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이계사냥기 1화
무료소설 아레나, 이계사냥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레나, 이계사냥기 1화
지구에 70억 인구가 서식 중이다.
그중 술만 마셨다 하면 지랄 발광하는 인간의 숫자는 한 3억쯤 되겠지? 그 3억, 다 죽었으면 좋겠다. 진짜로.
편의점 야간 알바는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었다.
새벽 1시쯤, 웬 술에 꽐라가 된 아저씨가 맥주를 잔뜩 사서 혼자 퍼마시기 시작했다.
잔뜩 취해서는 계산도 하지 않고 과자, 아이스크림, 오징어를 꺼내 먹으려 들었다.
계산하고 드시라고 뜯어 말렸더니 너까지 나를 무시하냐며 폭언욕설에 주먹질…….
산뜻하게 경찰에 신고해 줄까 싶었지만, 더 귀찮아질까 봐 어떻게든 타일러서 진정시켰다.
지랄하다가 지친 아저씨는 혼자 엉엉 울며 가버렸다. 그 아저씨 인생도 참 지랄이었나 보다. 떠나는 뒷모습이 안타까웠다.
근데 그렇다고 나까지 지랄 같게 만들면 안 되는 거잖아?
엿 같은 야간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어둡고 음습한 나의 지하 단칸방.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가을에는 춥고, 겨울에는 더 춥고, 여름에도 밤 되면 추운 신기한 나의 던전이다. 옵션으로 장마철엔 물이 샌다!
나는 옷을 홀랑 벗어던지고 두터운 이불 속에 기어 들어갔다. 난방이 안 돼서 추운데도 옷 벗고 자는 버릇은 못 고친 나도 꽤 신기한 놈이다.
잠을 자려는데 문득 스마트폰이 전화 왔다고 부르르 떨어댄다.
발신자는 엄마였다.
‘끝내주는군.’
힘겨운 하루 일과의 마무리는 엄마로구나. 보나마나 잔소리나 실컷 들을 텐데.
‘좋아, 씹자.’
나는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알바 끝나고 돌아와 잠들어 버려서 못 받았다고 하면 되니까.
진동이 멎자 엄마가 포기했구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딩동~ 하고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들. 자는 척하지 말고 전화 받아. 안 그럼 용돈 삭감이다?]
…그래.
내가 누굴 속이랴.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냉큼 받았다.
“여보세요.”
-아들, 왜 전화 안 받았어?
“자는 척하느라 못 받았어.”
-그래? 우리 아들 효자네.
“뭘, 이정도 쯤이야.”
-용돈 삭감.
또 이런 식으로 용돈 갖고 사람 억압하네. 그런다고 내가 쫄 것 같아?
“잘못했어요.”
쫀다. 난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엄마는 호호 웃으며 말했다.
-공부는 잘하고 있고?
“이제 막 알바 마치고 돌아왔어. 자고 일어나면 해야지.”
-2년 차 고시생이 잠이 오니?
“자꾸 아픈 곳 찌르지 마.”
-아들, 오해하지 말고 엄마 말 들어봐. 아들은 머리가 돌이라 공부할 팔자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집에 돌아와서 엄마랑 닭강정집이나 하지 그러니?
난데없는 직구.
오해할 여지가 조금도 없는 산뜻한 직격탄.
정신적 충격을 받은 나는 더듬거리며 대응했다.
“어, 엄마.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아.”
-엄마도 2년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지 뭐니. 이제 쓸데없는 기대로 아들에게 무리한 일을 강요하지 않을게. 마냥 공부, 공부 하지 않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주는 게 참된 부모의 역할 아니겠니.
내 적성에 맞는 진로가 닭강정집 사장이라고 확신하는 말투였다.
두려움을 느낀 나는 급히 말했다.
“엄마, 그러지 말고 한 번만 기회를 더 줘. 이번에도 공무원 시험 떨어지면 엄마 뜻대로 닭강정을 볶으며 여생을 보낼게.”
-당연하지. 아들 내년이면 서른이야. 옆집 편의점네 딸내미는 아들보다 두 살 어린데도 벌써 결혼해서 자식이 둘이라고. 편의점네가 얼마나 손자 자랑을 하는지 아니?
“또 그 소리.”
그놈의 뚱땡이 편의점 아줌마. 또 엄마한테 손자 자랑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 아들은 언제 여자 만나서 결혼할까…….
“일단은 내 인생부터 어떻게 좀 해보고 나서 며느리랑 손주에 대해 상의해 보자고요.”
어떤 미친년이 29세 되도록 공무원 시험만 붙잡고 삽질하는 새끼를 좋아하겠냐고.
-그러니까 다 때려 치고 돌아와 닭강정…….
“끊을게.”
통화종료를 누르고 잽싸게 배터리를 뽑았다.
닭강정, 서른, 며느리, 손자, 다시 닭강정. 날 녹다운시키는 무시무시한 콤보다. 누가 닭강정 볶으며 살까 보냐?
물론 닭강정 얕보는 건 아니다.
우리 엄마가 닭강정 불티나게 팔아서 우리 삼남매 전부 대학 보냈으니까.
하지만 힘든 일은 질색이야.
그냥 공무원 할래.
설렁설렁 일하고 꼬박꼬박 월급 타고 칼처럼 퇴근하며 살고 싶어.
답답함에 한숨이 나온다. 이불 속에 파고들어 눈을 붙였다.
정말로 가슴 언저리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꽉 막히고 심장이 죄이는 듯한 압박감.
에이 지랄, 이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