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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5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50화

50화 할 땐 확실하게(4)

 

 

 

 

 

“히힝!”

 

혼혈마가 경계하는 태도로 내게 시선을 맞춰온다.

만만치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눈빛이 한풀 꺾인 기분이 든다.

 

“어디서 많이 보던 느낌이지?”

 

나는 양손에 쥔 주먹만한 돌멩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나란히 높이를 맞췄다.

그러고는 혼혈마의 두 뒷다리 사이로 슬쩍 시선을 던졌다.

 

“……!”

 

그러자 녀석이 기다란 목을 움직여 자신의 소중한(?) 곳을 쳐다본다.

이 자식,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게 아닐까 하던 의심이, 점점 확신하는 쪽으로 기울게 하는 반응이다.

 

“네 놈이 말을 듣지 않으면, 소중한 곳을 이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다.”

 

잇몸을 드러내면서 양손에 쥔 돌멩이를 맞대고 내공을 집중했다.

 

콰득! 콰드득!

우지지직!

 

두 개의 돌멩이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네 놈의 불알이 돌멩이보다 단단하다고 생각하나?”

 

일부러 야비하고 으스스한 표정을 지으면서 놈을 노려보았다.

 

“푸릅! 히끅! 히끅! 푸르릅!”

 

녀석이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딸꾹질을 해댄다.

격렬한 반응.

이것으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놈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협박하는 것에 반응할 정도면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판단하는 게 더 이상하다.

수컷이라면 누구나 끔찍해 할 만한 위협을 가했다.

녀석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말이다, 한다면 하는 놈이야. 이제 다가갈 텐데, 나한테 지랄 떨면 불알부터 터트려 주겠어.”

 

손아귀의 돌 부스러기를 털어 내면서 나직하게 으르렁거렸다.

 

“푸륵!”

 

놈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친다.

놈의 행동을 보면서 이곳 세상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말도 안 되는 신기한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난다.

말하는 뼈다귀(리치 녀석 이야기다.)가 있질 않나, 소환되는 검이 있으며,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내 몸에 장착되는 갑옷도 있다.

이제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말까지 만나게 되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녀석이 겁에 질린 것을 확인하면서 마구와 몽둥이를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푸륵! 푸르르르륵!”

 

혼혈마가 불안한 듯 투레질을 한다.

그러나 발작하지는 않는다.

 

“이제 마구를 얹을 거다. 반항하면 알지?”

 

마구를 손에 쥐고서 위협적인 음성으로 놈을 협박했다.

녀석이 움찔 떨어댄다.

조심스럽게 말안장을 녀석의 등에 걸치고 재갈을 입에 물렸다. 경기병대로 생활하면서 말에 익숙해진 탓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혼혈마는 마구를 채우는 동안에 몇 번이나 움찔거리는 행동을 보였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해 버리면 소중한 곳(?)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얌전하게 내가 하는 대로 따른다.

상황을 지켜보던 톰슨과 브랜든이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두른다. 그런 모습 또한 나를 즐겁게 해 주는 리액션이다.

불알 협박이 잘 먹혀서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마구를 다 채우니 이제야 한시름 덜겠다.

 

“그래, 말을 잘 들으니까 얼마나 좋아? 그럼 이제 마무리해 볼까?”

 

나는 혼혈마의 옆 목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푸륵! 푸르륵!”

 

혼혈마가 기분 좋다는 듯 나직하게 투레질을 한다.

이제야말로 마지막 단계다.

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았다.

지금껏 조심스럽게 놈을 다루었던 것은 이 순간을 위해서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천천히 심호흡하고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흥분은 금물이다.

호흡을 가다듬은 나는 오른손에 쥔 몽둥이로 혼혈마의 머리통을 냅다 후려쳤다.

 

빠악!

 

“히히히힝! 히히힝!”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앞다리를 들며 괴로워하는 혼혈마!

나는 놈이 날뛰지 못하게 목을 구속하는 금속링과 연결된 쇠사슬을 왼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앞발을 들고 허우적거리던 놈이 강제로 바닥에 두 앞발을 붙였다.

 

“내가 눈깔 굴리는 거 못 봤을 줄 알았냐? 다 티가 나거든? 목줄을 풀어 주면 그대로 튀려고 한 거 모를 줄 알았어?”

 

으스스하게 말하면서 다시 몽둥이를 들었다.

 

“히히힝!”

 

놈이 나를 들이받으려고 했지만, 왼손을 옆으로 젖혀 쇠사슬을 당겨서 놈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정수리를 몽둥이로 후려쳤다.

흥분은 금물이다.

까딱 힘 조절에 실패했다가 녀석이 죽어 버리면 나만 손해니까.

 

“푸륵! 히히히힝!”

 

놈이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발길질을 하려고 했다.

슬쩍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고선 쇠사슬을 털 듯이 흔들었다.

 

촤락!

철썩!

 

“푸히히히히힝!”

 

쇠사슬에 옆 목을 얻어맞은 혼혈마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래, 반항해 줘서 고맙다.

이대로 숙이고 들어오는 건 좀 싱거웠거든.

 

“고맙다. 반항해 줘서! 내가 말이다, 밟을 땐 확실하게 밟자는 주의거든.”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원래 어설프게 맞으면 맞지 않음만 못하다. 영혼에 고통을 새겨야 진정한 복종을 얻을 수 있는 법.

 

***

 

두두두두두!

 

바람이 투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이 좋다.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주변 풍경들.

넓은 들판을 미친 듯이 질주하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이래서 스피드광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워! 워!”

 

칼립의 말고삐를 살짝살짝 잡아당겼다.

칼립은 켄타우로스 혼혈마의 이름이다.

별다른 뜻은 없다.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던 때 주로 사용하던 닉네임이다. 말에는 이름이 필요하다는 부하들의 말에 즉석에서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뭐…

다른 녀석들도 새로 장만한 전투마에 각각 이름을 붙여 주었으니, 나만 이 녀석한테 이름을 붙여 주지 않으면 뻘쭘했다고나 할까?

전투마를 사들인 수단은 당연히 금괴다.

벡티드 일당이 나름 어설프게 금괴를 주조하지 않아서 거래가 좀 쉬웠다.

귀금속을 취급하는 길드의 각인까지 금괴에 새겨놓아 순도를 보장해 둘 정도였으니까.

자신이 없었으면 그 음흉한 벡티드 일당이 금괴를 들고 튈 생각을 어떻게 했겠어?

그럼에도 굳이 젝무어 백작령의 귀금속 상인은 톱으로 금괴를 일일이 갈라보는 만행을 저지르긴 했다.

어쨌든,

깔끔하게 기사복까지 새로 맞춰 입고서 방문하니까 대우가 다르긴 하더라.

기사단장이 군자금(?) 쓰겠다는데 감히 누가 뭐라고 할 거야?

아공간에 숨긴 금괴를 몽땅 보여준다면 혹시나 똥파리가 꼬일 순 있겠지만.

하여간 이전 세상이나 여기 세상이나 일단 겉모습부터 번지르르하고 볼 일이다.

 

다가닥! 다각! 다가닥!

 

광란의 질주를 벌이던 녀석이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이거 참 편하다.

오토매틱 자동차보다 더 편하다.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서 행동해 주니 보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령…

 

“지그재그로 달렸다가 왼쪽으로 급회전!”

 

속도를 줄여가는 칼립의 배를 걷어차면서 말했다.

 

“푸륵!”

 

한차례 투레질을 한 칼립이 다시금 속도를 내어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달리다가 방향을 바꾼다.

이런 걸 입으로 나불거리면 녀석이 알아서 다 해준다.

특별한 기마 기술 없이도 말이다.

새삼 칼립의 대단함을 느낀다.

전투 상황에서 내 말을 칼같이 알아듣고 행동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게 틀림없다.

 

“워, 워!”

 

“푸륵! 푸르륵!”

 

다시 말고삐를 가볍게 당기자, 칼립이 속도를 늦춘다.

고개를 돌려 띠꺼운 눈빛으로 나를 본다는 건 조금 기분 나쁘긴 하다.

 

“눈 깔아! 확 후벼버리기 전에.”

 

“푸르르… 륵.”

 

녀석이 재빨리 말머리를 돌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한다.

이 자식,

아직도 제대로 기가 죽지 않았다.

고통을 영혼에 새겨줄 만큼 두들겨 맞고서도 말이다.

마시장에서 데려온 뒤로 지난 삼 일간 탈출 시도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물론 그때마다 놈의 뒤를 쫓아가 곡소리 나올 때까지 두들겨 팬 것은 당연한 일.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다음 날이면 거뜬히 일어난다. 신기한 놈이 아닐 수 없다.

40년 내공을 얻으면서 비룡보법(飛龍步法)의 숙련도까지 높아졌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놓쳤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놈을 다시 잡아오길 반복할 수 있었다.

칼립이 빠르다곤 하지만, 전력으로 경공을 발휘하면 놈을 쫓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

걸핏하면 반항하고 도망치려는 게 조금 문제지만, 쓸 만한 놈인 것만은 틀림없다.

 

“또 도망치다 걸리면 이번엔 진짜 고자로 만들어 주마.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지?”

 

“푸륵! 푸르륵… 푸륵…….”

 

웃으면서 하는 말에 칼립이 진저리를 친다.

내가 한다면 하는 놈이라는 걸 뼈저리게 체험한 탓이다.

이 녀석을 고자로 만드는 거?

아무 상관없다.

내가 고자가 되는 것도 아닌 바에야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면 더 잘 달릴 수도 있겠네? 그치, 칼립?”

 

“푸륵…….”

 

나름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판단했는데, 칼립 녀석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다.

 

“잘해 인마! 그래도 울타리에 갇혀 있던 것보다는 낫잖아.”

 

“…….”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 나름 위로해 주었지만, 녀석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걷는다.

뭔가 좀 더 확실한 구속력을 발휘할 만한 것으로 칼립을 붙잡아 둬야 할 것 같다.

마법이라는 것의 도움을 받아야 하려나?

주문을 외우면 고통을 받게 하는 뭐 그런 종류의 갓들로 말이다.

이 녀석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본질은 짐승이다.

내가 주인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해 두지 않는다면 언제 삐뚤어질지 알 수 없는 놈이다.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히히히힝!”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칼립이 머리를 치켜들고는 무섭게 달리기 시작한다.

무려 음성 인식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있는 놈이다. 거기에 내가 직접 조종할 필요조차 없는 자동 운행 시스템까지 탑재된…

이런 놈을 내가 포기할 이유가 없잖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무언가가 꼬물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낮에는 이렇게 녀석들을 젝무어 백작의 영지 밖에서 훈련시키는 중이다.

아직 엘튼 제국의 소집령은 두 달이 넘게 남은 상황.

굳이 일찍 가봐야 할 일도 없다.

더군다나 우리 ‘시에트 기사단’은 총인원이 나까지 포함해서 12명에 불과하다.

전장에 도착했을 때 무시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

기사단의 숫자도 수준도 모조리 떨어지는 판이니, 제대로 활약하기에는 턱없이 열악한 기사단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녀석들을 기사다운 놈들로 만들려고 이러는 거다.

나?

나야 지금 타고 있는 칼립 녀석의 욕구불만을 해결해 주려고 잠시 달린 것에 불과하다.

애완동물로 따지면 일종의 산책을 다녀온 셈이라고 보면 맞겠다.

약식으로 야영지를 만들어 놓은 장소에 열한 명의 부하가 비지땀을 흘리는 중이다.

부하들에게 기초 검술 수련을 명해 놓은 상태.

기사의 주 무기는 검이다.

완전하게 숙달하라는 주문은 하지 않았다.

단지 마나를 느끼게 하려고 일부러 검을 쥐게 했다.

서점에서 구입한 마나 수련법은 철저하게 검을 위주로 하는 수련법만 적혀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책을 그대로 따라 했다가는 진짜 운 좋은 케이스가 아니고선 마나를 느끼기 어려운 방법이다.

가만히 주변의 기운을 느끼면서 호흡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검을 휘두르면서 마나를 느끼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말이다.

 

“충!”

 

수련하던 시안이 동작을 멈추고 군례를 올린다.

상당히 자세가 안정되어 있다.

단지 내려찍는 동작에 한하여 그렇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녀석이 사용하는 무기가 도끼라서 그나마 검술에 적응이 빠른 편이기는 하다.

녀석들에게 이런 짓을 시키는 이유?

굳이 말하자면 입 아프다.

이곳 세상에서는 기경팔맥이나 기혈, 그리고 소주천과 같은 개념이 없다.

눈으로 보지 않으면 당최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뜬구름 잡기와 같은 내공 운용을 가르쳐봐야 말짱 헛거다.

그래서 직접 도와주기로 했다.

어차피 기(氣)와 마나(Mana)는 같은 것이라고 본다.

내공 수련이라는 것은 결국, 기를 어떻게 느끼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이곳의 수련법은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올바른 방법으로 보고 있다. 내가 산 얇은 책자에도 적혀 있는 이론이다.

직접적인 도움은 주기 어렵지만, 선임병이었던 놈들부터 도움을 줄 생각이다.

내가 직접 내공을 운용해 주변에 기의 농도를 높여 주는 방법으로 말이다.

 

“모두 동작 그만! 집합하라.”

 

물론 병사들의 수준이 어림도 없어서, 당장은 어렵다는 게 문제긴 하다.

병사들이 나의 명령에 신속하게 집결했다.

앞으로 이들과 전장을 누벼야 하는 상황이다.

꿈과 희망을 심어 놓지 않는다면, 이들은 의욕을 잃고 수동적인 존재로 변화할 우려가 있다.

그것에 대해서 오늘은 부하들과 진지하게 얘기를 할 생각이다.

지난 며칠 동안 어떻게 하면 부하들과 멋지게 살아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왔다. 오늘은 부하들에게 내 생각을 밝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들 알 것이다.”

 

[네, 단장님!]

 

간만에 분위기를 잡아서 그런지, 부하들도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현재의 인원으로 제국의 전쟁에 참가한다면 의미 없이 투입되어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

 

녀석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무려 제국 전쟁을 치르는데, 12명으로 구성된 작은 기사단의 존재 가치는 희박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정식 기사단이 아니라 급조한 기사단이다. 그러니 녀석들이 더 자괴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너희를 위해 준비한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는 거 아니겠냐.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나는 부하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궁금하지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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