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5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7화
57화 그러면, 그렇지(4)
조셉을 따라 다시 주점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 같이 앉았다.
“여기! 푸짐하게 차려와! 맥주도! 아! 술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괜찮은 연줄을 만든다는 생각에 비리비리한 녀석에게 은근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도 맥주를 마시겠어요.”
“여기 시원한 놈으로 맥주 세 잔!”
맥주를 마시겠다니,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인 모양이다.
귀족 자제라고 하면 우아한 척하면서 와인이나 홀짝대는 게 보통 아니었나?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인 모양이다.
“아까는 왜 쳐다본 것인가?”
술이 나오기도 전에 조셉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성격 급한 녀석이 틀림없다.
아까 시비를 걸 때도, 왜 쳐다보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서 싸울 방법부터 결정하라고 했던 놈이다.
이제야 이유가 궁금한 것인가?
“참 빨리도 물어보는군.”
“하, 하하!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급해서 말이야. 하지만 뒤끝 같은 건 없는 놈이라네.”
곤란했던지 헛기침하듯 웃으면서 대답하는 조셉.
딱 내가 생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본인 입으로 뒤끝 없다는 사람치고 성격 좋은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일반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내가 겪어 본 바에 의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자기 꼴리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생난리를 피워 놓고는 정작 자신이 못되게 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본인이 당했을 때에도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어찌 보면 좋은 성격처럼 느껴지지만, 자기 성격대로 지랄 떠는 상대의 대부분이 본인보다 약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쩌다 본인 성격 때문에 당하는 경우는 어차피 본인이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말이다.
아! 됐다.
내가 저 인간과 깊게 엮일 것도 아니고 말이다.
깊게 엮이고 싶은 인간은 뽀송뽀송 솜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녀석이다.
“나는 레이놀드 영지에서 제국 전쟁을 지원하러 온 윌슨이라는 사람이다. 이번에 ‘뱅크스 요새’에 발령을 받아서 얘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이 마주친 거야.”
“아! 진작 말을 하지 그랬나!”
“말할 틈은 줬고?”
“험, 험!”
무안했는지 조셉이 헛기침을 하면서 딴청을 부렸다.
“나는 ‘조셉 케인트’, 이 분은 코너 모리스 공자님이다.”
“강하시네요. 조셉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급히 말을 돌리듯 소개하는 조셉에 이어 코너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싸우는 동안에 힘에 부치더군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다시 한 번 코너라는 어린 녀석을 띄워 주었다. 덤으로 조셉이라는 녀석까지 함께 말이다.
맥주와 안주가 나와서 잠시 대화가 끊겼지만, 나는 두 사람을 찬찬히 관찰했다.
제국에서도 둘 밖에 없는 공작의 아들이라니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모리스 공작의 눈에 띄어 그럴싸한 자리에 앉을지 누가 알아?
레이놀드 남작과는 이번 출병으로 의리는 다 지킨 셈이니까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다.
겨우 12명에 불과한 병력을 이렇게 키워서 참전한 것만으로도 중앙 귀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으니…
이제는 내 실리를 챙길 때다.
“아! 그런데 자네도 뱅크스 요새로 간다고 했나?”
“그랬지.”
조셉의 말에 짧게 대답해 주었다.
뒤끝 없다는 녀석과 대화할 때는,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편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꼬였군.”
“꼬이다니?”
씁쓸하게 웃으면서 맥주잔을 내려놓는 조셉에게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뱅크스 요새가 어떤 곳인지 모르나?”
“레이놀드 영지에서 왔다고 했잖아.”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대꾸했다.
제국의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곳이 바로 레이놀드 영지다. 아까 얘기했던 것 같은데 그새 까먹은 것인가?
“아! 미안, 미안. 뱅크스 요새는 관문과도 같은 곳이야. 험하기 짝이 없는 다리안 산맥을 넘어야 하니, 프레하 제국군의 진격로가 될 확률이 낮지.”
“응? 아까는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처음 두 사람이 주점에 들어와서 했던 얘기가 떠올라 바로 질문을 던졌다.
“위험해. 주 병력은 아니더라도 매번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일정 비율 이상의 병력을 보내거든. 일단 뚫기만 하면 대기병력을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병력을 넉넉하게 보내서 방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뱅크스 요새 후방에 크로어 백작의 영지와 네르바 자작의 영지에서 뒤를 받치기 때문이지.”
“함락되기 직전에나 지원 병력을 보내 준다는 얘기인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그건 너무 비인간적인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아니, 전략이랄 것도 없다.
먼저 집어넣은 병력으로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설 때쯤 되어서야 병력을 보낸다는 것이니까.
“맞아. 크로어 백작과 네르바 자작의 병력은 유사시에 ‘베링 요새’에도 병력을 보내야 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
녀석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거 뭐야?
아주 지랄 같은 곳에 우릴 보내겠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공자님! 위험한 곳입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바꾸십시오.”
나와 얘기하던 조셉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코너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아니… 그럴 수 없어.”
“어째서입니까!”
“인정받고 싶어. 아버지와 형… 그리고 리차드에게도.”
“끄응…….”
처연한 얼굴로 말하는 코너의 말에 조셉이 앓는 소리를 낸다.
이 분위기 뭐지?
어째 걸쩍지근한 느낌이다.
“공… 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래서 코너에게 시선을 맞췄다.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라 어색하게 말을 꺼낸 건 단지 실수일 뿐이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것 같은데.”
“공자님!”
코너의 말에 조셉이 질색한다.
음…
이해는 된다.
족보가 꼬일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 거다.
내가 코너와 말을 놓으면 조셉의 위치가 이상해질 테니까.
근데 말이다…
그건 네 사정이지?
“뭐 그게 편하다면 나야 좋지.”
“…이 자식이?”
곧바로 말을 놓자, 조셉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다.
“이봐! 코너가 말 놓으라는데 뭐가 문제야?”
“으으으…….”
조셉의 얼굴이 벌게진다.
기다렸다는 듯 말을 놓고 친근한 척 이름까지 아무렇게나 부르니 기가 막힐 만도 할 거다.
하지만 코너는 공작의 아들일 뿐, 작위가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귀족의 신분이다.
나 역시 준남작이니 귀족 비스무리한 신분이고 말이다.
“인정받고 싶다는 게 무슨 얘기야?”
얼굴을 붉히는 조셉을 일단은 무시하고서 코너에게 물었다.
“제가 서자(庶子)거든요.”
“…….”
녀석의 짤막한 얘기에 나는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을 받았다.
으윽!
동아줄인 줄 알았는데, 썩은 밧줄이다.
이쪽 세계에서는 본처 개념이 징그러울 정도로 강력한 곳이다.
본처의 자식이 아닌 서자가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세상이다. 아니, 오히려 본처의 자식들에게 눈엣가시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그렇지…
내 복(福)에 연줄은 무슨…
“마셔!”
해줄 수 있는 얘기는 그게 전부다.
빌어먹을!
***
진짜 험한 길이다.
벌써 몇 시간이나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병사들의 혀가 턱에 걸려 있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기사들도 지치는 판이다. 직접 두 다리로 걸어야 하는 병사들에겐 더욱 힘든 행군이 될 수밖에 없겠다.
이런 식으로 행군한 게 벌써 삼 일 째다.
쉬어야 할 타이밍이 분명한데…
“조셉!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힘을 내십시오.”
옆에서 쫑알거리는 두 녀석 때문에 그게 쉽지 않다.
이제 좀 쉬어가야지… 라고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코너가 칭얼거린다.
그러면 또 조셉이라는 녀석은 거의 다 왔다고 하면서 사기를 치고 있다.
처음 한두 번이야 진짜로 거의 다 온 줄 알고 속아 넘어갔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보니 짜증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삼 일씩이나.
지독한 자식.
대체 거의 다 왔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 자식 또 사기 치는데 말입니다?”
옆에서 말을 몰던 시안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녀석이 턱짓으로 가리키는 존재는 당연하게도 조셉이었다.
“더는 안 되겠지?”
“병사들이 견디지 못할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지!”
시안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대로 손을 높이 들었다.
[정지이!]
뒤를 쫓던 기사와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복창하는 소리가 길게 늘어지는 것으로 보아, 지쳤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앞에서 말을 몰던 조셉이 황당하다는 듯 뒤를 돌아본다.
“지금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쉬었다 갈 거야.”
“거의 다 왔다니까?”
“양심에 안 찔리냐?”
나는 툴툴거리는 녀석에게 불퉁한 음성으로 따져 물었다.
“이번엔 진짜야.”
“됐어. 이대로 가다간 우리 애들 다 나자빠질 거다. 그리고 말이다. 그냥 너희끼리 가. 굳이 같이 안 가도 되잖아.”
“의리가 있지. 어떻게 혼자 가나?”
“삼 일이나 사기 당했으면 됐어. 의리 따위 필요 없으니까. 먼저 가라, 제발 응?”
조셉에게 파리 쫓듯 손을 내저었다.
동행하자고 해서 같이 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병사들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나 없으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
“엉덩이 안 아프냐?”
기가 막혀서 물었다.
나도 엉덩이가 은근히 저리다. 그런데 저 녀석이나 코너를 호위하는 기사들이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기사라면 이 정도 괴로움쯤은 의연하게 참아낼 줄 알아야지.”
“너 잘났다. 그냥 우리는 놔두고 너희끼리 가. 점심 먹을 시간이다.”
무려 네 시간을 넘게 강행군했으니 슬슬 점심 먹을 시간이기도 하다.
“뭐? 벌써?”
“태양을 봐라.”
혀를 끌끌 차면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 기사들도 걱정이다.
슬슬 여름으로 치달아가는 계절이라 햇볕이 제법 따갑다. 내가 입은 갑옷은 기본적으로 체온 유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괜찮다.
하지만 다른 기사 녀석들의 갑옷은 그런 기능이 들어 있을 리가 없다.
눈앞의 조셉 녀석도 강한 척하고는 있지만, 얼굴에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있다.
말이 좋아 갑옷이지, 사우나를 하는 느낌일 게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기사라는 것도 참으로 할 짓 못 되는 것 같다.
말을 타고 이동하기에 편한 것처럼 보이지만, 철 냄비(?) 속에서 푹푹 쪄대는 고통과 싸워야 하는 거니까.
이래저래 이 시대의 군인은 극한 직업이라고 봐야겠다.
“모두 두 시간 동안 휴식한다.”
아예 넉넉하게 휴식을 명했다.
“이봐, 늦장 부릴 거야?”
“빨리 가면 누가 상 줘? 점심은 먹어야 할 거 아냐! 너야 괜찮다고 쳐도, 코너는? 애 굶길 거야?”
턱짓으로 지친 얼굴의 코너를 가리켰다.
아 놔!
또 화가 난다.
코너라는 녀석은 나와 동갑이다.
그런데 어제 나더러 나이가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의 내 얼굴이 본바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 붙이고 살아가는 중이다.
노안 취급을 당했으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저 자식 얼굴이 동안일 뿐인데 말이다.
괜히 화가 난다.
“세 시간 휴식!”
열 받은 김에 팍팍 쉬는 거다.
***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금 ‘뱅크스 요새’를 목표로 행군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하마터면 조셉한테 또 낚여서 쉬지도 못하고 이동만 할 뻔했다는 얘기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더니 조셉이란 놈이 딱 그 짝이다.
휴식을 명령했을 때, 거의 다 왔다고 진지하게 개소리한 거잖아?
뭐 저런 놈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까딱 잘못했으면 병사들이 쫄쫄 굶으면서 걷다가 쓰러졌을 뻔했다.
사기꾼 같은 자식!
언덕을 넘어가는 조셉의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녀석들이 말을 멈춰 세운다.
“공자님! 보십시오. 뱅크스 요새입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지친 와중에도 기뻐하는 기색이 묻어나는 조셉의 목소리.
나 역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칼립의 배를 살짝 걷어찼다.
“푸륵!”
칼립 녀석도 신이 났는지 빠르게 이동했다.
언덕에 서 있는 조셉과 코너 일행을 향해서 말이다.
마침내 언덕에 올라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을 때, 나는 뱅크스 요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셉에게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냐?”
뱅크스 요새의 모습이 손톱 만하게 보인다.
다 오기는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