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8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81화
81화 누구를 위한 야습인가(3)
터덩! 터덩, 텅텅……
손바닥을 흔드는 대로 투석기 탄환이 튀어나와 프레하 제국 기사단에게 굴러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투석기 탄환에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돌격하는 것이다.
대여섯 개의 투석기 탄환을 꺼낸 것만으로도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진로가 모조리 막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레하 제국 기사단의 전투마가 투석기 탄환에 발이 걸린 것이다.
“우와악!”
퍼억!
“히히히히힝!”
당황한 기사의 비명과 전투마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이어졌다.
프레하 제국의 기사단이 뒤엉킨 사이, 우리는 뱅크스 요새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문을 닫아! 빨리!”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끼이이익!
쿠웅!
듣기 싫은 소음을 내면서 닫히는 장벽의 문.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칼립의 안장을 박차고 몸을 반전하면서 바닥에 내려섰다.
타닷!
“비켜엇!”
착지와 동시에 문을 닫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허겁지겁 물러나는 병사들을 확인할 사이도 없이 아공간의 투석기 탄환을 모조리 쏟아 놓았다.
터덩텅텅! 터더덩!
그러고는 기름 단지를 넣기 위해서 장벽의 문 옆에 꺼내놓은 투석기 탄환을 모조리 아공간에 넣었다가 장벽의 문 안쪽에 더 쌓았다.
터덩터더덩! 터덩텅텅!
“큭!”
절로 신음이 나온다.
아공간을 사용하면서 내공이 쭉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질 정도.
<적병이 몰려온다! 전 병력은 놈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방어하라!>
<기름을 끓이고 돌을 던져라! 궁병은 화살을 날려라!>
반데라스 자작의 음성이 뱅크스 요새를 뒤흔들었다.
“후우…….”
나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정말 대책 없이 아슬아슬했다.
이럴 거면 그냥 혼자서 야습을 감행할 걸 하는 후회가 생긴다.
놈들이 대비하고 있었을 줄이야!
아니, 이건 운이 나빴다고 보는 게 맞겠다.
덕분에 반성하게 된다.
그동안 이곳 세상의 인간들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시안! 시안!”
숨을 돌리면서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시에트 기사단이 가장 후미에서 달렸기 때문에 걱정되는 게 사실이니까.
야습에 나섰던 기사들은 달리던 속도를 줄이느라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 기사단의 틈바구니에서 피 칠갑을 한 기사가 전투마를 타고 달려온다.
“단장님, 부르셨습니까!”
“보고!”
“제이콥과 프레스카가 부상을 당했습니다. 사망은 없습니다.”
“잘했다.”
조금은 안심이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지만, 모든 사람의 죽음이 똑같이 슬프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내 주변의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되는 것처럼 말이다.
좋아!
손님 맞이하러 가야겠다.
“장벽에 올라간다!”
“네, 단장님!”
***
한편,
슬런더 요새에서도 전투가 한창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프레하 제국의 군대가 공격하는 바람에 엘튼 제국의 군대는 쉴 틈이 없었다.
특히나 오늘 낮에 있었던 격렬한 전투는 슬런더 요새를 지키는 엘튼 제국의 병사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음에도 엘튼 제국의 병사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적의 도발이 언제 또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바우웅!
어둠을 뚫고 날아오는 투석기 탄환.
콰아앙!
어느새 흉물스럽게 변한 장벽에 투석기 탄환이 부닥치면서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 놓았다.
“적이 공격을 시작했다! 충격에 대비하라!”
장벽을 지키던 지휘관 중의 한 명이 하나마나 한 경고성을 내지른다.
무시무시한 투석기 탄환의 공격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콰앙! 콰광!
장벽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에 엘튼 제국의 병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뭣들 하는가! 우리도 맞대응하라!>
폭음과 병사들의 비명을 뚫고 에이원즈 백작의 처절한 음성이 슬런더 요새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슬런더 요새 장벽 안쪽에서 대형 투석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덜커덩! 슈웅!
슈와아악!
무거운 투석기 탄환과 어른 주먹만한 돌을 그물에 담은 돌무더기가 장벽을 넘어 날아간다.
어둠 때문에 적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판별이 되지 않으니 무차별 대응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형 투석기를 작동하면 진동하는 걸 멈춰야 하고, 재장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수많은 병사를 동원하고서야 재장전이 완료된다. 적의 투석기 공격은 빠르게 느껴지는 반면에, 아군의 투석기 공격은 너무나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난감하군. 이렇게 낭패스러운 싸움을 하게 될 줄이야…….”
에이원즈 백작은 장벽 아군 병사들이 트레뷔셰와 씨름하는 것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투석기 탄환은 악몽 그 자체다. 어쩌다 장벽 위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적어도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다.
그럴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사령관 각하! 이대로는 병사들이 무의미하게 죽어갈 뿐입니다.”
“아네! 나도 알아! 하지만 어쩌겠는가. 적이 이렇게 졸렬하게 대응하는 데야, 방법이 없지 않은가!”
“크흑!”
하이든 자작이 잇몸을 드러내며 분노를 삭였다.
달리 방법이 없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리를 벌린 채 이렇듯 원거리에서 대형 투석기 공격만 가해 오고 있으니,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장벽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야. 놈들은 우리가 날려 보내는 투석기 탄환을 다시 사용할 테니까 말일세.”
에이원즈 백작이 침음성을 흘렸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새벽 시간을 기해 감행하는 대형 투석기 공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타격이 크다.
대응하지 않으면 상대의 공격이 거세지기만 하니,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맞대응하느라 사용한 투석기 탄환이 적에게 도움되고 있다는 사실이 원통할 따름이다.
“사령관 각하,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기사들 역시 차라리 적진에 돌진하는 게 낫겠다는 얘기가 은밀히 떠돌고 있습니다.”
“…….”
에이원즈 백작의 입이 한 ‘일(一)’ 자로 꾹 다물어졌다.
부사령관인 하이든 자작의 얘기가 단순히 빈말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대형 투석기의 과녁판에 불과하지 않은가!’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와 장벽을 부수는 적의 공격에 에이원즈 백작이 미간을 더욱 좁혔다.
적이 직접적인 공격을 해오길 기다렸다가는 엉망이 될 판이다.
숫자는 적과 비등한 상황.
장벽 안쪽에 대기 중인 병력이 더 많다. 장벽 위에 세울 수 있는 인원이 7~8천 명을 넘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그 이상의 숫자를 장벽에 세우면 비효율적이다. 이동할 공간조차 없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하이든 자작!
“네! 사령관 각하!”
하이든 자작이 굳은 얼굴로 크게 대답했다.
마침내 사령관인 에이원즈 백작이 무언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떤 명령이 내려질지 모른다.
다만 지금처럼 답답하게 병사와 기사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게 아니면 된다.
무력하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돌덩이나 쏴 올리는 무기력한 대응은 지겨웠으니까.
그래서 에이원즈 백작이 할 말을 기다렸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뭔가를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심장이 크게 뛴다.
“우리는 오늘!”
“…….”
단 한마디를 하고서 다시금 입을 꾹 다무는 에이원즈 백작.
전신을 부르르 떠는 그의 모습에 하이든 자작이 주먹을 와락 움켜쥐었다.
사령관이 이렇게나 고심할 정도의 명령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우리는 오늘부터 기사도를 버린다!”
“사령관 각하…….”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 이유로 부하들의 희생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
에이원즈 백작은 놀라워하는 하이든 자작에게 신경 쓰지 않고 투석기 탄환이 날아오는 어둠을 노려보았다.
“장벽 안에 대기 중인 병력의 절반을 양쪽 협곡 위로 올려보내 프레하 제국의 진영에 화살 공격을 지시하라. 놈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우리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놈들을 격파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하이든 자작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전면전을 명하실 줄 알았는데…….’
그는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적의 숫자가 아군의 숫자보다 1만 명이 더 많다는 건 안다. 그러나 미개한 프레하 제국의 군대 따윈 두렵지 않았다.
놈들이 비겁하게 원거리 공격만 해댄다고 해서 똑같이 대응하는 게 과연 올바른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나의 명령을…….”
하이든 자작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을 발견한 에이원즈 백작이 다시금 명령을 내리려고 하였다.
“사령관 각하! 사령관 각하!”
하지만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에이원즈 백작은 마저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쯧! 대체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에이원즈 백작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통신 마법을 담당하는 야크톰 남작이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었다.
이제껏 전달받은 소식치고 좋은 소식이라곤 뱅크스 요새의 승전보가 고작이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싸울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당장 부사령관만 해도 자신의 명령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판이다.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그것을 방해받으니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령관 각하! 헉, 허억, 헉!”
“말하라!”
“베링… 베링 요새가 함락되었다 합니다.”
“뭣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은 에이원즈 백작이 눈을 부릅떴다.
이건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적의 기만작전에 넘어가 전면전을 벌였다가 포위 공격을 당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베링 요새에 불을 지르고 퇴각 중이라고 합니다.”
“허, 허허…….”
에이원즈 백작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만 흘렸다.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상황이라 신념처럼 생각하던 기사도마저 버리고 싸울 결심을 하였건만…
‘지형지물을 이용한 천혜의 요새조차 지키지 못하고 함락당하다니… 우리 강경파는 이번 전쟁을 끝으로 쇠퇴하겠구나.’
허탈한 마음에 기운이 쭉 빠져 어깨가 처지는 에이원즈 백작이었다.
“그래, 우리에겐 어떠한 명령이 내려왔는가.”
“트럼벌 요새에 듀카스 백작이 총사령관의 자격으로 주둔해 있다고 합니다. 신속히 퇴각하여 트럼벌 요새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럼 뱅크스 요새는 어쩌란 말인가?”
“뱅크스 요새 역시 퇴각 명령을 전달했다 하옵니다.”
“미쳤군, 미쳤어!”
에이원즈 백작이 허탈한 기색을 드러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뱅크스 요새는 다른 두 곳의 요새보다 거리가 멀다. 뒤를 쫓는 프레하 제국군을 피해 달아나기도 벅차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 와중에 베링 요새와 슬런더 요새를 넘어오는 프레하 제국군에게 가로막힐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하는 수 없지! 병사들에게 명을 내려 모든 기름을 성벽에 뿌리도록 지시하라. 모든 물자를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남는 군량을 모조리 불태운다!”
“사령관 각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하이든 자작이 군례를 올리고는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갔다.
“야크톰 남작!”
“예, 사령관 각하!”
“뱅크스 요새와 통신을 연결하게.”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야크톰 남작은 품에서 수정 구슬을 꺼내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미친 듯이 싸웠다.
적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아공간에 든 투석기 탄환을 모조리 쏟아 내야만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적에게 많은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장벽의 문이 가로막히는 순간, 프레하 제국군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성벽을 노리는 바람에 투석기 탄환만으로는 효과적인 방어가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아공간에서 투석기 탄환을 넣고 꺼내면서 피로감이 몰려왔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내공이 충만했을 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야습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내공을 남발했더니 아공간 사용에도 제약을 받았다.
덕분에 부하들과 미친 듯이 싸워야만 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단순한 전술이 사람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던지…
이제야 겨우 놈들의 공세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지휘관들은 집합하라!>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처지는데, 반데라스 자작의 음성이 귀에 파고들었다.
염병…
쉴 틈을 안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