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93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93화
남은 시간 동안 나는 생명의 불꽃을 만들고 바이올린을 켜며 한가롭게 보냈다.
생명의 불꽃 2개는 단풍나무 마을과 측백나무 마을에 보내졌는데, 덕분에 나무들이 잘 자라서 두 마을 모두 만족을 표했다.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을 6권까지 돌파하자 운동신경의 스킬 레벨이 드디어 한 단계 더 올랐다.
-운동신경(합성스킬):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 향상됩니다.
*중급 3레벨: 몸을 쓰는 모든 일에 천재적인 오성을 발휘합니다.
레벨이 하나 더 오르니 갑자기 바이올린 켜는 솜씨도 확 늘었다.
나날이 유려해지는 나의 연주 솜씨에 엘프 관객들은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시험의 제한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또 하나의 기쁜 성과가 나타났다.
-정령술(메인스킬): 정령을 소환하여 대자연의 힘을 발휘합니다.
*소환 가능한 정령: 실프, 카사
*초급 7레벨: 소환 시간 3시간 30분
생명의 나무 위에서 지내다 보니 정령술이 또다시 성장을 한 것!
‘이번에는 1년 만에 간신히 올랐네.’
다음 레벨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 생명의 나무를 통해 공짜로 정령술의 레벨을 올리는 건 불가능할 듯했다.
다음 7회차에서도 엘프들과 몇 년씩 지내는 한가한 시험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음 회차에서는 엘프들과 작별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의 시험의 흐름을 쭉 살펴보면, 맥락상 다음 시험은 그 흑마법사들과 관련된 것일 게 틀림없었다.
‘이름이 존 오멘토라고 했던가?’
어떤 조직에 속한 인물이었다.
즉, 음모를 꾸미고 있는 정체불명의 수상한 집단이 있는 것이다.
다행히 네크로맨서 존 오멘토와 만나봤으니, 길잡이 스킬을 통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여기에 계속 눌러 앉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제한 시간이 끝나갈수록 나는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16
-카르마(Karma): 0
-시험(Mission): 갈색산맥의 엘프를 지켜라. (달성)
-제한 시간(Time limit): 31초
파앗!
제한 시간이 끝나자 눈앞에 시험의 문이 나타났다.
‘드디어 끝이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민정이부터 봐야지. 이 팔팔한 육체를 갖고 장장 12개월간 굶주렸거든!
잽싸게 시험의 문을 열고 통과하자, 아기 천사가 날 맞이했다.
“오늘은 나팔 안 불어?”
“발정 난 남자를 나팔 불고 맞이하는 취미는 없어요.”
“현명하군. 그럼 시험 결과부터 봐야지? 석판 소환.”
-성명(Name): 김현호
-클래스(Class): 21
-카르마(Karma): +5,100
-시험(Mission): 다음 시험까지 휴식을 취하라.
-제한 시간(Time limit): 100일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야, 이거 확실해? 오류 난 거 아니지?”
“오류는 시험자 김현호의 활약 자체가 오류 급이죠.”
“우와-! 아자!!”
나는 양팔을 뻗으며 환호했다.
저 무시무시한 양의 카르마를 봐라! 16에서 21로 껑충 뛴 클래스를 봐라!
6회차에서 내가 이룬 업적이 저 정도였다!
이번 시험도 별다른 고생은 하지 않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엘프들을 지키라고 했더니 오히려 부흥시켰잖아요. 엘프 마을 3개를 더 만들다니, 엄청난 잔머리였다고요.”
“역시 난 대단해.”
“거기에 울펜부르크 백작가와 우호도 맺고, 실버 씨족까지 섬멸시켜 후환을 없앴죠. 그 모든 업적을 통틀면 사실 이보다 더 받아도 될 정도예요.”
“그럼 더 줘.”
난 뻔뻔스럽게 말했다.
“우와, 진짜 뻔뻔하네요. 근데 제가 말씀드렸죠?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평가에 가산된다고요.”
“내가 노력을 안 했단 뜻이야?”
“그럼 했어요?”
“……나름은.”
“거짓말 마세요. 그리고 정령술도 오르는 등 이득을 많이 보셨으니 그 정도로 만족하세요. 사실 오딘 같은 시험자도 한 번 클리어로 그만한 카르마를 받기는 힘들 정도라고요.”
“그래?”
“자자, 볼일이 끝나셨으면 빨리빨리 돌아가세요. 발정 난 남자와 마주하고 있으니까 임신할 것 같단 말이에요.”
“그딴 개드립은 그 조그만 번데기부터 떼어내고 하시지?”
나는 다시 한 번 나타난 시험의 문을 통과하였다.
***
오전 11시.
나는 시험 전에 묵었던 호텔방에서 깨어났다.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두 통 와 있었다.
[귀요미 아내♡: 여기는 좋은 아침~!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올게요!]
[귀요미 아내♡: 히잉…… 답장도 없고 ㅠㅠ 비행기라 그런가? ㅠㅠ]
민정은 내가 외국에 출장 갔다가 오늘 오전에 돌아오는 줄로 알고 있었다.
이제 답장을 보내야겠군.
[나: 지금 인천공항 도착. 보고 싶다.]
지금쯤 회사에서 일할 텐데 답장이 몇 초 만에 왔다.
[귀요미 아내♡: 저도요 ㅠㅠ]
[나: 어디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폰을 만져? 일 안 하지?]
[귀요미 아내♡: (삐친 이모티콘) 흥, 잠깐 쉬고 있는 거예요.]
[나: ㅇㅇ 열심히 일해.]
[귀요미 아내♡: 말이라도 책임져줄 테니 때려치우라고 안 해줄 거예요?]
얘가 또 은근슬쩍 시작이네.
나는 적절한 답장을 보냈다.
[나: 凸]
[귀요미 아내♡: (우는 이모티콘) 미워!!]
[나: 나도 사랑해.]
[귀요미 아내♡: 이씨, 밉다고요!]
[나: 나도 사랑한다니까.]
[귀요미 아내♡: 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시답잖은 메시지를 주고받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귀요미 아내♡: 근데 오빠 저 오늘은 늦어요.]
[나: …….]
[귀요미 아내♡: 요리학원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랑 모이기로 했거든요. 혹시 오빠도 갈래요?]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 난 피곤해서 못 가겠다. 잘 다녀와.]
[귀요미 아내♡: 정말 미안요! 대신 밤에 돌아가서 ♥ 알죠? ♥♥]
[나: 밤 10시 넘기면 진심 삐친다.]
[귀요미 아내♡: 잉 11시까지 봐주세요.]
[나: 네 마음대로 해.]
[귀요미 아내♡: 아이잉 ㅠㅠ]
민정은 온갖 이모티콘을 보내며 애교를 떨었다.
이만 용서해 줄까 싶을 때였다.
[귀요미 아내♡: 대신 원하는 거 뭐든지 들어드릴게요.]
[나: 뭐든지?]
[귀요미 아내♡: 네 뭐든지 ♥]
[나: 분명히 뭐든지 라고 했다?]
[귀요미 아내♡: 네 ㅠㅠ]
화가 아주아주 말끔하게 풀어진다.
[나: 실컷 놀다 오렴. 아니다, 올 때 데리러 갈까?]
[귀요미 아내♡: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어! 대체 뭘 시키려고 그래요 ㅠㅠ]
[나: 별거 아냐. 내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할 때가 왔을 뿐이지.]
[귀요미 아내♡: ㅋㅋㅋㅋㅋㅋ 또 그 소리 ㅋㅋㅋㅋ]
휘파람을 불며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시험 성적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끝내주는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서는 본격적으로 카르마 보상을 어떻게 받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모든 스킬을 보여줘.”
-시험자 김현호가 습득한 모든 스킬을 보여드립니다.
-메인스킬: 정령술(초급 7레벨).
-보조스킬: 체력보정(중급 5레벨), 길잡이(초급 1레벨), 순간이동(초급 4레벨).
-특수스킬: 스킬합성.
-합성스킬: 바람의 가호(초급 5레벨), 불꽃의 가호(초급 1레벨), 운동신경(중급 3레벨), 생명의 불꽃(중급 2레벨), 투과(초급 1레벨), 가공간(초급 4레벨), 사격(초급 1레벨).
-잔여 카르마: +5,100
“정령술을 중급 1레벨까지 올리려면 얼마나 필요하지?”
이번에 내가 가장 중시 여기게 된 정령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내 물음에 석판의 글씨가 꿈틀거리며 변했다.
-정령술(메인스킬)을 중급 1레벨로 올리는 데 필요한 카르마를 보여드립니다.
-정령술(메인스킬): 중급 정령술을 소환하여 대자연의 힘을 발휘하며, 주변 자연의 기운을 받아 육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소환 가능한 정령: 실프, 카사
*중급 1레벨: 소환 시간 5시간
-중급 1레벨까지 올리는 데 5,100카르마가 소모됩니다.
-잔여 카르마: +5,100
‘귀신이냐.’
내가 5,100카르마 갖고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역시 메인스킬이라 그런지 중급 1레벨까지 올리는 데 대량의 카르마가 소모된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령을 소환하지 않아도 자연의 힘으로 육체 능력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데릭이 어째서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는지 다 설명되네.’
어째서 생명의 나무를 잃으면 엘프들이 약해지는지도 이걸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연의 힘으로 강화되는 육체 능력.
바로 그 엘프들의 특성이 중급 정령술을 얻으면 나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바람의 가호.
불꽃의 가호.
이 두 스킬도 정령술의 영향을 받는다. 정령술이 중급 1레벨이 되면, 두 스킬의 위력도 강화되는 것이다.
‘운동신경을 올려보는 건 어떨까?’
요번 6회차 시험을 보면서 1년 내내 바이올린 연습을 했는데, 간신히 운동신경을 레벨 하나 올렸다.
앞으로 운동신경은 수련으로 올리기가 매우 빡세질 것 같았다.
‘아, 갈등 때리네!’
나는 머리를 싸쥐고 갈등했다. 올리고 싶은 스킬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욕심을 전부 충족시킬 수는 없는 법.
나는 결정을 내렸다.
“정령술을 중급 1레벨까지 올린다!”
이제 나도 벌써 6회차 시험자. 7회차를 앞두고 있다.
수상한 흑마법사 조직과 충돌하기도 한 이상, 그들과 맞서 싸울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정령술이었다.
‘흑마법과 자연의 힘은 서로 상극이니까.’
지난번에 존 오멘토라는 깡마른 중년 네크로맨서와 싸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5,100카르마로 정령술(메인스킬)을 중급 1레벨까지 올립니다.
파앗!
석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내 몸에 스며들었다.
-잔여 카르마: 0
“에휴.”
0으로 변한 잔여 카르마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월급이 잠시 통장을 스쳐 지나간 월급쟁이의 설움이 바로 이런 거구나.
아무튼 정령술이 중급에 이르자 몸에도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
묘한 기운이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게 자연의 힘인가?’
따스하고 기분 좋은 걸 보니 뭔가 좋은 기운임은 확실했다.
오러 컨트롤을 메인스킬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육체는 현재의 체력보정 중급 5레벨이 한계였지만, 자연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상급 정령술은 오딘이 보여주었던 오러 마스터의 경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거야!’
데릭이 그것을 보여주었다.
상급 정령과 직접 융합되어서 막강한 정령의 능력을 발휘하는 엄청난 기술!
그 정도면 육체적으로는 밀리더라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이점이 있었다.
‘사격에 정령술을 가미하는 방법을 더 연구해 봐야지.’
쉬면서 틈틈이 생각해봐야 할 듯했다. 이번 휴식 시간은 100일이나 되니까 말이다.
[귀요미 아내♡: 참, 김치찌개 해놨으니까 챙겨 드세요.]
메시지를 받고서 비로소 나는 배가 고파왔다.
엘프들이 육식을 안 해서 나까지 1년 내내 채식을 해왔더랬다.
‘고기 좀 많이 들어 있으면 좋겠는데.’
부엌에서 가스레인지에 놓인 김치찌개를 확인해 보았다.
찌개 안에 김치가 반 돼지고기가 반이었다.
[나: 이게 김치찌개야 돼지고기찌개야?]
[귀요미 아내♡: 그래서 불만?]
[나: 매우 훌륭하다.]
[귀요미 아내♡: ㅋㅋㅋ]
밥솥에서 현미밥을 산더미처럼 푸고, 김치찌개와 함께 폭풍 흡입을 시작했다.
1년 만에 먹는 고기! 맛있어서 미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