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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227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7화

제1장 명분 (2)

 

 

“1년 전.”

 

술렁이는 대전 안에서 멕케인 공작이 건넨 보고서를 읽던 레이온 왕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든 귀족들이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양피지를 접어 한 손에 쥔 레이온 왕자가 귀족들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1년 전, 연회로 인해 그레이즈 공작이 왕실에 왔을 때 물어본 적이 있었소. 한 명의 정령검사가 가진 무력은 어느 정도냐고 말이오.”

 

“…….”

 

모든 이들이 레이온 왕자의 입에 고정되었다.

 

레이온 왕자가 작은 실소를 흘린 후에 말을 이어갔다.

 

“자신에게 일천의 병력이 있고 불의 정령과 함께 움직인다면 1개월 내에 일만의 군대를 몰살시킬 수 있다고 하였소.”

 

“…….”

 

“자신에게 오백의 병력이 있다면 땅의 힘만을 이용하여 삼만의 군대와 한 달간 대치를 벌일 수 있다고 하였소.”

 

“…….”

 

“자신에게 마스터를 막아낼 수 있는 오러나이트 경지의 기사 열 명만 붙여준다면 마스터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고 하였소.”

 

“…….”

 

“과장이라고 생각하오?”

 

“…….”

 

레이온 왕자는 질문하는 듯이 귀족들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바로 고개를 저었다.

 

“3년 전, 세 속성의 정령과 계약을 한 것이 전부임에도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에 오른 이레스는 기마민족의 마스터 칸과 일기토를 벌인 적이 있었소. 정령검사의 가능성은 그 이후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유실리안 제국은 그런 정령검사가 일백이 넘는다고 추측되고 있소.”

 

“……꿀꺽.”

 

한 귀족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바라보았고 레이온 왕자는 멕케인 공작과 같은 씁쓸한 미소를 그렸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에서 승자가 누구냐가 아니라, 플레티안 제국이 유실리안 제국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패배를 하느냐, 또는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이 유실리안 제국 국경과 인접해 있는 기사들에게 전부 습득될 때까지 플레티안 제국이 버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오.”

 

“…….”

 

“잊지 마시오. 전장에서 정령검사는 마스터를 능가하는 대마법사와 동급의 학살자 자리에 있는 이들이라는 것을.”

 

“…….”

 

순식간에 대전이 침묵에 둘러싸였고 레이온 왕자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한 귀족이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플레티안 제국으로 보내는 지원을 끊어야 하는 것입니까?”

 

“…….”

 

레이온 왕자가 질문을 건넨 귀족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지원은 계속해야 하오. 플레티안 제국의 패배는 확신에 가까웠지만 제국의 이름을 가진 이들이니 유실리안 제국과의 전쟁에서 유실리안 제국에 많은 피해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오.”

 

* * *

 

난데없는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왕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진 이레스가 가장 먼저 만난 엘프는 푸른 잎사귀 부족의 촌장이자 두 사람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문밖에 서 있는 하이엘프 알케리스였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묻는 알케리스의 모습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문제가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아직 융합술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이 아니신데 움직이는 것입니까?”

 

이틀 간격으로 꾸준하게 수련을 해 오던 모습을 보았기에 알케리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이레스가 동의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좀 심각해질 수도 있는 문제여서……. 어쩔 수가 없네요.”

 

“…….”

 

정령 융합술을 배우는 순간 불과 땅, 바람의 정령이 상급으로 진화하는 결과도 만들어주기 때문에 지금보다 수십 배나 되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허나,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졌다 하여도 그 힘을 통해 지켜야 할 장소가 사라지면 무의미한 힘에 불과했다.

 

“흐음. 혹시 그 문제가 유실리안 제국이라는 나라와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까?”

 

“……예, 그렇죠.”

 

일단 플레티안 제국과 유실리안 제국과의 전쟁을 지켜보고 발 빠른 대응을 위해 떠나는 것이었기에 유실리안 제국과 연관이 있는 것이 맞았다.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고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는 듯 턱을 쓰다듬던 알케리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어떤 부탁인데요?”

 

“복수를 하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

 

이레스가 알케리스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복수?’

 

엘프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기에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 생각을 하는 대신에 바로 의문을 품어버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케리스가 말하는 복수가 누구를 향한 복수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알케리스는 정령 융합술까지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 유실리안 제국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 것 때문이냐고 물었고 자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실리안 제국은 테라인 왕국과 더불어 엘프들이 활을 겨누게 하는 나라였다. 즉 알케리스는 자신의 대답을 통해 현재 테라인 왕국이 유실리안 제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추측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두 나라의 전쟁에 참여하여 납치되어 목숨을 잃은 동족들에 대한 복수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잠깐의 생각을 끝으로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렸다.

 

현재 테라인 왕국이 유실리안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예상하기로 두 나라 간의 전쟁이 끝나면 유실리안 제국이 검을 겨누는 나라는 테라인 왕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유실리안 제국이 침공을 하여 전쟁이 일어났을 때 엘프들이 도와준다면 테라인 왕국은 제국에 밀리지 않는 강한 무력 단체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엘프들은 뛰어난 궁사이자 정령사들이었다.

 

아무리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왕국의 기사들에게 가르쳐 검은 아이언 나이트들을 막으려고 하여도 힘들 일을 엘프들이 도와줄 수가 있었다.

 

정령검을 손에 쥔 그들은 워터 드레이크 병기술을 마스터한 구름 기사단을 간단하게 쓰러트렸지만 정령 융합술을 터득한 엘프들에게 무력하게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알케리스를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어느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는 건지.”

 

“자율적으로 선택하라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엘프들이 복수에 참여할 것입니다.”

 

“…….”

 

자신이 알기로 현재 푸른 잎사귀 부족에 자리하고 있는 엘프들은 오백여 명을 넘겼으며 유실리안 제국의 공격으로 피난 온 엘프들까지 포함하면 일천을 넘기고 그중 사백여 명이 검을 다루고 활을 사용하는 전사들이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고 자신이 내민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알케리스의 모습이 직접 그의 손을 잡은 뒤에 그의 부탁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환영하는 바입니다.”

 

* * *

 

유실리안 제국 페이른 영지.

 

제국 최고의 지략가이자 정치가를 배출하는 페이른 가문이 다스리는 페이른 영지는 다른 후작 가문들의 영지보다 작은 영지였다. 하지만 페이른 영지는 가문의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제국의 기사들이 머무르고 수십 대의 공성병기와 평균 크기의 공성 사다리를 연결해도 성벽의 반밖에 오르지 못하는 전투 요새이기도 했다.

 

페이른 가문은 황실에서 기사를 보내고 공성병기로 영지를 무장시키게 할 정도로 제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촤아악!

 

병사보다 기사가 더 많은 페이른 영지에서 암살을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암살이 성공한다고 하여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 명의 사내들은 기사들의 목을 베어내고 병사들을 피해 영주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기사의 목을 베는 것과 동시에 순식간에 흩어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어둠 속에서 나타나 기사들의 목을 베며 움직이는 열 명의 사내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은밀함을 보이며 영주성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영주성이 아닌 거대한 정원 한복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삐이익!

 

“적들이 침입했다!”

 

두두두두.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다고 하여도 몸을 숨길 만한 장애물이 없는 마당 한복판으로 달려가니 적들에게 들키는 것은 당연했다.

 

마당 정중앙에 위치한 분수대 앞까지 도착하는 순간 커다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수십, 수백의 기사들이 나타나 마당을 둘러쌌다.

 

“…….”

 

호루라기 소리와 단 한 번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마자 순식간에 정원을 포위한 기사들의 모습에 열 명의 사내들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양손에 단검을 들고 있는 아홉 명의 사내들을 지휘하는 듯이 기다란 롱소드를 쥐고 있던 사내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오러나이트 열다섯, 익스퍼드 최상급 사십, 익스퍼드 상급 오십육. 익스퍼드 중급 칠십, 그 이하 없음.”

 

“…….”

 

꾸우욱.

 

단검을 쥔 아홉 사내들이 양손에 힘을 주며 기사들을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고 롱소드를 든 사내는 몸을 돌려 분수대 안으로 걸음을 옮기며 명령을 내렸다.

 

“버텨라.”

 

“옛!”

 

아홉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대답을 했고 롱소드를 쥔 사내가 분수대 안쪽으로 발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소름이 돋을 정도의 바람을 찢는 소리가 열 명의 사내들은 물론이고 마당을 둘러싼 채 포위하고 있는 수백의 기사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분수대 안으로 한 걸음 내디뎠던 롱소드의 사내는 걸음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아홉 사내들의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콰아아앙!

 

아홉 명의 사내들을 향해 날아오던 오러소드와 롱소드가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롱소드를 쥔 사내는 폭발을 버티지 못하고 다섯 걸음 물러서고 말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뒤로 물러서라!”

 

아홉 사내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을 따라 뒤로 물러섰고 오러 블레이드가 둘러진 롱소드는 오러소드의 뒤를 따라 쏘아진 다섯 대의 불의 화살에 부딪치며 다섯 번의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오러와 오러의 부딪침으로 일어난 푸른 연기와 오러와 불꽃의 부딪힘으로 인해 생성된 불씨가 사방으로 흩어졌고 롱소드의 사내는 오러소드와 불의 화살의 주인공, 어느새 기사들의 앞에 나타난 금발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허허허.”

 

롱소드의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작게 웃음을 터트린 금발의 노인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너무 늦었구나.”

 

“……오랜만이오. 라이언 대공.”

 

금발의 노인, 라이언 대공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롱소드의 사내를 바라보며 자신의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우우웅.

 

“오랜만이구나, 펜티엄 공작.”

 

페이른 영지에 침입한 열 명의 사내.

 

그들은 플레티안 제국의 다섯 공작 중 한 사람이자 플레티안의 열두 자루의 검 중에 하나, 펜티엄 공작과 그가 직접 양성시킨 최고의 정예 기사들이었다.

 

롱소드의 사내, 펜티엄 공작이 라이언 대공의 인사에 부정하는 대신 천천히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으며 라이언 대공이 쥐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평균적인 길이의 롱소드보다 검신이 길고 손잡이 끝에 붉은 구슬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 유명한 정령검인가 보구려.”

 

“그렇지, 그것도…….”

 

라이언 대공이 잠시 말을 흐리며 뒤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두 명의 기사가 축 늘어진 시체를 끌고 오더니 바닥에 내팽개쳤다.

 

“자신이 플레티안 제국의 3황자라고 소리치던 사기꾼 정령사의 정령을 이용한 검이지.”

 

“…….”

 

화아악!

 

펜티엄 공작의 몸에 거대한 살기가 솟구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아홉 사내들의 몸에서도 살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마스터와 익스퍼드 최상급 이상의 아홉 기사들이 동시에 내뱉는 살기는 상대방의 몸을 속박할 정도로 강했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은 최소 익스퍼드 중급의 기사들이었으며 그들을 지휘하는 인물은 대륙의 최강자라 칭송되는 마스터 라이언 대공이었다.

 

쿵!

 

라이언 대공이 오른발을 내디디며 강하게 땅을 구르는 순간 유실리안 제국의 기사들을 압박하던 살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하지만 마스터들에게 이런 무기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이지.”

 

진실을 말하지만 3황자의 정령이 묶여 있는 정령검이 땅으로 떨어졌다는 것에 모든 플레티안 제국의 기사들이 분노하고 있을 때 라이언 대공이 천천히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분노에 휩싸여 그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전대 그레이즈 공작과 헨들릭스 공작이 라이언 대공과의 일기토로 인해 성장했지만 그 성장은 라이언 대공도 포함된 이야기였다.

 

“……살아라.”

 

마나를 개방하는 것만으로 살기를 담은 마나를 없애버리고 살기가 집중된 상태에서도 담담하게 말을 하는 라이언 대공의 모습에 펜티엄 공작이 자신의 기사들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라이언 대공은 대륙 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스터 경지에 머무르고 있던 사내, 일대일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할 정도라고 추측되는 최강의 기사였다.

 

아홉 사내는 펜티엄 공작의 작은 중얼거림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았다.

 

우우웅.

 

펜티엄 공작의 롱소드에 둘러진 오러 블레이드가 폭발하듯 거대해졌고 좌에서 우로 강하게 검을 휘두를 때 폭발하듯 거대해진 오러 블레이드가 전방으로 쏘아지는 순간 라이언 대공도 그에 맞추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러 오러 블레이드를 쏘아 보냈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콰아아아앙!

 

두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펜티엄 공작과 라이언 대공이 소리를 지르며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전원 살아서 영지를 빠져나가라!”

 

“적들의 목숨을 빼앗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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