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9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97화
97화 승전 파티(1)
“대단해! 자네는 정말 놀라운 사람일세.”
에이원즈 백작이 나의 어깨를 두들기면서 기뻐한다.
그가 기뻐하는 이유를 안다.
엄청난 전공(戰功)을 세웠기 때문이다.
도주하는 프레하 제국의 4만 병력을 거의 궤멸에 가깝게 처리했으니까.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가진 지휘관급 귀족 중에서는 최고의 공로를 세운 셈이다.
최고의 전공을 세운 건 당연히 총사령관인 듀카스 백작이다. 프레하 제국을 침공한 총사령관을 처치했으며,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니까 말이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에이원즈 백작에게 군례를 올렸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짜로 운이 좋았다.
나인올 산맥을 넘어서 복귀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는 바람에 얻어걸린 거다.
하지만 명령불복종은 아니다.
복귀하라는 게 명령이었고, 나인올 산맥을 이용하라는 건 권고 사항이었다.
전쟁이 벌어지고서 쉴 틈 없이 전투를 벌인 것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
“총사령관 각하께서 야간 기습을 하는 틈을 노려서 복귀하자고 한 건 자네 의견이 아닌가.”
“화살 몇 발이라도 쏴주고 복귀하는 게 아군에 유리할 거로 판단한 것뿐입니다. 의견을 받아들이신 건 사령관 각하십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현재의 나는 이미 산출하기도 어려운 전공(戰功)을 세운 상태다. 포상에도 한계가 존재하기에 굳이 나의 전공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일.
아마 이번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제외하고는 내가 가장 큰 전공을 세웠을 거다.
귀족의 자리야 에이원즈 백작이 주기로 했으니 증명서만 받으면 그뿐.
황제에게 전공 포상으로 쓸만한 영지를 받으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은근히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에이원즈 백작을 밀어서 전공을 키워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다.
혹시 알아?
지금도 날 좋게 보는 중인데, 이번 전공까지 밀어주면 높은 자리에 올라서 날 팍팍 지원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고맙네.”
나의 어깨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는 가볍게 힘을 주는 에이원즈 백작.
강경파의 귀족이 단순하고 무식하며 기사도 외에는 머리에 든 게 없는 놈들이라는 편견을 깨버린 존재.
게다가 고위 귀족에 속하는 인물이다.
어쩌면 이번에 전공을 인정받아 더 높은 작위를 얻을 확률이 높다. 공작위는 아니어도 후작위 정도는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전공은 세웠다고 보면 맞겠다.
이로써,
드디어 쓸 만한 연줄을 얻은 셈인가?
그나저나…
에이원즈 백작과 분위기는 제법 그럴싸하게 잡힌 것 같긴 한데,
“시체를 처리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군.”
“…네, 사령관 각하.”
구덩이를 파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화살에 맞아 떼죽음을 당한 프레하 제국군의 시체가 어마어마하다.
기습을 가한 덕분에 우리 쪽으로 후퇴하던 4만 병력 중 2/3가량은 해치운 듯하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시체를 처리할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전리품을 수거하느라 병사들의 표정이 밝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나 할까?
으윽!
지긋지긋한 삽질…
***
트럼벌 요새에 들어와서 쉴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장벽에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줄이야.
또 내일이면 다시 프레하 제국군의 시체를 정리하러 가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긴 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신경이 굵어진 느낌이다.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시체라는 걸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을까?
장례식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딱히 시신을 마주할 확률은 얼마 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 와서는 거의 매일 시체와 마주하고 산다. 엉망으로 터지고 망가진 시체를 봐도, 이제는 무덤덤한 지경에 이르렀을 정도.
어쩐지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해 가는 것 같아 찜찜하긴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 정신 줄을 잡아야 한다.
내가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죽지 않으려면 독해지는 게 답이다.
“저기… 윌슨.”
“자식, 왔냐? 네가 고생이 많았다.”
사색을 방해한 존재가 코너라는 걸 확인하고서 녀석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열흘에 걸쳐 프레하 제국군을 야습하면서 녀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녀석이 제작한 스크롤을 사용해 예상보다 적은 피해로 퇴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마나 고갈 현상을 겪으면서도 악착같이 스크롤을 제작해 내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고.
마법 스크롤이 아니었다면, 프레하 제국군에 대한 야습이 매번 성공하진 못했을지도…
마나의 축복을 받은 존재였지만, 실제로 마법을 구현하는 능력은 1서클인 존재.
2서클 마법부터 복잡한 수식을 처리하면서 주문까지 외워야 하기에, 보통의 머리로는 마법사가 되기 어렵다던가?
대신에 탁월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스크롤 제작에 특화된 셈이다.
“이제 전쟁이 끝난 거군요.”
코너가 내 옆에 앉으면서 장벽에 등을 기댔다.
처음의 어리바리한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가 어렵다. 경험이라는 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공작가에서 귀하게만 자라온 철부지의 모습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여전히 말투는 고쳐지지 않았다는 건 좀 징그럽긴 하다.
“완전히 끝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단 이것으로 위기는 넘겼다고 할 수 있지.”
“본국이 프레하 제국에 복수할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제법이다?”
정말 의외다.
뒷생각이라곤 할 줄 모르던 녀석이 하는 얘기라 더 놀랍다.
“절 바보로 보셨어요? 저 똑똑하다니까요?”
콧잔등을 찡그리면서 화난 얼굴을 하는 코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래 봐야 귀엽기만 할 뿐이다. 녀석의 얼굴은 지나치게 동안이라 동네 아는 동생이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이니까.
“워, 워! 진정해.”
“쳇! 윌슨은 절 너무 어린애 취급하는 거 같네요.”
입술을 쭉 내밀고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는 코너.
잠시 하늘을 쳐다본 녀석이 품에서 하드텍을 꺼내 오도독 씹는다.
처음에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입에도 대지 않더니, 이제는 잘도 먹는다.
배고파 본 놈만이 저런 음식에 익숙해지는 거다. 공작가의 응석받이 어린애가 전쟁을 계기로 사나이가 된 것인가?
뭐…
그렇다고는 해도 생긴 모습만 보면 아직도 어린애지만.
“윌슨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응? 무슨 일?”
“본국이 프레하 제국을 침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궁금하다.
복수를 부르짖으면서 당한 만큼 갚아주는 게 보통 아니었던가?
“전쟁을 벌이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해요. 프레하 제국은 이번 전쟁을 위해서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했을 테죠.”
“그랬겠지.”
동의하는 바다.
프레하 제국에서 이번 전쟁에 보내온 병력만 해도 15만이 훌쩍 넘는다.
병사들이 먹을 음식과 무기를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을 터.
우리 엘튼 제국이 당장 복수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하면…
“…돈이 없어서?”
“맞아요. 제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비축 물자와 귀족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치를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제국을 침략하는 건 별개 문제죠.”
“기가 막히는군.”
프레하 제국에 복수할 수 없는 이유가 너무 현실적이라서 단박에 이해가 된다.
그래,
아무리 대의니 명분이니 해도 현실적인 문제만큼은 어쩔 수 없는 거다.
“프레하 제국에선 협상해 올 가능성이 커요.”
“혹시라도 우리가 프레하 제국을 노릴까 봐?”
“그렇죠. 황제 폐하께선 보기보다 다혈질이시거든요. 대외적으로는요.”
코너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또 하나의 하드텍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다시 전쟁이 일어나긴 어렵다는 얘기네.”
장벽에 체중을 완전히 싣고서 느긋하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매일 피를 보고 시체를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싫증 나던 참이다.
이대로 전쟁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이 인정할 만한 전공을 세우고 나니까, 안정적인 평화로운 생활이 그리워진다.
물론 레이놀드 영지로 돌아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남작위를 약속받은 상황이다. 어쩌면 영지까지 하사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되돌아갈 이유 따윈 없다.
겨우 레이놀드 남작의 밑으로 되돌아가려고 이제껏 목숨을 걸고 싸운 게 아니니까.
“…기뻤어요.”
“……?”
혼잣말하듯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코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밑도 끝도 없이 기뻤다고 말하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녀석이 분위기 잡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 좋은 얼굴로 실실 쪼개고 다니던 녀석이다. 갑자기 정색하고서 중얼거리니까 조금은 낯설다.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은 거 처음이었어요. 고마워요.”
“…….”
나는 일부러 녀석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니까.
“제가 만든 스크롤이 윌슨에게… 엘튼 제국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집에서는 제가 마법사가 되는 걸 못마땅해 했거든요. 재능이 없기도 했지만요.”
“그랬냐?”
무슨 얘긴가 했더니 스크롤을 만들어줄 때 칭찬했던 걸 말하는 거 같다.
분명 서서 오줌 누는 걸 봤는데, 이럴 때 보면 계집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녀석도 어지간히 사람의 관심이 그리운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의 아버지인 모리스 공작과 형제들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전쟁에 참가한다고 했던 녀석이니 뭐.
“윌슨을 만나고 제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코너가 시선을 피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녀석을 변하게 할 만한 요소라고는, 토 나오도록 두들겨 팬 것과 반데라스 자작에게 목숨을 위협받았던 사건뿐이다.
역시,
인간이란 고난과 위기를 겪어야 비로소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얘기가 맞는 것 같다.
“자식! 나야말로 고마웠다.”
“으윽!”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엉킬 만큼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녀석이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손길을 피하지는 않는다.
강아지 같은 녀석.
“난 말이다. 부하 녀석들과 근사한 영지를 만드는 게 꿈이다. 힘이 없어서 이리저리 휘둘림 당하면서 사는 거… 기분 더럽더라.”
녀석이 분위기를 잡는 바람에 나까지 덩달아서 무게를 잡게 된다.
비록 영지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만약 영지를 얻게 된다면 강한 영지로 키울 생각이다.
부하들의 고생이… 희생이 헛되지 않게 강력한 영지를 만들고 싶다.
이왕이면 한국의 세상처럼 편의 시설이 가득한 그런 영지 말이다.
“…윌슨의 그런 표정 처음 봐요.”
“응? 내 표정?”
녀석의 말에 흠칫했다.
한국을 떠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돌아가 봐야 아는 사람도 없는 삭막한 세상이라고 애써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왔는데…
사실은 한국이 그리웠던 거 맞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 왔던 일상이 그립다. 목젖을 자극하는 탄산음료라든지 부드러운 화장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후각을 자극하는 매캐한 매연마저도…
그리워진다.
“윌슨이 말하는 근사한 영지라는 건 어떤 거죠?”
참 궁금한 것도 많은 놈이다.
딱히 대답하지 못할 것도 없으니 상관없겠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깨끗한 물이 집집마다 나오고, 화장실 냄새가 나지 않는 그런 영지를 만들고 싶다. 나는 자동… 으로 움직이는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영지를 순찰하고…….”
하마터면 ‘자동차’라는 말이 나올 뻔 했지만, 마차라는 말로 바꾸었다.
이쪽 세계에는 없는 말이라 ‘자동차’라고 말해도 녀석은 못 알아들을 테니까.
“집집마다 물이 나오게 해요? 비용이 엄청나게 들겠어요.”
“만들어 두면 좋잖아. 물 한 번 마시기가 아주 죽을 맛이거든.”
쓰게 웃으면서 대꾸해 주었다.
지금이야 아공간에 커다란 물통을 넣고 다니니까 상관없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물은 마음껏 마셨을 정도니까.
하지만 아공간이 없었던 시절에는 물 한 번 마시기가 무척 어려웠다.
달랑 우물 하나로 영지민이 모두 사용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자동 마차라는 건 뭐예요?”
“자동으로 굴러가는 마차지 뭐겠냐? 아무 데서나 찍찍 똥을 싸 갈기는 말이 필요 없는 그런 거.”
“흐음… 단순히 움직이는 것 만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긴 하네요.”
코너가 눈을 껌벅거리면서 대답한다.
맞아!
이 녀석 인챈트 마법도 특기라고 했지?
“다른 것도 있어. 세탁기라는 건데 말이다. 그건…….”
이제껏 살면서 불편하게 여겼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말하자, 녀석이 눈을 빛내면서 호기심을 드러낸다.
덕분에 얘기하면서 나도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직접 한국의 가전제품을 만들라고 한다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작동 원리쯤은 간단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었다. 세밀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게 되었다.
“윌슨,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윌슨이 만들겠다는 영지요.”
녀석이 눈을 빛내는 것을 보니,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반쪽짜리 마법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긴 하지만, 스크롤만 만들어 줘도 고정 수입을 창출하는 녀석이니…
오랜만에 사원 모집에 들어가야 하려나?
특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