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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7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9화

79화 누구를 위한 야습인가(1)

 

 

 

“보냈는가?”

 

“그렇습니다. 사령관 각하!”

 

무심한 듯 묻는 잉젤거 백작에게 앙뜨와네트 남작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누군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당장에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잉젤거 백작의 모습에 주눅이 들고 만 것이다.

 

“이번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라 믿네.”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놈들은 우리가 대형 투석기를 끌고 오는 것을 보고 원거리 공격을 할 것으로 생각할 테지.”

 

“이번에야말로 적의 허를 찌르게 될 것입니다.”

 

앙뜨와네트 남작이 주먹을 움켜쥐고는 다리안 산맥을 바라보았다.

 

“드뤼포 남작과 배아르 남작이 이끄는 3사단과 4사단이라면 적어도 3일 이내에 다리안 산맥을 넘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두 개의 사단은 거친 산을 평지처럼 이동하는 병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사령관 각하!”

 

“그렇지.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후방을 기습하는 게 효과적이야. 놈들을 남김없이 죽여 앙부아즈 백작의 넋을 위로해 줘야겠어.”

 

잉젤거 백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뱅크스 요새를 노려보았다.

 

“놈들이 부산을 떠는군. 어쩌면 오늘… 야습이 있을 수도 있겠어.”

 

뱅크스 요새의 장벽을 살피던 잉젤거 백작이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엘튼 제국 놈들은 무식하기로 정평이 나 있지 않습니까. 고리타분한 기사도에 얽매여 멍청한 짓이나 하는 놈들입니다.”

 

얘기를 듣고 있던 삐에르 남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생각했을 때 엘튼 제국은 머저리들만 모인 바보집단이었다. ‘기사의 제국’이라는 허명에 젖어 무식한 전투만 고집하는 미개 국가다.

엘튼 제국이 야습과 같은 전술을 시도했다는 기록조차 없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잉젤거 백작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삐에르 남작을 바라보았다.

 

“벌써 잊은 건가? 대형 투석기가 어째서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삐에르 남작이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했다.

뱅크스 요새의 공략을 앞두고 투석기 탄환을 몽땅 도둑맞은 게 이제야 떠오른 까닭이다.

 

“그러나 자네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당시 우리에게 모욕적인 도발을 했던 기사는 엘튼 제국의 기사들과 뭔가 달랐지.”

 

잉젤거 백작이 진군하던 과정에서 프레하 제국군을 가로막았던 밉살스러운 기사를 떠올렸다.

 

‘그래 놈이 투석기 탄환을 훔쳐 간 놈이 분명…….’

 

“……!”

 

잉젤거 백작의 눈이 커졌다.

 

“사령관… 각하?”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뜨는 잉젤거 백작의 반응에 삐에르 남작이 의아한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놈이었어! 맞아! 그놈이었어!”

 

뿌드득!

 

잉젤거 백작이 크게 소리치고는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앙부아즈 백작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떠올려 봐라! 투석기 탄환을 훔쳐 간 놈이 범인이다. 우리를 고자라고 비웃었던 그놈 말이다!”

 

삐에르 남작이 멍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자, 잉젤거 백작이 주먹을 말아 쥐고서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놈이 뱅크스 요새에 있다면 반드시 야습하려 들 것이다. 야간 경계를 철저히 하고, 엘튼 제국 놈들의 습격에 대비하라!”

 

[예! 사령관 각하!]

 

***

 

회의를 끝내고 돌아온 나는 보급창고에 들러 공성용 기름부터 왕창 받아 왔다.

아공간에 쌓아두었던 투석기 포탄은 50개 정도만 한쪽에 몰아 놓고 기름 항아리를 층층이 쌓아두었다.

대략 70개 정도의 항아리다. 그 이상은 농성을 위해서 더 줄 수 없다나?

하긴…

적의 이목(耳目)을 집중시키는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 많이 가져가 봐야 전부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상관없기는 하다.

옆에 선 코너가 눈을 껌뻑거리면서 의아해 한다.

이 자식,

지가 야습할 거 아니라고 아주 천하태평이다.

 

“기름을 왜 그렇게 많이 받아오신 건가요?”

 

“왜겠냐?”

 

기가 막혀서 대답할 힘까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요.”

 

“오늘 야습하기로 했지?”

 

“네.”

 

“야습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게 불을 지르는 거야. 적의 군량 혹은 막사를 태우면 놈들이 굶주리고 쉴 데가 없어지겠지?”

 

“아…….”

 

기본적인 사항이었으나, 녀석은 처음 들어 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 들어보는 게 맞긴 할 거다.

녀석은 처음으로 전쟁에 참가한 거니까.

 

“좀… 비겁한 거 아니에요?”

 

“그런 상큼한 개소리는 어떤 새끼한테 들었냐?”

 

기가 막힌다.

전쟁에 비겁한 게 어디 있어?

진짜 비겁한 건 이번 전쟁을 주도한 황제라는 놈과 고위 귀족이다.

높으신 자리에 있는 개자식들은 주둥이만 나불거리면 끝이다. 그러나 정작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가장 밑바닥 병사들.

영문도 모르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칼질을 해대고 돌을 던져야만 한다.

가뜩이나 살아남기 힘들어 죽겠는데, 정정당당하게 싸우라는 개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

 

“아버지한테서요.”

 

“허험! 그, 그래? 맞아, 조금 비겁하긴 하지?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잊어버려.”

 

곧바로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제국의 2대 공작 중 한 사람인 모리스 공작이 그랬다는데 뭐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근데, 모리스 공작은 잔머리 굴리길 좋아하는 온건파의 수장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이상하다.

그나저나, 이 자식,

모리스 공작을 내가 ‘어떤 새끼’라고 말했던 걸 이르진 않겠지?

그간의 교육 성과(?)에 따르면 함부로 얘기하진 않을 거다. 찜찜한 건 그저 나의 몫일 뿐.

 

“우리 뱅크스 요새의 병력이 프레하 제국의 병력보다 월등히 부족하다는 건 알지?”

 

“네.”

 

“갑옷 입은 기사와 어린아이가 싸우면 누가 비겁한 거냐?”

 

“기사요.”

 

“그래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야. 정정당당하게 싸우면 우리가 다 죽을 거다. 최대한 비겁하고 비열하게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해. 일단 살고 봐야지? 넌 죽고 싶냐?”

 

“으음… 죽고 싶진 않지만…….”

 

“그럼 맞고 싶냐?”

 

“시, 싫어요!”

 

죽고 싶으냐는 말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녀석이 맞고 싶으냐는 말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인마, 죽는 게 맞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아파.”

 

“그렇… 겠죠?”

 

하나마나 한 얘기를 하는 코너.

 

“큰일이네.”

 

녀석과 싱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입맛을 쓰게 다셨다.

기름을 챙긴 것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이 문제다. 불을 가지고 다닐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불씨 통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불씨를 살리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럴 때 라이터가 있었으면 좀 좋아?

한국 세상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건 이럴 때 괜한 아쉬움만 더 생기게 한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고민 좀 해봐야겠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써왔던 물건을 이곳 세상에서도 만들 수 있다면 좋잖아?

별생각 없이 사용했던 것들이라 자세한 원리를 잘 모른다는 게 에러긴 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방법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뭐가 큰일인데요?”

 

“여러 곳에 불을 질러야 하는 데 횃불을 들고 다닐 순 없으니까 그러지. 프레하 제국놈한테 걸리지 않게 불을 질러야 하거든.”

 

“에이,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요. 불만 있으면 돼요?”

 

“응.”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있는 표정이긴 하지만, 딱히 기대조차 없다. 이제껏 도움 된 적이 없었던 녀석이니까 말이다.

심지어 걸어가던 발걸음조차 늦추지 않았을 정도로 기대치가 없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코너 녀석은 품속에 손을 넣어 꼼지락거린다.

 

“이거 어때요?”

 

굳이 또 말을 거는 녀석.

역시나 이 녀석 머리가 상당히 나쁘다. 내가 쓸데없이 말 걸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근데 또 생각과 달리 녀석한테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게 뭐냐?”

 

코너의 손에 쥐어진 종이 뭉치를 발견하곤 입맛을 다셨다.

또 녀석한테 낚인 것 같다.

뭔가 있을 것처럼 얘기하더니 종이뭉치나 꺼내 들고 있을 줄이야.

 

“이거 모르세요? 마법 스크롤이잖아요.”

 

“전에 말했던 그게 이거냐?”

 

조금 더 호기심이 생겼다.

코너의 특기가 인챈트와 스크롤 마법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다.

녀석의 손에 쥐어진 종이뭉치가 스크롤이라는 얘기다. 상당히 많은 양이다.

괴상하게 생긴 글자와 도형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한국의 지폐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네, 마법이 담긴 스크롤이에요.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하면 말이죠.”

 

코너가 으스대는 듯한 음성으로 스크롤 하나를 뽑더니 손으로 반을 쭉 찢는다.

 

지익!

화르르륵!

 

마법 스크롤이라는 종이를 찢는 순간, 불덩이가 생겨나 바닥에 툭 떨어진다.

환상이 아니라는 건 후끈한 열기가 전해지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나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지나치게 불이 커서 그렇지 불붙이기 딱 좋다.

 

“1서클 파이어 마법이 담긴 스크롤이에요. 골라내 보면… 12장 정도 되네요.”

 

코너가 스크롤을 넘기면서 12장을 골라냈다.

이 자식…

가끔 쓸 만한 짓을 하기도 하는구나.

 

“대단한데? 이런 거 많이 만들 수 있어?”

 

“음… 마나를 보충해 가면서 만들면 1서클 마법 스크롤은 하루에 20장까지 만들 수 있어요. 2서클 마법 스크롤은 10장도 만들기 힘들고요. 3서클 마법 스크롤은 한두 장 만들면 지쳐서 쓰러져요.”

 

“4서클 스크롤은?”

 

“…저 3서클 마법사거든요? 마나가 부족해서 4서클은 어려워요.”

 

코너가 입술을 삐죽거린다.

딴에는 자존심 상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다.

 

“위력적인 건 만들기 어렵다는 거네?”

 

“하, 할 수 있거든요? 6서클 마법 스크롤 공식까지 다 외우고 있다구요!”

 

“3서클 마법사라며?”

 

“마나만 충분하면 만들 수 있어요! 마법 스크롤에 필요한 마나만 주입할 수 있으면 된다구요!”

 

코너가 얼굴이 벌게져서 투덜거린다.

이놈, 화가 난 걸 보니까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나와 동갑인데 어째서 이렇게 동안인 건지 참…

세상 불공평하다.

이렇게 생긴 자식이 꼭 여자들한테 인기가 좋다는 건 짜증나는 일이긴 하다.

 

“마나가 없잖아?”

 

“…쳇!”

 

반박할 수 없었는지, 녀석이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다.

 

“조금만 기다리면 저도 아티펙트를 구할 수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한테 매달리게 될 걸요?”

 

“아티펙트?”

 

녀석의 말을 듣고서 아공간 한쪽 구석에 짱 박힌 펜던트를 떠올렸다.

푸른 보석이 박힌 펜던트로 예전에 리치 녀석의 던전에서 얻은 물건이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물건이라 챙겨 두긴 했지만, 나에겐 딱히 쓸모없는 물건이기도 하다.

이 녀석한테 보여 줄까?

뭐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하기는 하니까.

아니, 관둬야겠다.

보여 줬다가 귀한 물건이면 좀 상황이 우스워진다.

녀석은 아무런 조건 없이 마법 스크롤을 줬는데, 펜던트를 보여주고서 그냥 입 닦을 순 없잖아?

싸구려라면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줘도 되는데, 싸구려일 확률이 아주 낮으니까 말이다.

당장 내가 즐겨 사용하는 헤로드 소드만 해도 명검 축에 속한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거였는데 말이다.

던전 안에서 발견한 펜던트가 싸구려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나중에…

정말 이 녀석이 확실하게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또 생각이 바뀌겠지만 말이다.

서자(庶子)이긴 해도 공작가의 아들놈이 내 밑으로 들어올 일은 없을 터.

뭐…

안 주겠다는 얘기다.

 

“어쨌든 고맙다.”

 

“굳이 ‘어쨌든’을 붙이는 이유는요?”

 

“그냥. 의외라서.”

 

“쳇!”

 

코너가 또 입을 삐죽거리면서 남은 마법 스크롤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는다.

 

“쓸 만한 거 더 없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저기, 윌슨.”

 

“그래, 말해 봐.”

 

“1서클 마법 스크롤도 2골드는 충분히 받거든요? 그거 비싼 거예요. 나머지는 공격 마법 스크롤이라, 호신용으로 필요하다구요.”

 

“2골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더럽게 비싼 라이터네…….”

 

“네? 라이터요? 그게 뭔데요?”

 

“그런 게 있어, 인마.”

 

대충 말을 얼버무리고 코너를 쳐다보았다.

녀석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돌대가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비싼 물건을 만들 줄 아는 놈이라니…

내 밑으로 녀석을 끌어들이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잖아?

 

***

 

어스름한 새벽.

뱅크스 요새의 장벽 안쪽은 야습을 위한 준비로 한창 바쁘다.

나 역시 오랜만에 칼립 녀석을 이끌고 나왔다.

 

“푸륵! 푸르륵!”

 

“적당히 하자, 응?”

 

투레질하면서 눈을 부라리는 칼립에게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제야 눈을 깔면서 착한 척하는 녀석.

짐 마차를 끄는 암말을 신 나게(?) 괴롭히고 있기에 끌고 왔더니 이 모양이다.

진짜 못 말리는 놈이다.

전투하는 사이 도망칠까 봐 굵은 쇠사슬로 놈을 묶어 두었더니, 스트레스를 암말한테 쏟아 부은 게 분명하다.

 

“시안!”

 

“네, 단장님!”

 

“나는 따로 움직일 거니까, 반데라스 기사단과 합류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알지?”

 

녀석이 무리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다.

기사단의 이번 출정은 내가 제국군 진영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보조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만약 상황이 받쳐준다면 아군 기사단은 적 진영에 들락거리면서 피해를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프레하 제국군의 신경을 건드리는 정도로 나를 지원해 줄 것이다.

놈들이 당황하는 동안에 나는 불을 지르고 가능하다면 적 지휘부를 타격할 예정이다.

 

“네, 단장님. 절대로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녀석의 대답을 듣고는 칼립에 올라탔다.

80명이 넘는 중무장한 기사들이 대열을 갖춘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야습을 시도함으로써 프레하 제국군의 휴식을 방해하는 게 주목적이다.

놈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도발한 탓에 뱅크스 요새의 병사들은 매일같이 선잠을 자야만 했다.

이제 선잠을 자게 한 복수를 해줄 시간이다.

오늘의 야습이 잘 먹힌다면 지속적으로 놈들을 괴롭힐 예정이다.

 

끼이이익!

 

병사들이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장벽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수차례나 공성 병기로 타격을 받은 상태라, 약간의 소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쌓아두었던 투석기 탄환은 이미 한쪽으로 모두 치워 놓은 상태.

기사단을 지휘할 인물은 강경파 소속의 ‘그레고리 존슨’ 자작이었다.

단순한 성격이라 그렇지 용맹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많은 병사를 잃었지만, 무모하게 싸워서 생긴 피해가 아니다. 반데라스 자작의 악랄한 배치 때문이었을 뿐이니까.

치열한 난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봐야겠다.

그나저나…

저렇게 큰 투구는 처음 본다.

어깨너비와 거의 맞먹는 거대한 투구.

우스꽝스러운 생김새와 달리 그의 손엔 송곳이 흉흉하게 박힌 모닝스타가 들려 있다.

자루가 길어서 모닝스타를 휘두르다가 자신이 얻어맞는 경우는 없게 생기긴 했다.

장벽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그는 고개를 돌려 기사들의 대열을 살핀다.

 

“모두 출발!”

 

마나를 담은 음성으로 나직하게 명령하는 존슨 자작.

발 말굽에 천을 감아 최대한 달리는 소리를 줄이려 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 봐야 거리가 가까워서 딱히 효과를 보긴 어렵겠지만, 그렇게 하라니까 나와 부하들도 말발굽에 헝겊을 씌운 상태다.

 

두두두두!

 

일사불란하게 장벽의 문을 통해 뱅크스 요새의 기사단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장벽을 나오면서 존슨 자작이 속도를 높인다.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였기에 곳곳에 붉을 지핀 프레하 제국의 진영이 빠르게 확대된다.

놈들의 진영이 확대되는 순간,

 

“다, 당황하지 마라!”

 

존슨 자작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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