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01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01화
한만영 회장의 치료는 예정대로 20일째에 종료하였다. 박진성 회장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 정도면 넉넉할 터였다.
한만영 회장도 완쾌가 되었는지 그쪽에서 불만사항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제 나에게 중요한 일은 누구를 치료하는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
중국인 시험자들이 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수를 쓸지도 모르므로, 일단 박진성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 가족의 안전을 부탁드립니다.”
-이 실장에게 말해놓지.
제3비서실의 이정식 실장과 통화하니 엄마, 누나, 현지에게 한 명씩 사람을 붙여서 감시하겠다고 얘기를 들었다.
혹시나 가족들에게 어떤 음해가 가해질 경우 즉각 내가 알려주고 따로 진성그룹과 계약이 된 시험자들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이 정도가 최선이지.’
할 수 있는 조치는 여기까지였다. 이후는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문제다.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중국 놈들은 내가 6회차밖에 안 된 시험자라고 얕보고 있을 터.
하지만 난 중급 정령술에 비상식적으로 강화된 총기류 사격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만하면 웬만한 중견급 시험자는 충분히 격퇴할 수 있었다.
불시에 습격당하지만 않는다면, 미리 대비하고 반격한다면 거꾸로 내가 타락한 시험자들을 잡아먹을 수 있다.
외출을 할 때면 항상 실프를 소환해 보이지 않게 해놓았다.
실프는 늘 사방을 감시하며 나를 일정 시간 이상 응시하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나 확인했다.
‘내 쪽에서 먼저 확인만 하면 훨씬 유리해.’
나는 저격이 가능하니까.
먼저 발견만 한다면 거꾸로 내가 한 명을 잡아먹고 싸움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점을 노리고서 나는 의도적으로 매일 저녁 외출을 했다.
놈들이 보다 용이하게 접근해 올 수 있도록 어두운 시간에 인적 드문 곳을 다녔다.
***
“이렇게 조심스럽게 나설 필요가 있나 싶군.”
“조용히 처리하려면 어쩔 수 없지.”
두 명의 중년 사내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은 그들은 길 건너편의 큰 오피스텔 건물 현관을 주시하고 있었다.
“잡음 없이 처리하지 않으면 이쪽이 곤란해. 여긴 중국이 아니거든.”
중국인 시험자는 돈벌이를 위해 온갖 짓을 하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들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곳도 중국뿐이었다.
중국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그들은 시험자의 신분을 숨긴 채 조용히 다녀야 했다.
왜냐하면 타국의 시험자들에게 그들 같은 타락한 시험자는 좋은 카르마 사냥감이었기 때문이다.
타락한 시험자를 죽이면, 그 타락한 시험자의 마이너스 카르마가 고스란히 플러스가 되어 돌아온다.
적어도 시험 한두 번 클리어한 만큼의 카르마를 얻을 수 있다!
시험자들에게 이처럼 군침 도는 사냥감은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중국 시험자들은 되도록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 다녔다.
아예 타국에 발을 잘 들이지 않는 편.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이번 타깃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했다.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한…….
“그렇다곤 해도 상대는 고작 6회차 아냐?”
“그러니까 우리 둘이 온 거지. 죽이지 않고 제압한 다음에 밀항으로 한국을 빠져나가야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
“그도 그렇군.”
“방심해서는 안 돼. 정령술에 총까지 다루니까.”
“그깟 총.”
키 작고 마른 체격을 한 시험자는 피식 웃었다.
뱃살이 많이 나온 시험자는 그런 그를 타박했다.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정령술을 응용한 사격술로 명중률이 100%라고 했다. 넌 걱정이 없겠지만 나는 조심해야 한다고.”
그들은 아레나에서 한 팀으로 활동하는 사이였다.
2회차부터 함께 시험을 클리어해 나갔고, 팀원들 중에서 둘만이 생존한 지금은 더욱 호흡이 척척 맞고 있었다.
“평소 작전대로 가면 되잖아. 내가 대놓고 미행하면서 주의를 끌 테니 그 틈에 네가 몰래 접근해서 끝내.”
“죽이지 않는 것도 일이군. 쓸 수 있는 독도 한정되어 있어.”
그들이 죽지 않고 21회차까지 생존한 비결은 각자 특화된 강점 덕분이었다.
키 작은 시험자는 강철 같은 육체와 방어 능력.
뚱뚱한 시험자는 기척을 없앤 움직임과 독을 이용한 암살 능력.
때문에 다른 팀원들이 모두 죽었어도 두 사람만은 끝내 살아남아 베테랑이 된 것이다.
물론 17회차 이후로는 시험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21회차까지 생존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왔다.”
뚱뚱한 시험자가 말했다.
창밖을 보니 정말로 오피스텔 건물 현관 밖으로 그들의 타깃이 나왔다. 한국의 6회차 시험자 김현호였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좋군. 우리도 가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에서 나와 멀찍이서 김현호의 뒤를 밟았다.
***
‘나타났군.’
실프가 두 명의 존재를 파악했다. 실프는 교감을 통해 두 사내의 이미지를 나에게 전했다.
중급 정령술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 교감(交感)이었다.
마치 메신저로 이미지 파일을 보내주듯이, 간단한 장면을 내 머리로 직접 전달해 주는 게 가능한 것이다.
예전에 베테랑 엘프 전사 콥이 자신의 실프와 보여주었던 교감 능력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난 아직 중급 1레벨에 불과해서 그런지 콥처럼 자유자재로 실프와 교감을 나누는 건 불가능했다.
정령들만 나에게 이미지를 보낼 뿐, 나는 정령들에게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레벨이 오르면 콥처럼 능숙해지겠지 싶었다.
아무튼 두 중년 사내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다. 짧은 머리 스타일도 생김새도 옷차림도 영락없는 중국인이었다.
‘싸우기 좋은 장소로 유인해야겠다.’
싸우기 좋은 장소는 단연 산이다.
나는 줄곧 숲과 산에서 시험을 치러왔기에 그 편이 지리적으로 익숙했다.
게다가 도심보다 산이 더 자연의 힘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았다.
“원미산으로 가주세요.”
“도서관에서 내려드릴까요?”
“네.”
“알겠습니다.”
택시 기사는 기운차게 대답하며 출발했다.
실프는 택시를 타는 두 중년 사내의 이미지를 나에게 보내왔다. 역시 쫓아오는군.
15분쯤 갔을까. 원미산 중턱의 시립도서관 앞에서 내렸다.
그 길로 산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뒤늦게 도착한 택시에서 두 중년 사내가 내리는 게 보였다.
‘너무 대놓고 움직이는데.’
조심성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안일하다.
2 대 1임에도 내가 싸움을 결심한 이유도 저 태도 때문이었다.
내가 오피스텔에서 나오니까 맞은편 카페에서 어기적거리며 기어 나오는 꼬락서니라니.
‘타락한 시험자다.’
시험을 클리어하는 시험자라면 긴장과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시험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마정 벌이에 골몰한 지 꽤 된 자들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꽤 많은 회차를 겪었기에 6회차밖에 안 된 나를 얕보는 것이고 말이다.
이건 기회였다.
‘전부 잡아먹고 카르마를 얻겠어.’
타락한 시험자의 마이너스 카르마는 고스란히 나의 플러스 카르마로 돌아온다.
대량의 카르마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감시하던 실프가 한 이미지를 보내왔다.
내 뒤를 따라 산길을 따라 올라오는 키 작은 사내.
그리고 왼쪽으로 우회하여 산속으로 들어가는 뚱뚱한 사내.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전술 패턴을 짐작할 수 있었다.
‘키 작은 놈이 내 주의를 끌고, 결정타를 날리는 쪽은 저 배 나온 아저씨라는 뜻이군.’
겉보기와 달리 방어력에 자신이 있는 쪽은 키 작은 사내인 모양이었다.
내가 총을 쓴다는 걸 알면서도 태연자약하게 쫓아온다. 총격을 받아도 무사할 자신이 있다는 뜻!
‘육체가 강철처럼 단단하거나 그런 유형일 거야.’
반대로 뚱뚱한 사내는 기습 공격에 특화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 두 사내는 언제나 이런 패턴으로 마정 사냥을 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노려야 하는 쪽은 뚱뚱한 아저씨다.’
키 작은 사내와 달리 뚱뚱한 쪽은 총에 맞으면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저녁노을이 드리운 시간이라 그런지 원미산의 산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슬슬 싸워도 될 것 같았다.
“실프, 카사.”
-냐앙.
-멍!
실프와 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모신나강을 소환하여 실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우선 내가 먼저 저 키 작은 놈을 공격할 거야. 그럼 뚱뚱한 쪽이 그 틈을 노려 내게 접근하겠지. 그때 너희가 저격을 하도록 해.”
고개를 끄덕인 정령들이 산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닐슨 H2 2정을 양손에 쥐고 산길을 따라 올라오는 키 작은 사내를 노려보았다.
‘간다!’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나는 키 작은 사내가 가까이 접근하자 곧장 뛰쳐나가 쌍권총을 겨누었다.
“……!”
타탕-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10m 이내. 사격 스킬에 의해 명중률 100%가 적용되는 거리였다.
“큭!”
키 작은 사내는 총탄에 맞고 비틀거렸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예상대로 그는 총탄에 맞아도 버틸 정도로 육체가 강력했던 것이다.
그는 양손을 뻗으며 중국어로 뭐라고 지껄였다. 그러자 커다란 사각방패와 장검이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팟!
장갑, 투구, 갑옷, 부츠. 온통 금속으로 이루어진 중무장! 거기에 상체를 전부 다 가리고도 남는 사각방패.
완전히 철통같은 방어력에 특화시킨 모습이었다. 아마 방어력을 더 상승시키는 스킬 몇 가지도 보유하고 있을 터.
‘역시 이쪽은 빨리 끝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쪽은 그 뚱뚱한 사내였다.
키 작은 사내는 씨익 웃더니 나에게 덤벼들었다.
부웅!
수직으로 휘둘러지는 장검.
그냥 평범한 공격이었다. 나는 손쉽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피했다.
계속해서 다가오며 장검을 휘둘러왔지만, 나는 좌우로 날렵하게 움직이며 피했다.
‘이것뿐인가?’
생각보다 형편없는 공격이라 나는 도리어 당황했다.
나는 쌍권총으로 이마와 좌측 어깨를 노리고 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타탕- 따앙, 땅!
사각방패가 초고속으로 움직이며 총탄 두 발을 튕겨내 버린 것이다.
‘뭐야, 저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인 사각방패.
‘스킬이구나.’
아마 방패를 다루는 어떤 스킬일 것이다.
명중률 100%인 내 사격 스킬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방어력 100%의 방패 방어 스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어력 100%는 말도 안 된다. 그게 가능하면 저 사내는 천하무적이라는 뜻이다.
분명 뭔가 조건이 있을 것이다.
일단은 계속 총을 쏘며 공격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사각방패가 거의 순간이동처럼 움직이며 총탄을 튕겨낸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실프가 어떤 이미지를 교감으로 보내왔다.
뚱뚱한 사내가 내 등을 노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와 동시에,
“차하!”
파앗!
등 뒤에서 뚱뚱한 사내가 튀어나와 나를 덮쳤다.
실프가 미리 경고를 보내왔기에 나는 좌측으로 몸을 날렸다.
뚱뚱한 사내가 양손을 뻗자 녹색의 뿌연 연기가 나를 덮쳤다.
동시에, 뚱뚱한 사내의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실프와 카사가 저격한 것이었다.
‘성공이다!’
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녹색 연기를 들이마신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고통이 엄습한 것이다.
목이 탈 것 같은 고통!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했을 때가 무심코 떠올랐다.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