4레벨.
그밖에도 초급 4레벨인 가공간도 매우 유용한 스킬이었다.
“이게 정말 6회차 시험자의 능력치입니까?”
내가 습득한 스킬의 목록을 쭉 훑어본 차지혜는 질린 얼굴이 되었다.
“예, 운도 좋았고, 제가 좀 열심히 했죠.”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어떻게 6회차 만에 이런 능력을 갖출 수가……. 이 정도면 거의 20회차를 넘긴 베테랑 수준입니다.”
연속으로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 컸고, 무려 1억 달러를 투입해 5,000카르마를 얻은 것도 컸다.
게다가 엘프들과 함께하는 수년간 정령술이나 운동신경 등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지금의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스킬합성이라는 특수스킬도 놀랍군요. 전에 제게 말씀하셨을 때는 정령의 가호라고 하셨는데,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네, 죄송해요. 사실대로 말해서 제 밑천을 드러내기가 조금 그랬어요.”
“현명한 판단입니다.”
차지혜는 별로 섭섭해하지 않고 쉽게 수긍했다.
내가 종이에 적어준 스킬 목록을 쭉 보다가 그녀가 문득 말했다.
“박진성 회장을 치유한 스킬이 생명의 불꽃입니까?”
“맞아요.”
나는 엘프들과 함께했던 4, 5, 6회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결과적으로 아레나에서나 현실에서나 생명의 불꽃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갈색산맥에 계셨군요. 혹시 제가 전에 드렸던 자료를 아직 갖고 계십니까?”
“물론이죠.”
“그럼 지도를 보며 상의를 해보죠.”
나는 전에 연구소를 나오면서 차지혜에게 받았던 자료들 중에서 아레나 지도 파일을 찾아 출력해 왔다.
우리는 둘 다 대륙의 최남단에 있었지만 나는 동쪽의 갈색산맥에, 그녀는 서쪽의 늪지대에 위치했다.
“시험자가 되면서 제 목적은 김현호 씨와 한 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한 팀을요?”
“팀원이 없으신 김현호 씨와 한 팀이 되면 여러 가지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혜 씨가 동료가 된다면 당연히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요? 함께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동료는 2회차 때 주어지잖아요. 나중에 또 추가되거나 할 수가 있다고요?”
“절대적인 법칙은 없습니다. 대개는 2회차에서 동료를 얻지만 저 같은 경우는 동료 없이 홀로 6회차를 치러야 했습니다.”
하긴, 총기제작자인 닐슨도 처음부터 동료가 없었다.
“시험은 시험자가 아레나에서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서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는 방식입니다. 시험자가 처한 장소와 여건에서 불가능한 시험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김현호 씨와 제가 현실에서도 아레나에서도 함께 있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럼 같은 시험을 부여받게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차지혜의 생각에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차지혜와 내가 한 배를 탄 상황이 되었으니, 율법이 그 점을 반영하여서 다음 시험을 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시험의 최종 목적이니까.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정도쯤 시험자의 편의는 고려해 주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해왔어. 엘프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니 동료가 필요하긴 해.’
한국아레나연구소 출신이라 아레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똑똑하기도 한 차지혜라면 든든한 동료가 될 터였다.
오늘도 차지혜 덕분에 그 키 작은 중국인 시험자를 처치하지 않았던가.
그때 보여준 쌍곡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좋아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아레나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해보죠. 지혜 씨와 한 팀이 된다면 저도 좋으니까요.”
우리는 다음 7회차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나는 다음 시험에서 갈색산맥을 떠나게 될 공산이 컸다.
세 그루나 되는 생명의 나무를 중심으로 엘프들은 잘 뭉쳐 있다.
흑마법사들의 습격도 물리쳤다.
이제는 엘프들과 함께 있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었다.
물론 다음 시험도 엘프들과 함께한다면 나야 좋지.
데릭 같은 강력한 엘프 전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쉽사리 클리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험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5년간 스승님으로부터 도법을 전부 배웠습니다. 더 가르칠 게 없으니 떠나라는 말을 들었으니, 다음 시험에서 늪지대를 떠날 듯합니다.”
“피차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는 게 문제네요.”
“일단 아레나에서 합류하는 건 7회차 시험을 치른 다음에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일단은 각자 7회차 시험을 무사히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래야겠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중국 시험자들의 위협이었다.
사실 시험보다 이게 더 걱정이었다.
“일단은 김현호 씨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는 노르딕 시험단의 오딘을 통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오딘이요?”
“예, 그는 이쪽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거물급 시험자입니다. 그가 공식적으로 김현호 씨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면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생각난 김에 나는 오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현호 씨, 그사이 별일 없으셨소?
“일이야 있었죠.”
-무슨 일이오?
“중국인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뭐라고? 벌써 말이오?!
오딘은 깜짝 놀랐다.
나는 구체적인 사정을 설명했다.
-기어코 그놈들이 당신을 노렸구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오. 그전에 미리 카르마를 구매한 게 도움이 됐군.
“그러게요. 오딘 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별말씀을. 그래도 타락한 시험자 둘을 처치했으니 그만큼 카르마를 더 얻으셨겠군?
“예, 어서 스킬 레벨 올리는 데 투자해서 힘을 키워야죠.”
-타락한 시험자를 둘이나 잡았다니 운이 좋았구려. 덕분에 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중국 측도 알 테니 이제 당신을 무시하지 못할 거요.
“그래서 더 걱정이죠. 리창위라는 시험자가 한국에 직접 왔을 정도로 이번 일에 관심을 두고 있던데, 혹시 그자를 아시나요?”
-리창위? 그자가 한국에 있소?
“지금은 중국으로 돌아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얼마 전에는 한국에 왔었습니다.”
-으음, 그자는 위험한데.
“만나보셨습니까?”
-아레나에서 한 번 마주친 적 있었소. 싸워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강해 보였소. 오러 마스터인 건 확실했고, 솔직히 말하자면 싸워서 이길 자신은 들지 않는 상대였소.
저 오딘이 자신의 열세를 순순히 인정하다니.
정말 리창위가 대단한 작자이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리창위는 권력에 찌들었소. 아랫사람을 부리는 것을 좋아하지. 웬만해서는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을 거요.
“하지만 그렇게 아랫사람을 보냈다가 실패했죠. 이번엔 본인이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더 타락한 시험자를 보냈다가 거꾸로 제가 격퇴하고 더 강해지면 골치 아프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도 그렇군. 자신이 직접 나서서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하려 들지도 모르겠소. 그럼 이제 어찌할 생각이오?
“그것 때문에 고민 중입니다.”
-아예 이쪽으로 오는 건 어떻소?
“덴마크로요?”
-덴마크든 어디든 노르딕 시험단에 오시오. 가장 많은 시험자를 보유한 중국이라지만 우리를 무시하지는 못하오.
“…….”
-중국은 한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한국 측이 중국에 적극 협조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한 중국 시험자들의 습격을 계속 받게 될 거요.
맞는 말이라서 서글펐다.
한국아레나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작자가 아예 중국의 끄나풀이 됐으니까.
“제안은 감사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솔직히 가족들의 신변도 걱정이 돼서 떠나기가 그렇네요.”
-쯧, 그것도 그렇군. 그래서 달리 생각한 대책은 있소?
“실은 그것 때문에 부탁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말해보시오.
“이렇게 된 것, 차라리 제 치유 능력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우군을 많이 만들어놓겠다는 전략이군.
“예.”
-주목을 받는 만큼 귀찮은 일도 많아질 거요. 당신처럼 탐나는 능력을 가진 시험자를 납치하려는 곳이 중국뿐만은 아닐 거요.
“각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군도 생기겠죠.”
-결심을 했다면, 좋소. 내 인맥을 총동원해서 당신의 존재를 알리지. 그렇지 않아도 박진성 회장을 누가 회복시켰는지 이쪽 바닥에서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소.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딘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

4,152카르마를 스킬에 투자하는 문제를 놓고 나는 고민에 잠겼다.
‘정령술을 올릴까, 탄약보정을 올릴까?’
정령술에 투자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령술 중급 2레벨 (-1,700)
정령술 중급 3레벨 (-1,900)
정령술 중급 4레벨 (-2,100)

즉, 3,600카르마로 중급 3레벨까지 두 단계밖에 못 올린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정령술의 위력이 크게 늘겠지만.
반면 탄약보정에 투자한다면 다음과 같다.

-보유하신 모든 카르마를 탄약보정(합성스킬)에 쓰실 경우를 보여드립니다.
-탄약보정(합성스킬): 총기류 사용 시 탄약의 위력을 강화시킵니다.
*중급 5레벨: 탄약이 바위를 뚫는 위력을 얻습니다. (-800)
*마스터: 탄약이 강철을 뚫는 위력을 발휘합니다. (-1,500)

-잔여 카르마: +4,152

중급 5레벨 다음은 상급이 아니라 곧바로 스킬 마스터였다.
2,300카르마를 투자하면 바위를 넘어 강철도 뚫는 위력을 갖게 된다.
거기다가 정령술까지 가미되면, 그야말로 권총으로 장갑차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나는 탄약보정을 우선적으로 마스터하고, 남은 카르마로 정령술을 1레벨 올리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남은 카르마는 고작 152뿐이었다.
“150카르마가 남았는데 혹시 필요한 아이템 있으세요?”
난 차지혜에게 물었다.
사실 그 육체가 강철 같았던 중국인 시험자를 물리치는 데는 차지혜의 도움이 컸다.
덕분에 4,000가량이나 되는 카르마를 얻었는데 뭐라도 보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옷이 필요합니다.”
“옷이요?”
“예, 지금 입고 있는 옷으로 15년간 지냈는데, 사람이 많은 지역을 다니려면 눈에 띠지 않도록 아레나의 풍습에 맞는 복장이 필요합니다.”
“옷 한 벌로 15년을요?”
“시험의 문을 통과하면 손상된 장비도 원상 복귀됩니다. 그동안은 필요하지 않아서 옷에 카르마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자가 옷 한 벌로 15년을 살았다니…….
나는 차지혜의 철저함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아무튼 남은 카르마로 상하의와 신발, 장갑, 모자까지 풀세트로 사주었다. 덤으로 수통까지 사주고 나니 카르마가 0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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