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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90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90화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아라크네는 물론이고 온갖 대형 괴물이 대거 출현했다.
‘놈들이 발악을 하는구나.’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계획이 전부 실패하니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는 식으로 총공격을 해왔으니까.
‘아니면 뭔가 더 꿍꿍이가 있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단순한 놈들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봐라.
전 대륙에서 금지했다는 흑마법을 익힌 놈들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숨어 지내왔을 것이며, 그러면서 얼마나 신중한 성격이 되었을까?
그런 놈들이 아무 생각 없이 총공격?
어쩌면 그 틈을 타서 무언가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생명의 나무?’
당장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굳이 엘프들에게 경고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각 마을마다 베테랑 전사가 두세 명씩 생명의 나무에 배치된 것이다.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생명의 나무이니 당연한 조치였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그냥 마을에 있으면 안 되겠니?”
연장자 어머니가 말렸다.
“우리 그이도 네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한다만, 그래도 넌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야.”
“저도 남자입니다. 모두가 싸우는데 저라고 마을에 숨어 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굳이 싸우지 않아도 킴은 충분히 많은 활약을 했는걸.”
“그래, 우리의 싸움이니 우리의 전사들에게 맡기지 그러니?”
“싸우다 죽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어머니들이 하나같이 나를 걱정하며 말렸다.
내가 말했다.
“염려 마세요. 저 역시 제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안 좋다 싶으면 도망치겠습니다.”
연장자 어머니는 더는 날 말리지 못하고 수락했다,.
“그럼 부디 조심하렴.”
“네.”
나는 격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싸움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놈들은 북서, 서, 남서 방면에서 침공해 왔다.
북서는 단풍나무 마을, 남서는 소나무 마을, 그리고 서쪽은 우리 느티나무 마을이 맡고 있었다.
물론 단풍나무 마을처럼 전력상 불리한 곳에는 느티나무 마을의 전사들이 원조를 갔다.
나는 데릭이 싸우는 서쪽으로 갔다.
느티나무 마을의 전사들의 활약이 아주 두드러졌다.
베테랑뿐만이 아니라 젊은 전사들도 움직임이 대단했다.
파앗!
순식간에 나무에 올라 화살을 쏘고, 두 발로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한 방 더 쏜다.
촤악! ㅤㅊㅘㄱ!
“끼익!”
“끼릭!”
아라크네들이 화살에 맞고 비틀거린다.
한 아라크네가 거미줄을 쏘았지만, 젊은 남성 엘프는 재빨리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피했다.
‘헐, 술래잡기의 효과다!’
그랬다.
생명의 나무를 누비며 잡히지 않으려고 재빨리 몸을 내빼는 술래잡기의 효과가 여기서 나타나고 있었다.
술래잡기 훈련은 효과가 아주 확실했던 것이다!
‘그럼 나도 수련의 효과를 봐야지!’
실프와 카사를 응용해 위력을 극대화한 사격술!
우선은 모신나강을 소환했다.
“실프, 카사, 알지?”
-냥!
-멍멍!
실프와 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프는 모신나강을 들고 장전한 뒤에 사격 자세를 잡았다. 그 곁에 카사도 함께 나란히 섰다.
사진을 찍으면 차지혜가 좋아 기절할 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두 정령의 힘으로 강화된 모신나강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타앙-
“끽!”
아라크네가 탄환에 눈을 관통당해 그대로 픽 주저앉았다.
탕!
“크엑!”
또 한 발은 초록색 피부를 가진 거대한 괴물의 목에 적중되었다. 녹색 괴물은 목에서 꾸역꾸역 피를 뿜었다.
도감에서 본 적이 있는 저 괴물의 이름은 바로 트롤.
총이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던 그 트롤이 모신나강에 저격당해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난 강해졌다!’
짜릿한 희열감이 느껴졌다.
총이 통하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고 했던 트롤이 총에 맞고 비틀거린다.
탕-
“꾸엑!”
실프가 한 발 더 쏘자 다시 목을 적중 당했다. 가차 없는 실프의 일격에 트롤은 풀썩 쓰러져 버렸다.
이제 트롤을 단숨에 보내 버릴 정도로 나는 강해진 것이었다.
총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령술로 더 강한 공격력을 갖추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앞으로의 시험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된다.
정령들이 모신나강으로 하나하나 저격해 나가는 동안, 나는 쌍권총을 들고 가까이 접근한 괴물들을 상대했다.
“시익-.”
“시이익-.”
“식-.”
방울뱀처럼 기이한 소리를 내는 이 괴물들은 리자드맨이었다.
사람과 비슷한 키에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다.
팔다리가 있고 인간처럼 직립보행을 하지만 지성체보다는 파충류 짐승에 더 가까운 괴물이었다.
무기는 날카로운 손톱.
비늘이 단단해서 권총으로 큰 피해를 못 줄 것 같았지만, 다행히 복부 쪽은 상대적으로 연해서 총이 들었다.
나는 집중적으로 복부를 노리고 쌍권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탕-
“시익!”
“쉬이익!”
두 마리의 리자드맨이 쓰러졌다.
뒤따르는 리자드맨들은 겁도 없이 밀려든다. 앞선 동료가 어떻게 죽었는지 봤지만, 언데드라 그런지 학습 효과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복부를 쏴서 쓰러뜨렸다.
하지만 언데드는 나름의 장점이 있었다.
복부를 피격당해 쓰러졌던 놈들이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선 것.
‘귀찮은데.’
이래서는 총알 낭비였다.
“바람의 가호!”
나는 훌쩍 뛰어올랐다.
풍압이 대지를 힘껏 밀며 내 몸을 공중으로 높이 띄웠다.
나무 위에 오른 나는 즉시 매그넘탄을 가공간에서 꺼내 빈 탄창에 채웠다.
‘죽이는 건 그냥 정령들의 저격에 맡기고 난 피해 다니기만 하자.’
실프와 카사는 원 샷 원 킬로 제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총알이 다 떨어지면 옆에 놓인 탄 박스에서 7.62㎜ 탄을 꺼내 신속하게 재장전하는 실프였다.
그렇게 싸움이 이어지던 때였다.
-네놈이구나.
갑자기 사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육성으로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상한 목소리였다.
“누구냐?”
내가 소리쳤다.
-누구일 것 같나?
별안간, 눈앞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일어났다.
검은 연기는 낡은 로브 차림의 깡마른 중년 사내의 형상이 되었다. 마치 중세 수도사의 행색이 저러할까?
“흑마법사?”
-흐, 정확히는 네크로맨서지. 흑마법도 갈래가 있거든.
깡마른 중년 사내는 히죽 웃어 보였다.
-자네가 바로 엘프들에게 지혜를 빌려준 인간이군. 울펜부르크 백작의 부하인가?
“친구다.”
-흐흐, 그런가? 엘프들에게 지혜를 빌려줬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군.
“이미 알고 왔잖아?”
-역시 똑똑해. 아까운 인재인데. 내 제자로 흑마법에 입문했다면 재능이 있었을 듯한데.
“아쉬울 것 없어. 난 공부 지지리 못해.”
공부 안 하면 배를 굶기는 방식을 쓴다면 또 모르겠다.
-어쨌든, 네놈만큼은 죽어줘야겠다. 최소한 그거라도 건져야 하거든.
“그거라도 건져야 한다? 소속된 조직이 있는 거군.”
-……실수를 했나. 하여간 입이 방정이야. 뭐, 상관없나.
중년 사내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어차피 죽일 거니까.
순간, 중년 사내가 검은 안개가 되어 퍼뜨려졌다.
검은 안개가 나에게 쏟아졌다.
“으왓?!”
놀란 나는 즉시 점프해서 하늘 높이 솟구쳤다. 아직 바람의 가호 효과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안개는 나를 따라 솟구쳐 올랐다.
검은 안개는 다시 중년 사내의 형상이 되었다. 사내는 들고 있는 지팡이로 나를 후려쳤다.
부웅!
“큭!”
가까스로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피했다.
-쳇.
중년 사내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필사적으로 피했더니, 역시 예감이 옳았다.
저렇게 아쉬워하는 걸 보니, 지팡이로 후려치려는 공격은 단순한 타격 같지가 않았다.
‘뭔가의 저주라도 씌인 지팡인가?’
흑마법사이니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나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쌍권총으로 중년 사내를 겨누었다.
타탕-
두 정의 닐슨 H2가 불꽃을 뿜었다. 총탄이 중년 사내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말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맞은 부위가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질 뿐이었다.
흩어진 검은 안개는 다시 원상복귀 되었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나?’
혹시 저거 그냥 환영인가?
‘아니야.’
그러기엔 날 지팡이로 때리려는 움직임이 너무 리얼했어.
-재미있는 무기를 쓰는군.
중년 사내는 킬킬 웃으며 다시 덤벼들었다. 마치 유령처럼 스르륵 날아오는 그를 보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 안개?’
한번 시험해 보자. 바람의 가호의 효력이 다하기 전에.
그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나는 있는 힘껏 공중제비를 돌며 발차기를 날렸다.
파아앗!
반원을 그리는 무용 동작 같은 발차기.
그리고 발에서 바람이 발출되어 중년 사내를 덮쳤다.
-크윽!
중년 사내가 크게 뒤로 밀려났다. 그리 위력이 강한 공격이 아니었음에도 온몸이 절반가량 검은 안개로 흩어질 정도였다.
역시 바람이 통한 건가?
안개라서?
나는 쌍권총을 집어넣고 복싱 동작을 취했다.
써먹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복싱이 시작되었다.
중년 사내에게 연속으로 잽을 날렸다.
권풍이 날아가 중년 사내를 연신 후려쳤다.
퍼퍼펑- 퍼엉!
-큭! 이놈!
그때마다 중년 사내의 몸이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중년 사내는 괴로워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건 대체 뭐냐?
“뭐가?”
-어째서 이런 기운이 발출되는 거냐. 네놈, 설마 정령사인가?
“그런데?”
-제기랄. 역시 그랬나.
그런데 그때, 주위에서 젊은 남성 엘프 한 명이 달려왔다.
“킴, 괜찮나?!”
제이크였다.
이를 본 중년 사내는 혀를 찼다.
-안 되겠군. 네놈 한 놈쯤은 직접 나서서 제거할 수 있을 줄 알았거늘……. 참 여러 가지로 곤란한 놈이야.
“내가 정령사인 게 곤란해?”
그럼 바람 때문이 아니라 바람의 가호가 정령술을 기반으로 한 공격이기 때문에 타격을 입었던 것이군.
-뭔가를 알아냈다는 듯이 좋아할 필요는 없다. 흑마법과 정령술이 상극인 건 조금만 조사해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니까.
“어쨌든 당신은 이제 당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입지가 곤란하게 됐네? 계속 실패만 했으니까. 경질되든가 처벌받거나 그렇겠지?”
-흐흐흐, 똑똑한 놈. 오냐, 오늘은 마음껏 승리를 만끽하여라.
“그럴 생각이야.”
-하지만 기억해라. 이제 내가 널 기억했다. 내가 너를 노릴 것이니라.
“기억하라며? 이름은 알려주고 가야지?”
중년 사내가 흘흘 웃었다.
-존 오멘토다. 내 이름을 안다고 뭔가를 알아내지는 못하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잘 가라, 존 오멘토.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길 빌지.”
-흥.
이윽고 존 오멘토라는 흑마법사, 아니, 네크로맨서는 검은 안개가 되어 허공중에 뿔뿔이 흩어졌다.
“괜찮은 거냐?”
제이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까 그놈이 이 일을 주도한 흑마법사 같았어.”
“정말이냐? 제길,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놓치다니!”
“쉽게 죽일 수 있는 상대 같지 않았어.”
물리력이 통하지 않고 검은 안개가 되어 자유자재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니까.
대신 존 오멘토 역시 직접 싸우는 방식에는 그리 강한 것 같지 않았다.
마법사라 그런가?
직접 전투보다는 언데드를 만들어서 지휘하는 데 보다 특화된 클래스 같았다.
난 제이크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가자. 싸움을 마무리 짓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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