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0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0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5발 정도는 쏴보자.’
시험에 쓸 납구슬탄과 방금 주문한 쇠 재질의 새총알탄은 무게가 다르다. 납구슬탄으로 쐈을 때의 느낌이나 파괴력을 알아야 한다.
‘쏴보자.’
납구슬탄 한 발을 꺼내 총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방 20미터쯤 떨어진 소나무를 조준했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장전은 편하네.’
그냥 총알만 총구에 집어넣으면 끝. 정말 간단했다.
근세 시대에 쓰인 전장식 소총은 화약도 넣고 막대기로 쑤시는 등의 짓거리를 해야 하는데, 이건 화약이 아닌 마법으로 쏘는 소총이라 심플했다.
쭈그리고 앉은 ‘앉아 쏴’ 자세에서 개머리판을 어깨에 붙였다.
두 개의 조준선을 정렬시켜 소나무를 겨눈다. 호흡을 멈춘 후에, 발사.
퉁―!
작은 소음과 함께 묵직한 반발이 어깨에서 느껴졌다.
파직!
납구슬탄에 명중된 소나무의 외피가 뜯겨져 나갔다.
‘반발력은 군대에서 썼던 K2보다 훨씬 약하네. 위력도 그만큼 뒤떨어진다는 뜻이겠지.’
물론 장점도 있었다.
‘총 무게가 가볍고 반발력도 적어서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쉽게 사격할 수 있겠어. 게다가 소음도 작아. 역시 화약총이 아니라서 요란한 소리가 안 나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 소나무를 확인해 보았다.
맞은 자국이 조금 패여 있었다. 이 정도면 살상력도 충분했다. 급소를 잘 맞추면 레드 에이프도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실프.”
-냐앙.
나는 소환된 실프에게 말했다.
“방금 쏜 총알을 찾아줘.”
-냥.
실프는 어디론가 휙 하니 날아가더니, 이윽고 납구슬탄을 물어와 내 손바닥 위에 얹어주었다.
“하아, 역시…….”
예상대로 납구슬탄은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역시 원 샷 원 킬의 스나이퍼가 되어야 했다.
나는 타깃인 소나무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다시 사격을 해보았다.
투웅!
이번에는 소나무에 명중되지 않았다.
“주워 와, 실프.”
실프는 쏜 납구슬탄을 가져다주었다.
운 좋게도 이번에 쏜 납구슬탄은 형태가 멀쩡했다. 흙이 많이 묻어 있는 걸 보니, 흙더미에 파묻힌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한 발 한 발이 귀중했는데.’
“실프, 혹시 여기서 저 소나무까지 거리가 몇 미터인지 아니?”
-냥?
고개를 갸웃거리는 실프.
‘아, 실프는 미터법을 모르는구나.’
나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길이측정 어플을 실행해 실프에게 보여줬다.
“자, 이게 1센티미터야. 그리고 100센티미터가 1미터고. 이제 알겠지?”
-냥!
자신 있게 대답한 실프는 땅바닥에다가 숫자를 새겼다.
41.
제길, 41미터밖에 안 되는데 빗나갔다고? 저렇게 큰 소나무를 못 맞춰?
‘명중률이 높지 않구나.’
하기야 군대에서 썼던 K2소총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량된 현대의 무기였다.
반면 내가 가진 전장식 마법소총은 척 보기에도 엄청 옛날식에 총알도 동그란 구슬 모양. 당연히 명중률도 들쭉날쭉하다.
원 샷 원 킬을 해야 하는데 소총의 명중률이 이 모양이니 문제가 많군.
이제 내가 믿을 건 실프밖에 없었다.
“실프야.”
-냥?
“혹시 내가 총을 쏘면 네가 힘을 발휘해서 저 소나무에 적중되도록 할 수 있어?”
-냐앙.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가 대충 사격을 할 테니까 네가 힘을 발휘해서 납구슬탄이 소나무에 맞게 해줘. 정확히 아까 맞췄던 그 부분에 맞도록.”
-냐앙!
“좋아, 쏜다.”
납구슬탄을 총구에 넣고 신속하게 자세를 취했다. 신중하게 조준하지 않고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퉁!
발사와 동시에 실프도 날아갔다.
퍼억!
소나무에서 또다시 둔탁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명중이었다.
달려가 소나무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아까 첫발이 명중되어 패여 있던 그 자리에 또다시 총알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됐다!”
이 정도면 놀라운 명중률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실프의 도움을 받는다면 백발백중은 확실했다.
다만 문제는 방금 사격으로 소모된 실프의 힘이었다.
“스킬확인.”
석판이 나타나 스킬이 표시되었다.
-정령술(메인스킬): 현재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를 소환 중입니다.
*초급 1레벨: 2시간 소환 가능.(남은 시간 1시간 29분) 소환 시간이 만료되면 10시간 뒤에 재소환 가능합니다.
남은 소환 시간이 크게 줄어 있었다.
난 놀라 실프에게 물었다.
“실프, 내가 널 소환한 지 몇 분이나 지났지?”
실프는 땅에 ‘17’이라고 적었다.
그럼 방금 실프의 힘을 써서 소환 시간이 14분이나 단축되었다는 뜻!
실프의 힘을 너무 많이 소모됐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가?’
소총에서 발사된 납구슬탄은 엄청난 속도와 위력을 가지고 날아간다.
그런 위력을 지닌 채 날아가는 납구슬탄을 바람의 힘으로 움직여서 탄도(彈道)를 바꾸게 했다. 당연히 그만큼 실프가 많은 힘을 발휘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거리도 41미터밖에 안 된다.
먼 거리였으면 실프가 조금만 힘을 써도 탄도가 크게 바뀔 테지만, 가까워서 목표 지점에 납구슬탄을 이동시키려고 힘이 많이 소모됐다.
‘싸워야 하는 적이 한두 마리뿐이면 이걸로 충분하지만…….’
한 발에 14분.
8발 정도만 쏴도 실프의 소환 시간이 끝나 버리고 만다. 적이 다수일 경우 써먹을 만한 기술이 아니다.
소환 시간이 끝나면 10시간이 지나야 다시 소환할 수 있는데, 이건 너무 페널티가 큰 기술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자리에 앉아 쉬면서 나는 고민에 잠겼다.
전장식 마법소총은 명중률이 너무 불안정했다. 41미터밖에 안 떨어진 큰 소나무도 제대로 못 맞추는 총으로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실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마법소총을 들었다.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납구슬탄을 총구에 넣고 소나무를 조준했다.
-냐앙.
실프는 그런 내 옆 바짝 붙어 앉은 채 꼬리를 가볍게 살랑거렸다.
그러고 보니 보통 저격수 옆에는 관측병이 함께 있지?
마치 내가 저격수고 실프가 관측병인 모양새였다. 물론 이렇게 귀여운 관측병이 세상에 또 있을까마는.
“실프. 이대로 쏘면 소나무에 적중될까?”
-냥.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첫발에 맞췄던 그 자리에 맞출 수 있을까?”
이번에는 고개를 젓는 실프.
“그럼?”
실프가 내 앞에 날아와 앙증맞은 앞발로 총구를 아주 살짝 왼쪽으로 움직여주었다.
“이대로 쏘면 된다고?”
-냥.
실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디 한 번 쏴볼까?’
실프가 가르쳐 준 조준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집중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호흡도 정지한 채.
방아쇠를 살며시 당겼다.
투웅― 파직!
소나무에 적중되었다. 실프는 기쁜 듯 내 머리 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명중한 모양이었다.
나는 달려가 소나무를 확인해 보았다.
“우와!”
처음 쏴 맞췄던 탄흔이 더욱 깊이 패여 있었다.
“바로 이거야!”
실프의 힘을 아주 적게 쓰면서도 백발백중으로 사격할 수 있는 방법!
“실프. 이번엔 눈을 감고 쏠게. 내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네가 총구를 움직여서 조정해 줘.”
-냐앙.
소나무에서 멀리 떨어진 나는 납구슬탄을 총구에 넣고 눈을 감았다. 소총을 들어 대충 조준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실프가 총구를 살짝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퉁― 퍼억!
확인해 보니 이번에도 명중이었다. 아직 소나무에는 탄흔이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껏 쏜 모든 납구슬탄이 한 군데를 맞췄기 때문이다!
실프의 힘 소모도 극미했다.
쏘아진 납구슬탄의 탄도를 바꾸는 게 아니다. 쏘기 전에 총구만 살짝 움직이는 것뿐이니 많은 힘이 필요 없다.
이것이 바로 정답.
조준을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해보자!”
“냥!”
이번에는 소총을 들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달리면서 납구슬탄을 꺼내 총구에 넣었다.
“간다!”
있는 힘껏 점프,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총을 소나무를 향해 대충 조준했다.
당연하게도 엉망진창인 조준이었지만,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실프가 총구를 움직여 정확하게 조준해 주었다.
투웅― 파직!
명중!
“좋아!”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이로써 나는 어떻게 쏘든 백발백중으로 명중시킬 수 있게 되었다. 실프와 소총이 이루어낸 최상의 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