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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4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48화

 

 

-정령술(메인스킬): 정령을 소환하여 대자연의 힘을 발휘합니다.
*소환 가능한 정령: 실프, 카사
*초급 1레벨: 소환시간 2시간.

석판에 나타난 설명을 보고서 나는 카사와 계약이 되었음을 알았다. 한번 소환해 보기로 했다.
“카사.”
화르륵―
눈앞에서 별안간 불꽃이 일렁거리더니, 불꽃이 한데 뭉쳐져 작은 형상이 되었다. 완성된 모습은 바로…….
-헥헥헥헥……!
혀를 빼물고 헥헥거리는 작은 동물. 맹렬하게 좌우로 흔들거리는 꼬리.
바로 강아지였다.
온몸이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요크셔테리어를 닮은 강아지가 나를 보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고양이 다음은 강아지냐. 좀 대화가 통하는 정령이었으면 싶었는데.
-멍멍!
강아지가 나를 보며 짖었다. 말똥말똥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그래, 이리 와.”
-멍!
카사는 내 품에 뛰어들었다.
‘가만.’
소환시간은 여전히 2시간.
실프와 함께 소환해 놓으면 소환시간이 2배로 소모되는 걸까?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
“실프!”
-냥!
이번에는 날씬한 고양이가 나타나 내 머리 위에 사뿐히 앉았다.
-냐앙?
-끼잉?
실프와 카사가 서로를 보며 의아해했다. 넌 누구냐는 눈빛을 서로 교환하더니…….
실프가 앞발로 카사의 머리를 툭 건드려 본다.
카사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으르릉 소리를 내며 이를 드러낸다. 실프도 몸을 바짝 낮추고 싸울 태세였다.
-멍멍멍!
-냐앙!
내 품에서 껑충 뛰어오른 카사가 실프와 뒤얽혔다. 내 머리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두 정령을 보며 나는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
정말 개판이구나.
그나마 다투는 데 정령의 힘까지 사용하지 않는 게 다행이랄까.
강아지와 고양이가 투덕투덕 다투는 동안, 나는 석판을 지켜보았다.

*초급 1레벨: 소환시간 2시간.(1시간 58분 23초)

예상대로 소환시간의 소모가 2배로 빨라졌다.
정령 두 마리를 모두 소환하는 건 낭비였다. 어차피 서로 사이도 안 좋아 보이니,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한 마리만 소환해야겠다.
평상시에는 정찰과 사격을 할 줄 아는 실프를 주로 소환해야겠군.
“카사, 돌아가.”
-끄응.
싸우다 말고 카사가 구슬픈 소리를 낸다. 나는 카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타일렀다.
“나중에 또 소환해서 놀아줄게.”
-멍!
알았다는 듯 한 번 짖고는 카사는 사라져 버렸다.
“실프, 집안의 먼지를 전부 한데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줘.”
-냐앙.
실프는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지나갔다.
먼지 반 머리카락 반의 흉악한 덩어리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여자 셋 사는 집이라 머리카락이 끊이질 않는군.
실프도 돌려보내고서, 나는 계속 석판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아직 할 일이 있었다.
“스킬합성.”
석판의 글씨가 변했다.

-합성에 사용할 스킬이나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 합성 가능한 스킬: 정령술(실프), 정령술(카사), 체력보정, 길잡이.
2. 합성 가능한 아이템: 모신나강, 아이템백.
*합성에 사용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합성 가능한 스킬의 옵션이 한 가지 더 늘었다.
“정령술 카사와 체력보정을 합성한다.”

-정령술(카사)와 체력보정을 합성합니다.

파앗!
하고 석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합성 성공. 불꽃의 가호(합성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불꽃의 가호(합성스킬): 신체를 통해 불꽃을 일으킵니다. 사용자의 집중력과 스킬레벨, 정령술의 스킬레벨의 영향을 받습니다.
*초급 1레벨: 지속시간 15분. 쿨타임 1시간.

성공이었다. 바람에 이어 몸으로 불꽃을 낼 수 있는 스킬을 얻었다. 공짜로 말이다.
‘집안에서는 좀 위험하니 나중에 산에서 혼자 시험해 봐야겠다.’
새벽에 태조산에서 바람의 가호와 불꽃의 가호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자, 이제 내게 300카르마가 남았다. 이제 이걸 어떻게 쓸까?
차지혜는 무술 같은 보조스킬을 습득해서 싸우는 법을 터득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난 합성해서 만든 운동신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술도 결국은 몸을 움직이는 요령이니, 운동신경이 있는 이상 무술을 별도로 습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나는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좀 더 생각해 보고서 결정하자.’
아직 다음 시험까지 20일이나 남았다. 일단은 오늘 습득한 스킬들을 하나둘 테스트해 보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현지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오빠!”
긴 생머리에 쌍꺼풀을 가진 여자가 발랄하게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바로 유민정이었다.
“아잉, 오빠!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나에게 엉겨드는 민정.
“보고 싶었죠. 보고 싶었고말고요.”
나는 민정을 마주 안으며 최대한 느끼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것들아! 잘들 논다!”
그 꼴을 보고 현지가 버럭 화를 내자 민정과 나는 낄낄거렸다.
“빨리 안 떨어져?”
“나도 떨어지고는 싶은데…….”
민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탄탄한 가슴이 날 놔두지 않아. 떨어지지가 않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일전에 클럽에서 현지가 당했던 일의 패러디였다.
결국 민정은 현지에게 귀를 붙잡힌 뒤에야 내게서 떨어졌다.
“우리 집은 무슨 일이세요?”
“조별 과제 때문에요. 오빠도 보고 싶었고요.”
민정은 또다시 내게 꼬리를 치다가 현지에게 로우킥을 맞았다.
“밥 줘.”
민정이 현지에게 말했다.
현지는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밥은 무슨 밥이야? 과제가 후딱 하고 돌아가.”
“아잉, 저녁 때 됐잖아. 난 배고프면 머리 안 돌아가.”
“넌 24시간 365일 배고프나 보구나?”
“아잉, 어서.”
“엇다 대고 애교를 부려?”
민정이 계속 밥 달라고 아양을 떨자, 현지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 밥.”
“…….”
“우리 과제 하고 있을게 밥 차려놔. 취업 앞둔 동생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호호호, 그럼 부탁해.”
현지는 민정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민정은 함께 들어가며 키스를 날렸다.
“오빠가 직접 해준 밥, 기대할게요.”
“…….”
이내 방 안에서 두 여자의 수다 소리가 들렸다. 밝고 활발한 목소리를 보니 결코 공부 이야기가 아니었다.
‘밥이나 해야지.’
나는 한숨을 쉬고는 부엌으로 갔다.
손님이 있으니까 혼자 먹을 때처럼 적당히 꺼내 먹으면 안 되겠지?
뭔가 맛있는 것을 찾아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스테이크용 안심을 발견했다.
프라이팬에 고기 세 장을 올려놓고 굽다가 문득 카사가 생각났다.
‘불의 정령에게 구워보라고 할까?’
“카사.”
-헥헥헥!
카사가 나타나 반가워했다. 나는 입에 검지를 가져다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좀 구워줄래? 바짝 구우지 말고 살짝 익혀줘.”
고개를 끄덕인 카사는 작은 불덩어리 세 개를 만들어 프라이팬을 향해 쏘아 보냈다. 불덩어리들이 고기에 스며들었다.
화르륵!
나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가위로 고기를 살짝 잘라 익힌 정도를 확인해 보았다.
‘헉!’
놀랄 정도로 잘 익혔다.
부드럽게 익은 고기 속살, 고기에 그대로 배어 있는 육즙. 무엇보다 이걸 순식간에 해내다니. 앞으로 사냥해서 요리할 때 유용할 것 같았다.
식사를 다 차려놓고 현지와 민정을 불렀다.
“너무 맛있어요, 오빠. 반할 것 같아.”
“꼬리 그만 치랬다.”
민정의 장난과 현지의 딴죽이 계속되는 유쾌한 식사였다. 민정과 나는 수시로 서로에게 애정표현을 했지만, 장난일 뿐 그녀도 진심으로 내게 마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민정이 집을 나선 건 밤 10시 무렵이었다.
“나 갈게. 발표는 네가 하기다?”
“알았어, 이년아. 멀리 안 나간다?”
“아잉, 버스 타는 곳까지 마중 안 나와 줘? 날이 어두워서 민정이 너무 무서워.”
“애교 부리지 말랬지? 귀찮으니까 빨리 사라져.”
현지는 파리 쫓듯이 손을 휘휘 털었다. 입술을 삐죽 내민 민정은 문득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아아아~.”
“네?”
“민정이 너무 무서워요. 복근을 가진 듬직한 남자가 바래다줬으면 좋겠는데…….”
“어이쿠, 이런. 제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네요. 가죠.”
“꺅, 오빠 멋쟁이!”
시시덕거리는 우리를 보며 현지의 눈매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얼씨구? 둘이 썸 타지 말라고 했다!”
“오빠, 얼른 가요!”
민정은 대놓고 내게 팔짱을 꼈다. 나는 보란 듯이 그녀를 에스코트하며 함께 집을 나섰다. 노발대발하는 현지를 뒤로하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팔짱을 낀 상태였다.
문득 민정이 물었다.
“오빠, 무슨 생각 하세요?”
“팔짱을 풀 타이밍이요.”
민정은 깔깔거렸다.
“오빠 대박 웃긴 것 같아요.”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전 웃기려 한 적 없는데 그냥 인간이 웃기대요.”
내가 말할 때마다 민정은 곧잘 웃는다. 저렇게 잘 호응해 주는 모습만 봐도, 확실히 남자를 잘 홀릴 것 같았다.
남자를 상대하는 강한 내공을 보니 뭐랄까, 현지 친구다웠다.
“오빠, 말 편히 놓으세요.”
“그러자. 너도 말 편히 할래?”
“싫어요.”
“왜?”
“그럼 그냥 친한 여동생 같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매혹적인 눈웃음을 짓는 유민정이었다.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당황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써야 했다. 그런 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싱글거릴 뿐이었다.
‘넘어가면 안 돼.’
민정은 그냥 반쯤 장난으로 작업을 거는 거다.
넘어가면 어장에서 놀게 될지도 모른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자연스럽게 팔을 뺐다.
“갈까?”
“네.”
아파트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할 때였다.
문득 아파트 앞 주차장 쪽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뭐지?’
무슨 삼류 영화에 나오는 조폭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느낌이 좋지 않아서 더 빨리 걸었다. 민정도 무언가 불안했는지 보조 맞춰 걸음을 빨리 했다.
그런데 사내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명백하게 우리에게 볼일이 있어 보였다.
‘아니, 내게 볼일이 있는 거겠지.’
무슨 싸구려 조폭 영화도 아닌데 건달들이 우르르 나타나 지나가던 남녀에게 시비 거는 일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 짓을 하기에는 사내들이 입고 있는 검정색 슈트와 구두가 너무 고급스러워 보인다.
‘한국 아레나 연구소 쪽 사람들인가?’
옷차림이나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보나, 어떤 정규 조직에 속한 사람들로 보인다.
이쪽으로 다가오는데 대놓고 불러 세우지 않는다.
내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어서 여자를 보내고 따로 보자고 말이다.
나는 민정에게 말했다.
“민정아, 이제 혼자 갈 수 있지?”
“오, 오빠.”
“가봐.”
“그러면 안 돼요, 오빠. 같이 가요.”
민정은 겁먹은 얼굴이었다. 내가 저자들과 싸우려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할까요?”
“아냐, 그럴 만한 일은 없을 거야.”
망설이는 민정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자, 어서 가봐. 걱정할 필요 없어.”
“전화 할게요. 조심하세요.”
“그래, 잘 들어가 봐.”
민정은 몇 번 돌아보더니 후다닥 떠나 버렸다.
그제야 나는 뒤돌아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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