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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7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76화

76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1)

 

 

 

 

 

“뒤로 취침!”

 

“박사알!”

 

“앞으로 취침!”

 

“바사아알!”

 

코너가 비지땀을 흘리면서 악을 쓴다.

명령을 내릴 때마다 재까닥 움직이는 꼴을 보니, 정신 교육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솔직히 공작 아들내미를 이런 식으로 굴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정신 사나워서 놔둘 수가 없다.

평소에도 쫑알쫑알 옆에서 떠들어 대는 건 이를 악물고 참아줄 수 있다.

그러나 통신 마법과 같이 중요한 내용마저 같잖은 이유로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애냐?

아버지가 통신으로 혼내 켰다고 하늘이 무너진 얼굴이나 하고 말이야.

난 뭐가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심장이 떨렸는데!

그나마 공작 아들내미 체면을 생각해서, 시안 녀석은 돌려보낸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다.

사실, 조교 역할을 시키려고 불렀다기보다는 일이 생겼을 때, 내게 보고하러 올 수 있게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한 용도가 더 크긴 했다.

 

“기상!”

 

“박살!”

 

낑낑대던 녀석이 일어나란 명령에는 무지하게 빨리 반응한다.

 

“앞으로 잘할 수 있습니까!”

 

“잘… 박살!”

 

잠깐의 버벅거림은 있었으나, 이 정도면 대충 눈 감아 줄 만하다.

어리바리한 신병 녀석들도 ‘박살’ 대신에 일반적인 대답을 해버리는 실수를 상당히 오랫동안 하니까.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정도로 훈련되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봐야겠다.

코너치고는 말이다.

 

“교육 끝!”

 

“박살!”

 

“교육 끝났다고, 이제 앉아 봐!”

 

“헉, 허억… 지, 진짜예요?”

 

녀석이 눈치를 보면서 묻는다.

 

“그래. 편히 앉아.”

 

“헥, 헥… 알았어요.”

 

울상을 지으면서 자리에 철푸덕 앉는 코너.

생각보다 체력이 좋다. 마법사라서 체력이 약할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마나의 축복을 받는 육체라서 건강 체질인 게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

아무튼,

코너를 교육하면서 온갖 협박을 다 했다.

몇 차례나 마혈과 아혈을 제압했는지 모른다.

왜?

애가 띨띨해 보여서 그렇지, 어쨌거나 공작가의 자식이다.

녀석이 모리스 공작에게 오늘 벌어진 만행을 얘기했다간, 다른 나라로 튀어야 할 판이니까.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녀석을 조질 생각을 했던 건, 참을 수 없는 짜증 때문이었다.

새끼가 웬만해야지?

 

“당해 봐서 알겠지만, 아버지한테 얘기했다간 반드시 찾아가서 똑같이 해줄 거야.”

 

“…절대로 얘기 안 할게요.”

 

두려운 얼굴로 말하는 코너.

아 씨!

어째 내가 악당이 된 느낌이다.

만약 조셉이 살아 있었더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그가 죽은 이상 상관없기는 하다.

아니,

살아 있었으면 차라리 조셉과 얘기했을 거다.

아무튼,

이 녀석을 통제하려면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기에 선택한 일이다.

결정적으로…

믿기지는 않겠지만, 호의가 섞인 일이기도 하다.

다른 놈들한테 당하는 것보다 나한테 당하는 게 낫잖아?

음흉하기 짝이 없는 반데라스 자작과 같은 놈팡이한테 휘둘리다가 영문도 모르고 죽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사실 이렇게 굴릴 수 있었던 이유가 녀석의 목숨을 구해 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명의 은인한테 설마 이거 조금 괴롭혔다고 모리스 공작이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

…… 라는 생각?

어쨌든!

그의 아버지인 모리스 공작이 바보는 아닐 거다.

반데라스 자작과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면, 어떻게 진행된 상황인지 모를 리가 없다.

바보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확률이 높지는 않잖아?

중요한 것은 여전히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걸 반데라스 자작이 생각하지 못할 거란 기대 따윈 하지 않는다.

어쩌면 반데라스 자작은 내게 생명의 구함을 받았음에도 날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

서자라고는 해도 공작가의 자식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결정적으로 휴스턴 백작에 대한 암살 명령을 들은 증인이 우리인 바에야…

이렇게 된 이상!

코너의 머리를 말끔하게 비워(?) 놓았으니, 이제부턴 회유와 상황 파악의 시간을 가질 차례다.

 

“반데라스 자작이 널 죽이려 했던 거 기억하나?”

 

“…정말 죽이려고 했을까요?”

 

“순진한 척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침울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대답하는 코너.

그래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앞으로 반데라스 자작이 어떻게 나올까?”

 

“어떻게 나오다니요?”

 

코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얘가 또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더니 머리 회전이 급속도로 느려지는 것 같다.

조금 똑똑해지나 싶더니 말이다.

 

“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다.”

 

“뭐든 물어보세요.”

 

코너가 비장감마저 느껴지는 얼굴로 대답한다.

반드시 물어봐 달라는 포스를 팍팍 풍긴다고나 할까?

 

“너 마법사 맞냐?”

 

전부터 궁금했던 거다.

지금도 궁금하고 말이다.

마법사란 녀석이 이렇게나 생각이 없는 건 반칙 아닌가?

 

“마법사 맞아요.”

 

“마법사는 원래 똑똑한 거 아니야?”

 

“저 똑똑해요!”

 

“양심에 안 찔리냐? 그래서 앞으로 반데라스 자작이 어떻게 할 거 같은데?”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 똑똑한 거 맞아요. 제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인챈트 마법과 스크롤 마법이 들어 있는데요!”

 

얼굴을 붉히면서 발끈하는 코너.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그게… 마법 공식이 어려워서… 간단한 1서클 마법밖에…….”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녀석이다.

대충 분위기 파악 끝났다.

그러니까 암기하는 건 끝내주게 잘하는데 응용력은 떨어진다… 뭐 그런 얘기인 듯하다.

하여간 주입식 교육은 이래서 문제다.

 

“3서클 마법사가 된 게 용하다, 인마.”

 

“마나를 쌓아서 3서클에 오르는 건 친화력만 있으면 돼요. 다만 3서클에서 더 이상 발전되지 않아서…….”

 

코너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그래도 창피한 건 아는 모양이다.

 

“됐고, 어쨌든 반데라스 자작은 계속 우릴 노릴 거다.”

 

“설마요. 저희 아버지 때문에라도 그러지는 못할 걸요?”

 

“바로 네 아버지 때문에 더 죽이려 들 거야. 네가 일러바치면 반데라스 자작이 위험해질 테니까.”

 

“…….”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뭔가 고민하는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렇겠네요. 당장 아버지한테 알려야겠어요.”

 

“바보냐?”

 

“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만 3일이 꼬박 걸렸어. 그 사이에 반데라스 자작이 눈치 채고서 먼저 행동하면? 우린 그냥 끝장이야.”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가정에 지나지 않는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확신하듯 얘기했다. 녀석에게 위기감을 심어 줘야 지금껏 녀석을 괴롭힌 게 설득력이 있거든.

 

“네가 진지하게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정신 좀 차리라고 괴롭힌 건 미안하다. 네가 워낙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씁쓸한 얼굴로 말끝을 살짝 흐렸다.

물론 연기다.

지금의 말을 꺼내기 위해서 이제껏 밑밥을 깔아둔 거니까.

 

“아… 이해했어요.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통했다!

만약 내 말이 먹혀들지 않았더라면 좀 더 위기감을 심어 줘야 했을 거다.

머리 복잡해지기 전에 설득당해서 다행이다.

스트레스도 풀고 제국의 공작과 단독 면담할 수 있는 존재를 내 편으로 만들고.

이거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코너가 서자라는 건 좀 아쉽지만.

 

“일단 앞으로도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대신! 좀 적당히 징징거리고.”

 

“…알겠어요.”

 

“모리스 공작님께서도 마법사가 있지?”

 

“네, 제 스승님이세요.”

 

“믿을 만하냐?”

 

“당연하죠. 트랭스 스승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계셨던 분이세요. 아버지와 친구시기도 하고요.”

 

코너가 눈에 힘을 준다.

뭐 이렇게까지 확신한다면 믿어 줘야겠지?

 

“현재로써는 스승이라는 분한테만 알리는 게 나을 거다. 모리스 공작 각하께는 비밀로 하라고 해.”

 

“어째서요?”

 

“뱅크스 요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윌슨이요.”

 

“…….”

 

자식이,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지, 사람을 앞에 놓고 그렇게 얘기를 해 버리면…

기분이 너무 좋잖아!

 

“험, 험! 자식…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사령관인 반데라스 자작이 승리의 주역이라고 생각할 거야. 반대로 너는 그저 단순한 통신 마법사지.”

 

“…아버지께서도 함부로 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

이 녀석이 드디어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맞아. 증거가 없으니까. 너와 나 말고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없어. 그렇다면 반데라스 자작은 무슨 생각을 할까?”

 

“윌슨과 저를 죽이려고 하겠네요?”

 

“정확해. 하지만 당분간은 안심해도 좋아.”

 

녀석이 조금은 똑똑해진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낀다.

코너가 단순히 세상 경험이 부족해서 멍청하게 보였던 것인가?

목숨이 간당거릴 위기에 놓이니까, 이제야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다.

‘현대식 정신교육(?)’이 제힘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당분간은 괜찮은 걸까요?”

 

“내 친구가 있잖아.”

 

나는 손을 펴서 목을 스윽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 암살자라는 분이요?”

 

“맞아.”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찾아갈 생각이었다.

오늘 반데라스 자작의 목숨을 구해 줬으니, 이번엔 목숨을 위협할 차례다.

감히 나를 물 먹이려고 했던 반데라스 자작이다.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자! 대충 상황은 알겠지?”

 

“네…….”

 

“그럼 돌아가자.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도 좋지 않아. 지금은 전시 상황이니까.”

 

이만하면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한 셈이다.

 

***

 

어스름한 새벽.

 

스슷! 사사삭!

 

소리를 최대한 죽이면서 이동 중이다.

내가 목표로 하는 곳은 뱅크스 요새의 중앙에 세워진 성이다.

성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규모가 작아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뱅크스 요새의 전 사령관인 휴스턴 백작이 죽으면서 중앙의 성은 반데라스 자작의 거처가 되었다.

경계를 서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눈을 피하느라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움직임에 주의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계가 그다지 삼엄하지 않다는 것.

장벽 너머에 프레하 제국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온통 그쪽에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의 병력이 장벽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성에 대한 경계는 허술해지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크로노스 갑옷을 장착 중이다.

색상을 뱅크스 요새의 외벽과 같은 벽돌색으로 변형시켰다.

그렇다.

나는 지금 뱅크스 요새의 내부로 침입하는 게 아니라, 외벽을 타고 이동 중이다.

손가락에 내공을 집중해 커다란 벽돌과 벽돌 틈에 박아넣다시피 하면서 기어오른다.

반데라스 자작의 침실은 뱅크스 요새 중앙 성의 최상층.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목표를 확인했다.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아직 잠을 자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높이 올라갈수록 조금은 더 속도를 내었다. 장벽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의 빛이 중앙 성의 상부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몇 번 더 손과 발을 놀려서 목표로 한 반데라스 자작의 침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가 더워진 탓에 창문이 열려 있다.

그래서 외벽으로 침투할 생각을 했던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창문 옆에까지 올라간 뒤에야 슬쩍 내부를 살폈다.

 

스윽!

 

이미 반데라스 자작이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은 기감을 통해 파악한 다음이다.

반데라스 자작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동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고맙게도 반데라스 자작은 창문을 등진 채로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중이었다.

침실 안에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침실의 문밖에 경계를 서는 것으로 짐작되는 인기척 외에는 말이다.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창문에 발을 들였다. 크로노스 갑옷은 이런 움직임에도 뛰어난 정숙성을 보인다.

물론, 내가 극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창문을 넘어와 신속하게 반데라스 자작의 뒤에 접근했다.

 

텁!

 

“……!”

 

반데라스 자작의 입을 막고 준비한 단검을 그의 목에 들이댔다.

점혈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방법은 제외다.

이 인간한테 한 차례 했던 짓이라,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 인물로 의심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피하는 게 맞다.

 

“쉿! 움직이면 그대로 그어 버릴 거야.”

 

“…….”

 

일부러 음침한 음성으로 반데라스 자작의 귀에 속삭였다.

슬쩍 단검을 움직여 작은 아픔을 준 것은 덤이다.

그러고는 혈흔이 묻은 단검을 떼어 내공을 집어넣었다.

 

츠즈즛!

 

선명한 푸른빛을 일으키면서 단검에 자라나는 마나 블레이드.

 

“뻘 짓 하면 골로 보내 주겠어.”

 

반데라스 자작이 딴 생각 할 수 없게 무력시위를 해두었다.

어째…

나쁜 일을 할 때 연기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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