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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2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9화

29화 합병의 후유증(4)

 

 

 

 

 

젠장!

이런 날은 외박 나가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야 하는데 말이다.

아쉽다.

원래는 어제 우리 1중대가 외박을 나갔어야 했는데 취소되었다는 건 더 아쉽다.

실전을 대비해서 기상 확립을 위한 외박이 금지라나?

그러고 보면, 우리 영주는 생각보다 너무 빡빡하게 병사들을 통제하는 느낌이다.

걸핏하면 외박 금지라니, 우리가 군 생활 하면서 무슨 낙이 있다고……

 

“중대장님.”

 

“또 왜?”

 

시안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명령에 잘 따라 주어서 좋기는 한데, 요즘 은근슬쩍 기어오른다. 그렇다고 조지기에는 좀 뭐한 것이, 두들겨 맞을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빗겨나간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눈치가 빠른 녀석이다.

생긴 것 답지않게 말이다.

 

“리올트 님이 한잔하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너도 끼워달라고?”

 

“이왕이면 프레스카와 페트릭도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승낙하는 수밖에 없다.

은근슬쩍 꼴통 삼인방 녀석들을 끼워 넣고서 물으니 단칼에 거절하기가 좀 그랬다. 녀석 혼자만 끼워달라고 한 거였으면 약을 좀 올릴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하긴……

이 녀석도 군 생활 꼬인 놈이라고 보면 되겠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나를 상관으로 모시면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신세니까.

물론 녀석보다 내가 한참이나 나이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생 얘기를 해봐야 ‘또라이 중대장’에서 ‘미친놈’으로 인식이 바뀌는 게 고작이겠지.

 

“가자!”

 

“예, 중대장님! 어이! 자식들아, 튀어 와!”

 

같이 가자는 얘기에 시안 녀석이 신이 나서 대답하고는 멀찌감치 떨어진 프레스타와 페트릭을 부른다.

두 녀석은 먼지를 일으키면서 미친 듯이 달려왔다.

자식들, 술이 그렇게 좋은가?

하긴, 나 역시도 기나긴 수련을 마치고서 가장 먼저 생각 난게 여자… 아니! 술이었다.

군 생활에 낙이 뭐가 있겠어?

원래 몰래 마시는 술이 기가 막히게 맛이 좋은 법이다.

하지 말라는 짓을 몰래 할 때의 쾌감은… 기가 막히게 짜릿하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들 눈을 피해서 몰래 피우던 담배 맛이 또 기가 막히잖아?

사회 나와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울 때는 전혀 그런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끊기는 했다.

담배 맛도 안 날 뿐더러 공사 현장의 먼지와 같이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건 좀 괴로웠으니까.

아무튼,

나는 녀석들을 이끌고 막사로 이동했다.

리올트 중대장이 술을 준비했으니 안주를 준비하는 건 쫄다구의 당연한 의무.

 

“군기가 제법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중대장님?”

 

프레스카가 막사에 놓인 네 개의 그릇을 바라보면서 히죽 웃었다.

병사들이 나와 꼴통 삼인방의 저녁 식사를 막사에 놓아둔 거다.

이 맛에 선임병 노릇도 하는 거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병사 녀석들이 내게 신경 써주는 것 자체가 좋다.

딱딱한 검은 빵과 멀건 수프가 고작이지만, 병사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 주는 게 예의.

멀건 수프에 빵을 찢어 적셔 먹으면 그나마 딱딱한 느낌은 많이 희석된다.

후다닥 식사를 해치우고 육포를 넉넉하게 챙겨서 막사를 나섰다.

 

“흐흐흐… 리올트 중대장님이 좋은 놈으로 준비하셨겠지?”

 

“기분만 내는 거야, 또 눈치 없게 마구 들이부으면 윌슨 중대장님이 다시는 같이 안 데려갈 거야. 알지?”

 

시안은 불안한 음성으로 프레스카에게 핀잔을 주는 걸 들으면서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술 마실 장소를 말하진 않았지만, 성 내에서 병사가 술을 마실 곳은 정해져 있다.

으슥한 곳.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면 더 좋다.

모레가 몬스터 토벌을 위해 기사와 병사들이 출정하는 날이다. 영지의 가신이나 기사들에게 술 마시는 모습을 들켰다간 그리 좋은 꼴을 보기는 어렵다.

불안하게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마시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야 마음껏 마실 수가 없다.

하지만 명당자리라 부를 만한 곳이 있다.

리올트와 내가 주로 애용하는 장소는 안전하니까.

 

“여어! 수고가 많다.”

 

“충!”

 

성벽에서 근무를 서는 2중대 소속 병사가 나직하게 군례를 올린다.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는 꼴통 삼인방과 경계병을 지나쳤다.

얼마나 좋아?

누군가 접근하면 미리 알려줄 경계병까지 있으니 불안하게 주변을 살피면서 술을 마실 필요도 없다.

병사들을 관리하는 가장 상위 계급이라면 이 정도의 특권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나와 리올트가 주로 애용하는 장소는 바로 망루(Barbican)다.

사방이 탁 트였지만, 가슴 높이까지 석재로 가려져 있어서 밖에서는 망루 안쪽이 보이지 않는다.

여차하면 마시던 술병과 안주를 밖으로 집어 던지면 그야말로 완전 범죄!

 

“충!”

 

약식 군례를 올리면서 나직한 경례 구호를 붙였다.

 

“어서 와라! 먼저 한잔하고 있었다.”

 

리올트가 빨리 와서 앉으라는 듯 손짓한다.

술자리에는 리올트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이전에는 2중대장이었고 현재는 기사의 신분으로 상승한 맥스였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군례를 올린 것이다.

리올트만 있었더라면 굳이 새삼스럽게 군례 같은 걸 올리지는 않았을 일이다.

친하기도 하고 같은 중대장의 신분이니까.

하지만 맥스의 경우는 다르다.

단순히 기사의 신분이었다면 나나 리올트가 진심으로 존중해 줄 이유는 없다.

병사와 기사는 앙숙과 같은 거니까.

거기에 동급의 대우를 받는 바에야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

기사들이 워낙 병사들을 하찮게 여기는 바람에 반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맥스와 같이 병사였다가 기사로 신분이 상승한 사람은 다르다.

병사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병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얘기다.

 

“몰라보게 몸이 좋아졌구나. 윌슨!”

 

“감사합니다.”

 

맥스 기사가 내미는 투박한 나무잔을 받아 들고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의 말처럼 현재의 난 이전의 비리비리한 말라깽이가 아니다.

제법 근사한 몸이 되었고 알코올성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 내공 수련도 열심히 했다.

물론…

아직은 알코올성 치매를 극복할 정도로 내공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한 가지 장담 할 수 있는 건, 내가 이 레이놀드 성에서 제일 강하다는 점이다.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오늘 자리는 내가 자네들과 얘기하고 싶어서 만든 자리라네.”

 

“영광입니다.”

 

딱히 영광스럽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었다.

말 좀 해주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까.

맥스는 그렇게 한마디만 하고서는 말없이 나무잔에 술을 채워 줬다.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나도 리올트도 입을 열지 않았다.

 

쪼르륵!

 

묵직한 분위기는 맥스가 마지막으로 시안의 잔을 채워 줄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자! 한 잔씩 들지.”

 

[네!]

 

맥스의 심각한 분위기에 전염되어, 나와 병사들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평소 마시던 시금털털한 맥주가 아니라 떫은맛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일단 비싼 술이라니까 마신다. 맥스 기사가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잔씩 더 받도록!”

 

그러나 맥스는 더 분위기를 잡는다.

다시금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거 무슨 일인데 분위기 조지는 겁니까?”

 

결국은 리올트가 급한 성질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성질 급한 건 여전하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영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거야.”

 

“영지의 분위기가 말입니까? 저는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만…….”

 

리올트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럴 땐 저 무식하게 생긴 리올트가 고맙다. 안 그랬으면 내가 먼저 물어볼 생각이었으니까.

 

“제이든 영지에서 유입된 사람들 때문이지.”

 

맥스가 병사들을 둘러보면서 나무잔이 든 와인을 마셨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어도 대부분 레이놀드 영주의 명령에 충실한 것으로 아는데 말이다.

 

“의아한 모양이군.”

 

“네, 맥스 기사님. 제이든 출신의 기사들이 특별히 말썽을 부린 적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 대답했다.

기사들 사이의 문제는 내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병사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나의 군 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으니까.

그들이 히스테리를 부리면 그게 병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할 노릇.

지난번에 제이든 영지 출신의 기사들과 싸우긴 했지만, 그 사건 때문에 병사들을 만만히 보지 않게 되었다는 건 좋은 현상이다.

내가 어느 정도는 방패가 되어 줄 수 있지만, 으슥한 곳에서 벌어지는 폭행까지는 어쩔 수 없다.

물론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나 역시 강하게 대응하긴 할 터다.

 

“기사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만약 병사들과 문제를 일으킨 기사들이 있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나 역시 병사 출신이니까.”

 

“그럼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서기관으로 앉은 마법사를 말하는 거야.”

 

나무잔에 다시 와인을 따르면서 맥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거 알아듣게 얘기하시면 안 되는 겁니까? 서기관과 우리가 무슨 상관입니까?”

 

못 알아들을 소리에 잠시 입을 다문 사이, 리올트가 끼어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리올트의 말이 맞다.

서기관이라는 건 영지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기사나 병사들의 문제에 끼어드는 건 월권에 불과하다.

물론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서기관이 병사를 충원하는 문제에서 만큼은 입김을 발휘하긴 하지만 말이다.

 

“수상한 냄새가 나.”

 

“뭐가 수상하다는 겁니까?”

 

리올트가 알아서 물어봐 주니 굳이 내가 물어볼 필요는 없어서 좋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영주님의 옆에 붙어서 아부하는 꼴도 수상하고…….”

 

“참 나… 별걸 다 의심하십니다. 먹고 살려면 영주님한테 아부하는 게 당연한 얘기잖습니까.”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잖아. 그들은 어딜 가든 대우 받으면서 살 수 있어. 굳이 영주님께 손바닥을 비벼 댈 이유가 없다는 거지.”

 

“응? 듣고 보니 또 그러네?”

 

“이번 몬스터 토벌에도 참가한다는 데, 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 인간 때문에 영주님까지 이번 토벌에 동참 하시겠다더군.”

 

맥스가 눈매를 좁히면서 손에 쥔 나무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으음…….”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맥스 기사가 단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내가 당부하고 싶은 건 너희도 마법사를 주시하라는 거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구린내가 풍겨서 말이야.

 

[예! 맥스 기사님!]

 

리올트를 비롯한 병사들과 함께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쨌든 우리는 몰래 술을 마시는 거니까 말이다.

 

“어쩌면 이번 토벌전이 끝나고 새로운 전쟁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맥스 기사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응?

이건 또 무슨 얘기지?

이렇게 평화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전쟁이라니……

 

“리올트, 윌슨!”

 

“네, 맥스 기사님.”

 

“네!”

 

그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습관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바깥소식에도 신경 좀 쓰고 지내는 게 좋을 거다. 중대장의 위치라는 건 병사를 다루는 것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알겠습니다.]

 

리올트와 나는 무엇 때문에 맥스가 이러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대답부터 하고 봤다.

이유를 듣는 게 먼저였으니까.

 

“프레하 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제국 간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지.”

 

“…….”

 

“…….”

 

어째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이제야 조금 안정적으로 살아간다 싶은데 갑자기 제국 전쟁이라니?

아! 몰라!

설마 이런 시골 영지에 별일이야 있겠어?

하지만 맥스 기사의 심각한 얼굴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영지가 발전하는 건 좋지만, 어째 영지전 이후로 자꾸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기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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