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5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5화
25화 핑크빛 미래(2)
***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호흡과 뒤섞여 들어온 대자연의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
그게 소위 무림에서 말하는 내공심법의 핵심 내용이다.
대자연의 기운을 가공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단전에 쌓아두는가에 따라서 삼류 또는 신공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안타깝게도 내가 배운 진의심공은 평범한 축에 속하는 내공심법이다.
오히려 그래서 이곳 세상에선 신공이라 부를 수 있겠다.
무림 세상보다 대자연의 기운이 1.5배 정도 농도가 높다. 만약 몸에 축적하는 효율이 높은 내공심법이라면 내공을 제어하기가 어려웠을 터.
무림 세계의 동굴 안에서 수련하던 당시에는 더디게 내공이 쌓여 무지하게 툴툴거렸는데······
이제는 나만의 내공 수련 장소로 용도 변경을 한 배스티언(Bastion)에서 호흡을 고르는 중이다.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깨어나는 느낌.
진의심공이 이제야 초보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림의 세상으로 따지면 이류와 일류 사이에 걸쳐진 정도라고 보면 맞겠다.
물론 동굴 안에서 수련만 한 게 전부라서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을 직접 보지 못했다.
다만 내가 한 번 거쳐왔던 경지를 되밟아 올라가는 거라서, 대충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거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내공이 쌓인다.
무림 세상에 있던 때와 비교하자면 어림도 없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우선은 현실에 만족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내공 수련에 있어서 조바심을 내는 건 위험한 일이니까.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면서 내공을 갈무리했다.
느리지만, 조금씩 강해지는 중이다.
이제는 어지간한 기사와 맞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딱히 싸울 일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가장 큰 위협이었던 제이든 영지가 레이놀드 영지에 편입되었다. 당분간은 피 튀기는 끔찍한 전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다.
전투를 벌이던 당시에는 흥분해서 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지나고 나서 혼자 생각에 빠질 때면 꺼림칙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음에도 그랬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어 놓는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죽을 수 없어서 상대의 목숨을 끊는 것이긴 해도···
생존의 이유마저 없었다면 죄책감에 빠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옆에 놓인 롱소드를 들고 일어났다.
진룡검법을 수련하기 위함이다.
기수식은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검을 머리 위로 올리는 ‘상단세’.
상대를 직접 검으로 겨누는 ‘중단세’.
검 끝을 바닥으로 향해는 ‘하단세’.
나의 몸을 중심으로 검을 좌우에 두는 ‘옆구리 겨눔세’가 있다.
이것 또한 검을 수련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자세를 안정시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중단세.
검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나머지 응용 자세다.
진룡검법(眞龍劍法) 제 일 초식 단천(斷天).
흔히 무림에서 태산압정이라 부르는 정직한 수직베기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제 이 초식 광룡승천(光龍昇天)에 이어서 제 삼 초식인 비룡파천(飛龍破天)으로 롱소드를 횡으로 베었다.
쉬익! 쉬시쉭!
날카로운 파공음이 배스티언 내부를 가득 채운다.
한 걸음 크게 내디디면서 롱소드로 찌르기를 날렸다.
쿵!
제 사 초식인 천살통천(天殺通天).
찌르기를 실시한 후 곧바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롱소드로 크게 원을 그렸다.
바아앙!
이렇게 다섯 가지의 동작이 바로 진룡검법의 전반 오식이다.
검을 사용하는 방법이 지금 펼친 다섯 개의 동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다섯 개의 초식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진룡검법에 입문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초식이지만, 결국엔 하나로 합쳐야만 한다. 그런 뒤에야 후반부의 일곱 개 초식을 내 것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이 바로 다섯 개의 초식을 하나로 합치는 날이다.
초식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오로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뿐.
무림에서의 몸과 키, 몸무게, 그리고 팔길이와 다리 길이까지 달라졌다.
비록 한 동작에 불과한 초식이었으나 일련의 동작을 연결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부드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초식을 이어야 한다. 수십 년을 움직여 왔던 몸과는 달라진 탓에 숙달만이 답이다.
일 초식부터 오 초식까지 정성을 다해서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점점 나를 잊어야만 초식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무조건 정성껏 초식을 수련한다. 어색함이 없어질 때까지······
.
.
.
정말 더럽게 힘들다!
“헉, 헉, 허억······.”
숨이 턱 막힌다.
롱소드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대로 누운 상태다. 근육이 부들거릴 정도로 한계까지 나를 몰아붙였다.
“흐, 흐흐흐······ 하하하······.”
지쳤음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미세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느껴지긴 했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욕심을 내는 건 위험하다.
진룡검법의 전반 오 초식을 완벽하게 융합하겠다는 건 욕심에 불과하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걸쩍지근하게 초식이 운용되는 건, 단순히 내공이 부족한 때문이니까.
제기랄!
벌써 동이 터오는 건가?
설마 밤을 꼴딱 지새울 줄은 미처 몰랐다.
슬슬 나가봐야 할 시간이다.
기상 점호는 해야 하니까.
흐흐흐!
내가 중대장을 맡으면서 명칭부터 싹 바꿨다.
인원 점검이라는 말 대신에 ‘점호’라는 말로 통일시켰다. 사람이라는 게 익숙한 용어로 바꾸면 좋잖아?
지긋지긋한 군대.
끔찍한 재입대!
그렇게 생각해 왔음에도 어느새 향수에 빠져들어 한국 세상의 군대처럼 바꾸는 나다.
어쨌든,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하다.
왜?
지금 이 몸의 실력은 레이놀드 최강의 기사인 디올커 기사단장과 붙어도 부담 없을 정도는 된다.
어떻게 자신하는가 하면······
지난번 영지전에서 그가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디올커 기사단장의 실력도 기껏해야 이류 무인의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 여기 말로는 소드 익스퍼트라고 해야겠지?
대련 신청해서 내 실력을 보여 줘?
아니다.
생각보다 기사 놈들 쪼잔하더라.
그래, 주인공은 결정적일 때 등장하는 게 또 제 맛이지.
“아차차!”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상나팔이 울리기 전에 막사로 돌아가야 한다.
***
레이놀드 영주 집무실.
영지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매번 회의 때마다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중이다.
“영주님, 보고 드립니다. 제이든 영지와 레이놀드 영지의 유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홀트 경, 좋은 소식이군요.”
레이놀드 남작이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든의 영주가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영지전에 승리를 거두었다.
영지전에 승리함으로써 제이든 영지의 모든 권리는 레이놀드 영지로 귀속되었다.
제이든 영지를 흡수하면서 레이놀즈 영지의 자금이 풍족해졌다. 외부와 활발한 교류를 하는 제이든 남작가의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중앙 귀족의 재산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었으나, 시골 귀족에 불과한 레이놀드 남작의 입장에선 엄청난 재산.
풍족해진 자금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 어째서 마법사들이 대우받는지 알겠어.’
레이놀드 남작은 보고서를 들고서 자신에게 설명하는 벡티드 홀트를 인정했다.
영지전의 승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금전적인 부분 외에도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눈앞의 마법사다.
뛰어난 두뇌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낸다. 겨우 2서클 마법사에 불과했으나 레이놀드 남작으로서는 그가 위대한 현자로 보일 지경이었다.
이제껏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던 일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처리하고 있었으니까.
믿음이 가지 않으려고 해도 안 갈 수가 없었다.
“영지민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까?”
“네, 영주님! 현재 제한적으로 영지민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현재 12,600명가량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대단하군요.”
“이제는 영지를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 현재는 성 앞에 마을이 형성되었으나, 이제부터는 성 뒤편을 거주지로 개발해야 할 때입니다. 영지전을 치르시면서 마을이 파괴될까 걱정하셨을 것이 눈에 선합니다.”
벡티드가 안쓰러운 얼굴을 하고선, 슬그머니 집무실 밖으로 시선을 던져 성 밖에 펼쳐진 마을을 바라보았다.
“으음······.”
그의 시선을 따라 레이놀드 남작이 성 밖의 마을을 바라보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아닌 게 아니라,
영지전을 벌이면서 마을이 파괴될까 봐······
영지민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었다.
전쟁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성과 마을을 오가는 영지민.
생계 때문에 영지민이 그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얼마나 미안했던가!
벡티드의 말대로 마을이 성의 뒤편에 있었더라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자리에 성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절벽과 절벽의 사이에 성을 쌓아야만 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홀트 경의 말이 옳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성의 뒤편에는 몬스터들이 출몰합니다. 게다가 평야를 지나면 ‘죽음의 대지’가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레이놀드 영지가 필요한 것은 기름진 땅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전쟁의 위협이 사라졌습니다. 영지의 병력으로 몬스터를 다시 ‘죽음의 대지’로 몰아내는 것이 어떨지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벡티드가 레이놀드 남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혼자 결정하긴 어려운 문제군요. 체인드 경!”
“네! 영주님!”
“경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저 영주님의 뜻을 행하는 검일 뿐입니다. 제게 물어보시기보다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뜻을 받들겠습니다.”
디올커가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를 올렸다.
“저를 그렇게까지 믿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체인드 경.”
레이놀드 영주는 전투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를 또 전장에 내보내야 한다는 게 미안했다.
하지만 디올커의 믿음직스러운, 그리고 충직한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홀트 경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이놀드 남작이 지그시 주먹을 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 무언가 크게 사업을 벌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던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영지민이 무려 30%나 더 늘어났는데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그럼 사업 계획을 정리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벡티드가 구십 도로 허리를 접으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틈을 타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일을 해주는 대신에 금광은 내가 차지하겠소이다. 레이놀드 남작.’
***
한 떼의 인마(人馬)가 쾌속의 질주를 벌이는 중이다.
20마리의 말이 달리면서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위에 올라탄 사내들은 기사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니었다.
칙칙한 색상의 흉갑(가슴 갑옷)을 입고 각종 병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으니까.
“속도를 줄여라!”
말 고삐에 살짝 힘을 주면서 나머지 손을 들어 손바닥을 활짝 폈다.
나의 지시에 따라 모든 병사가 말의 속도를 줄였다.
이거 기분 째진다.
말 타는 법을 배우느라 생겨났던 지난 시간의 짜증이 훅 날아가 버리는 느낌.
훈련을 핑계 삼아 레이놀드 성 밖을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마을 주변에 다가가는 중이라 말의 속도를 늦춘 거다. 말을 탄다는 건 다 좋은데 먼지가 많이 난다는 게 문제다.
영지전 이후로 나름 만족하는 중이다.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타던 말들을 받아 1중대에서 20명이 경기병(Light cavalry)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난 거기에 포함된다.
우리 중대가 제이든 남작을 처치했으며 기사들을 제일 많이 사로잡았으니까.
포상을 가장 많이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나도 이젠 슬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더 좋은 일들만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
경기병들과 성문에 도착하자, 경비병이 군례를 올린다.
자식들, 군기가 팍팍 든 척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말에서 내려 성 안으로 발을 들이는데,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느낌이다.
“중대장니임~!”
멀리서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 온다.
아 놔!
느낌이 어째 쎄하다.
시안이라는 놈이 저렇게 미친 듯이 날 찾을 땐 꼭······
“작전 회의에 참석하시랍니다!”
귀찮은 일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