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28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28화
개별면담에 이어 체력테스트까지 마치고, 차지혜는 팀원에게 각자 알맞은 카르마 보상을 제시했다.
“다행히 김현호 씨의 체력은 건강한 성인 남성 수준이었습니다.”
“저, 정말 다행이네요.”
내 저질체력에 자신이 없었던 나로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매일 등산한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김현호 씨는 우선 600카르마로 보조스킬 체력보정을 초급 4레벨까지 습득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체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걸 참고하십시오.”
그녀는 서류 한 장을 보여주었다.
-체력보정(보조스킬)
-초급 1레벨: 건강한 성인 남성 수준의 체력을 얻는다.(-100)
-초급 2레벨: 운동신경 좋은 성인 남성 수준의 체력을 얻는다.(-150)
-초급 3레벨: 훈련받은 직업군인 수준의 체력을 얻는다.(-200)
-초급 4레벨: 특수훈련을 받은 정예군인 수준의 체력을 얻는다.(-250)
-초급 5레벨: 인체의 한계까지 강화된 체력을 얻는다.(-300)
중급부터는 인체의 한계를 초월한다는 강천성의 말 대로였다.
“초급 4레벨이면 특수부대 정예 수준의 몸을 얻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힘든 훈련도 없이 공짜로?!”
“공짜입니다. 물론 갑자기 강화된 육체에 적응할 필요는 있습니다.”
드디어 나도 몸짱이 되는 건가!
“그럼 당장 습득할게요.”
“그러십시오.”
나는 잔뜩 들떴다.
석판을 소환해서 카르마 보상을 고른 후 체력보정을 골랐다.
-체력보정(보조스킬): 체력을 강화합니다.
*초급 2레벨: 운동신경 좋은 성인 남성 수준의 체력을 얻습니다.(-150)
“체력보정을 초급 4레벨까지 습득한다.”
그러자 석판의 글귀가 변했다.
-체력보정 초급 4레벨까지 600카르마가 소모됩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
-잔여 카르마: +900
“습득한다.”
파앗!
석판에서 빛이 나더니 그 빛이 나 몸에 스며들었다. 이윽고 온몸이 꿈틀거리며 변형되는 것이 느껴졌다.
“어어?!”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스킬이 적용되어 육체가 변형되는 겁니다.”
찰흙 주무르듯 내 몸이 멋대로 꿈틀꿈틀 변하기 시작했다.
물렁한 뱃살은 사라지고, 어깨와 팔다리는 견고해진다. 사라진 뱃살 대신 단단한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1분쯤 지났을까.
변형이 종료되었다.
“우와!”
난 스스로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대흉근이 이렇게 훌륭했던가?
소매를 걷어보니 팔이 근육이 세밀하게 잘 발달되어 있었다. 셔츠를 걷어 올려 복부도 확인했다.
“이, 이건!”
그 전설의 식스팩! 팔다리는 마른 주제에 아랫배만 볼품없이 출렁거리던 물렁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뿐만이 아니었다.
어깨도! 다리도!
그냥 헬스근육이 아닌 잔근육이 잘 쪼개진 멋진 육체가 되어 있었다.
“끝나셨습니까?”
내 몸을 보며 들뜬 내게 차지혜가 문득 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정말 끝내주는 스킬이네요.”
“완력뿐만 아니라 근지구력, 심폐지구력도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되셨을 겁니다.”
“진짜 좋다. 그럼 남은 카르마는 어디다 쓸까요?”
“100카르마로 꼭 배우셔야 할 보조스킬이 있습니다.”
“뭔데요?”
“길잡이라는 스킬입니다. 석판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나는 석판에 대고 길잡이라는 스킬을 확인했다.
-길잡이(보조스킬): 목적지의 방향과 위치를 알 수 있는 육감을 얻습니다.
*초급 1레벨: 어렴풋이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100)
이런 스킬도 있었나?
“팀에서 한 사람은 반드시 익혀야 하는 스킬입니다. 김현호 씨는 리더이고 실프로 정찰도 하시니 이 스킬도 함께 익히시면 더 유용할 겁니다.”
“알겠어요.”
난 동의하고 이 스킬도 익혔다. 그렇게 100카르마가 더 소모되고 200카르마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보조스킬만 익혔는데, 메인스킬인 정령술은 안 올려도 될까요?”
“메인스킬은 한두 레벨을 올려도 1레벨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당장은 보조스킬을 올리는 편이 큰 효과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강한 체력과 방향감각은 필수입니다.”
“알겠습니다.”
전문가인 차지혜를 믿기로 했다.
“남은 200카르마는 어디다 써야 하죠?”
“그 부분은 전문가들과 좀 더 실험해 볼 게 있어서 시간이 필요합니다.”
“실험이요?”
“최적의 선택을 찾고 있으니 저희를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예, 그럴게요.”
“그리고 이 책을 받으십시오.”
차지혜는 아주 두꺼운 책을 한 권 주었다.
“아레나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가 서술된 책입니다. 꼭 완독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예, 근데 훈련은 언제부터 하죠?”
“당장은 없습니다.”
“예?”
훈련이 필요 없다니?
의아해하는 내게 차지혜가 말했다.
“김현호 씨는 당장 짧은 훈련으로 향상될 부분이 없습니다. 서바이벌도 스스로 잘 해내셨고, 사격은 안 보고 쏴도 백발백중이고, 정령술의 응용력도 훌륭하십니다.”
“…….”
“물론 정령술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만, 당장 남은 14일은 푹 쉬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팀원도 마찬가지인가요?”
“강천성 씨도 당장은 훈련이 필요 없었습니다. 전투능력은 오히려 저희 무술교관이 배워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긴…….”
그 양반이야 원채 괴물처럼 강했으니, 무술가로서는 거의 완성 수준이 아닐까?
“하지만 이준호 씨와 이혜수 씨는 14일간 여기서 숙식하며 집중훈련을 받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예, 두 분은 실력이 현저히 부족해 집중훈련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시험 직전 하루 이틀은 재충전할 시간을 드릴 겁니다.”
혜수가 걱정된다.
고작 장검 한 자루와 150카르마밖에 없는 혜수가 집중훈련으로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럼 저와 강천성 씨는 집에 가도 되는 거죠?”
“강천성 씨는 거처가 따로 없어 이곳에서 지내기로 하셨습니다. 현호 씨는 헬기와 차량으로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
헬기 타고 에쿠스 타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7시였다.
돌아와 샤워를 하다가 멋진 내 몸에 또다시 감탄하며 만족감에 젖었다.
현지가 보면 깜짝 놀라겠네. 그동안 멸치는 보기 싫다며 그렇게 나를 타박했겠다. 이 오라버니의 초콜릿복근에 경악하게 해줘야겠다.
…왠지 치한 같으니 관두자. 여동생한테 무슨 짓이냐.
샤워를 마친 후에도 내 복근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상의는 벗은 채로 집안을 돌아다녔다.
전신거울 앞에서 히죽히죽 웃다가 청바지만 입고 모델 포즈도 취해봤다. 아, 행복해라.
‘한번 얼마나 좋아졌는지 테스트를 해봐야지.’
일단 가볍게 팔굽혀펴기.
‘처, 천 번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이상 50회 하고 헥헥대던 내가 아니었다. 물구나무를 선 채로 팔굽혀펴기를 해봤는데, 이것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양손 엄지만으로 몸을 지탱한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 데 성공했다.
“실프, 나 멋지지?”
-냥!
요 귀여운 것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를 부렸다. 역시 정령도 보는 눈이 있군. 암, 그렇고말고. 단지 내가 주인이라서 무조건 동의해 준 건 아닐 거야.
정말 대만족이었다. 몸이 고무공처럼 탄력이 넘쳤다.
‘특수부대 정예 요원은 훈련만으로 이런 육체를 만들었단 말이야? 진짜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공짜로 이런 몸을 얻은 내가 도둑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삑삑삑-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아들, 나 왔어!”
‘헉, 엄마다.’
난 잽싸게 상의를 입었다.
“닭강정은 많이 팔았음?”
“아니…….”
“엥? 이제 슬슬 망하기 시작한 거야?”
“아직 영업시간도 안 끝났는데 재료가 떨어졌지 뭐야. 아이 속상해.”
“…여전히 불티나는구나. 후계자로서 안심했어.”
“호호, 아들도 얼른 가게 나와서 일해.”
“다음 달부터.”
그러고 보니 나 이제 백수 아닌데. 이제 난 연봉 6천을 기본으로 받는 고소득자였다. 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취직했으니 가게 일 못한다고 하면 울 엄마 왕 삐질 텐데.’
아들과 함께 일하게 됐다고 무지 들떠 있던 우리 엄마. 내가 취직했다고 사라지면 도로 시무룩해질 터.
‘일단 비밀로 해야지.’
이 문제는 3회차 시험이 끝나고 해결하기로 했다.
잠시 후에 누나도 도착했다. 엄마 먼저 내려주고 주차하고 온 모양이었다.
누나는 오자마자 날카로운 눈으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현지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지금이 밤 10시인데도 현지가 오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던데.”
서, 설마?
“얘 또 클럽 간 거 아니니?”
엄마가 직설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누나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토익 400점짜리가 이 시기에 클럽?”
토익 400점?!
나는 피를 토할 뻔했다. 그게 졸업 앞둔 대학생의 스펙이란 말인가!
33세 노처녀 변호사는 불같이 진노하여 나를 노려보았다.
“김현호!”
“왜, 왜?”
얼음장 눈빛에 난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 나가서 현지 찾아와.”
“걜 어디서 찾아?”
“찾아, 백수.”
“네.”
엄마한테도 안 하는 존댓말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난 잽싸게 블레이저를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야밤에 아파트를 나서자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현지 얘는 분명히 정신 줄 놓고 놀고 있겠지.
‘폰을 꺼놨다면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인데. 평일이라 학교 끝나고 놀러간 것이니 강남이나 홍대로 원정 가진 않았을 테고.’
천안에 클럽은 하나지만 나이트클럽은 여러 개다. 그중 어디에 현지가 있을지 내가 무슨 수로…….
‘응?’
문득 어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현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비로소 나는 오늘 습득한 보조스킬 ‘길잡이’를 떠올렸다.
‘그래, 이 스킬이면 찾을 수 있겠다!’
그냥 막연하게 방향만 알 수 있을 뿐이었지만, 이 스킬과 지도어플이면 가능할 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지도어플을 켜고 천안에 있는 클럽과 나이트클럽을 검색했다. 내 직감이 드는 방향에 하나가 위치해 있었다. 다행히 여기서 가까운 클럽이었다.
‘좋아. 기다려라, 현지 이년.’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클럽으로 향했다.
***
클럽에 도착하자 그 안에 현지가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기구나.’
택시에서 내린 후에 클럽으로 향했다.
옷을 대충 입고 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다행히 별다른 제지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쩌렁쩌렁한 일렉트로닉 뮤직이 내 고막을 공격했다. 저 DJ 새낀 청각장애인인가.
춤추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쭉 둘러봤는데 현지는 안 보였다. 어째 죄다 사내놈들밖에 없다.
‘이쪽인가?’
길잡이 스킬이 나를 왼쪽으로 인도했다. 룸이 밀집된 구역이었다. 설마, 룸 안에서 남자들하고 술 마시는 거야?
‘이 토익 400점짜리가!’
난 성큼성큼 그쪽으로 향했다.
룸을 쭉 둘러보니 한 룸 앞에서 강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다.’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룸 안에 있던 남녀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남자 셋, 여자 셋. 그중 한 명은 역시나 현지였다.
“오, 오빠?”
현지의 두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가자, 이것아.”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누나가 보내서 왔다.”
“어, 언니가?”
현지의 목소리가 공포로 떨리기 시작했다.
“누구야?”
“현지 오빤가 봐.”
여자들이 수군거리고 남자들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나와 현지를 번갈아보았다.
난 한숨을 쉬며 손짓했다.
“얼른 가자. 네 토익점수에 클럽 생각이 나니?”
“히잉…….”
현지는 울상이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챙겨들고 순순히 나온다. 누나가 무섭긴 한가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