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3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33화
33화 죽음의 대지(1)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난폭하게 넘실대는 화염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분지의 오크 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있었다. 파괴된 건물을 짓밟고 선 푸른색의 거체.
과연 오크 족장은 다르다는 것인…
잠깐!
아무리 족장이라고 해도 저놈은 비상식적으로 크다.
전신이 굵직한 근육으로 잘 짜여 있고 일반 오크와 다르게 인간보다 월등한 키에 다리가 길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오크가 아니라…
“오, 오우거?”
같이 분지 내부를 살피던 병사 하나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맞아!
저놈의 이름이 그거였다.
오크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한 놈.
하급의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기사 정도는 맨손으로 갑옷째 찢어발긴다는 무시무시한 몬스터.
어째서 저런 놈이 오크 마을에 있었던 거지?
이런 젠장!
오크 마을이 아니라 오우거의 거대한… 그리고 살아 있는 식량 창고였던 것 같다.
상위 포식자인 트롤이 오크 따위에게 사로잡혀 일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트롤을 생포한 게 오우거라면 말이 된다. 저렇게 거대한 오우거라면 트롤 따위는 손쉽게 제압했을 거다.
아마도 놈은 오크들을 부리며 덩치를 더 불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 어쩌면 오크가 자발적으로 오우거를 섬겼을지도 모르겠다. 놈에게 먹이를 제공하고서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오우거에게 부족한 지능이라는 것을 가진 놈들이 바로 오크니까.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춤추는 화염 너머로 괴성을 지르는 오우거의 모습이 그런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중대장님!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티오 녀석이 나의 상념을 방해한다.
이런!
지금은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모두 본대로 귀환한다!”
[네! 중대장님!]
***
불길이 치솟는 것을 확인한 레이놀드 영지병들은 저마다 손에 활을 쥐었다.
<췌에엑! 크롹!>
<취릭! 취익! 췩!>
.
.
.
오크들이 콧소리를 내면서 마구 흥분해 비명을 지르는 게 아련하게 들려왔다.
“모두 자리를 지키고 오크들이 밖으로 나오면 명령에 따라 화살을 발사하라!
[네!]
디올커 기사단장이 기사와 병사들에게 마나를 담아 소리쳤다.
―크훠어헝!
치솟는 화염이 한순간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생겨날 정도의 거대한 포효.
“이, 이건! 오크의 소리가 아니야…….”
“뭐지? 대체 뭐지?”
.
.
.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포효에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동요하지 마라!”
[네! 단장님!]
디올커가 크게 소리쳤다.
‘오우거가 틀림없어!’
그는 포효 속에 녹아든 흉포함을 느끼고 치를 떨었다.
오크 따위가 이런 포효를 내지를 수 없다는 걸 안다. 아니, 겨우 포효 따위에 자신의 심장을 빨리 뛰게 할 존재라면 최소한 오우거 정도는 되어야 맞다.
그렇다면 위험하다.
오우거는 일반적인 놈이라 해도 기사와 맞먹는 전투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디올커 자신이 들어 보았던 어떤 오우거의 포효도 지금 들은 것보다 위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기사단!”
[네! 단장님!]
“모두 랜스를 갑옷에 고정하고 돌격을 준비하라!”
[명을 따릅니다!]
비록 10명에 불과하지만, 기사들이 함성과도 같은 대답과 함께 갑옷에 장착된 레스트(Rest:랜스 걸이)에 랜스의 자루 끝을 걸었다.
처적! 처저적!
능숙한 움직임으로 돌격을 준비하는 기사들.
이렇게 랜스를 갑옷에 고정하고서 손으로 방향을 조절해 목표 조준하는 거다.
“크롹! 취이익!”
“크에엑!”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언덕의 2/3가량 올라오는 중이다.
“조준!”
[조주운!]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비명을 지르면서 올라오는 오크의 뒤로 거대한 오우거가 포효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잠시 동요하긴 했으나, 침착하게 오크를 겨냥했다.
“발사!”
기사들을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선 병사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슈슈슉! 슈슈슈슉!
근 백 개에 이르는 화살이 일제히 오크들에게 쏟아졌다.
올라오던 오크들이 화살에 맞아 언덕 아래로 굴렀다. 그럼에도 오크들은 동료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악착같이 언덕을 올라왔다.
오크들의 눈은 공포에 물들어 있었다. 사방에 화염의 장막이 드리워져 유일하게 불이 없는 쪽으로 달려오는 거다.
병사들이 활을 겨누고 있음에도 본능적인 두려움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발사!”
슈슈슉! 슈슈슈슉!
훈련된 병사답게 발사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해냈다.
[크워헝! 쿼헝! 크워어어어!]
고막을 괴롭히는 오우거의 거친 포효.
훈련된 병사들조차 순간적으로 주춤하게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기사단 돌격 준비!”
디올커가 랜스의 자루를 꽉 움켜쥐고서 크게 소리쳤다.
[준비!]
처저적!
기사들이 랜스를 들고서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때를 같이해 괴성을 지르던 오우거가 뛰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쿵, 쿵!
“크워어억!”
땅이 진동하는 듯한 묵직한 소리와 고막을 터트릴 것만 같은 괴성.
“뭣들 하는가! 쏴라!”
[바, 발사!]
“기사단의 돌격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쉬지 말고 화살을 날려라!”
디올커 기사단장이 피를 토하는 듯한 얼굴로 소리쳤다.
오우거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크를 막지 못한다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디올커는 슬쩍 레이놀드 영주가 말을 타고 선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놈이 영주님께 접근하면 끝장이야. 그러게 성에 계시라고 그리 말씀을 드렸건만.’
속마음과 달리,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 위에 올라탄 자신의 주군을 쳐다보았다.
말고삐를 잡은 레이놀드 남작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은 안심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여동생이자 호위기사인 시에트 레이놀드가 곁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녀조차 오우거의 포효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다는 점이다.
‘저 빌어먹을 인간 때문이야.’
디올커의 눈이 얇아졌다.
불안한 얼굴로 연신 입술에 침을 바르는 마법사 벡티드를 노려보았다.
기사와 병사들이 얼마나 영지를 위해 노력하는지 직접 봐야 한다면서 레이놀드 남작을 충동질한 놈이다.
‘도움을 주기는 개뿔… 이번 위기만 무사히 벗어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으드득!
디올커가 한차례 이를 갈고는 다시 시선을 오크 마을로 돌렸다.
오우거가 막 언덕 아래까지 돌진해 오는 중이다. 놈이 지나쳐 온 곳에 오크가 처참하게 짓눌려 터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워헝!”
오우거가 더욱 크게 포효하면서 언덕을 올라왔다. 앞을 가로막는 오크를 짓이기면서 흉성을 드러냈다.
“발사 중지! 기사단 돌격!”
디올커가 폐를 쥐어짜는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돌겨억!]
두두두두!
기사를 태운 말들이 일제히 내달렸다.
낙하하듯 분지를 향해 언덕 아래로 내달리는 10인의 기사단.
“취에엑!”
“취익!”
기사단의 돌진에 올라오던 오크들이 기겁해서 좌우로 갈라졌다.
“충격에 대비하라!”
디올커는 랜스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서 소리쳤다.
‘제길!’
용맹하게 소리쳤으나, 속으로는 신음을 삼켰다.
예상했던 것보다 오우거의 덩치가 더 크다. 당황스럽지만 이미 돌격을 감행한 이상 멈출 수도 멈춰 서도 안 될 노릇.
“크워억!”
기사들의 돌진을 발견한 오우거가 잔뜩 화가 나서 괴성을 질렀다.
열 마리의 말에 올라탄 기사들이 랜스를 앞세워 달려드니 당황한 것이다.
뭔가 상황에 대처할 사이도 없이, 기사들이 겨냥한 랜스가 오우거의 몸통에 박혀 들었다.
퍼버벅!
“쿼훠헝!”
고통이 묻어나는 울부짖음이 오우거의 입을 뚫고 튀어나왔다.
무려 열 개의 랜스를 몸에 틀어박았음에도 오우거의 흉성을 잠재울 수 없었다.
“더! 더 깊게 찔러! 상처를 헤집어라!”
디올커가 비명처럼 명령을 내렸다.
콰득! 콰드득!
“크와악!”
열 명의 기사가 랜스를 쥐고서 힘을 쓰자, 오우거가 비명을 터트렸다.
콧김을 뿜으면서 몸에 틀어박힌 랜스를 팔로 내리쳤다.
콰자자작!
“우워억!”
신체의 자유를 얻은 오우거가 부러진 랜스를 몸에 박은 채 달려들었다.
“공격하라! 쇼트 스피어 투척!”
디올커가 말 안장에 예비용으로 장착한 단창을 집어 마구 던졌다.
나머지 기사들도 서둘러 단창을 뽑아 던졌다.
오우거가 두 팔로 안면을 가리면서 디올커를 향해 돌진했다.
“크와악!”
“이, 이런!”
단창을 던지면서 디올커가 곧바로 롱소드를 뽑았다.
스릉!
흐릿한 푸른빛이 검날에 맺혔다.
발검과 동시에 덤벼드는 오우거에게 휘둘렀다.
츠칵!
“크워!”
오우거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어이 달려와 디올커와 말을 들이받았다.
콰앙!
“단장님!”
말과 함께 통째로 날아가는 디올커를 바라보며 기사들이 소리쳤다.
쿠당탕!
디올커는 형편없는 자세로 바닥을 나뒹굴었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물러나지 마! 놈을 공격해! 물러나면 끝장이다! 영주님이 위험해진다!”
디올커의 빈자리를 이어받아 소리치는 한 명의 기사.
다른 기사보다 우람한 체구를 지닌 기사의 정체는 바로 맥스였다.
그의 손에는 병사시절부터 사용하던 워해머가 들려 있었다.
땅바닥에 처박힌 디올커를 밟아 죽이려 쫓아가는 오우거를 뒤쫓았다.
“취에엑!”
그 와중에도 오크가 싸움을 피해 언덕 위로 달려가고 있었다.
워해머를 머리 위에서 빙빙 돌리면서 맥스가 오우거의 뒤를 쫓았다. 회전하던 워해머의 손잡이를 움켜쥐면서 원심력을 살려 오우거의 등판을 찍었다.
퍼억!
“크워억!”
고통… 이라기보다는 짜증의 감정이 담긴듯한 오우거의 괴성.
디올커를 향해 가던 오우거가 몸을 돌려 맥스에게 향했다.
“차앗!”
워해머를 회수하고서 재차 오우거의 얼굴을 노리고 휘둘렀다.
바웅!
둔한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그의 워해머가 크게 원을 그렸다.
“크웍!”
오우거가 화난 듯 괴상한 소리를 내고서 원을 그리고 날아오는 워해머에 팔을 휘둘렀다.
와작!
“큭!”
워해머의 자루가 박살나면서 손이 가벼워지는 바람에 맥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오우거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맥스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말에서 끌어 내렸다.
나머지 손으로는 말의 목을 움켜쥐었다.
“히히히힝!”
목을 잡힌 말이 몸부림을 쳤으나, 오우거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는 듯 잇몸을 드러냈다.
“크르륵!”
화가 잔뜩 난 오우거가 맥스의 머리를 움켜쥔 채로 들어 올렸다.
“아악!”
맥스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비명을 질렀다.
“멈춰!”
“맥스를 구해!”
기사들이 저마다 손에 롱소드를 쥐고서 덤벼들었다.
“우워!”
오우거가 말의 목을 잡고서 달려드는 기사들에게 던졌다.
“히히히힝!”
구슬픈 비명과 함께 날아가는 전투마.
“피, 피해!”
“우와악!”
콰당탕! 쿠다당!
맥스를 구하려 달려가던 기사들이 오우거가 던진 말과 뒤엉켜 아우성을 쳤다.
마갑을 입힌 전투마와 충돌한 탓에 기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버둥댔다.
“크워어어어!”
오우거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들이 벌레처럼 꿈틀대는 모습에 한순간 고통마저 잊어버렸다.
쉐에엑!
퍼억!
“크룩?”
오우거가 승리의 포효를 멈추고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무언가 번쩍하는 것 같더니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가슴에는 부러진 랜스 외에도 또 하나의 단창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단창이 몸에 박힌 것을 확인하는 순간,
부러진 채로 몸에 박힌 랜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워억!”
파우웅!
고통에 비명을 지르던 오우거가 눈을 부릅떴다.
또다시 무언가가 파공성을 내며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손에 쥔 맥스를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고서 주먹을 휘둘러 날아오는 단창을 쳐냈다.
파각!
두두두두두!
언덕을 내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오우거의 귀에 들린 것도 그때였다.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말.
방금 자신을 공격한 인간이 분명할 거란 생각에 오우거가 분노를 담아 포효했다.
“크워허헝!”
그러자,
“히히히힝!”
오우거의 포효에 겁을 집어먹은 전투마가, 언덕을 내려오다가 말고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우와악! 이런 미친 말 새끼가!”
말이 발버둥 치는 바람에 구름처럼 피어오른 먼지를 뚫고, 윌슨이 욕설과 함께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