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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3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30화

제3장 뒤통수치는 명분 (1)

 

 

그레이즈 공작과 대련을 펼친 다음 날.

 

이레스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로 클라리아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더니 방을 나와 가주실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

 

“오셨습니까?”

 

“일찍 일어났네?”

 

나무 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순간 들려오는 알레인의 목소리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더니 가주의 책상에 놓인 통신 구슬을 가리키며 물었다.

 

“왕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하는 알레인을 향해 작은 미소를 그려주더니 통신 구슬 위에 손을 올렸다.

 

우웅.

 

마나를 주입한 듯이 통신 구슬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작게 진동을 일으키자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손을 움직이던 알레인이 펜을 멈추고 이레스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기다려 봐.”

 

짧게 대답하며 동생의 말을 막은 이레스가 통신 구슬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순간 통신 구슬에서 일어나던 진동이 멈췄다.

 

-테라인 왕실 통신실의 케빈입니다.

 

“그레이즈 가문의 현 가주 이레스.”

 

-……아! 왕국의 검을 뵙습니다!

 

잠시 멍해진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 깜짝 놀라며 외치는 케빈의 목소리에 이레스가 눈앞에 통신을 하고 있는 사내가 있는 것인지 손을 저은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레이온 왕자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케빈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통신 구슬 안쪽에서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이레스가 바로 알레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물끄러미 이레스의 손을 바라보던 알레인이 다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뭡니까?”

 

“가문의 병력 조사표 있지?”

 

“있죠.”

 

“줘봐.”

 

의도를 알겠다는 듯이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던 알레인이 뒤늦게 서랍을 열고 서류를 꺼내어 건네주자 이레스가 서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질문을 던졌다.

 

“총 병력이 이게 다야?”

 

“지금 당장 가문의 이름으로 소집했을 경우의 총병력입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린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류를 넘겼다.

 

“기사도 얼마 없네.”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배운 이들이 전부 빠져나갔으니까요.”

 

“오크는?”

 

“투 헤드 오우거의 습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는?”

 

“3할.”

 

“……세상이 도와주질 않는구나. 씨바.”

 

어이없다는 듯이 작게 투덜댄 이레스가 다시 서류를 넘겨 병력 조사표의 오크 목록을 빤히 바라보다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십만?”

 

오크의 병력에는 정확하게 11만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예.”

 

“3할의 피해가 있었다며.”

 

“예. 그래서 십만입니다.”

 

“엄청난 번식력이구만.”

 

작게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린 이레스가 다시 서류를 훑어보며 병력 조사표를 살펴보았고 총 두 번의 반복이 끝났을 때 조용하던 통신 구슬에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지?

 

테라인 왕국의 1왕자이자 테라인 왕국의 차기 국왕인 레이온 왕자였다.

 

이레스가 바로 병력 조사표를 알레인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갈 필요 있습니까?”

 

-없다……고 볼 수 있겠군.

 

“그 잠깐의 정적은 뭡니까?”

 

-엘프.

 

“아아.”

 

엘프가 왕국에 찾아왔다.

 

왕실로서는 그들에게 동맹국의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의 정적을 이해한 이레스가 주위를 둘러보다 알레인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레이온 왕자에게 말했다.

 

“꼭 만나볼 필요 있습니까?”

 

-엘프들이 찾아온다면 모를까, 그레이즈 가문에 있는 이상 상관없다.

 

“있으면 알레인을 보내려 했는데 상관없겠군요.”

 

“…….”

 

다시 일에 몰두하던 도중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올려다보는 알레인을 깔끔하게 무시한 이레스가 다시 통신 구슬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만약입니다.”

 

-뭐가?

 

“만약 두 제국 간의 전쟁이 이루어지는 이 상황에서 유실리안 제국을 정당한 방법으로 침공할 수 있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불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도 전쟁이 시작된 나라의 뒤통수를 칠 수는 없지. 그것은 대륙 전체가 비난할 수 있는 이야기이니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들려온 대답이었다.

 

이레스가 인상을 화악 찌푸리며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알겠습니다.”

 

-……연락한 이유가 그게 다인가?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무…….

 

레이온 왕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통신 구슬에 주입했던 마나를 회수한 이레스가 다시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멕케인 가문과 연결되는 통신 구슬 있어?”

 

“…….”

 

자신에게 질문을 건넸음에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멍하니 이레스를 바라보던 알레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펜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세요.”

 

알레인은 한 나라의 왕자, 그것도 자신의 나라 차기 국왕과의 통신을 먼저 끊는 이레스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았다.

 

왕자의 앞에서도, 심지어 제국의 황자 앞에서도 당당한 사람이 자신의 형이자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전쟁을 하고 있는데 뒤통수를 친다는 것은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당황하고 말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통신실로 향하던 알레인이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치는 이레스를 힐끔 쳐다본 후에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어떤 거?”

 

“뒤통수.”

 

이레스가 짧게 대답하며 묻는 알레인의 등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그렸다.

 

“관심 있냐?”

 

“정당한 방법……. 뭐 뒤통수를 친다는 것 자체가 정당한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써야 하는 방법이니까요.”

 

뒤통수를 친다는 것은 전쟁을 통해 얻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부가주라는 직위에 있었지만 이레스를 대신해 가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알레인으로서는 피해를 줄이는 전쟁은 관심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통신실 앞에 도착했는지 걸음을 멈춘 알레인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으로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그런 동생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통신실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에게는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다른 나라의 걱정이 필요 없는 최대의 피해자가 있으니까.”

 

“……피해자?”

 

“충!”

 

알레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통신실을 담당하던 마법사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고 이레스는 통신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십, 수백의 통신 구슬을 훑어보다 한 마법사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멕케인 가주 전용 통신 구슬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마법사가 짧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진열대에 진열된 통신 구슬 중 하나를 건네자 이레스가 알레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얘네, 입 무거워?”

 

“기밀 사항입니까?”

 

“그렇지……?”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알레인이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등 뒤에 자리한 통신실 문을 가리켰다.

 

“나가 있으시오.”

 

“예!”

 

마법사들이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통신실을 나왔고 모든 마법사들이 빠져나가자마자 알레인이 문을 닫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

 

이레스는 알레인이 명령을 내려 마법사들을 내보내는 것과 동시에 통신 구슬에 마나를 주입하고 있었다.

 

가주의 집무실에 있던 통신 구슬과 마찬가지로 작게 진동을 일으켰고 진동이 멈추는 순간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멕케인 가문입니다.

 

누구라고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몇 년간 함께 활동해 온 사람이기도 한 사내의 목소리였다.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인사를 했다.

 

“크리스 님.”

 

-……아. 이레스 님이시군요.

 

“예. 혹시 전대 멕케인 공작님 계신가요?”

 

-이틀 전, 왕실에서 복귀했습니다.

 

“은퇴는요?”

 

-미뤄졌습니다.

 

“그러면 크리스 님은 다시 소가주?”

 

-예, 형식상 그렇게 됩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가 다시 통신 구슬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옆에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레이즈 공작님.

 

크리스와는 다른 중년의 목소리,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가 통신 구슬 안에서 들려오자 이레스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 중 승자는 누구입니까?”

 

-유실리안 제국입니다.

 

“그럼 전쟁이 종결된 이후 테라인 왕국이 피해 복구를 마친 유실리안 제국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면 테라인 왕국이 이길 확률은 어느 정도 됩니까?”

 

-높게 봐도 이 할이 안 됩니다.

 

“그럼…….”

 

잠시 말을 흐린 이레스가 옆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만약 유실리안 제국이 플레티안 제국과의 전쟁이 종결되는 그 순간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이길 가능성은 얼마입니까?”

 

“……!”

 

알레인이 깜짝 놀란 듯이 몸을 흠칫 떨며 바라보았지만 이레스는 여전히 여유 있는 미소를 그리고 있었고 그 순간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국 간의 전쟁이니 피해는 존재할 것입니다. 그 틈과 기습적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사용하면 이길 확률은 팔 할로 올라갑니다.

 

이미 제국의 전쟁이 종결된 이후 전쟁을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었는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멕케인 공작의 모습에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군요.”

 

-…….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테라인 전하를 설득해주십시오,”

 

-어떤 걸 설득하라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물어오는 멕케인 공작의 목소리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린 뒤에 대답했다.

 

“전쟁이 종결되는 것과 동시에 유실리안 제국을 치는 걸요.”

 

* * *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테라인 왕국 정보부에서 아예 살다시피 생활하고 있던 레이온 왕자는 오늘 아침 이레스와의 통신을 위해 통신실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일주일 만에 통신실을 나와 국왕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벌컥.

 

“아버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책상에 올려진 서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테라인 국왕이 노크도 없이 안으로 들어오며 묻는 레이온 왕자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들며 대답했다.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냐?”

 

“전쟁입니다.”

 

“아아.”

 

그제야 레이온 왕자가 묻는 것의 정체를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테라인 국왕이 안경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맞다. 다른 나라가 모르게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유실리안 제국입니까?”

 

“그렇지.”

 

“현재 유실리안 제국은 전쟁 중입니다.”

 

“알고 있다.”

 

“다른 나라가 전쟁을 치르는 도중 개입을 하면 대륙의 적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당연한 것.”

 

레이온 왕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테라인 국왕을 빤히 바라보다 아침 일찍 연락이 왔던 이레스와의 대화를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뒤통수를 치는 것입니까?”

 

“그건 아니다. 뒤통수를 쳤을 경우 다른 나라가 공격을 할 수 있으니 뒤통수를 치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뭐, 흔히 볼 수 있는 싸움으로 본다면 뒤통수가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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