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51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51화
박진성 회장은 아직까지 병을 낫게 하는 스킬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스킬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에게는 가능성이 있었다.
스킬합성!
내가 가진 특수스킬인 스킬합성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스킬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잘만 합성한다면 말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합성 공식이 있었다.
바로 힐링포션!
‘아이템도 합성 재료로 쓸 수 있다고 했어.’
아이템백에 아직 덜 쓴 힐링포션이 있었다. 그걸 아이템화하고 스킬합성의 재료로 사용한다면, 병을 회복시키는 스킬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스킬이 있으면 박진성 회장의 치료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말이다. 낯선 세계에서 다니다 보면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위험도 있으니까. 식중독부터 시작해서 말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박진성 회장에게 말했다.
“한 가지 시험해 볼 것이 있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러게.”
박진성 회장의 눈빛도 변했다. 나에게 무언가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스킬합성을 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산속으로 갔다.
“석판 소환.”
석판이 나타났다.
일단은 아이템백에서 힐링포션을 꺼냈다. 그리고 석판에 대고 말했다.
“카르마 보상, 이 힐링포션을 아이템으로 만들고 싶다.”
-소유하고 계신 힐링포션(160/200㎖)을 아이템화하는 데 150카르마가 소모됩니다. 아이템화하시겠습니까?
-잔여 카르마: 300
150카르마?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힐링포션의 가치는 충분히 그 정도 한다. 치명상을 입어도 힐링포션을 부으면 치료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여벌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가치인 것이다.
“하겠다.”
-힐링포션(160/200㎖)을 아이템화했습니다.
-잔여 카르마: 150
나는 한숨을 쉬었다. 150카르마나 소비했으니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스킬합성.”
-합성에 사용할 스킬이나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 합성 가능한 스킬: 정령술(실프), 정령술(카사), 체력보정, 길잡이.
2. 합성 가능한 아이템: 모신나강, 아이템백, 힐링포션(160/200㎖)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정령술 실프와 힐링포션을 합성한다.”
-정령술(실프)과 힐링포션(160/200㎖)을 합성합니다.
-합성 실패.
‘제길.’
실패하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합성이 안 되는 건가? 그러면 힐링포션을 아이템화한 보람이 없어진다.
마음을 졸이며 나는 계속 시도했다.
“정령술 카사와 힐링포션을 합성한다.”
-정령술(카사)과 힐링포션(160/200㎖)을 합성합니다.
파앗!
석판에서 빛이 났다.
-합성 성공. 생명의 불꽃(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힐링포션(160/200㎖)가 소멸됩니다.
-생명의 불꽃(합성스킬): 생명의 불꽃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북돋습니다. 하루 1회만 사용 가능합니다.
*초급 1레벨: 원기회복과 노화방지에 미약한 효과.
‘성공이다!’
나는 전율했다.
생명력을 북돋는 스킬!
지금은 초급 1레벨이라 원기회복과 노화방지에 미약한 효과밖에 못 내지만, 레벨이 오르면 효력이 더 강해져 불치병까지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박진성 회장에게 돌아갔다.
“어떤가?”
회장이 바로 물었다.
“성과가 있군요.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서 보여주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나직이 스킬명을 외쳤다.
“생명의 불꽃!”
그러자,
화륵!
내 손바닥 위에 반딧불처럼 자그마한 불꽃이 생성되었다.
“그게 뭔가?”
“생명력을 북돋는 불꽃입니다. 음, 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먹으라고?”
박진성 회장은 유심히 내 손바닥 위에 둥실 떠 있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먹어보겠네.”
“예.”
나는 불꽃을 건네주었다. 박진성 회장은 빤히 불꽃을 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입안에 넣어 삼켰다.
그런데 먹고 난 박진성 회장은 눈을 뜨고 감탄했다.
“후끈하군.”
“어떠십니까?”
“몸이 피곤했던 게 싹 사라졌어. 이거 정말 대단하군! 하나 더 만들어줄 수 있겠나?”
“하루에 1개씩밖에 못 만듭니다. 일단은 원기회복과 노화방지에 약간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아마 회장님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루에 하나씩이라…….”
박진성 회장의 눈빛이 다시 변한다.
자, 시식은 하나뿐이다. 또 먹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셔야지?
나는 가만히 박진성 회장의 말을 기다렸다,
박진성 회장도 당연히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이제 자기가 대가를 제시할 차례라는 것을.
“하루에 하나씩, 그것을 사고 싶네.”
“조건만 맞는다면 당연히 제공해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개당 1억.”
“예?”
나는 화들짝 놀랐다.
하나에 1억씩?
그럼 하루에 1억씩 꼬박꼬박 지불하겠다는 뜻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금액에 서민인 나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을 텐데요?”
“상관없네. 설령 내 병세 악화를 막을 수 없어도 무조건 1억 이상은 지불하겠네.”
박진성 회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을 해보였다. 그러면서 계속 말했다.
“몸에 이렇게 활력이 돋는 건 참 오랜만이야. 나에게 활기찬 하루를 주는 것만으로도 1억은 싼값일세.”
“…….”
“일주일간 복용해 보고 주치의에게 진단을 받아서 효과를 확인하겠네. 병세 회복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면 추가금을 지불하지. 금액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섭섭할 일이 없을 걸세. 난 박진성이야.”
이 나라 최고 부자 박진성.
하긴, 그에게 하루에 1억은 그리 큰 소비가 아닐 터였다. 목숨까지 달려 있으니 그보다 더 큰 돈도 기꺼이 지불하겠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본격적으로 ‘진짜’ 협상에 돌입했다.
“문제? 금액이 부족한가?”
“아니요. 금액은 불만이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문제는 어쩌면 회장님의 문제도 되겠군요.”
“말해보게.”
“전 다음 시험에서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뭐?”
“3회차 시험에서 동료를 전부 잃었습니다. 이제 저는 앞으로 혼자서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박진성 회장의 얼굴에 경악이 일었다.
“자네 팀은 상당히 전도유망하다고 들었네. 강 뭐라고 하던 뛰어난 무술가 친구도 있었고. 그런데 전부…….”
“전부 죽었습니다. 아마 한국 아레나 연구소도 저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요.”
“이런…….”
박진성 회장의 얼굴에 더없이 낭패의 기색이 어렸다.
내가 죽으면 그 역시 생명의 불꽃을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된다. 마침내 찾은 희망을 잃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오늘 드신 것까지 총 19개가 회장님이 얻으실 수 있는 전부가 될지도 모르죠.”
“그럴 수는 없네. 드디어 찾은 희망인데 그렇게 허망하게 잃을 수는 없어.”
“물론 저도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비록 혼자뿐이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을 생각입니다.”
“자네, 아직 포기한 건 아니지?”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반드시 살아남을 겁니다. 다만 회장님께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
알아들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으리라.
내가 당신을 살려줄 수 있으니, 당신도 날 살려달라. 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자네, 위치가 어딘가?”
“위치라니요?”
“아레나에서 자네가 있는 지역 말일세.”
“대륙 남동쪽 끝에 있는 숲에서 막 탈출했습니다. 레드 에이프와 라이칸스로프가 출몰하는 숲에서 서쪽으로 쭉 가로질러서 빠져나왔습니다. 라이칸스로프들에게 동료를 전부 잃었습니다만…….”
“알겠네. 내가 방법을 찾아보지.”
그 말에 나는 기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진성 회장이 날 도와주기 위해 나서준다면 그보다 든든한 일이 없었다. 어쩌면 국가기관인 한국 아레나 연구소보다 더 확실한 지원을 해줄 것이다.
“오늘 중으로 연구소에서 자네에게 연락이 갈 걸세.”
“연락이요?”
“더 이상 연구소에 붙어 있을 필요 없잖나. 그놈들은 기업보다 더 돈을 밝히는 것들이야. 가망 없는 시험자는 헌신짝처럼 버려 버리지.”
박진성 회장도 차진혁과 같은 의견이었다.
“자네 그러고 보니 백수였지?”
“…네.”
갑자기 약점을 찔린 탓에 나는 움찔했다.
“쯧, 젊은 놈이.”
박진성 회장의 핀잔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맨손으로 지금의 부를 일군 박진성 회장에 비하면 내 지난 삶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이참에 취직이나 해.”
“취직이요?”
“그래. 국세청에게 털리고 싶나? 하루에 1억씩 받을 명목이 필요하잖나. 내가 자네를 개인수행원으로 고용하고 급여는 월 30억으로 설정해놓겠네.”
그럼 연봉 360억인가.
이 무슨 프리미어리그의 축구스타 같은 몸값이냐.
“예상은 했겠지만 진성그룹도 시험자들을 지원하면서 마정을 확보하고 있네. 마정을 신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지. 물론 진짜 목적은 따로 있지만.”
진짜 목적은 병을 치유하는 것이리라.
“공식적으로 정부는 아레나 관련 사업을 인정하지 않지만 딱히 금지하는 것도 아니지. 내가 한국 아레나 연구소에 댄 지원금도 상당하니 자네를 빼내는 데도 아무 문제없네.”
졸지에 나는 진성그룹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
집으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정말로 연락이 왔다.
연락한 사람은 바로 차지혜였다.
-안녕하셨습니까.
“예.”
-진성그룹으로부터 김현호 씨와 관련된 요청이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진성 회장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어찌어찌 인연이 닿았죠.”
나는 말을 아꼈다.
차지혜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아무튼 진성그룹은 저희 연구소의 중요한 후원자이기도 한 까닭에 그분의 부탁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그분의 요청대로 저희 연구소는 김현호 씨와의 계약을 파기하고자 하는데 이에 동의하십니까?
“예, 동의합니다.”
-예, 그렇다면 오늘부터 김현호 씨와의 계약은 파기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저희보다 박진성 회장의 지원을 받는 것이 김현호 씨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차지혜 씨.”
-꼭 살아남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한국 아레나 연구소와의 관계가 이렇게 빨리 정리되다니. 박진성 회장의 파워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박진성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락 받았나?
“예, 그쪽과의 계약은 파기되었어요.”
-잘됐군. 그럼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 만나서 얘기 좀 하지. 지금 아레나에서 자네를 도와줄 수 있는 시험자를 수소문하고 있네. 세계 각지의 국가기관에 요청해 놨으니 조만간 결과가 있을 걸세.
‘헐.’
일처리가 정말 빠르다.
처음 만나서 함께 사냥하고 식사한 게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그런데 반나절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그 정도까지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박진성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간절히 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