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3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4화
34화 죽음의 대지(2)
촤아악!
“히히힝! 히히히힝!”
잘 달리던 전투마가 허우적대면서 난리를 피운다.
“우와악! 이런 미친 말 새끼가!”
전투마가 발버둥 치는 것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오우거란 놈의 괴성에 겁을 먹고서 갑자기 미쳐 날뛴다. 눈이 뒤집혀서 희번덕거리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다.
얼씨구?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다.
이래서 제대로 훈련된 전투마가 필요한 법이다.
오우거를 공격해야 하는데 겁에 질려서 이 난리를 피워대면 나보고 어쩌라고?
윽!
먼지가 무지막지하다.
과장 조금 보태면 앞이 안 보일 지경.
어쩔 수 없다.
이러다가 말이 자빠지면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질 터.
롱소드를 뽑으면서 말안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먼지를 뚫고 나오자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말을 타고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몸을 띄운 탓에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중이다.
나를 태웠던 전투마가 그제야 정신 차리고 미친 듯이 왔던 길로 도주한다.
파라라락!
높이 떠오른 탓에 낙하 하면서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낀다.
“크워억!”
부러진 랜스를 주렁주렁 매단 오우거가 나를 발견하고는 괴성을 터트린다.
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디올커 기사단장이 쓰러져 있다. 붉은 깃털로 투구를 장식한 사람은 디올커 기사단장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투구가 짓눌린 채 쓰러져 있다. 저건 생각해 보나 마나 즉사다.
어째 말이 씨가 된 기분이다.
내가 활약할 만한 몬스터가 등장했으면… 하고서 은근히 바라긴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
오우거 정도라면 나의 능력을 영주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 거다.
기사들도 절절매는 놈을 내가 해치운다면 당연히 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될 거다.
그러면 이전에 병사에서 기사로 승급한 사람들처럼 막내 자리에 앉히지는 못할 거다.
이왕에 군대에서 말뚝 박을 거라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게 더 낫잖아?
나는 오우거를 앞에 두고서도 여유가 있다.
부단한 노력으로 현재 단전에 쌓은 내공이 15년 정도다. 이곳 세상의 수준으로 따진다면 하급 소드 익스퍼트 정도의 실력.
하지만 내공을 사용하는 효율 자체가 다르다.
거기에다가 지금의 몸이 익숙해지면서 검술을 응용하는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
어지간한 중급 소드 익스퍼트는 웃으면서 상대할 수준이다.
“차압!”
내공의 성질을 무겁게 바꾸어 다리에 집중했다. 무림에서 흔히 말하는 천근추의 수법이다.
파앗!
바닥에 착지하면서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거다.
촤아악!
역시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밀려난다.
“쿼헝!”
오우거가 눈을 부라리면서 흉성을 터트린다.
의지와 상관없이 오우거를 향해 접근하고 있으니까.
놈이 팔을 좌우로 쫙 벌렸다.
덩치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로 보인다.
멍청한 자식!
나보다 한참이나 더 커 보이는데도 뭘 또 더 크게 보이고 싶은 건지……
젠장!
크긴(?) 크다!
오크한테서 대체 뭘 배운 거야?
바지 정도는 입어 주는 게 예의라는 걸 가르쳐 주지 않았나 보다.
지지직!
땅거죽을 긁으면서 밀려가던 나는 다이빙하듯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날렸다.
그렇게 넓게 벌린 오우거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왔다.
“워억?”
갑작스러운 속도 변화 때문에 나를 놓친 오우거가 괴상한 소리를 냈다.
속도가 느려지다가 갑자기 슬라이딩으로 다리 사이를 빠져나온 거다. 놈의 입장에서는 내가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전방회전 낙법으로 몸을 일으키고서 다리에 내공을 담아 진각을 강하게 밟았다.
쿠웅!
물론 천근추의 수법을 담는 건 기본.
“큭!”
억지로 몸을 세우는 바람에 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뜨끔하다.
빌어먹을!
남자의 생명은 허린데!
고통을 참으면서 재빨리 몸을 반 회전시켰다.
등을 보이고 선 오우거가 몸을 돌리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망설일 것도 없이 오른손에 쥔 롱소드를 그대로 쭉 내밀었다. 놈의 가죽이 두껍다는 정보를 토대로 찌르기를 선택한 거다.
츠걱!
“워어억!”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오우거.
생각보다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반탄력이 강하다.
피부는 물론 근육까지 인간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탄력적이라는 의미겠다.
상당한 내공을 사용했음에도 롱소드가 한 뼘 가량 박혀 든 게 고작이다.
저런 덩치에 한 뼘 길이 칼날이 박혀봤자 치명상이라 부르긴 어렵다.
그러니 기사들의 부러진 랜스를 주렁주렁 달고서도 저렇게 쌩쌩할 수 있었던 거겠지.
전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가 되겠지?
뒤로 재빨리 물러서면서 주변부터 살폈다.
아군 기사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중이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떨어지는 바람에 충격이 심한 모양이다.
다리나 혹은 팔이 부러져서 낑낑대는 기사의 모습도 보인다.
병사들이 지키는 입구를 쳐다보았다.
병사들이 활을 거두고 창으로 오크를 처리하고 있다. 경기병대까지 가세해서 싸우고 있으니, 입구가 뚫려도 상관없을 듯싶다.
게다가 영주의 곁을 지키는 호위기사가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거다.
“크워어어어!”
쿵, 쿵, 쿵!
오우거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선 덤벼든다.
나는 몇 걸음이나 물러난 거리를 녀석은 단 세 걸음 만에 줄여 놓는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 의도가 뻔하게 보인다.
압도적으로 커다란 몸집을 앞세워 들이받으려는 걸 거다.
놈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린다.
지금이다!
진의문 유일의 보법인 비룡보법(飛龍步法)에서 광룡질풍(光龍疾風)의 수법으로 지면을 박찼다.
파앙!
달려드는 오우거가 옆으로 후루룩 밀려난다.
놈을 스치듯 지나치면서 롱소드를 휘둘렀다. 롱소드의 검날에 순간적으로 모든 내공을 퍼부었다.
필요한 때만 내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을 낼 수 있다.
지금처럼.
스각!
“우워어엉!”
쿠당탕탕!
오우거가 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뒹군다.
종아리를 두 뼘 가량 깊게 베어 놓은 보람이 느껴진다.
놈이 넘어지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터다.
기회가 있을 때 치명상을 주어야 싸우기가 쉬워진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그래서 놈에게 달려들었다.
“그워어어어!”
놈이 괴로워하면서 꿈틀거린다.
롱소드를 거꾸로 쥐고 왼손으로 폼멜을 감쌌다. 한 손으로는 놈에게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걸 안다.
노리는 것은 놈의 다리!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 기동력을 없애는 게 목적이다.
“크웍!”
젠장!
놈이 정신을 차리고 날 노려본다.
몸을 뒤집어 발로 날 걷어차려 한다.
부우웅!
발바닥이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몸통 크기다.
피하기엔 늦었다.
퍼억!
“우욱!”
절로 신음이 튀어나온다.
이건 마치 무림 세상에서 깨어나긴 전에 당했던 교통사고의 느낌이다.
강력한 충격에 의해서 몸이 붕 뜬 채로 날아간다.
주변의 풍경이 제멋대로 뱅글뱅글 돌면서 나의 시야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충격을 받은 와중에도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에 착지했다.
터덕!
“크워억! 그워어어어!”
나를 걷어찬 오우거가 구슬픈 비명을 터트린다.
놈의 발바닥.
정중앙에 나의 롱소드가 손잡이만 남긴 채 깊숙이 박혀 있다.
내공을 담은 찌르기 공격과 놈이 발차기가 만나면서 생겨난 힘이 자해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놈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괴로워할 때 끝장을 내야만 한다.
기절한 디올커 기사단장의 곁에 떨어진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오우거에게 다가가 차근차근 무력화시켰다.
롱소드에 당하지 않은 다리부터 차근차근 누더기로 만들었다. 푸른 피가 사방에 튀었지만 상관없다.
“크웍! 크워억!”
오우거가 버둥거린다.
아까의 기세등등함은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가 없다.
“허억, 헉!”
녀석을 차근차근 무력화한 끝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팔다리가 너덜거리는 와중에도 공격성을 드러내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후우… 질긴 자식! 잘 가라!”
롱소드를 거꾸로 쥐고서 놈으로 머리를 그대로 내리찍었다.
뻐거덕!
확실히 돌대가리다.
피부는 물론 뼈까지 이렇게나 단단한 줄이야.
이러니 오우거의 가죽과 뼈가 비싼 값으로 팔린…
아차! 이런 거지 같은 경우가!
생각해보니 오우거를 누더기로 만들어놔서 제값 받긴 글렀다.
오우거는 일단 해치웠고, 병사들이 지키는 입구 쪽은 괜찮…
<막아!>
<으아아! 트롤! 트롤이 빠져나갔어!>
<쫓아! 어서 쫓아가!>
.
.
.
…지 않은 듯하다.
멀리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병사들의 목소리.
오크의 비명과 뒤섞여 난리도 아니다.
이거 한가하게 있을 틈이 없다.
도우러 가지 않는다면 병사들의 피해가 커지리라는 건 생각해 보나 마나다.
오우거의 발바닥에 박힌 롱소드를 회수하고 검집에 넣었다. 손에는 디올커 기사단장의 롱소드가 있지만, 여유분으로 챙겨 둔 거다.
준비를 마치고 기사들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기사단장을 수습했고, 투구째 머리가 으깨진 시신을 챙긴 상황이었다.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너덧 명이 전부다. 낙마하면서 부상을 당한 기사가 절반에 달했으니까.
나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어 있다.
돌격 대형을 갖추고서도 공략이 실패한 오우거를 나 혼자 해치웠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쭐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기사님들, 부상자를 보호할 분만 남으시고 병사들을 도와야 합니다.”
“아, 알겠소!”
기사 하나가 당황해 대답하자, 나머지 기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응?
평소의 깔보는 듯한 말투가 아니다.
역시 강하고 볼 일이다.
상대가 알아서 기어 주잖아?
“먼저 출발합니다!”
기사들이 놀란 말들을 끌고 오는 것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내가 타고 왔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도 본대로 돌아갔거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다.
이래서 전투마는 신경이 굵은 놈이어야 하는데…
우선 단전의 내공을 점검했다.
아껴서 사용했음에도 보유한 내공의 절반을 넘게 날려 먹은 듯하다.
오우거를 상대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의미.
그럼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리에 내공을 보내 비룡보법(飛龍步法)의 요결에 따라 운용했다. 가장 내공 소모가 적은 비룡진출(飛龍進出)의 구결을 따랐다.
파바바박!
말을 타고 달리는 것만큼은 못해도 그럭저럭 속도는 빠르다.
그냥 달리는 것보다도 느리다면 누가 보법을 배우겠어?
휘유!
오크들의 시체가 널렸다.
내리막길이라서 오크의 시체가 밑으로 구르는 바람에 산처럼 쌓이지 않은 게 다행이다.
“취익!”
“취엑! 쿠르륵! 취릭!”
본대가 지키는 입구에 오크들이 아우성을 쳐대고 있다.
불 때문에 놀라서였는지 무기도 들지 않은 오크가 많이 보인다.
훤하게 드러난 오크들의 등판.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 그대로 롱소드를 옆으로 길게 그었다.
서서석!
“쿠에엑!”
“쿠억!”
“취에엑!”
순식간에 서너 마리의 오크가 등판이 갈라져 쓰러진다.
과연!
디올커 기사단장이 사용하는 롱소드는 굉장히 예리하다.
오우거를 상대할 때는 날카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놈의 피부가 워낙 질기고 근육 또한 단단하고 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크의 피부와 근육은 너무나 쉽게 썰고 지나간다.
내공을 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사용하는 병기의 예리함에 기운이 솟는 느낌이다. 미친 듯이 롱소드를 휘두르면서 전진했다.
스가각! 서걱! 스거걱!
“취엑!”
“취익! 쿠억!”
.
.
.
분명 언덕 밑에서 봤을 땐 얼마 되지 않는 숫자였던 것 같은데, 어째서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대략 서른 마리가량을 베었을 때야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포위망을 구축하고 장착으로 오크들을 저지하면서 뒤편의 병사들이 활로 오크를 공격하는 중이다.
훈련시킨 그대로 행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가르친 보람이 느껴진다.
“중대장님! 윌슨 중대장님이 오셨다!”
롱소드로 오크를 썰어 대는데 병사가 크게 고함을 지른다.
응?
내가 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어?
“윌슨 중대장님이 오크를 학살하고 계신다! 힘을 내라!”
아!
그런 거였어?
병사들이 저렇게나 반기는데, 좀 더 힘을 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