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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36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6화

36화 죽음의 대지(4)

 

 

 

 

 

몸이 아주 너덜거리는 느낌이다.

오늘 제대로 몸을 혹사당했다.

오우거에…

트롤에…

오크는 몇이나 죽였는지 세지도 못했다.

쫄다구 녀석들이 내 이름을 외치면서 환호성을 질러 대니 힘든 척도 못 하겠다.

이것으로 우리 영지가 부유해질 발판을 만든 셈인가?

지나오면서 보았던 평야가 엄청나게 넓기는 했다. 마을을 만들고 농토로 개발한다면 식량 걱정 따윈 할 필요도 없어질 터.

 

“영주님께서 오신다!”

 

함성 속에서 들리는 음성.

그러자 병사들이 소리 지르던 것을 멈추고, 걸어오는 레이놀드 남작을 향해 일제히 방향을 돌렸다.

 

“충!”

 

2중대장이자 최고 선임병인 리올트가 군례를 올렸다.

기사들은 알아서 예의를 갖추고 있으니 병사들을 대표해서 그가 나서는 게 맞다.

 

“하하하! 모두 수고가 많았다. 체인드 경은 어디 있는가?”

 

레이놀드 영주가 좋아 죽겠다는 듯 크게 웃는다.

아까의 겁에 질렸던 모습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역시 영주라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그새 진정하고서 저런 여유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철컹, 철컹, 철컹!

 

뒤편에서 들려오는 쇳소리.

푸른색 피로 얼룩덜룩해진 갑옷을 입은 기사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레이놀드 남작의 앞에 멈춰 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보고 드립니다. 체인드 경은 오우거와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그러고 보니 기사들의 수가 부족하지 않은가!”

 

기사의 보고를 들은 영주가 크게 놀란 모습을 보인다.

영지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랄 수 있는 기사단이 피해를 입었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응?

그런데……

영주 옆에 저 등신 같은 마법사 놈은 어째서 웃는 거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지만, 한쪽 입술이 꿈틀대는 모습과 눈이 살짝 휘어진 것을 보면 웃는 게 확실하다.

기사단이 당한 게 즐겁다는 것인가?

아니,

내가 예민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영주에게 보고하는 기사가 햄크스다. 제이든 영지의 기사단장을 해먹었던 인물.

어쩌면 그가 무사해서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놈들이 뒷구멍으로 딴짓하는 걸 봤기 때문에 내가 색안경을 끼고 봐서 그런 걸 수도…

 

“기사단장 체인드 경이 의식불명이며, 골절상을 입은 부상자가 3명. 그리고 기사 맥스가 사망했습니다.”

 

마법사 벡티드를 관찰하는 동안에 햄크스의 보고가 이어졌다.

뭐?

누가 죽어?

그럼 오우거의 손에 머리를 붙잡힌 채 덜렁거리던 기사가 맥스였다는 거네?

이런 제길!

출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얘기를 나눴던 사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 버릴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누구한테 벡티드 마법사와 햄크스가 음흉한 짓을 벌이고 있다고 알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사단장인 디올커마저 의식불명인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아니,

맥스 기사가 디올커 기사단장한테 얘기나 꺼냈을지 그것도 미지수다.

기사단에서 맥스 기사의 위치는 막내 수준.

그런 사람이 기사단장인 디올커에게 말이나 제대로 꺼낼 수 있었을까?

어째 일이 복잡해져 버린다.

병사 시절에도 어지간한 기사 정도는 찜쪄먹는 실력을 지닌 맥스 기사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안타까운 일이군… 부상당한 기사를 수습하고, 1중대는 오크 마을을 수색해 숨어 있는 오크를 제거하라.”

 

“영주님의 명령을 받듭니다.”

 

레이놀드 남작의 입에서 ‘1중대’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제기랄!

사람이 생각이라는 걸 할 틈을 주지 않는구나.

속으로 투덜거리긴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사실 영주의 명령이 불합리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1중대에는 경기병대가 포함되어 있어, 2중대보다 무장 상태가 좋은 것도 사실이다.

오크의 잔당을 소탕하는 임무를 1중대가 맡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까라면 깐다.

그게 군인의 숙명이니까.

혹시 알아?

오크 마을을 수색하다가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개뿔!

확실히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만 깨달은 수색 작업이었다.

마을에는 몇몇 암컷 오크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보물이나 돈이 될 만한 건 찾지 못했다.

기껏해야 어디서 주워 온 것들인지 모를 고철 무기들만 몇 개 발견했을 뿐이다.

찜찜했지만 암컷 오크들을 처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 불쌍하다고 해서 놔뒀다간 오크의 수가 늘어나 다시 마을을 형성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리고 현재는 경기병대를 이끌고 주변을 정찰하는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타고 다니던 겁쟁이 말은 살아 있었다. 이번 일로 느낀 건 예민한 전투마를 타는 건 위험하다는 거였다.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겁을 집어먹고 발광하는 전투마가 위험하다는 걸 직접 체험해 봤다.

전투 상황이 아니라면 명령을 잘 따르는 놈이라 나쁘진 않았지만 말이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던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선 말고삐를 당겼다.

 

“워, 워!”

 

손을 위로 들어 뒤따르는 병사들에게 정지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일입니… 아!”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따라오던 티오가 다가오다가 탄성을 흘렸다.

녀석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한 게 틀림없다.

과장 조금 보태서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아득히 높은 절벽.

저 너머에 ‘죽음의 대지’가 존재한다고 들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중대장님.”

 

“토마스 녀석더러 영주님께 보고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티오 녀석에게 명령을 내리고 아득히 높은 절벽을 감상했다.

위험한 곳이라는 말은 들었다.

저 안에 들어간 모험가 치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위험한 곳이라는 건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

그런데…

자꾸 호기심이 생겨난다.

절벽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그게 자꾸 나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아마도 이런 감각 때문에 ‘죽음의 대지’를 찾아온 모험가들이 기를 쓰고 안에 들어갔던 건가?

주변에 흐르는 풍부한 대자연의 기운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는 기운이라…

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지?

 

“중대장님! 토마스를 본대로 보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티오가 나의 곁으로 다가와 명령을 내려 주길 원하는 눈치다.

 

“절벽에 다가가 야영을 준비한다.”

 

“알겠습니다. 모두 절벽까지 전진한다.”

 

[예!]

 

티오 녀석이 명령을 받아 부하들에게 전달하는 걸 들으면서 손으로 턱을 긁적였다.

자꾸 절벽 너머가 신경이 쓰인다.

그런 느낌이 절벽에 다가갈수록 더 심해지는 기분이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절대 고수가 절벽 너머에 웅크리고 있는 듯한 위화감이 든다.

 

“중대장님! 식사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좋을대로 해.”

 

“감사합니다.”

 

성가시게 말을 거는 게 귀찮아서 대충 대답을 했더니, 티오가 신이 나서 달려간다.

그래 골치 아픈 생각은 집어치우자.

아마도 본대가 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 많은 오크의 어금니를 뽑고 쓸 만한 부산물을 챙기려면 보통 일이 아닐 테니까.

차라리 정찰 임무를 받고 나온 게 더 잘된 일이다.

죽은 오크의 이빨을 뽑아대고 손에 퍼런 피를 묻혀가면서 부산물 챙기는 작업보다야 훨씬 낫다.

우욱!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비위 상한다.

그렇게 뻘 생각을 하는 동안에 부하 녀석들이 솥을 걸고 물을 끓인다.

이 와중에도 솥을 챙겨 온 게 참 놀랍기는 하다. 물을 끓여서 ‘하드텍’이라 부르는 건빵 비슷한 걸 넣고 끓이면 수프 비슷한 풀 죽이 된다.

알아서 하겠지.

맛없으면 엄청난 갈굼을 당할 거라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어쨌든,

이름도 무시무시한 ‘죽음의 대지’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절벽 끝이 까마득하게 높다.

아니, 단순하게 높다는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절벽을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설마… 아니겠지…….

인위적으로 이런 일을 하려면 신이나 가능할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생겨난다.

평원과 일부러 단절시킨 듯 완만한 원을 그리면서 절벽이 형성된 게 그런 생각을 부추긴다.

결정적으로,

절벽의 중앙이 사람 하나 정도가 드나들 수 있게 틈이 갈라져 있다는 점.

마치 ‘여기가 입구다!’라고 대놓고 알려 주는 느낌?

틈에 다가갈수록 이질적인 기운이 유혹하듯 신경을 더 건드리는 기분이다.

어서 들어오라고 내게 손짓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후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자꾸 들어가고만 싶은 느낌을 애써 외면했다.

다른 녀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기(氣)… 그러니까 이곳의 단어로는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겐 이런 기분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중대장님! 식사하십시오!”

 

관심을 접자고 생각하면서도 미련을 접지 못하고 있는데, 티오가 쪼르르 달려와 실실 웃는다.

 

“가자.”

 

짧게 대답하고서 솥이 걸린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하 녀석들이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자식들…

그래도 중대장이라고 챙겨 주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기특하다.

자리에 앉아 티오가 건네주는 그릇에 수프를 퍼 담았다. 그제야 병사들도 국자로 수프를 퍼 담았다.

 

후릅!

 

“많이 좋아졌는데?”

 

먹을 만한 맛이었기에 티오 녀석에게 싱긋 웃어 주었다.

 

“나름 신경 좀 썼습니다.”

 

“잘했다, 먹자.”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수프에 집중했다.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니 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다.

수분보충까지 되는 음식이라 부담 없어서 좋다. 티오 녀석의 말처럼 상당히 신경을 썼는지, 고기와 야채가 적당히 씹히면서 맛이 제법이다.

식사는 빨리 끝났다.

뜨거웠음에도 다들 한창 먹을 나이라 이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솥이 비워졌다.

자리를 정리한 병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야영지를 꾸미기 시작했다.

본대가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는 걸 들었기 때문일 거다.

몬스터를 찾느라 시간이 소모되긴 했으나, 본대와 이곳은 기껏해야 도보로 두 시간 남짓한 거리다.

오크 마을을 토벌한 게 점심쯤이었다. 지금은 해가 지려는 중이다.

오늘은 종일 코피 터지게 움직인 것 같다.

전투를 치르고서 곧바로 오크 마을 수색에 이어 곧바로 정찰에 투입되었으니까.

 

<두두두두…… >

 

아련하게 들리는 말발굽 소리.

좀 느긋하게 쉬려고 했더니 글렀나 보다.

 

“기사단이 오는 모양이다. 서둘러라!”

 

[예, 중대장님!]

 

아무도 내 말을 의심하는 병사가 없다.

내 귀가 자신들보다 유난히 예민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 거다. 이거 재수 없으면 기사들의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할 판이다.

아마도 ‘죽음의 대지’가 어떤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기사들이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멀리 흙먼지가 솟아나는 게 보인다.

아마도 기사단이 전부 오는 듯하다.

무지개처럼 화려한 깃털 장식의 투구를 쓴 갑옷 차림의 사람이 섞여 있다.

 

“영주님께서 오신다!”

 

병사들을 향해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투구에 무지개처럼 깃털을 장식한 사람은 레이놀드 영주뿐.

정말 재수 없으면 이런 열악한 곳에서 영주가 야영할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쉴만한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곤란하다.

하지만 준비할 것도 없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야영 자재는 본대가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기껏해야 근처의 나무와 돌을 주워와 바람막이를 만드는 게 고작이다.

 

“곧 영주님께서 도착하신다. 모두 모여!”

 

[예, 중대장님!]

 

일련의 작업을 모두 마친 것을 확인하고서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때마침 언덕을 영주가 기사들을 이끌고 언덕을 넘어왔다.

 

“충!”

 

군례를 올리자, 레이놀드 영주가 손사래를 쳤다.

영주는 주요 전력을 모조리 이끌고 왔다. 호위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부상당하지 않은 기사들까지 말이다.

맨 뒤에는 소식을 전하라고 전령 격으로 보낸 토마스 녀석이 있었다.

영주 일행이 말에서 내려와 절벽으로 향했다.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가 말을 챙기는 모습을 뒤로하고서 영주의 뒤에서 걸었다.

 

“여기가 ‘죽음의 대지’인가? 생각보다 위험해 보이지 않는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레이놀드 영주.

 

“수많은 모험가와 전대 영주님의 기사들이 돌아오지 못한 곳입니다. 분명 ‘죽음의 대지’ 안에는 무시무시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마법사 벡티드가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알고 있습니다. 악명과 다르게 너무 평온해 보여서 하는 말입니다.”

 

레이놀드 남작이 절벽의 틈 앞에서 멈춰 서서 말했다.

 

“…….”

 

위화감이 느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영주는 물론 호위기사와 다른 기사들, 심지어 마법사인 벡티드 조차 너무 편안한 모습이다.

그래서 이상하다.

절벽과 절벽의 틈에서 흘러나오는 이질적인 기운을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다.

어째서?

유혹하듯 끈적이는 기운을 어째서 느끼지 못하는 거지?

설마…

나만이 느끼고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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