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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이계사냥기 25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25화


[제목: 이상한 꿈 꿨음.
내용: 간밤에 이상한 꿈 꿨음.
아무것도 없이 온통 새하얀 세계였는데, 아니꼽게 생긴 아기 천사가 참새처럼 파닥거리며 나타났음. 지가 천사인데 율법이니 시험이니 온통 알 수 없는 소리 지껄임.
됐고, 로또 번호나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정말 가르쳐 줌! 이번 주에 로또 한 번 긁어볼 것임. 1등 터지면 인증한다.(진심) 니들도 좋은 꿈 꿔라ㅋㅋㅋㅋ]

음, 이 정도면 충분하군.
새하얀 세계, 천사, 율법, 시험. 중요한 키워드는 다 들어갔다.
너무 진지하게 쓰면 관심 못 받고 무시당할까 봐 일부러 로또 얘기까지 첨부했지만, 같은 시험자라면 누구나 알아보고 이메일로 연락해 올 터였다.
이런 글을 여러 곳에 복사·붙여넣기를 한 뒤에야 나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등산하러 집을 나섰다.
태조산 등산코스를 오르는 길에 준호에게도 연락이 왔다.
-현호 형 핸드폰 맞죠?
“오냐. 너도 일어났구나.”
-예, 형. 혜수 누나 연락도 받았어요?
“응.”
-지금 뭐해요?
“밥 먹고 등산한다.”
-등산?
“운동은 꾸준히 해야지.”
-그래요? 저는 체력보정 초급 2레벨 찍은 후에 운동 같은 건 신경 안 썼는데.
음? 듣고 보니 그렇군. 어차피 카르마 좀 써서 체력보정을 습득하면 월등한 육체를 얻게 되는데 힘들여 운동하는 보람이 퇴색된다.
“듣고 보니 그렇네. 아무튼 매일 하던 거라 계속하려고. 아참, 혹시 너 카르마 보상 받은 거 썼어?”
-아뇨, 아직 안 썼죠.
“그럼 쓰지 말고 놔둬 봐. 같이 모여서 상의한 후에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그럴게요. 그럼 언제 볼까요?
“글쎄다. 나중에 내가 연락 줄게.”
-예, 형.
통화를 종료하고 준호의 번호도 등록했다. 주소록에 ‘아레나’라는 그룹을 따로 만들어 준호와 혜수의 번호를 옮겨놓았다.
그사이에 내 체력이 꽤 좋아진 모양이었다. 태조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데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다이렉트로 등산을 마칠 수 있었다.
‘하긴, 그 유인원 자식들하고 싸울 때와 비교하면 식은 죽 먹기지.’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였다.
위잉, 위잉.
스마트폰이 진동을 해댔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발신자표시제한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체 누구지?’
일단은 받아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나다.
나라고 하면 누군지 어떻게 알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누구 목소리인지 나는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강천성 씨?”
-그래.
“아, 연락 잘하셨어요. 다른 사람하고도 다 연락이 됐거든요. 혹시 연락처를 가르쳐 주시면…….”
-사정상 연락처는 없다. 앞으로도 연락은 내가 하지.
“아, 그래요?”
대체 무슨 사정일까?
-직접 만나는 게 좋겠군. 집이 어디지?
“천안이요. 천안역이나 천안고속버스터미널로 오시면 되요.”
-지금 간다. 도착해서 연락하지.
“네? 자, 잠깐……!”
-철컥.
끊어져 버렸다.
황당함이 밀려왔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그래도 이 인간이 만나자고 먼저 연락한 게 어디냐. 아기 천사한테 신랄한 혹평을 받은 후에 나름대로 반성이 든 모양이었다.
팔굽혀펴기를 하고 인터넷에 올린 글의 댓글도 확인하며 시간을 때울 때였다.
이번에도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연락이 와서 전화를 받았다.
“예, 강천성 씨. 어디세요?”
-천안역 동부 광장.
“예, 금방 갈게요.”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천안역 앞 동부광장에서 기웃거리니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강천성이었다.
“가지.”
“예,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
“저도요. 그럼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음식을 사들고 가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다.”
“그, 그럼 그렇게 하죠.”
강천성은 음식은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했다. 그래서 피자 한 판과 콜라를 사들고 갔다. 강천성은 미리 봐둔 곳이 있었는지 앞장서서 가까운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옥상에 도착했다.
당연하지만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쫓기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군.”
“쫓기고 있다면, 혹시 경찰이요?”
“경찰과 인천의 폭력조직.”
대충 짐작은 했지만 정말 복잡한 사정이 있나 보구나.
우리는 피자를 뜯어서 한 조각씩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강천성이 말했다.
“지난 시험 때는 신세 졌다.”
“별말씀을요.”
“시험에 방해가 되어서 미안하다.”
“그, 그렇지 않아요. 그 천사 자식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정확한 평가였다. 내가 일행을 불편하게 만들었어. 박고찬 같은 놈은 몇 마디 경고로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싸울 때 앞장서서 활약해 주셨으니까 우리가 살았죠. 그래서 400카르마를 받으셨고요. 역할이 있으니까 보상을 받은 거지, 방해만 됐으면 보상도 못 받았겠죠.”
“그런가.”
강천성은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넌 우리의 리더이니 내 사정을 들려주어야겠군.”
“아, 아뇨, 제가 리더는…….”
“천사뿐만 아니라 나 역시 네 판단력을 인상 깊게 여겼다. 시험을 모두 통과하려면 네가 우리를 이끌어야 해.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그런……. 예, 뭐,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하는 수 없이 나는 리더라는 역할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일행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것은 나였으니 말이다.
“난 상해에서 무술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렇게 강천성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강천성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봉변에 처한 친구를 구하고부터였다.
사채를 쓴 친구가 깡패들에게 목숨을 위협받자, 강천성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브로커를 통해 친구를 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일을 진행하던 중, 깡패들과 충돌하여 열댓 명을 병원에 보내 버렸다.
결국 강천성까지 폭력조직의 타깃이 되는 바람에 그 또한 친구와 함께 한국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고생의 연속이었다.
친구와 함께 인천의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약점으로 잡혀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공장 사장을 두들겨 패고서 친구와 나온 강천성은 먹고살 길을 찾다가 인천의 어느 폭력조직에 가담하게 되었다.
친구는 그저 그런 말단 조직원이 됐지만, 원채 솜씨가 좋은 강천성은 조직 보스의 경호원이 되어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 조직에게 쫓기게 되신 거예요?”
내 물음에 강천성은 씁쓸하게 말했다.
“원한을 샀던 상해의 조직이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인천에도 손을 뻗었더군. 인천의 조직이 놈들과 모종의 협약을 맺었고, 우호의 증표로 나와 친구를 바쳤다.”
“아…….”
“그렇게 친구와 함께 목숨을 잃었는데, 시험자가 되어 다시 살 기회를 얻었지.”
“그럼 그 친구분은요?”
“저승길을 택했다더군. 천사에게 들었다. 다시 살기엔 너무 지친 거지.”
“…그 뒤에는 어떻게 되셨어요?”
“우선 우릴 재물로 넘긴 인천 조직의 보스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부하 열댓 명을 함께 불구로 만들었으니 조직이 망했거나 복수를 위해 날 쫓거나 둘 중 하나겠지.”
오싹한 이야기였다.
오러 컨트롤을 익혀 힘이 강해졌으니 강천성은 복수에 거침이 없었으리라.
“덕분에 경찰에게도 쫓기게 됐지만 상관없다. 이번에 받은 400카르마로 나는 더욱 강해졌으니까.”
“아, 400카르마 벌써 쓰셨어요?”
“썼다.”
아이고.
같이 상의하고 썼으면 더 좋았을걸.
“어디에 쓰셨는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알려줘야지. 400카르마를 모두 써서 체력보정 중급 1레벨을 습득했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중급이요? 초급이 아니고요?”
“초급 5레벨 다음이 중급 1레벨이더군. 난 처음부터 초급 5레벨 수준의 육체능력을 갖고 있었다.”
벌써 오러 컨트롤 초급 4레벨과 체력보정 중급 1레벨! 강천성의 엄청남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중급이면 대체 어느 정도예요?”
“중급부터는 인체의 한계를 초월하더군. 인간이 낼 수 없는 힘과 지구력을 내게 되었다.”
강천성은 5층짜리 상가 건물 옥상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뛰어내려도 가뿐하다면 설명이 되겠나?”
“저, 정말 대단하네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있어서 되도록 남과 얽히지 않으려 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더군. 앞으로는 네게 협조를 다하겠다. 보다 강해졌으니 다음 시험 때는 큰 도움이 될 거다.”
“예, 잘 부탁드릴게요. 그런데 지금 갈 곳이 없으신 건가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체력보정 중급 1레벨이 되고부터 추위에도 내성이 생겼다. 문제없어.”
“그, 그래도 식사라도 하셔야 할 텐데, 그럼 일단 이거라도 받으세요.”
나는 지갑에서 4만 원을 꺼내주었다. 강천성은 의외로 순순히 그 돈을 받았다.
“고맙군.”
“뭘요. 저도 앞으로 시험 때 계속 도움을 받을 텐데요.”
“그래. 아무튼 당분간은 천안에서 지낼 생각이니 매일 점심 경에 연락하겠다.”
“그렇게 하세요. 혹시나 필요한 게 생기시면 제게 연락을…….”
그런데 그때, 내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핸드폰 번호였다.
“누구지? 죄송해요, 잠깐 통화 좀 할게요.”
“그래라.”
난 양해를 구한 뒤 통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현호 씨 맞으십니까?
사무적인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런데요?”
-올리신 글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그 말에 나는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올린 글? 그렇다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연락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내 핸드폰 번호는 대체 어떻게 알고?
“누구시죠? 이 번호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불쑥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한국 아레나 연구소의 연구원 차지혜라고 합니다.
“한국 아레나 연구소?”
내 말에 강천성도 안색이 변했다.
“국가기관인가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김현호 씨 같은 시험자를 돕고 있습니다.
놀란 나에게 차지혜라는 여자가 계속 말했다.
-천안역에 나와 계신 듯한데, 시간 되시면 지금 바로 볼 수 있겠습니까?
“제가 천안역에 있는 줄은 어떻게 아신 거예요!”
-방금 통화로 위치를 추적했습니다.
“당신들 대체 뭐야!”
내가 화를 내자 차지혜가 답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빠른 일처리를 위해서였지 다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음 시험까지 휴식시간이 많지 않으실 텐데 얘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습니까?
“…….”
인터넷에 글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 연락처를 알아내고 통화로 위치까지 탐지했다. 정말로 이 여자는 국가기관의 사람이 맞는 모양이었다.
-지금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천안으로 가는 중인데 바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저 혼자 가는 중입니다.
나는 일단 통화를 끊어버렸다.
강천성에게 물었다.
“어쩌죠? 시험자를 지원하는 국가기관이라는데 지금 이리로 오고 있대요.”
“어떤 사람이었지?”
“젊은 여자였고, 일단 말로는 혼자 오고 있대요.”
“국가기관이라…….”
강천성은 고민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만나보지.”
“그래야 할까요?”
“국가기관인 건 확실해 보이고, 어차피 네 신상을 알고 있는 이상 피할 수는 없지 않나.”
“그건 그렇네요.”
“일단 혼자 만나봐라. 난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다가 혹시나 수상한 기색이 있으면 행동에 나서겠다.”
“알겠어요.”
강천성이 보디가드가 되니 마음이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다시 차지혜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정하셨습니까?
“예, 만나겠습니다. 단, 한 가지 약속을 받겠습니다. 정말로 나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까? 이를테면 저를 납치하려 한다든지…….”
-절대로 없습니다.
“믿어도 되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차지혜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한 힘을 가진 시험자에게 거친 방법을 쓸 수나 있겠습니까?
아,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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