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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2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7화

27화 합병의 후유증(2)

 

 

 

 

 

뒤에서 취기가 묻어나는 음성이 들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를 받으니 기분이 확 나빠졌다. 후끈 달아오르던 참이었다.

많은 여자 중에서 왜 하필이면!

일단 상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병사 놈이라면 조용히 타일러서 보내야지.

이빨 서너 대 부러져 보면 충분히 알아듣겠지?

감히 중대장을 못 알아본 죄로 그 정도면 가벼운 징계에 속할 거다.

어깨에 얹어진 손을 내리면서 몸을 돌렸다.

 

“……!”

 

상대를 확인한 순간,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는 놈이다.

오전에 기사 회의실에서 약간의 시비가 붙었던 기사.

눈앞의 기사가 기분 나쁘게 틱틱 거리는 바람에 괜한 우리 병사들이 나의 짜증을 감당해야만 했다.

거만한 얼굴로 엄지를 바깥쪽으로 까딱거리는 모습이 무지하게 꼴 보기 싫다.

 

“다른 여자나 알아봐. 저 여자는 내가 아까부터 침 발라놨어.”

 

“제가 먼저 선약을 잡았으니 양보하십시오. 그럼.”

 

놈의 면상을 보는 게 짜증났으나 그래도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놈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감하는 중이다. 놈의 뒤로 기사단 복장의 사내들이 테이블에 앉아 키득거리는 모습을 보고서 확신했다.

동료들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라도 분명 나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어딜 가려고?”

 

기사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다시금 어깨를 붙잡는다.

 

“저기… 멋진 오빠… 다음에…….”

 

스잔이 불안한 얼굴로 팔짱을 풀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해결할게요.”

 

당황한 듯 보이는 그녀에게 빙그레 웃어 주었다.

이 정도면 참을 만큼 참아준 거겠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어깨에 얹어진 기사의 손을 떼어 냈다.

 

“이런 얘기하긴 좀 그런데 말입니다.”

 

“무슨 얘기?”

 

입가에 비웃음을 문 채로 바라보는 기사.

그냥 넘어가기에는 좀 어렵겠다.

슬쩍 턱을 치켜들고서 이번엔 내가 기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죽고 싶냐?”

 

“……뭐?”

 

“놀라기는 뭘 놀라? 죽고 싶으냐고 묻잖아.”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네 정체 따윈 전혀 궁금하지 않아.”

 

“…….”

 

놈이 발작하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놈의 어깨를 잡고서 내공의 힘으로 내리누르는 중이었으니까.

녀석은 고통 때문에 그저 얼굴만 벌겋게 물들일 뿐이다. 괴로운 걸 억지로 참는 게 느껴진다.

주점 안에 병사들도 같이 있으니 창피해서라도 앓는 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테지.

내가 겨우겨우 참을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준 까닭이기도 했고.

 

“노, 놓아라.”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기사가 나직하게 말했다.

나름 무게를 잡으려고 한 거겠지만, 거의 신음에 가까운 음성이었다.

 

“병사라고 우습게 보였나? 네 놈 같이 덜떨어진 새끼들한테 무시당하려고 병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응? 그런 거야?”

 

“크흡! 놔라!”

 

“영주님께서 나를 기사와 같은 직위에 놓겠다고 한 얘기 못 들었나? 왜? 내가 병사라서 만만하게 보였어?”

 

“끄으으으…….”

 

기사 녀석이 어깨를 움켜쥔 나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며 신음을 흘렸다.

 

“프레드! 뭐야! 무슨 일이야!”

 

테이블에 앉아 낄낄대던 나머지 두 기사 중에 한 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놈의 이름이 프레드인 모양이다.

아무튼, 프레드란 녀석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무너지는 것을 보고서 놈들도 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을 터다.

 

“네 놈들만 아니었으면 나 역시 기사가 되었을 거라는 걸 모르나? 제이든 남작을 죽인 것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적당히 해라. 모가지 비틀어 버리기 전에.”

 

프레드의 어깨를 짓누르는 손에 더욱 힘을 주고서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기사 두 놈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이 자식! 감히 기사한테 시비를 걸다니!”

 

“하극상을 벌이는 건가!”

 

두 놈이 다가와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듯이 위압적으로 말한다.

쓰바!

하극상은 개뿔!

방금 한 얘기 못 들은 거냐?

대체 귀에 뭘 박고 다니는 거야?

그나저나 이 자식들 겨우 이런 일로 연장을 쓰려고 한다.

병사는 무기를 휴대할 수 없는데, 기사란 놈들은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건 진짜 반칙이다.

병사보다 더 위험한 놈들에게 연장을 휴대하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건 대체 무슨 엿 같은 경우야?

 

“병사한테 절절매는 기사 따위가 진짜 기사 맞아? 나 같으면 쪽 팔려서 기사라고 말도 못하겠다. 자식들아.”

 

나는 프레드를 짓누르는 힘을 유지한 채 비웃음을 날렸다.

 

“이런 건방진 자식이!”

 

“그 손 놓지 않으면 네놈을 즉결 처벌하겠다.”

 

스릉!

 

기사 중에 한 놈이 미간을 좁히면서 롱소드를 뽑는다.

 

“너희가 먼저 시작한 거다?”

 

놈들이 하는 짓이 귀여워서 빙긋 웃어 주고는 왼 주먹에 슬그머니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괴로워하는 프레드의 턱을 후려쳤다.

 

빠악!

 

“그륵…….”

 

식은땀을 흘리면서 괴로워하던 프레드란 놈이 턱주가리를 한 대 얻어맞고는 눈이 뒤집혀 쓰러졌다.

자식, 더럽게 약한 맷집이다. 겨우 그거 한 대 맞았다고 기절하다니.

제대로 때렸으면 아예 죽어 나자빠졌을 놈이잖아?

순간, 주점에 정적이 흘렀다.

승강이가 벌어졌을 때부터 내게 시선이 집중되기는 했다. 설마 내가 기사를 때려눕힐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이 사람들 참……

나하고 기사하고 동격이라니까?

미친놈 쳐다보듯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이런 미친놈!”

 

“감히 기사를 때려?”

 

따지러 왔던 기사 두 놈이 인상을 벅벅 쓰며 소리쳤다.

놈들은 인상을 구기면서 위협만 했지 덤벼들지 못한다. 프레드가 기절한 채로 내게 붙들려 있으니까.

좋아!

이왕 사고 친 김에 확실하게 사고 쳐야겠다.

새끼들이 병사 알기를 아주 길바닥에 개미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으니까.

의식을 잃고 고개를 떨군 프레드의 몸을 옆으로 확 밀어 버렸다.

 

쿠당탕탕!

 

“병사들이 우습나!”

 

눈을 가늘게 뜨고서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방금 집어 던진 프레드도 그렇고 눈앞의 기사 두 놈도 그렇고 사람 열 받게 한다.

병사들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닥쳐!”

 

롱소드를 뽑아든 기사 놈이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덤벼들었다.

뭐 이런 개자식이 다 있지?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면서 오른손을 털어 내듯 뻗었다. 엄지와 검지의 중간 부분으로 기사 놈의 팔목을 쓸 듯이 잡아챘다.

 

“어엇!”

 

“‘어엇!’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대로 놈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무릎을 차올려 니킥으로 가슴팍을 찍었다.

 

퍼억!

 

“우웁! 웨엑!”

 

기사 놈이 지금껏 먹고 마신 음식물을 시원하게 게워 낸다.

 

“지저분한 놈.”

 

토사물을 피해 한발 물러나면서 놈의 면상을 발뒤꿈치로 찍었다.

 

쩍!

쿠당탕탕!

 

“이, 이게! 죽여 버리겠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멍했던 나머지 기사가 다급하게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롱소드를 잡으려 했다.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내가 아니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했으면 확실하게 끝을 보는 편이 낫다.

주점의 바닥을 밀듯이 차고 나가 허둥대는 기사에게 접근했다.

한 뼘 정도 뽑기 시작한 롱소드의 폼멜(손잡이의 끝 장식)을 손바닥으로 누르듯이 후려쳤다.

 

파앙!

 

“더헛!”

 

발경의 수법을 사용한 탓에 기사 녀석이 헛바람을 집어삼키면서 비틀거렸다.

팔목에 순간적으로 엄청난 압력이 걸렸으니 괴로울 거다.

고통 때문에 비틀대는 녀석의 정수리를 인사하듯 이마로 들이받았다.

 

쩌억!

쿠웅!

 

비명도 지를 틈 없이 그대로 고꾸라지는 기사.

 

[우우우…… ]

 

순식간에 세 명의 기사를 때려눕히자, 주점 안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놈들의 롱소드부터 챙겼다.

일단 압수다.

이렇게 정신 나간 놈들의 손에 위험한 무기를 계속 쥐여 줄 순 없는 일.

롱소드를 챙겨 한쪽 벽에 세워 놓고 주점을 훑어보았다.

상당수의 병사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의 행동에 어지간히 놀란 얼굴들이다.

 

“우리는 레이놀드 영지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다!”

 

[네! 중대장님!]

 

캬하!

호응 좋고!

 

“기사의 명령은 따르되 무시당할 순 없다! 우리가 바로 레이놀드 최강 병사다!”

 

[우리가 레이놀드 최강 병사다!]

 

주점이 쩌르르 울릴 정도로 병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아침 점호마다 외치는 구호라서 그런지 병사들이 자연스럽게 나의 말을 따라 한다.

 

“이상! 마음껏 즐겨라!”

 

[네! 중대장님!]

 

병사들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그런 내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얼굴엔 자부심이 묻어난다. 이거 기사단장님께 말해서, 기사들에게 병사들 좀 갈구지 말아 달라고 부탁 좀 해야겠다.

나 정도나 되니까 기사들과 맞짱 뜨지 일반 병사였다면 묵사발이 났을 거다.

기사단장님이 뭘 좋아하시더라……

잠깐!

이렇게 잔뜩 분위기 잡아 놓고 스잔이랑 위층으로 올라가기가 좀 그렇잖아?

잠시 대기해야겠다. 병사들의 관심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런데 망할 놈의 기사 자식들이 벌써 정신을 차리고 비실비실 일어난다.

꼴에 기사라는 거냐?

젠장!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

 

“후와! 시원하다!”

 

마틴은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으슥한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점심나절부터 아랫배가 묵직하더니 술이 몇 잔 들어가면서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사 세 명과 친목을 다질 겸해서 오늘은 밤새도록 질펀하게 술과 여자를 즐길 생각이다.

그런데 자꾸 속이 말썽이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웠다. 도저히 속이 끓어서 술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해결했다. 격하게 모든 노폐물을 쏟아 내고 나와 기분이 상쾌하다.

 

<네! 중대장님!>

 

기분 좋게 주점을 향해 걸어가는데 아련하게 들리는 함성.

 

“으응? 중대장?”

 

마틴이 입맛을 다셨다.

그에게 있어서 ‘중대장’이라는 단어만큼 살 떨리는 말이 없다.

레이놀드 영지에 흡수되기 전,

이전에 주군으로 모셨던 제이든 남작과 함께, 레이놀드 영지의 병사들을 처치하러 돌진했다가 겪은 참변.

 

‘말에 올라탄 기사한테 맨몸으로 덤비는 미친놈을 무슨 수로 감당해? 어떻게 그런 인간이 병사로 있을 수 있지?’

 

마틴은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멎는 것 같다.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치욕적인 항복을 했어야만 했던 창피스러운 기억.

당시에 같이 항복했던 기사들은 그때의 일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미친 듯이 검술에 매진할 정도다.

물론 자신도 역시 검술에 매달리는 건 마찬가지.

소드 익스퍼트인 제이든 남작을 맨몸으로 해치운 병사에게 얕보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수련에 매진하는 거였다.

 

<우리가 레이놀드 최강 병사다!>

 

상념에 빠진 마틴의 귀에 또다시 들려오는 함성.

 

‘어째… 불안한데?’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점 안에는 분명 자신의 동료들이 있다.

자신과 달리 제이든 남작과 함께 돌진했던 기사들이 아니다.

 

‘병사들이 저렇게 소리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녀석들이 아니야!’

 

느낌이 쎄하다.

병사라면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놈들이다.

물론 자신도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크게 쓴맛을 본 뒤로는 병사들도 조심스러워하게 되었다. 특히나 1중대장인 윌슨이라는 인간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중이다.

기사보다 강한 병사와 마주치는 건 찜찜한 일이었으니까.

불길한 예감에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다.

서둘러 주점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허업!”

 

마틴은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버리고 말았다.

동료 세 명이 비실거리면서 일어나고 있었고, 그들을 무심한… 아니, 짜증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는 분명…

 

‘윌슨 중대장.’

 

마틴은 앞이 캄캄해졌다.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이렇게나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인지……

저 인간의 뒷모습만 봐도 꺼림칙한데 이렇게 떡 하니 맞닥뜨릴 줄이야!

 

“이, 이 자식! 가만두지 않겠어!”

 

“빌어먹을 놈! 죽여 버리겠다!”

 

“크윽! 개자식!”

 

마틴이 멍한 사이, 몸을 일으킨 동료 기사들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쳤다.

마틴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단을 내린 순간에 주점 문에서부터 있는 힘껏 동료들을 향해 달려갔다.

 

파바밧!

 

그러자 윌슨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친구를 믿고 있었나?”

 

날아오듯이 다가오는 마틴을 바라본 그가 진룡권법(眞龍拳法)의 기수식을 잡았다.

그러는 사이,

빠른 속도로 접근한 마틴이 눈에 힘을 주고서 연달아 주먹을 뻗는다.

 

빠바박! 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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