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98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8화
98화 승전 파티(2)
***
“만약에 말이다. 내가 영주가 된 다음에 네가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윌슨이 넌지시 함께 일했으면 하는 듯 말하고는 말끝을 흐렸다.
코너가 공작가의 자식이라서 그런지 큰 기대 없이 제의 할 수밖에 없는 거다.
허공을 응시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던 코너가, 몇 차례 눈을 깜빡거리다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음… 아버지와 상의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코너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그런 질문에 대답할 수준으로 인정받은 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얻은 게 많다는 건 자신이 잘 안다.
가장 큰 변화는 본인 스스로도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성격이 달라졌다.
그리고 사고(思考)의 폭이 넓어졌다. 눈앞의 상황만 놓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던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뒤에 일어날 일을 고민하고 유추하는 게 몸에 익숙해진 것이다.
‘윌슨이 아니었다면 바뀌지 않았을지도 몰라.’
떨떠름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는 윌슨을 바라보면서 슬그머니 미소 짓는 코너.
이러다가 죽는 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고문에 가까운 구타를 당했던 기억.
몸이 굳어 버리고 말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신비한 능력.
그가 필요로 하는 마법 스크롤을 만들어 주었을 때 보여 주었던 환한 미소와 수고했다면서 어깨를 두들겨 주었을 때 느꼈던 희열.
두려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안겨 주는 존재가 바로 윌슨이었다.
공작가에서 안락한 생활을 이어 갔더라면, 자신은 결코 지금처럼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윌슨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끝이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생겨난다.
함께 전쟁터를 떠도는 동안에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사건들.
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거기에 조금 전 윌슨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의 얘기를 들으니 손이 근질거리는 기분이다.
“자식, 싸나이가 나이 스물이면 자립할 줄도 알아야지. 좀스럽게 아버지 허락을 받아야 뭘 할 수 있는 거냐?”
“큭…….”
입맛을 다시면서 중얼거리는 말에, 코너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거든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됐어 인마, 무리하지 마라. 아버지한테 혼날라.”
“으윽!”
윌슨의 말을 들은 코너가 분하다는 듯 신음을 흘렸다.
비아냥거린다거나 도발하는 듯한 억양은 아니다. 그냥 이해한다는 듯한 느낌의 음성이다.
순순히 영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가 묻어나는 그런 종류의…
그런데 화가 난다.
어쩐지 어린애 취급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
코너 녀석이 씩씩대는 걸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공짜로 고급인력을 데리고 오려고 했던 건 도둑놈 심보였나 보다.
거기에 무려 공작가의 자식이라 영입하는 게 무리수이긴 하다.
반쪽짜리 마법사라고 해도 마나의 축복을 받은 존재는 귀한 인력이라고 했다. 거기에 신분까지 범상치 않으니 쉽게 넘어올 거라곤 기대하지 않긴 했다.
뭐…
아니면 마는 거다.
녀석을 데려가려고 스승이라는 사람까지 주둔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이별 선물 같은 거 없냐? 뭐 이를테면 마법 스크롤 같은 거.”
“…….”
코너 녀석이 입을 헤 벌리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 노골적이었나?
1서클의 마법이 깃든 스크롤만 해도 2~3골드나 한다는 물건이니…
하지만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마법 스크롤과 같은 물건은 쟁여 두면 좋긴 하다.
이번 전투에서도 녀석의 마법 스크롤 덕을 톡톡히 봤으니까.
“그러는 윌슨은요? 저한테 이별 선물 같은 거 없어요?”
“자식이 은근히 계산적이네? 꼭 주고받아야 맛이냐?”
쓰게 웃으면서도 아공간을 열었다.
전투하는 와중에도 전리품은 여력이 될 때마다 챙겨 둔 편이다.
예를 들자면 뱅크스 요새를 침공한 프레하 제국군의 두 번째 사령관을 해치울 땐 제법 비싸 보이는 반지를 챙겼다. 마법사라는 놈을 해치울 때도 작은 구슬이 장식된 목걸이도 하나 챙겼다.
여유가 되니까 비싸 보이는 것만 챙기게 되었다고 할까?
“…….”
쓰바!
진짜 정신없이 지내긴 한 모양이다.
아공간이 엉망이다.
군량을 넣고 다니면서 아공간 바닥에 각종 채소와 하드텍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쓸만한 물건들은 갑옷이 세워진 곳에 던져두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디 보자…
나는 아공간에서 그동안 챙겨 둔 물건 중에서 코너에게 줄 만한 것을 찾아서 꺼내기 시작했다.
“윌슨!”
녀석이 필요로 할 만한 보석류의 물건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코너가 놀란 음성으로 날 부른다.
“응? 왜?”
“그거…….”
놀란 눈으로 나의 손바닥에 올려진 전리품을 가리키는 코너.
“뭐, 이거?”
손바닥 위에는 보석으로 치장된 몇 가지 물건이 있었다.
그중에서 푸른색 보석이 박힌 펜던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리치 녀석의 던전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상태로 얻은 보석류의 물건.
미약하지만 묘한 기운이 풍기는 물건이다.
내게는 딱히 쓸모가 없었지만, 신비한 푸른색을 띠고 있어서 아직도 챙겨 두었을 정도.
펜던트에 박힌 보석이 제법 비싸 보였으니까.
전에 코너 녀석에 선물로 줄까 하다가 말았던 물건이기도 하다.
“네!”
“이건 좀 곤란한데?”
녀석이 탐을 낸다는 걸 깨닫곤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래라는 건 아쉬운 놈이 손해를 보기 마련.
녀석이 가진 마법 스크롤을 최대한 많이 뜯어내려면 일단은 튕기는 게 순서다.
“…그렇겠죠? 정말 멋진 마나 증폭 아티펙트네요.”
입맛을 다시면서 아쉬워하는 코너.
녀석의 반응을 보니 마법사에게는 꽤 중요한 물건인 듯하다.
하긴…
리치 녀석의 던전을 노리던 사람이라면 대단한 실력자였을 터.
그런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허접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다.
좋아!
마법사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 녀석은 포기하고 다른 마법사를 낚을 때 써야겠다.
이 녀석을 제외하곤 언제 다른 마법사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나와 함께 할 마법사한테 줄 물건이거든, 대신에 이걸 주지.”
코너가 원하는 푸른 보석의 펜던트 대신에 프레하 제국의 마법사에게 챙긴 목걸이를 내밀었다.
거래 성립이 안 된다면 푸른색 보석이 박힌 팬던트를 줘야겠지만, 일단은 전리품으로 먼저 딜을 보는 거다.
“가지세요. 저는 또 만들면 되니까. 스크롤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이름을 적어 두었어요.”
코너가 품에서 마법 스크롤 뭉치를 꺼내서 건넨다.
“원래부터 줄 생각이었냐?”
코너는 마법 스크롤에 굳이 마법 이름을 적어 둘 필요가 없다.
나야 마법 스크롤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녀석은 스크롤의 마법 수식을 보면 어떤 종류의 마법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일부러 구분해 두었다는 의미.
“공짜 바라면 대머리 까진다면서요?”
코너가 나의 손에서 목걸이를 챙기고는 피식 웃는다.
“자식… 다음에 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저도요.”
녀석이 손을 내민다.
그런 코너의 뒤로 보석으로 장식된 지팡이를 든 사내가 보인다.
마법 스승이라는 ‘트랭스 반다아크’라는 인물이다.
트랭스의 옆에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마차를 대기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껏 나와 함께 싸웠던 자이언트 기사단도 한데 뒤섞여 있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잘 가라.”
녀석의 손을 마주 잡고서 살짝 힘을 주었다.
어린애 같았던 녀석이 이제는 한 명의 남자가 된 느낌이다.
“네, 윌슨.”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서 돌아서는 코너.
그의 스승이라는 트랭스가 나와 시선을 맞추고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다.
나 역시 약식 군례 화답해 주었다.
내일 출발해도 될 것을 굳이 저녁에 출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모리스 공작의 특명이라나?
서자 출신이라고 차별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녀석이 탄 마차가 엘튼 제국으로 향하는 것을 눈으로 배웅해 주었다.
***
며칠 뒤,
“반짝반짝 닦아라. 알겠냐!”
[네! 단장님!]
신이 나서 대답하는 기사들과 병사들.
녀석들은 지금 몸단장을 하는 중이다. 기사들은 갑옷과 각자의 무기를 빛이 나도록 닦아 대고 있었다.
병사들 역시 몸통을 가리는 흉갑과 각자의 무기를 닦으면서 웃고 있다.
오늘,
나와 부하들은 황성에 갈 예정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황제가 공을 세운 자들을 위로하겠다고 했다.
승전 파티라고 하던가?
물론 트럼벌 요새를 지킬 병력은 남겨 둬야 한다. 하지만 나와 부하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제국 전쟁을 지원하러 왔던 병력이라, 트럼벌 요새에 잔류하지 않는 것이다.
녀석들도 그렇지만 솔직히 나도 기대된다.
작위야 인정을 받았으니 귀족이 되는 건 확정된 상태다. 이제는 영지를 받아 영주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일만 남았다.
전공을 크게 세운 관계로 영지를 받는 걸 기대해 볼 만하다.
만약 황제의 하사품만 받고 영지를 얻지 못한다면…
에이원즈 백작의 밑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고 레이놀드 영지로 돌아갈 순 없잖아?
어쩔 수 없이 빌붙어야 할 거라면 고위 귀족에게 들러붙는 게 낫지.
썩을!
재수 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누가 뭐래도 우리 레이놀드 영지 출신의 병력이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는 건 확실하니까.
게다가 첫 승전 소식을 황제가 직접 들었다고 하니까, 나를 잊지는 않았을 게 확실하다.
“서둘러라! 곧 출발할 시간이다!”
[네!]
트럼벌 요새에 화려한 마차가 들어서는 것을 발견하고 부하 녀석들을 재촉했다.
황제가 직접 보내 준 마차를 타고 갈 사람은 정해져 있다.
당연하게도 난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귀족의 신분인 사람에 한하여 마차가 제공되는 것이다.
부하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갑옷 입는 것을 서로 도와주고 무장을 확인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것이다.
승전 파티는 귀족들만의 것이 아니다.
전공을 세운 자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비록 장소는 다르게 제공 될 지라도 말이다.
트럼벌 요새에서 제도까지는 불과 하루 거리.
지금 출발한다면 천천히 행군한다고 해도 날이 저물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승전 파티의 참석자는 대열을 갖춰라!>
드디어 기다리던 듀카스 백작의 음성이 트럼벌 요새에 울려 퍼졌다.
대열을 모두 갖추고 서자, 레이놀드 출신의 병력이 가장 많았다. 나머지 귀족들은 최소한의 병력만 데리고 황성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영주가 직접 이끌고 오지 않은 병력 중에서 우리만 유일하게 전공을 세운 셈이다.
***
황성.
나와 부하들이 황성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예상했던 것처럼 해가 저물어가기 직전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장님, 애들이 맛이 갔습니다.”
곁에서 전투마를 몰고 쫓아오는 시안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한껏 들떠 있던 출반 전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부하들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광을 내가며 닦았던 흉갑은 먼지가 잔뜩 끼었고, 얼굴과 군복은 땀에 절었다.
쓰러질 정도로 지치지는 않았지만, 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이 부하들의 얼굴에 줄줄 흐른다.
전투마를 타고서 이동하는 기사들이야 피로도가 덜했지만, 두 다리로 이동하느라 지친 게 분명하다.
삼천에 이르는 병력이 황성 앞에 도착했을 때,
<정지!>
우렁찬 명령이 전방에서 튀어나왔다.
약간의 쇳소리가 섞인 것으로 봐서 듀카스 백작의 아들인 데이비드라는 사람일 것이다.
<지휘관급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은 직속상관에게 보고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제시의 쉼터’를 중심으로 모든 숙박 시설과 먹고 마시는 비용은 너희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마음껏 즐기도록!>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고된 행군을 마친 기사와 병사들이 난리가 났다.
‘제시의 쉼터’라는 곳은 기억이 난다.
뱅크스 요새로 출발하기 전에 부하들과 함께 투숙했던 대형 숙박시설을 말하는 거였다.
얼씨구?
부하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 수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전리품을 잔뜩 챙긴 상황.
아마도 오늘…
‘제시의 쉼터’의 지반이 적어도 몇 Cm는 주저앉을 게 분명하다.
여자에 굶주린 부하 놈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뛸 예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