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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73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73화

 

내 생명의 불꽃 스킬은 중급 1레벨. 무려 1,300카르마를 쏟아부은 공격적 투자의 결과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나는 훌륭한 판단을 한 나 자신에게 감사했다.
하마터면 10년 동안 독수공방을 할 뻔했다. 그 정도면 민정의 얼굴을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긴 세월이다!
“그냥 1,800카르마로 중급 2레벨까지 올릴 걸 그랬나?”
아무튼 시험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나는 생명의 불꽃을 하나 생성해 생명의 나무에 불어넣었다.
‘한 번 더.’
또다시 불덩어리를 만들어서 나무에 불어넣는다.
스르륵―
불꽃이 스며들자 생명의 나무에 활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냥 기분 탓이리라.
설마 이거 두 방에 눈에 띄게 좋아질 정도면 ‘무제한’이라는 단어가 붙었겠는가?
‘의도가 뭘까? 어째서 무제한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난 4회차 때, 나는 이곳에 30일간 머물면서 시험을 클리어했다.
시간만 걸렸을 뿐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 도리어 생명의 나무와 함께 있다 보니 정령술의 레벨까지 올랐다.
‘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번 시험은 나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오래 지내면 지낼수록 정령술의 레벨이 오른다.
이제 5회차인데 팀원을 전부 잃은 나로서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찬스였다.
‘좋아, 좋은 기회를 좋으니 잘 활용하마.’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든 꾹 참고 폭풍 같은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가족들과 민정을 볼 수 없어서 외롭긴 하겠지만, 그래도 참고 해낼 것이다.
시험만 클리어하면 다시 볼 수 있으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
나는 어머니들에게 가서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생명의 나무에서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생명의 나무에서?”
“예. 하루 24시간을 생명의 나무와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어머니들은 쾌히 승낙했다.
“상관없지. 넌 우리의 가족이니 생명의 나무와 얼마든지 함께 있어도 좋아.”
“생명의 나무에 애착을 갖게 된 모습이 보기 좋은걸.”
“감사합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생명의 나무와 함께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식사는 물론이고 잠을 잘 때도 생명의 나무 위에서 잤다.
생명의 나무와 가까이 할수록 정령술이 성장한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할 참이었다.
초급 3레벨의 운동신경 덕에 나무 위에서 지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점프력도 좋아서 껑충껑충 오를 수 있었고, 균형도 쉽게 잡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니 이제 나무가 평지처럼 느껴졌다.
“인간 오빠가 이상해.”
“저기서 안 내려와.”
“레드 에이프들도 저 형만큼 나무 위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야.”
“원숭이 같아.”
어린 엘프들은 생명의 나무 위에서 도통 내려오지 않는 나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한 엘프 소녀가 생명의 나무에 달라붙더니 열심히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어린애였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텐데, 엘프라 그런지 용케 내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엘프 소녀는 바로 엘리스.
파렴치한 인간들에게 납치당할 뻔해서 한때 불안증까지 앓았던 그 아이였다.
“헤헤.”
엘리스가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 귀엽다.
내 딸로 삼고 싶은데 그랬다간 언니인 엘라가 가만 안 있겠지?
“안녕?”
“헤헤, 안녕.”
“여기 좋지?”
“응, 좋아.”
“우리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볼까?”
“응!”
우리는 함께 나무를 올랐다.
하늘까지 솟은 생명의 나무라 올라갈 곳이 무궁무진했다.
헛디뎌서 추락하면 실프를 소환해서 받으면 되니 다칠 염려도 없었다.
우리가 함께 더 위로 오르기 시작하자 아래에 있던 어린 엘프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인간 형이 엘리스랑 같이 올라가기 시작했어!”
“저기 좋나 봐.”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 시합하는 걸까?”
“나도 가볼래!”
“엇? 나도!”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인가.
놀이를 보급한 후로 나를 따라 하기 여념이 없는 어린 엘프들은 일제히 생명의 나무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쓸데없이 애들한테 위험한 행위를 조장했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호호호, 애들이 잘 노네요.”
“우리도 어릴 땐 생명의 나무에서 곧잘 놀았는데.”
“생명의 나무랑 함께 있을수록 대자연의 기운을 잘 받을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들은 흐뭇해하고 있었다.
역시 엘프들은 인간과 같은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
추락사 같은 걱정은 절대 안 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정령이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겠지. 게다가 엘프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운동신경이 좋아 보였고 말이다.
그런데 나를 따라 올라온 어린 엘프들은 곧 싫증이 난 모양이었다.
“형, 이제 뭐해?”
“뭔가 재미있는 걸 가르쳐 줘.”
“맞아, 맞아.”
“우릴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난 이 어린애들이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진땀을 흘리며 고민한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좋다.
이제 슬슬 엘프들에게 새로운 놀이를 보급할 때가 되었구나.
“술래잡기를 하자.”
“그게 뭐야?”
“뭔데?”
“뭘 잡아?”
벌 떼처럼 모여드는 어린 엘프들. 나는 술래잡기의 룰을 설명해 주었다.
“술래에게 잡히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는 거야.”
“잡혔는데 뿌리치면 괜찮아?”
“아냐, 술래의 몸에 닿기만 해도 술래가 되는 거야.”
“그럼 멀리 도망가면 되는 건가?”
“이 나무에서 내려가면 안 되는 걸로 하자, 그리고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가도 안 되고.”
일단은 내가 먼저 술래가 되어서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간다!”
“꺄악!”
“도망가!”
“형이 온다!”
“잡히면 안 돼!”
어린 엘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그중 한 엘프 소녀를 타깃으로 삼았다.
“꺄아악!”
엘프 소녀는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무서워하는데 얼굴은 웃고 있었다.
나는 좌우로 움직이며 엘프 소녀를 나뭇가지의 끝으로 몰아세웠다.
궁지에 몰린 엘프 소녀는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엇?!”
나는 기겁을 했지만, 엘프 소녀는 곧 실프를 소환해서 바람을 타고 딴 데로 가버렸다.
“…정령을 소환하면 안 되는 걸로 하자. 정령을 소환하면 술래가 되는 거야.”
“응!”
“알았어!”
“이거 재미있다!”
어린 엘프들은 신이 났다.
나도 나무 위에서 달리 할 일이 없었으니 운동도 되고 잘된 일이었다.
애들은 엘프 특유의 탁월한 운동신경이 있었고, 나무에 친숙한 탓에 날렵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애들.
운동신경 초급 3레벨인 덕분에 쉽게 엘프 소년 하나를 잡았다.
“에이, 내가 술래야!”
“하하, 릭이 술래다!”
“잡히면 안 돼!”
술래잡기 열풍이 불었다.
놀이이지만 굉장히 전투적인 술래잡기는 어른들의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애들과 잘 놀아주는 나를 보며 흐뭇해했는데, 점차 시선이 달라졌다.
“저건 훈련이 되겠는데?”
“좋은 운동이 될 것 같아.”
“나무를 잘 타게 되면 전투에도 유리해지지.”
어른 남자 엘프들이 술래잡기 열풍에 끼어들었다.
그들은 매일 시간을 정해서 다 같이 모여 훈련처럼 술래잡기를 했다. 물론 더 높은 곳에서 어른들끼리 따로 했다.
아이들은 나와 함께 보다 아래쪽에서 즐겼고 말이다.
‘저쪽은 아주 신계로군.’
생명의 나무 위쪽.
미친 듯한 스피드로 술래잡기를 하는 남성 엘프들을 보며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빨라도 너무 빠른 것이다!
공중제비를 돈 뒤에 가느다란 잔가지 위에서 사뿐히 균형을 잡는다. 저게 인간인가? 아, 인간 아니지.
나는 다 큰 어른임에도 그들을 따를 수 없기에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야 했다.
그런데 아이들조차도 술래잡기에 미치더니 폭풍성장을 했다.
금세 요령을 익혀서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타는 것이었다.
“헤헤헤, 나 잡아봐라!”
“아냐, 날 잡아봐!”
사방에서 괴물 같은 꼬맹이들이 나를 도발한다. 이젠 잡기도 점점 버거워졌다.
‘끄응, 훈련이라고 생각하자.’
내가 술래가 되는 일이 잦아지자 체력보정 중급 1레벨에 달하는 내가 지쳐 헐떡이는 일이 많아졌다.
심지어 얌전한 엘리스마저 깡총 점프해 건너편 나무로 옮겨가 내 추격을 뿌리쳤을 땐 배신감마저 들었다.
언니 엘라와 그 연인 제이크는 엘리스가 밝아졌다고 흐뭇해했지만 말이다.
‘체력은 내가 뒤떨어질 리가 없지. 아무래도 운동신경의 차이인가 보군.’
체력보정 중급 1레벨이면 강천성의 수준이었다.
강천성이 어린 엘프들보다 체력이 달리는 게 말이 될까?
아무래도 나무를 타는 균형감각 등이 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열흘간 생명의 나무를 치유하고 술래잡기하기를 반복했을 때였다.

-운동신경(합성스킬):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 향상됩니다.
*초급 4레벨

피로감이 싹 사라지고 대신 짜릿한 희열이 찾아왔다.
‘운동신경의 레벨이 올랐어!’
엘프 마을에 머물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 스킬이 정령술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간단한 문제였다.
평생 무술을 연마한 강천성은 처음부터 믿기지 않는 레벨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훈련을 통해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게 당연했다.
지면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생명의 나무 위에서 24시간 생활했고, 격렬한 술래잡기까지 하며 균형감각을 연마했다.
그러니 운동신경의 레벨이 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대로 하자!’
정령술은 물론 운동신경과 체력보정까지 레벨을 올리기로 나는 결심했다.
놀면서 하는 훈련이니 힘들어도 재미가 있었다.
“인간 오빠 갑자기 빨라졌어!”
“힝, 못 잡겠어!”
“형 갑자기 몸놀림이 이상해! 수상한데?”
운동신경의 레벨이 오른 덕에 내가 술래로 잡히는 일이 드물어졌다.
나무 위에서 균형 잡고 움직이는 게 한결 쉬워졌다,
한번은 힘껏 점프해서 공중에서 양팔을 흔들어 균형을 잡아가며 하강, 10미터 거리에 있었던 나뭇가지에 착지했다.
그 엄청난 곡예에 성공하자 나는 각성했다. 한계를 깨고 보다 과감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그때부터는 어린 엘프들에게 술래로 잡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리고 5회차 시험 시작 20일째.

-정령술(메인스킬): 정령을 소환하여 대자연의 힘을 발휘합니다.
*소환 가능한 정령: 실프, 카사
*초급 3레벨: 소환시간 2시간 30분

“하하하하!”
생명의 나무에서 먹고 자고 논 효과가 나타났다. 20일 만에 정령술 레벨 업!
‘이대로만 가는 거야.’
나는 술래를 두 명으로 놓기로 룰을 바꿔 난이도를 높였다.
아이들의 술래잡기는 한층 더 치열하게 변했고, 이를 위에서 내려다본 어른 남성 엘프들은 아예 술래를 3명으로 정했다.
“이러니 훈련 효과가 더 좋군.”
“누가 술래인지 알아야 하니까 기억력과 판단력까지 훈련이 되고 있어.”
“역시 어머니들이 가족으로 인정한 인간답군.”
“저 인간은 천재인가?”
나에 대한 호평이 대단했다.
가장 큰 근심이었던 생명의 나무까지 회복세가 완연하니, 나는 어느새 엘프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되어갔다.
“자.”
신경질의 대명사인 엘라가 먹음직스러운 간식을 가져다주었다. 사과와 산딸기, 포도 등을 말려 만든 것이었다.
“덕분에 엘리스가 많이 건강해졌어.”
“가, 감사합니다.”
엘라가 감사를 표할 정도니, 이제 모든 엘프가 날 좋아한다고 봐도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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