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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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3화
위드의 물음에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바보 같은 이유였다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유였다. 당시 상황은 어디까지나 위드가 오히려 피에나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드는 피에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피에나, 나는 결코 널 구한 게 아니야. 오히려 내가 네게 도움을 받은 거지.”
피에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위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이 말을 못 알아듣고 있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위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피에나는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오우거를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피에나가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켰기 때문이야. 결국, 내가 오우거를 죽이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어. 그러니까 내게 고마워서 이럴 필요 없어. 더군다나 나와 라샤, 엘리아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야말로 피에나에게 도움을 받아서 이렇게 살아 있는 걸.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은 나와 이들 모두야.”
“…….”
피에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위드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화가 났다거나 하는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위드는 자신의 팔을 꼭 끌어안고 있는 피에나의 손을 풀었다. 아니, 풀려고 하자 더욱더 강한 힘으로 피에나가 위드의 팔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듯 말했다.
“위드는…… 내가 사랑하는 인간…….”
“……!”
“……!”
피에나의 갑작스런 말에 모두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드가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 피에나의 말이 이어졌다.
“피에나 처음으로 위드 사랑해. 위드…… 처음으로 피에나 구해줬어. 위드 말 틀려…… 피에나 죽는 거 위드가 살려줬어.”
뭔가 말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피에나의 감정이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았기에 위드는 다시 한 번 차분하게 오해를 풀어주려고 했다.
“피에나 그건…….”
“소용없을 것입니다, 영주님.”
“소용없다니요? 하지만, 피에나는 지금 잘못된 이유로 저를…….”
마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타이먼 족은 평생 한 번의 사랑을 하고 죽는다고 합니다. 또한, 타이먼 족의 사랑은 죽음도 대신할 정도로 강하다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타이먼 족의 사랑을 이용한 인간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오해는 풀릴지 모르더라도 상황이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피에나가 위드의 품에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따뜻해…….”
그 모습을 보고 마로크가 웃으며 말했다.
“몰랐습니다.”
“예?”
“영주님이 따뜻한 가슴의 남자인줄 몰랐습니다.”
“……마, 마로크 아저씨…….”
“하하하하하!”
Chapter 10 트랜트 아머
“과연 그라다 왕국의 3대 미인이라 불리실 만큼 아름다우십니다. 하하하! 이렇게 여름방학을 기회삼아 뵙게 될 줄은…… 일생일대의 행운으로 여기겠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부끄럽다는 듯 양 볼을 붉히는 미인.
청년의 말대로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순백의 드레스는 그렇게 화려하지도, 값비싸 보이지도 않았지만 현재 파티장 곳곳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그 어떤 여인의 드레스보다도 화려하고, 값비싸 보였다. 옷이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옷까지도 빛나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끊이지 않고 파티장의 청년들은 여인에게로 다가와 자신의 소개를 했다. 그런 그들의 인사를 조금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며 웃음을 잃지 않는 미인.
파티장의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이내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자 한 청년이 주변 청년들의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게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주변의 청년들이 아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네요.”
“예? 그게 무슨? 왜 갑자기 자리를 비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내민 손이 민망한지 얼굴이 살짝 붉어진 청년이 반문하자 그녀가 예쁘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실례되실 말씀을 하시네요.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말하지 못할 일이 많답니다.”
그제야 청년이 머쓱하게 내밀었던 손을 자연스레 뒷머리로 가져가며 웃었다.
“아하하하, 이거 큰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제게 춤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셔야만 합니다.”
“예.”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몸을 돌린 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파티장의 한쪽의 발코니로 나왔다. 잠시 주변과 발코니 아래 등 꼼꼼하게 죄다 살피고는 심호흡과 함께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답답해!”
그렇게 말을 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파티장 안을 바라봤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먹고, 마시며 즐겁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 중엔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아부를 해대던 청년들이 또 다른 여자에게 접근해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하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하여튼, 이놈이나, 저놈이나 얼굴 좀 이쁘다고 하면 죄다 잘 보이려고 발버둥이니. 한심한 놈들!”
발코니에 양팔로 턱을 괴고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나저나…… 그 빌어먹을 놈은 잘 있으려나? 그래도 그 녀석하고 있을 때가 편하고 재미있기는 했는……!”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그 빌어먹을 놈하고 있는 게 재밌다니…… 아하하하! 나도 참! 그나저나 설마, 나에 대해서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이내 발코니를 쾅 하고 내려치곤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만약! 그랬다면…… 그놈도 죽고! 나도 죽어!”
혼자 씩씩거리던 그녀는 다시 맥 빠진 사람처럼 발코니에 축! 늘어져서 왼팔로 턱을 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네드벨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에리카 플로렌.
그녀의 이름이다.
***
한가로운 오후.
따스하다 못해 이제는 뜨겁게 느껴지는 햇살을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누운 위드.
“언제나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그렇지 피에나?”
“헤에…….”
위드의 곁에 나란히 누운 피에나는 이리저리 뒹굴뒹굴 거리며 행복한 웃음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위드는 손을 뻗었다.
위드는 피에나의 꼬리를 잡아 얼굴에 비비며 기분 좋게 웃었다.
“부드러워.”
“히잉…….”
피에나는 위드가 자신의 꼬리를 붙잡아 얼굴에 비비자 작게 싫은 소리를 냈지만 그렇다고 위드의 손에서 꼬리를 빼지는 않았다. 본래, 타이먼 족은 꼬리를 상당히 중요시 여긴다.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팔, 다리보다도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싫어?”
타이먼 족에게서 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위드는 언제나 꼬리를 잡을 때면 작게 칭얼거리는 듯한 피에나의 모습을 짓궂게도 즐기고 있었다.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는 볼을 작게 부풀리고는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차마, 싫다고 말을 할 수 없기도 했지만 위드라면 자신의 꼬리를 어떻게 하더라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웃으며 피에나의 꼬리로 장난을 치던 위드는 멀리서 다가오는 폰트의 모습에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영주님.”
“무슨 일이세요?”
용병. 고용인과는 오로지 돈에 의해서 관계가 성립되는 사람들. 위드와 폰트는 돈에 의해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고용인과 용병이다.
“마로크 경이 찾습니다.”
“그래요?”
위드가 몸을 일으키자 피에나 역시도 발딱! 일어나선 그의 오른팔을 감싸며 매달렸다. 그 모습을 보고 폰트가 작게 웃었다.
“왜 웃으세요?”
그 물음에 폰트가 답했다.
“대단해서 그렇습니다.”
“아아…….”
폰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기에 위드는 웃으며 피에나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자 귀를 쫑긋거리며 기분 좋게 웃는 피에나.
“사실, 피에나에게는 미안한 뿐이에요. 엉뚱한 오해로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위드의 말에 폰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놀랐습니다. 그런데…… 피에나 양과는 혹 미래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이었지만 위드 역시도 영지로 돌아오고 나서 꽤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에나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성급한 것 같고, 피에나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하긴, 영주님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폰트의 말에 위드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루카 씨와 커닝 씨, 가스파 씨는 아닐걸요.”
위드의 말에 폰트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하긴, 그럴 것입니다. 세 분 형님들이라면 분명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장 결혼하겠다고 달려들겠죠.”
두 사람의 이야기에 특히, 위드의 말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다 이내 어떠한 정확한 답변도 없자 약간 실망한 듯 그를 바라보다 피에나는 입을 작게 내밀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는 듯 웃은 위드는 다시 폰트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진심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예?”
갑작스런 위드의 말에 폰트가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죠?”
위드의 물음에 폰트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15년입니다. 새삼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느끼는 것 같습니다.”
폰트는 잠시 감상에 젖다 이내 웃으며 위드를 바라봤다.
“솔직히 그때는 이렇게까지 되리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당시 영주님께서는 고작 3살이셨죠. 그때는 참 귀여우셨는데. 하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폰트의 말에 위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제 곁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 제 아버지, 어머니와 다름이 없습니다. 절 지켜주시고, 훌륭하다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키워주시고.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위드의 말에 폰트는 손사래를 쳤다.
“아버지라뇨? 저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뭐, 영주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삼촌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당연하다는 듯 위드는 폰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뿐만이 아니라 루카 형님, 커닝 형님, 가스파 형님, 로돌프까지 모두 영주님을 자신처럼 아끼고 있습니다. 분명히 저희는 용병입니다. 돈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용병입니다. 하지만, 15년 전 프레타 영지로 오고 나서 저희는 돈보다도 귀한 것을 얻었습니다. 그게 바로 영주님과 이곳 프레타 영지입니다. 저희는 아직까지도 영주님께 돈을 받고 있습니다. 그게 저희가 목숨을 걸고 영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입니다. 프레타 영지의 사정은 알면서도 꼬박꼬박 돈을 받고 있어서 죄송합니다만…….”
잠시 말을 멈춘 폰트는 가만히 서서 주변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용병인 저희가 돈을 받지 않는다면 더 이상은 이곳에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폰트의 말에 위드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한 달에 1프랜은 너무 하시는 것 아닌가요?”
위드의 말에 폰트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영주님, 땅을 파보십시오. 1프랜이 나오나. 1프랜도 돈입니다.”
“…….”
“하하하하!”
폰트의 맑은 웃음소리에 위드도 따라 웃었고, 피에나는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다 이내 자신이 매달린 팔에 얼굴을 비볐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꼬리만이 그녀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