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3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9화
39화 불쌍한 녀석(3)
입구 맞은편 벽에서 금속음이 연달아 흘러나왔다.
아마도 뭔가 발사되어야 하는데 내부의 발사체가 떨어진 모양이다.
어쩐지 밖에 나뒹구는 인간의 유골이 멀쩡한 게 없다 싶더라니…
발사되었더라도 당하지는 않았겠지만, 입구에서부터 이런 식이면 좀 위험하겠는데?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째 이상하다?
왜 올라가는 계단이 없지?
통로처럼 보이는 유일한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뿐이다.
미친 듯이 높게 쌓아 올린 탑은 훼이크였다는 얘기?
분명 탑에는 창문도 있고,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마저 장식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교하니까.
아무튼, 여길 만든 인간은 참 더럽게 할 일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럴 거면 뭐하러 무식하게 높은 탑을 세운 건지 모르겠다.
그래, 취향은 존중해 주자.
단순히 높은 탑을 세우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 발을 들이고 걷다가 멈췄다. 계단 중간부터 여기저기에 널린 유골들을 발견한 탓이다.
그래서 바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시커멓게 변색 된 피가 계단을 검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계단 바닥에 뚫린 새끼손가락 굵기의 구멍.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다.
“미안…….”
바닥에 놓인 두개골을 들고 예의상 중얼거렸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사과부터 했다.
그리고 두개골을 계단에 굴렸다.
퉁, 퉁, 퉁!
두개골이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구르며 내려가는데,
츠컹! 터엉!
바닥에서 솟아난 1미터 길이의 송곳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두개골을 튕겨 낸다.
와아…
어떤 놈이 여길 만들었는지 무지하게 살벌하다.
저런 거에 꿰뚫리면 살아남기 힘들겠다. 뭐 그러니까 계단에 이렇게나 많은 유골이 너부러져 있는 거겠지만 말이다.
아래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송곳이 꿰뚫을 곳은…
여길 만든 자식, 어지간히 악취미다. 죽는 것도 서러운데 고자로 만든 다음에 죽이는 거잖아?
계단을 밟기가 찜찜하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계단과 벽을 살폈다.
뭔가 좀 이상하다.
폭이 좁은 계단에 비해 벽이 상당히 넓다.
굴의 형태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이라고 할까?
계단이 만들어진 곳은 상당히 좁은데 천정은 무척이나 높고 넓다.
나름 미적 감각을 과시하려 했던 것인가?
“음…….”
알 게 뭐야?
양쪽 벽의 경사가 완만하니 굳이 계단을 이용할 필요도 없겠다.
내공을 일으켜 다리에 집중했다.
그러고는 계단을 밟는 대신에 벽을 밟고 내달렸다.
상당한 깊이로 계단이 만들어진 탓에 내려오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하 1층에 착지하기 전에 바닥부터 살폈다.
바닥에 뒹구는 유골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절단된 듯한 유골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지하 1층 바닥에 거의 2미터 가량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파인 자국이 있었다.
형태로 봐선 아마도 아래에서 혹은 위에서 칼날에 튀어나올 게 분명하다. 그러니 주변에 절단된 유골이 널렸겠지. 절단된 갑옷까지 흩어져 있는 걸 보면, 굳이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진 않다.
위험해 보이는 흔적을 피해서 평범한 바닥을 골라 착지했다.
타닷!
“워어!”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상당히 넓다.
높은 천정은 기본.
내려오는 입구는 작은데 안에는 비정상적으로 넓은 게 의아스럽다.
벽에 걸린 조각상들이 은빛으로 번쩍인다.
오랜 세월이 흘렀을 게 분명함에도 아직도 빛을 발하다니 신기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진 않을 생각이다.
조각상 앞에 놓인 유골들이 위험을 알려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가까이 다가가면 날카로운 무언가가 목을 날리는 함정이 설치되었을 것이다.
호기심을 접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살폈다.
이번 계단은 깨끗하다.
같은 함정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였던가?
하긴 이전 계단보다 1/10 수준의 길이라 함정을 설치하는 것도 우습기는 하겠다.
“…….”
근데 어째 느낌이 쎄하다.
절단된 갑옷 하나를 집어 계단에 굴렸다.
텅, 텅, 텅, 텅……
내가 좀 예민했나?
라고 생각한 순간,
화르르륵!
엄청난 열기와 함께 화염이 내려가는 통로를 가득 채우며 열기를 발산했다.
“무식한 새끼…….”
진짜 욕밖에 안 나온다.
소리를 내면서 굴러가던 갑옷이 그대로 녹아서 계단 밑으로 흡수된다.
인간의 뼈는 단박에 재가 되어 사라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계단이 이렇게나 깨끗하게 유지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마법의 힘으로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말이다. 지하임에도 비정상적으로 공기가 맑고 먼지 한 톨 없는 걸 보면…
그래, 아직까진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다.
조금만 더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점점 더 날 유혹하는 이질적인 기운의 농도가 짙어지는 만큼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단전이 기운과 반응해 꿈틀대는 감각이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지하 2층 역시 비정상적으로 넓은 공간이다.
이번에는 갖가지 병기와 갑옷이 진열되어 있다. 물론 현혹되지 않는다.
위층과 마찬가지로 병기와 갑옷에 현혹되어 다가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앞에 쓰러져 있으니까 말이다.
갑옷을 입은 유골이었는데, 가슴 중앙이 뻥 뚫린 게 치명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어째서 저렇게 빤한 함정에 걸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잠깐!
이거 왠지 훼이크 느낌이다.
의심스러운 생각에 바닥에 떨어진 뼈를 하나 집어서 진열된 갑옷에 던졌다.
뼈가 갑옷에 닿는 순간,
위이잉!
갑옷에서 팔뚝 굵기의 드릴 같은 게 튀어나와 맹렬한 회전을 일으켰다.
“망할 새끼…….”
허탈한 마음에 이곳을 만든 놈을 저주했다.
잔인한 함정 때문에 욕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던진 뼈가 진열된 갑옷을 통과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눈속임일 뿐이었다는 거다. 근사한 갑옷인 것처럼 꾸며놓고 실체는 없는.
나쁜 자식!
가짜에 속아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진짜 억울했겠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함정 자체를 파악하는 게 쉽다.
이런 곳을 탐사하는데 어째서 단 한 사람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유골들이 함정의 존재를 이렇게나 친절하게 알려 주는데 말이다. 당장 나만 해도 유골과 변색 된 핏자국만 보고서도 별다른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
밑으로 가면 뭔가 좀 달라지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려가는 계단을 바라보았다.
변색 된 핏자국이 계단에 번져 있는데, 구멍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이건 좀 수상하다.
그래서 두 번 당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물건을 계단에 굴렸다.
퉁, 투둥, 퉁!
아무 일 없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막 계단에 발을 들이는데…
츄가가각!
“…….”
동굴을 빽빽하게 채울 정도로 양쪽 벽과 천장에서 송곳이 튀어나온다.
파지직! 파직!
얼씨구?
뇌전이 일어나 스파크가 송곳을 타고 다니면서 마구 튄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번개겠지?
이거 좀 으스스 해진다.
먼저 통과한 몇몇만 살려 두고 뒤따르는 놈들은 모조리 몰살시키겠다는 의도였던 것 같다.
드드드드……
계단이 좌우로 벌어지고 송곳이 그제야 벽과 천장으로 사라진다.
돌겠다, 진짜…
자동으로 시체 수거까지 하는 거였냐?
어쩐지 계단에 핏자국이 수상하더라 싶었다.
조금 더 긴장하고 탐사해 봐야겠다.
***
“벌써 끝?”
허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게 된다.
더 이상 내려가는 계단이 없다.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인식될 정도로 그럴듯한 공간이 턱 하니 나타났다.
이거 좀 웃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쉽다.
유골과 핏자국이 함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미리 알려 주었다.
물론 마법적인 함정도 있었으나,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피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음…
한국에서 살던 시절에, 함정과 관련된 영화를 많이 접해서 내가 쉽게 파악한 건지도 모르겠다.
좀 궁색한 이유긴 하다.
그런데,
“……?”
여긴 뭔가 좀 다르다.
천장은 매끄러운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광택이 흐른다. 은은한 황금색을 띠면서 화려한 음각으로 수놓아졌다.
그런데 바닥은 왜 이렇지?
인간의 유골과 갑옷, 그리고 각종 병장기를 꾹꾹 눌러서 바닥을 평평하게 해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여길 만든 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인간의 생명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한편으로는 좀 어이없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내려올 동안 겪은 함정의 난이도가 극악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살아서 빠져나간 사람이 없다고 하기엔 한참이나 부족한 느낌?
어느 정도 무공을 회복하긴 했지만, 잘 쳐준다고 해도 이곳 세상에서 소드 익스퍼드 중급이나 될까 말까 한 실력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레이놀드 영지에선 최강자라고 자부할 만하다는 건 맞지만.
근데 무시무시한 소문이 퍼진 이곳을 공략하는데 나만큼의 실력자도 없이 도전했을까?
말도 안 될 얘기다.
의아스럽기는 했지만, 일단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던 호기심부터 풀어야 할 때다.
유혹하듯 내게 쏟아지던 이질적인 기운.
그런데 막상 가장 마지막 층에 도착하니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제단처럼 계단 위에 의자 하나와 탁자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다. 탁자 위에는 그럴싸하게 생긴 상자가 놓여 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상자다.
물론 벽면은 화려한 보물로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어차피 가짜일 게 뻔할 노릇이라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계단에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지 싶어서 롱소드를 뽑아 계단을 일일이 찍으면서 올라갔다. 탑에 들어오기 전에 챙겼던 검은 아까우니까.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관문치고는 좀 허무한데?
상자에 뭐가 들었으려나…
계단을 올라가 탁자 위의 상자를 바라보았다.
“…뭐하자는 거야?”
조금 기가 막힌다.
열쇠가 없이는 열 수 없는 상자였다.
상자의 겉면에 흠집이 있는 걸로 봐선, 누군가 화가 치밀어 칼질해댄 듯 보인다.
나는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
이곳을 만든 놈이 워낙 또라이라 강제로 뭔가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함정이 발동되었으니까.
대체 열쇠를 어디에서 얻으라고?
여길 만든 놈은 진짜 지독한 변태 자식일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달랑 상자만 하나 남겨 두다니!
이렇게 무지막지한 함정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 놓고서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니냐?
그나저나 상자에 칼자국 내놓은 인간…
분명 죽었을 거다.
“하아…….”
나오느니 한숨이다.
지치는 기분이라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그그긍!
“……!”
화려하게 장식된 의자에 앉는 순간, 한쪽 벽이 열린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출입문.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벽이 열리는 게 아니라 이제껏 지나왔던 곳처럼 함정이 발동했더라면?
아마도 허무하게 죽지 않았을까?
그런데…
저기엔 또 뭐가 있을까?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여기까지 와서 허무하게 빈손…
뭐 빈손은 아니긴 하다.
관문을 거치면서 모험가가 가져왔을 게 분명한 보물을 챙기긴 했으니까.
딱히 뭐에 쓰는 용도인지는 모른다.
그저 비싸 보여서 챙겼다.
가운데 푸른 보석이 박힌 펜던트였다. 목걸이 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덩어리 큰 물건들은 죄다 함정 때문에 망가져서 멀쩡한 건 이것 하나가 고작이었다.
제법 근사해 보이는 검도 몇 자루 있었는데, 대부분 검날의 중간이 부러져서 써먹을 수가 없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녹이 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질 좋은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당장 나한테 쓸모도 없고, 멀쩡한 검을 한 자루 얻었으니 미련을 버렸다. 아쉽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무려 ‘죽음의 대지’라 부르는 곳에 들어와서 겨우 펜던트 하나와 한 자루의 검을 챙기는 건 좀 허무하잖아?
이제껏 안 돌아가는 잔머리 굴리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말이다.
그래, 끝까지 가보는 거다!
사나이는 못 먹어도 고(GO)라는 거지.
자!
비밀의 공간에 뭐가 있는지 들어가 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