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8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84화
84화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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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와 뱅크스 요새의 병사들은 매복 작전에 투입되어 있다.
다행히 기사들과 병사들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이틀 밤을 잠도 못 자고 행군하면서 쌓였던 피로는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에이원즈 백작의 명령으로 다리안 산맥 깊숙이 들어가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까.
물론 기사들은 흔적을 지우고 도주 흔적을 이어 놓느라 조금 더 고생하기는 했다. 그러나 마나의 축복을 받는 몸이라서 회복이 빨랐다.
수면시간을 최소화한 탓에 피로감이 남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번 기습은 철저하게 원거리 무기를 활용한 후방 교란이 주 임무다.
뱅크스 요새를 지나서 오는 프레하 제국군을 요격하려는 것이다.
정면 대결 따위는 없다.
화살로 놈들을 공격하고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까.
절대로 무리하게 맞붙어 싸우지 말라는 에이원즈 백작의 명령이다.
나로서는 대환영이다.
다만 놈들의 숫자가 조금 부담스럽다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뱅크스 요새와 슬런더 요새를 지나쳐 오는 프레하 제국군이 합류하기 전에 타격을 가하자는 게 주목적이다.
에이원즈 백작이 슬런더 요새의 병력을 일부 지원해 주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뱅크스 요새를 지나쳐 오는 프레하 제국군의 숫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두 배가 넘을 거로 예상된다.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하게 매복에 임하고 있다.
다리안 산맥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병력을 양쪽으로 나누어 매복한 상태.
반대편엔 반데라스 자작이 통솔하고 내가 있는 매복지는 존슨 자작이 통솔한다.
이것만 봐도 반데라스 자작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답이 나온다.
온건파의 소속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의미다.
뱅크스 요새에서 그렇게 활약했음에도 이런 취급이나 받고 있다는 건 좀 어이없다.
그래, 계급이 깡패다!
에이원즈 백작이 나의 이름을 알고 따로 불러냈던 게 화근이었을 것이다. 강경파의 고위 귀족인 탓에 반데라스 자작이 부담감을 느꼈던 건지도 모르겠다.
벌써 매복지에 도착해 숨죽이고 있은 지, 두 시간 째.
차라리 약식으로 내공 수련이나 할까 생각도 해보았다. 너무나 따분했으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내 뒤에는 존슨 기사단과 시에트 기사단, 그리고 자이언트 기사단이 있다.
옆에는 존슨 자작과 로버츠 남작이 있었고 말이다. 거기에 더해 코너가 내 옆에 꼭 붙어 있다.
이렇게 신경이 분산되는 곳에서 수련하는 건 효율이 나쁘다. 단순히 내공을 보충하는 목적이라면 몰라도.
“윌슨, 언제쯤 놈들이 도착할 것 같아요?”
프레하 제국군이 지나치길 기다리는데, 코너가 나직한 음성으로 내게 물어 온다.
호기심이 참 많은 녀석이다.
때가 되면 어련히 놈들이 나타날 텐데, 그걸 또 굳이 물어본다.
이 녀석도 참 난감한 상황일 게 분명하다.
같은 파벌의 반데라스 자작을 믿을 수 없어서 내 옆에 붙어 있는 거니까 말이다.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았는지, 흉갑을 착용한 상태다. 눈먼 화살에 맞아 죽을 순 없을 터.
예전보다는 확실히 상태가 좋아졌다. 제법 군인다운 눈빛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척후병이 되돌아갔으니까, 적어도 한두 시간 뒤에는 모습을 드러낼 거다. 무리하지 말고 후방으로 빠져 있어.”
“윌슨을 도와주고 갈래요.”
스크롤을 꼭 쥔 채로 코너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식…….”
나는 녀석의 어깨를 한 차례 두드려 주었다.
분명 겁을 먹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기어이 남아 있겠다고 하는 걸 보면 의리는 있는 녀석인 듯하다.
스크롤을 사용해 마법 공격까지 퍼부으면 적군의 피해는 가속화될 터.
그만큼 수월한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소한 퇴각할 시간은 좀 더 넉넉해질 게 분명하다.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의 병력 공백이 생길 터니까 말이다.
“쉿!”
녀석과 얘기하다가 말고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드디어 프레하 제국군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나의 신호를 발견한 아군 병사가 약간의 소음을 일으키고는 침묵을 지킨다.
조금은 느슨해졌던 자세를 바로 하기 위함이라는 건, 잡음이 순간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으음… 자넨 놈들이 언덕을 넘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맞나?”
존슨 자작이 놀란 듯한 얼굴로 물어 왔다.
물론, 그의 음성은 주의해서 듣지 않는다면, 옹알거리는 수준이었다.
이 인간…
나만 쳐다보고 있었나?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대단한 관찰력이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존슨 자작.
머리통이 큰 만큼 커다란 투구 때문에 괜스레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상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눈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리는 존슨 자작의 말에, 나 역시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언덕을 넘어오는 프레하 제국군의 숫자가 적다.
기껏해야 8~9천 명 남짓?
분명 2만에 달하는 대군이었는데,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지난번 야습의 실패로 발발한 전투에서 우리가 선방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고 해도 프레하 제국군을 반 토막… 아니, 저 정도면 거의 2/3를 우리가 적을 몰살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말도 안 된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얘긴데…
이건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
적들이 우리가 매복한 지점을 지나치려면 아직 두 시간은 필요하다. 이제야 꼬물거리면서 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정적으로 놈들이 트레뷔셰와 같이 이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의 편의를 위해서 병력을 둘로 나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한 기만전술이라면?
안 되겠다!
최소한 놈들의 뒤에 후속 부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존슨 자작님.”
“듣고 있네.”
“놈들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놈들이 유인책을 쓰려는 것인가? 아니야… 그렇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이런 제기!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야 하다니… 이래서 꼼수 쓰는 건 질색인데 말이야…….”
존슨 자작이 혼자 중얼대면서 손으로 커다란 투구를 감싸고 인상을 썼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놈들이 후위에 병력을 숨기고 진군하는 것인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흐음…….”
자신 있다는 듯이 일부러 눈에 힘을 잔뜩 주고서 말했으나, 존슨 자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왜 망설이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혼자 훌쩍 다녀오려다가 직속상관이라서 그나마 물어보고 가려고 했던 건데 말이다.
찜찜함을 안고서 공격을 하는 것보다야 몇 배나 나은 일일 텐데.
“발이 빠른 편입니다. 놈들이 매복지에 도착하기 전에, 병력을 숨기고 있는지 확인하고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렵다 싶으면 그냥 되돌아오게. 불리하다 싶으면 계획대로 화살 공격만 퍼붓고 퇴각하면 그뿐이니까.”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는 존슨 자작.
“다녀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약식으로 군례를 올리고 이동했다.
서둘러야 한다.
놈들이 꼼수를 부리는 거라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괜찮은 영지 하나 꿰차야, 그동안 나와 함께 고생해 준 부하들에게 면목이 선다.
허무하게 역습에 걸려 녀석들을 잃고 싶은 마음 따윈 없다.
녀석들을 단순히 부하와 단장의 관계로만 규정하기엔 함께해 온 시간도 들인 정도 많다.
가뜩이나 아군이 불리한 상황.
역공에 걸려 허무하게 전멸하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것이다.
‘해제!’
갑옷에 손을 대고서 갑옷을 해제해 아공간에 넣고서는 곧바로 경공을 발휘했다.
별다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명품 갑옷이지만,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편이 빠르게 이동하는 것에 유리하다.
사사삭!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빠르게 이동했다.
내공을 아낌없이 사용해 속도를 높였다.
불과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진군해 오는 프레하 제국의 군대를 지나칠 수 있었다.
전투마를 타고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일찍 접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빠르게 지나치면서도 놈들의 숫자를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이동하는 인물들의 얼굴이 익숙하다.
뱅크스 요새에서 싸우는 동안에 수차례나 얼굴을 보았던 놈들이다.
지휘관들이 모두 있다는 건, 진군해 오는 병력이 주전력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놈들의 병력 구성이 훼이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
기감을 최대한의 높여 내가 이동하는 다리안 산맥의 전방은 물론이거니와, 건너편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면서도 전력을 다해서 달렸다.
내공이 빠르게 소모되는 것을 느꼈지만, 거기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만약에라도 일부러 숫자를 숨기려는 작전이라면 우리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허탈한 마음이 생겨난다.
아무런 낌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간간이 나의 움직임에 놀라 하늘로 솟구치는 산새들만 발견할 뿐이다.
더 이상의 이동은 의미 없는 짓이다. 그래서 경공을 거두고 멈춰 섰다.
내공을 귀에 집중해 보았으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미 지나쳐간 프레하 제국군의 소음만 귀에 들려올 뿐이다.
진짜로 9천 명 남짓한 병력으로 우리를 추적해 오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썩을!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 매복 전력은 에이원즈 백작의 지원을 받아 병력이 7천 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프레하 제국군은 우리의 병력이 늘어났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나와 존슨 자작은 우리의 숫자가 늘어난 것만 생각했지, 프레하 제국군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거다.
지나치게 신중해지는 바람에 생겨난 오류다.
적의 후속 부대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다시 몸을 돌려 경공을 발휘했다.
프레하 제국군과 일정 거리에 이르기 전까지는 마음껏 달렸다.
놈들과 근접해 가면서 다시금 내공을 조절해 소음을 줄여야만 했었지만 말이다.
아공간에서 갑옷을 꺼내 입고 존슨 자작에게로 돌아왔을 때는, 프레하 제국군이 30분 이내면 도착할 거리에 있었다.
“어떤가?”
존슨 자작이 입술만 달싹거리면서 물었다.
“복병은 없습니다.”
“확실한가?”
“제 목을 걸겠습니다. 적의 지원 병력은 없습니다.”
존슨 자작의 입장에서도 확인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일 터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돌아왔기에 믿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려면 존슨 자작이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목을 걸겠다고 한 이유다.
“믿겠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묵을 지켰다.
프레하 제국군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잘하면 놈들의 전력 반을 해치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뿐이랴!
여세를 몰아서 잔존 병력까지 공략할 수 있을 거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병력을 둘로 나눈 듯 보이니까 말이다.
프레하 제국군이 접근해 올수록 긴장감이 고조된다.
나 역시 활을 손에 쥐고서 초조하게 명령을 기다렸다. 명령권자가 건너편에 있으니 계속 긴장하는 수밖에 없다.
반데라스 자작이 성급하게 명령을 내릴까 걱정된다.
프레하 제국군의 대열이 매복지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을 때 공격해야 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터다.
그렇다고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쏴라!>
프레하 제국군의 중앙 대열이 매복지를 지나갈 무렵 반데라스 자작의 명령이 터졌다.
[와아아아! 죽여라!]
아군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활시위를 놓았다.
슈슈슈슈슉! 슈슈슉!
허공을 가르면 어지러운 파공음과 함께 날아가는 화살과 창.
다리안 산맥에 층지게 배치되어 밑으로 화살을 쏘는 형태다. 위력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노릇.
간혹 나무에 화살이 박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게 개념 없이 쏜 화살은 많지 않았다.
프레하 제국군은 갑작스러운 함성에 놀라 위축되어 움직임이 둔해져 있었다.
핵핵거리면서 행군하던 도중이었기에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도 하다.
“이야아!”
치익!
화르르륵!
화살을 연달아 쏘아대는 나의 옆에서 코너가 마법 스크롤을 연달아 찢어댄다.
겨우 종이 쪼가리 찢는데 기합을 왜 지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방패를 들어라! 밀집 대형으로 적의 화살을 막아라!>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적 지휘관의 당혹성이 뒤섞인 명령.
“사령관 각하! 프레하 제국군은 이게 전부입니다!”
아래쪽으로 창을 던진 존슨 자작이 크게 소리쳤다.
마나를 잔뜩 품고 있어서 건너편까지 확실하게 전해졌을 게 분명하다.
“이야아!”
치익!
화르르륵!
다시금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스크롤 마법을 발사하는 코너.
수박만한 불덩이가 생겨나 프레하 제국군을 덮쳤다.
콰앙!
폭음을 일으키면서 폭발하는 마법의 불꽃.
그래!
바로 저거다!
최소한 저런 정도의 위력은 있어야 마법이라고 불러 줄 수 있겠다.
방패가 터져 나가고 불의 파편에 맞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군다.
화끈하다, 화끈해!
<마법! 마법사가 있다! 앙부아즈 기사단은 마법사를 주살하라!>
“…씨앙!”
이런 부작용이 있었을 줄이야!
“이야압!”
치익!
화르륵!
또다시 기합성을 지르면서 스크롤을 찢는 코너.
이 자식…
재미 들렸다.
그래서 나는 눈을 희번덕거리는 코너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딱쿵!
“앗! 윌슨, 왜요?”
“수고했어.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어.”
“말로 했으면 좋잖아요.”
녀석이 툴툴대고는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간다.
어쨌든 고맙다.
적의 숫자는 확실하게 줄여 주었으니까. 기사들이 대놓고 몰려 드는 건 좀 에러지만.
어쨌거나 이제는 제대로 싸울 시간인 셈인가?
쥐고 있던 활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서 허리춤의 헤로드 소드를 뽑았다.
스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