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03화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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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103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6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03화

 

‘넌 죽었다.’
나는 실프와 카사를 소환했다.
“가자!”
난 단단히 마음먹고 강적과 맞서기 위해 용맹무쌍하게 나아갔다. 하지만,
-냐앙!
-왈왈!
귀여운 야옹이와 멍멍이가 쫓아오자 비장한 분위기가 실추된다.
그래도 싸움을 앞두고 애써 비장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위잉.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또 진동했다.
‘또 뭐야?’
확인해 보니 차지혜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였다.

[약 10분 후에 도착합니다. 택시비를 부탁합니다. 실프를 시키시면 됩니다.]


‘뭐야, 이 여자는!’
황당함이 밀려왔다.
대체 뭘 하고 있었기에 이 여자는 택시비도 없대? 아니, 그보다 자기 자가용 있지 않았던가?
어디서 뭘 하다가 택시를 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실프에게 말했다.
“실프, 차지혜 기억하지?”
-냥.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핸드폰 진동 오면 그 여자가 택시 타고 이 근처에 왔다는 뜻이야. 그 여자한테 내 체크카드를 날려 보내.”
-냥.
그래, 좀 이상한 지시인데도 잘 알아듣는구나.
이상한 기분을 추스르고 나는 다시 쌍권총을 잡았다.
이젠 진짜 결전이다!
긴장감은 조금 떨어졌지만 아무튼 나는 키 작은 중국인 시험자를 향했다.
어느 방향에 있는지는 길잡이 스킬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한 키 작은 사내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양손의 권총 방아쇠를 동시에 당겼다. 목표는 사각방패의 정중앙이었다.
타탕- 따당!
사내는 사각방패로 몸을 가렸다. 방패 정중앙에 정확히 불꽃이 튀었다.
‘좋아.’
내가 노리는 게 방패라는 걸 놈은 모른다. 내 총탄의 위력이 강화되었다는 사실도 감지 못한 기색이었다.
스킬과 평소 습관에 의존한 안일한 전투 패턴.
역시 유리한 건 내 쪽이었다.
타타타탕-
계속 권총을 난사하며 사각방패의 정중앙을 맞췄다.
사내는 철옹성 같은 사각방패를 앞세우며 내게 접근해 장검을 휘두르는 패턴을 반복했다.
천천히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포지션 싸움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내게는 별 효과 없다.
엘프들과의 술래잡기로 움직임이 굉장히 자유로워진 나였다.
나는 등 뒤에 있는 나무를 박차고 뛰어올라 권총을 쏘았다.
이어서 공중제비를 돌며 또 사격.
왼발로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리며 다시 사격.
타타타탕-
사각방패에 불꽃이 난무했다.
탄약보정 스킬과 정령들의 힘이 가미된 탄환이 어김없이 정중앙에 적중된다.
착지한 뒤에 사내가 휘두르는 장검을 피해 땅을 굴렀다.
구르면서 사내의 얼굴을 향해 절묘하게 총을 쐈지만, 사각방패가 놀라운 스피드로 날아와 막아냈다.
사내가 거꾸로 고쳐 쥔 장검으로 나를 내리찍었다.
‘빈틈!’
그 순간 나는 재빨리 두 다리를 움직였다.
한 발로 장검을 옆으로 걷어차고, 다른 발로 오른팔을 휘감았다. 그리고 왼손은 권총을 버리고 손목을 낚아챘다.
즉흥적으로 처음 시도해 본 암 바였는데 놀랄 정도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운동신경이 상급 1레벨이 된 효과였다.
사내는 당황했다.
난 그대로 사내를 당기며 오른손의 권총으로 쏘았다.
타앙- 땅!
사각방패가 절묘하게 총탄을 가로막는다.
나는 암 바에 바짝 힘을 가해 사내를 압박하며 오른손의 닐슨 H2 방아쇠를 계속 당겼다.
타앙! 타앙! 탕! 탕!
사각방패를 미친 듯이 가격하는 총탄.
총알이 바닥나자 리로드 스킬에 의하여 자동으로 재장전 되었다.
사내의 팔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육체연성이랬나?
그런 메인스킬일 거라고 했는데, 과연 육체가 강철 같았다.
하지만 포지션은 내가 유리했다.
어정쩡하게 선 채로 암 바에 걸린 사내에게 보다 큰 피로가 강요된다.
난 계속 사내의 체력을 빼놓으며 오른손의 권총을 마구 쏠 뿐이었다.
그런데, 사내도 아레나 경력이 아예 헛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크아아!”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지르더니,
부웅!
그대로 나를 향해 온몸을 던졌다. 날 깔아뭉갤 작정이다!
덩치는 작아도 육중한 갑옷으로 무장한 채라 깔리면 내 쪽이 위험했다.
나는 암 바를 풀고 하반신을 튕겨 뒤로 굴렀다.
구르면서 버렸던 권총을 주워 들었다.
쿠웅!
간발의 차이로 내가 있던 자리를 온몸으로 뭉개는 사내.
나는 쌍권총으로 투구를 쓴 사내의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따당!
어김없이 사각방패가 순간이동처럼 나타나 차단했다.
상체를 일으키며 다시 사격, 완전히 일어서며 또 사격,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며 연사.
나는 두 자루의 권총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쉴 틈 없이 총탄을 갈겼다.
리로드 스킬이 큰 도움이 됐다.
재장전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일 없이 부드럽게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사내 역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틀린 판단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가공간에 쌓여 있는 총알이 완전히 바닥나거나, 정령술의 소환 시간이 소진될 테니까.
하지만 나 역시 노리는 바가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네 방패도 결국은 부서질 거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사내가 스페어로 방패 하나를 더 갖추지 않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방패가 박살 난 직후, 새 방패로 교체하는 순간에 빈틈은 생긴다.
‘넌 이미 한 번 내 총에 맞아봤지.’
처음 내가 쏜 권총에 맞았을 때 사내는 상처 하나 없었다.
때문에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권총 몇 발 맞아도 안 죽는다는 자신감이 머릿속에 깔려 있을 거다. 하물며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까지 했으니까.
때문에 빈틈은 생길 것이다.
딱 한 번의 찬스!
‘널 죽여서 카르마를 먹고 말 거다.’
다시는 중국 시험자들이 나를 노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때, 내 주머니에서 지갑에서 꺼내 놨던 체크카드가 꺼내져 바람에 날아갔다.
실프가 날린 것이다.
‘차지혜가 온 모양이네.’
택시비타령을 하는 걸 보면 혼자 온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혼자 온 걸까? 이건 시험자의 싸움인데.
잠시 의문이 스쳤지만, 어쨌든 나는 계속 싸움을 이어나갔다.
마침내 조짐이 보였다.
사각방패가 총탄을 튕겨내는 소리가 방금 전까지와 미세하게 달랐다.
이때다 싶어 나는 쌍권총을 계속 휘갈겼다.
정중앙, 정중앙!
콰지직!
완벽한 중심점이 파괴되자 사각방패가 산산조각이 났다.
“……?!”
사내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스쳤다.
나는 즉시 사내의 얼굴을 노리고 쐈다.
권총의 총구가 겨눠지는 걸 본 순간, 사내는 고개를 숙였다.
따앙! 땅!
총탄에 맞은 반동으로 투구가 날아갔다.
‘좋아, 또 한 발!’
사내는 양팔을 교차해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타탕-
총탄에 맞은 양팔에서 피가 튀었다.
“크아악!”
양팔에 총탄이 틀어박힌 고통에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아까와 달리 총탄이 몸이 박히는 것이다.
물론 사내의 육체는 역시 강했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는데 말이다.
타탕-
“크윽!”
또다시 팔에 적중되는 총탄. 사내는 끝까지 가드를 내리지 않았다.
사내가 뭐라고 외치더니, 또 다른 사각방패가 나타났다.
‘제길!’
끝내 새 방패를 꺼내 들었다.
사내는 새 사각방패로 총격을 막아내면서, 다른 손의 장검을 땅에 내려놓더니 아이템백을 소환했다.
타타탕-
총탄을 보지도 않고 블록 스킬로 막으면서 아이템백에서 힐링포션을 꺼낸다. 뚜껑을 따고 다친 양팔에 붓는다.
상처가 아물고 탄환이 빠져나와 땅에 떨어진다.
부상을 치료한 사내는 아까보다 더욱 분노 어린 시선으로 날 노려본다.
‘이것도 실패야. 이젠 물러나는 수밖에 없나?’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내 모든 공격 수단을 사내가 인지하고 있다.
무언가 색다른 방식의 공격으로 기습하지 못하면…….
그때였다.
좌측 수풀에서 한 인영(人影)이 불쑥 튀어나왔다.
새처럼 도약하여 사내에게 날아든 인영은 양쪽 허리춤에서 초승달처럼 이기하게 꺾인 두 자루의 곡도를 꺼냈다.
칼집에서 꺼내짐과 동시에 쌍곡도가 번개같이 휘둘러진다. 쌍곡도의 날에서 미묘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불시에 이루어진 기습.
사내는 인영을 보지 못했다.
촤아아악!
“끄아아악!”
사내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사각방패를 들고 있던 왼팔이 통째로 잘려져 땅에 떨어졌다.
동시에 인영은 날렵하게 한 바퀴 구르고 일어섰다.
나는 불시에 출현한 인물의 정체를 보고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합니까?”
차지혜였다.
그녀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쌍권총으로 마구 난사했다.
퍼퍼퍼퍽!
“끄아악!”
왼팔과 함께 방패도 떨어뜨린 사내는 무방비로 총탄에 마구 맞았다.
사내는 오른손으로 떨어진 방패를 주우려 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타탕-
투구가 벗겨진 머리에서 두 개의 붉은 구멍이 뚫렸다.
쿠웅!
방패를 줍던 자세 그대로 사내는 쓰러졌다.
눈을 부릅뜬 채로 숨을 거두었다.
스르릉-
차지혜는 쌍곡도를 칼집에 집어넣으며 날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예? 아, 예…….”
차지혜?
방금 그게 차지혜가 한 공격이라고?
어떻게 저토록 절묘한 기습을 했지? 육체연성을 익힌 사내의 팔을 자를 정도로 강력한 일격을 말이다!
방금 쌍곡도의 날에서 보였던 푸른빛은 분명 오러였다.
“시험자였던 건 아니고…… 언제 죽었던 거예요?”
“문자를 드렸던 날 밤에 죽었습니다.”
“예? 그거 혹시 저 때문에…….”
“일단은 시체들부터 정리하고 이곳을 뜨죠.”
“아, 예.”
우리는 뚱뚱한 사내의 시체까지 끌고 와 땅에 파묻었다.
실프를 시켜서 구덩이를 팠는데, 이럴 땐 땅의 정령이 있으면 편했겠다 싶었다.
매장하는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내게 문자를 보냈던 건 불과 열흘쯤 전이었다.
그때 시험자가 되었다면 지금쯤 끽해야 2회차를 막 끝마친 시험자여야 했다.
그러나 아까 보여준 차지혜의 놀라운 무위는 결코 2회차 시험자의 것이 아니었다.
“아까 칼에 보였던 푸른빛은 오러였죠?”
“물론입니다. 오러 컨트롤이 중급 이상 되면 오러를 외부로 발출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아레나에서는 오러 엑스퍼트라 부릅니다.”
‘중급?!’
나는 놀라 물었다.
“어떻게 메인스킬을 벌써 중급까지 올리신 거예요? 저도 이제 간신히 정령술 중급 1레벨이 됐는데!”
“저도 중급 1레벨입니다.”
“대체 몇 회차세요?”
내 물음에 차지혜가 답했다.
“6회차입니다.”
“말도 안 돼!”
“저는 김현호 씨를 다시 보는 게 15년만입니다.”
“……?!”
놀란 내게 차지혜가 말했다.
“가죠.”
“예? 아, 그러죠.”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차지혜와 함께 움직였다.
“전 죽은 걸로 되어 있습니다. 당분간 조용히 숨어 지낼 곳이 필요한데, 김현호 씨 댁에서 신세를 져도 되겠습니까?”
“……네?”
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차지혜가 말했다.
“전 가진 돈이 전혀 없습니다. 제 시체를 바다에 수장시키면서 중국인들이 지갑도 차도 전부 훔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고생 좀 했지요.”
“그, 그럼 호텔이라도 잡아드리면…….”
“함께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만.”
“하지만 전 같이 사는 여자가…….”
“확실하게 노려지고 있으면서도 애인분과 동거를 계속하시겠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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