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24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4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4화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번에 그들의 영역으로 들어가 한 바탕 휘저어 놨던 것이 문제가 된 듯싶습니다.”
마로크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항상 반격을 해오곤 했었죠.”
어차피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따끔하게 우리들의 힘을 과시하며 조금이라도 영지를 되찾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어차피 본래부터 우리 땅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공격적인 위드의 말에 마로크가 고개를 저었다.
“영주님, 아시겠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병력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는 힘을 비축해야 할 때입니다. 섣부르게 몬스터들을 자극했다가는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위드가 3살 때부터 지금까지 프레타 영지를 몬스터들로부터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는 마로크였다. 그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고, 최선이었다.
‘하긴, 나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병력이 많은 피해를 입었으니…….’
솔직히 말해서 프레타 영지의 병력으로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부족했다. 어린 나이에 준남작이라는 보잘 것 없는 작위를 가진 위드였으니 나라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조차도 어려운 현실.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프레타 영지를 지켜낸 것만도 훌륭하다 칭찬받을 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다.
프레타 영지 바로 옆인 레켄 영지만 하더라도 그 병력이 프레타의 10배 이상이었다. 즉, 프레타 영지가 망하면 본격적으로 몬스터들과 싸울 병력을 오래전부터 키우고 있다는 소리였다.
언제 몬스터들에 의해 무너져 내려도 아무런 상관하지 않는 곳. 이미 버린 영지. 그 어떤 귀족도 탐내지 않는 영지. 그곳이 바로 프레타 영지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방어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폰트의 말이었다.
“자세히 말해보도록 하게.”
마로크의 말에 폰트가 고개를 숙인 후, 대답했다.
“저희는 언제나 병력이 부족했습니다. 적어도 15년 전부터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언제나 몬스터들의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방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주님의 말씀처럼 이번에는 저희도 한 번 몬스터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땅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정도라는 것만을 알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몬스터잖아? 그놈들이 뭐 알까?”
“하긴, 그렇긴 하지. 몬스터들에게도 머리라는 게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와 이렇게 싸울 이유가 없을 테니까.”
루카와 커닝의 말에 시크와 루디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는 몬스터다. 인간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이 인간과 같았다면 아예 15년 전부터 ‘거기는 너희 땅! 여기는 우리 땅!’ 하며 금을 그어놓고 서로 편하게 지냈을 것이다.
“폰트, 자네의 말은 잘 알겠네만 그건 영주님께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네. 어차피 우리는 벌써 15년이나 기다려 왔지 않은가?”
마로크가 폰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3 명.”
위드의 말에 모두가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딱! 3 명만 있으면 됩니다. 3 명이면 얼마든지 몬스터들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영주님!”
마로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외쳤고, 그나마 위드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던 폰트 역시도 그건 미친 짓이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한 사람만 더 있으면 됩니다.”
“영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어떻게 단 3 명으로 몬스터들을 공격한다는 것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수백, 수천 명이라고 하더라도 몬스터 땅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위드는 마로크를 바라보다 자신의 곁에서 두 눈을 말똥말똥 굴리며 회의를 지켜보는 피에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피에나가 있는 이상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직접 몬스터들을 공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끼리 싸우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걸 피에나가 해낼 것입니다.”
위드의 말에 마로크가 피에나를 바라봤다.
수백의 오크들을 어렵지 않게 물리쳤던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 피에나였다. 프레타 영지 내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마로크였지만 솔직히 피에나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건,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로 피에나는 강한 존재였다.
‘확실히 그때와 같은 방법이라면…….’
하지만, 마로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피에나 양의 능력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이번 일은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 잘못 하면 그녀가 크게 다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주님께서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위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피에나를 제외한 두 명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이제 나머지 한 사람을 구하도록 하죠.”
“영주님!!”
자신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위드의 모습에 마로크는 어째서 그가 이렇게 부리지도 않던 고집을 부리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려서부터 다른 이들과 다르게 고생을 알며 자랐기에 생각이 깊은 위드였다. 네드벨 아카데미까지 입학을 하면서 영지 내의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준 그가 어째서 벌써부터 이런 조급한 행동을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과연 지금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는지 내 실력으로 나의 영지를 얼마나 훌륭하게 지킬 수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시험하고 그 결과에 맞춰 아카데미에서 노력하고 싶습니다. 무조건 노력을 하기 보다는 보다 확실한 목표를 잡고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피에나를 믿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훌륭하게 이번 일을 해낼 것입니다.”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듯 활짝 웃었다. 말만 하지 않을 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영주님을 위험한 곳에…….”
“마로크 아저씨, 아시잖아요? 전 쉽게 죽을 수 없는 몸입니다. 절 지금까지 키워주신 여러분들께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쉽게 죽을 수 없는 몸입니다. 위험하다 판단되면 언제든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돌아올 테니 걱정 마세요. 몬스터 땅 한가운데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저이고, 절 지켜준 피에나입니다. 고작 이번 일로 죽는다면 애초에 전 여기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겁니다.”
위드의 말에 마로크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분명히 위드는 몬스터 땅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나왔고, 피에나는 그를 훌륭하게 지켜냈다. 그의 말대로 고작 이런 일로 죽는다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법이거늘…….’
“제가 가겠습니다.”
폰트였다.
“폰트!”
“임마! 니가 어딜 가겠다는 거야? 가려면 차라리 내가 가야지!”
“네까짓 게 가봐야 뭘 한다고! 내가 가는 편이 영주님이나 피에나 양에게나 도움이 되지!”
“이것들은 위아래도 없나? 실력 면에서나, 경험 면에서나 내가 적임자지!”
루카, 커닝, 가스파까지 서로 자신이 가겠다고 자원했다. 자칫 잘못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세 사람으로 인해서 말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폰트와 동갑내기인 로돌프 역시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들을 보고 시크와 루디 역시 자신이 가겠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마로크의 말이 빨랐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가겠나? 다시 말하지만 영주님은 피에나 양이 분명히 지킬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래도 가겠나?”
“몬스터 따위에게 죽을 목숨이었다면 벌써 수백 번은 죽었을 겁니다.”
“이 자식 봐라? 내가 할 말을 지가 하고 자빠졌네?”
“이것들이 정말로 위, 아래를 구분 못하네? 이 미친 새끼들아! 닥치고 저쪽에 찌그러져 있어! 이번 임무는 내가 멋지게 해내고 올 테니까.”
“한 살 많다고 자꾸 위아래, 위아래 하는데 가스파! 내가 지금까지 꾹꾹 참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 솔직히 출생 신고를 늦게 해서 그렇지 실질적으로 따지면 너보다 한 살 많은 마흔셋이야!”
“킥킥! 너 마흔셋이냐? 난 마흔넷인데! 이제부터 너희 둘 다 나한테 꼬박꼬박 형님이라고 해야 한다.”
루카에 이은 커닝의 말에 가스파가 반질반질한 대머리에 굵직한 힘줄을 만들어내며 소리쳤다.
“이 미친 새끼들! 그럼 신분증명서 까봐! 까서 누가 진짜 위고 아랜지 결정을 보자!!”
“왜 이러나? 방금 말했잖아! 출생 신고를 늦게 했다고!”
“나도! 나도!”
“이, 이…….”
끊이지 않고 서로 다투는 루카, 커닝, 가스파의 모습에 모두가 또 시작됐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들 참, 번듯한 가정도 하나 꾸리지 못한 것들이 나이만 많이 쳐 먹어서 좋기도 하겠다.”
“…….”
“…….”
“…….”
마로크의 말에 서로 형님이라고 다투던 세 사람은 거짓말처럼 모든 움직임과 입을 뚝! 멈췄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
꾸이이익!!
케에엑! 케에엑!!
이리저리 날뛰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오크, 고블린. 두 몬스터들의 뒤쪽과 오른쪽에서는 각각 8마리의 고르곤과 2마리의 미노타우로스가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크우우우우우-!!
므우우우우우!!
고르곤들은 앞에 걸리는 오크와 고블린들을 무조건 들이 받으며 앞으로 내달렸고, 2마리의 미노타우로스는 손에 쥔 나무를 들고 좌우, 위아래로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휴우! 대단합니다!”
약간 떨어진 거리의 커다란 나무 위에서 커닝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그의 곁에는 위드가 빠르게 눈동자를 돌리며 몬스터들을 바라보는 한편, 무서운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르곤과 미노타우로스들을 통제하는 피에나를 쫓았다.
확실히 피에나는 대단했다.
그녀가 전투태세에 돌입하여 살기를 뿌리면 고르곤, 미노타우로스들은 감히 제대로 대항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미노타우로스 같은 경우는 거대한 몸집만큼이나 웬만해선 겁을 잘 먹지 않는 편이었지만 피에나 앞에서 만큼은 전혀 달랐다.
‘피에나의 실력이 분명 익스퍼트 상급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타이먼 족이라는 이유가 미노타우로스조차도 겁먹게 만드는 거겠지.’
익스퍼트 상급.
익스퍼트 상급이 대단한 경지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대형 몬스터들이 날뛰지는 못한다. 그럼 결론은 하나였다.
타이먼 족 특유의 전투적 성향이었다.
실질적으로 피에나가 전투 자세를 갖추고 살기를 뿌리면 그 살기를 받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위드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보통의 인간이 고르곤, 미노타우로스, 오우거 등의 강력한 몬스터의 살기에 꼼짝을 못하듯, 그들은 타이먼 족인 피에나의 살기에 꼼짝을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