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2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24화
24화 핑크빛 미래(1)
조금 전에 죽인 기사는 척후 명령을 수행하느라 말에서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언덕 아래에서 달려오는 기사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다.
기사 자식들이 눈에 힘을 팍 주고서 달려온다.
그래 봐야 별로 무섭지도 않다.
언덕의 경사 때문에 말을 탄 이점이 희석되었으니까.
인원을 반으로 나눈 게 얼마나 실수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다.
“투척 준비!”
[투척 준비!]
일제히 단창을 손에 쥐는 병사들.
<거창!>
밑에서 올라오는 선두의 기사가 목이 터지라 소리를 지른다.
육십 명에 이르는 우리 병사가 일제히 단창을 던지려 하는 데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대로 맛을 보여 주는 게 예의겠지?
“투척!”
[이야아아아!]
병사들이 비명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일제히 단창을 내리꽂듯이 언덕 아래로 던졌다.
쉬쉬쉬쉭!
“겁먹지 마라! 집중해!”
선두의 기사가 소리 지른다.
나의 창은 소리 지른 놈을 노리고 날아갔다.
투구에 형형색색의 깃털을 장식한 것을 보면 뭔가 있는 놈이 틀림없었으니까.
투칵!
“웃기지 마라! 병사 주제에!”
나의 창을 롱소드로 쳐낸 기사 놈이 버럭 고함을 지른다.
망할!
내공을 담아 던진 거다.
그걸 막아 버리면 내가 뭐가 돼?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그게 뻘짓이 되는 바람에 허탈한 마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틈이 없다.
이미 말을 탄 기사들은 지척에까지 다가온 상태.
“준비하라!”
롱소드를 뽑으면서 소리쳤다.
날아오는 단창을 쳐내는 정도야 나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따위 걸로 당황하기엔 내 삶이 더 당황스럽다는 걸 알아 둬라, 이 자식아!
“츠아압!”
진룡검(眞龍劍) 제 삼 초식 비룡파천(飛龍破天).
단순히 검을 사선으로 긋는 하나의 동작일 뿐이다.
옅은 푸른빛이 나의 롱소드에서 반짝거리다가 사라진다.
이곳 세상의 기사들과 나의 다른 점.
불필요하게 내공을 낭비하지 않는다.
롱소드 자체의 내구력을 최대로 높이는 것.
현재 내가 보유한 내공으론 이게 최적의 효율을 내는 방법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능력은 오직 그것뿐이다.
갑옷에 고정하고 오른팔로 방향을 조정하면서 나의 몸통을 노리는 랜스.
내가 그려내는 롱소드의 궤적 안에 기사의 랜스가 들어온 순간,
투캉!
랜스를 퉁겨내면서 발을 움직여 참호에 고정한 장창의 끝을 움직였다.
상대가 장창을 피하면서 접근하려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장창을 발로 조정하는 바람에 놈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퍼억!
콰자작!
“히히히힝!”
장창을 들이박은 고통에 못 이겨 전투마가 앞발을 치켜들고 버둥거렸다.
“진정! 진정해!”
전투마 위에 올라탄 기사가 다급한 음성으로 소리친다.
멍청한 자식!
말을 알아들으면 그게 말이냐?
사람이지!
아주 찌르기 좋게 몸통을 훤히 드러내는 전투마.
츠걱!
롱소드의 날카로운 검 끝을 한 뼘 정도만 담갔다가 뽑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히히힝! 히힝!”
전투마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 날뛰었다.
“이, 이런! 워, 워!”
전투마 위에 올라탄 기사가 당황해서 랜스를 놓고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그 와중에도 재빨리 왼손의 롱소드를 오른손으로 바꿔 쥐는 집요함을 보인다.
기사는 기사라는 건가?
콰가각! 콰각! 우지직!
화려한 투구 장식을 한 기사와 싸우는 사이 다른 기사들도 장창을 들이받는다.
장창이 부러지는 소리가 귀를 괴롭힌다.
날뛰는 말을 피해 한걸음 옆으로 이동했다가 빠르게 접근하면서 롱소드를 사선으로 쳐올렸다.
내가 노리는 것은 전투마의 한쪽 앞발.
그러고는 곧장 다시 거리를 벌렸다.
콰당탕!
“으아악!”
화려한 투구의 기사가 전투마에서 떨어지면서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상당한 수련을 쌓았다는 건 지금의 동작만 봐도 알겠다.
어디, 전투마를 잃은 기사 놈의 솜씨를 확인해 보실까?
“여, 영주님이 낙마하셨다! 구하라!”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뭐야?
이 자식이 영주였어?
대박이다.
눈앞에 나뒹구는 자식만 해치우면 전쟁이 끝난다는 의미와 같으니까.
뒤는 신경 쓰지 않는다.
“기사들을 압박하라!”
때마침 터져 나오는 시안의 거친 함성.
그렇지!
기사들이 돌격을 가한 곳 외의 장창은 모조리 회수해서 병사들이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장창은 추진력을 잃은 기사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찔러! 찔러!”
병사들을 독려하는 시안의 음성이 천상의 음성처럼 감미롭게 느껴진다.
<와아악! 기사! 적의 기사단이 나타났다! 장창을 세워! 장창을 세우란 말이다!>
<느, 늦었어! 활을 쏴! 활로 공격해!>
테일 산맥 아래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적의 비명성.
적병이 난동을 부려 대고, 조금 전 제이든 기사단의 돌진 때문에 흙먼지가 자욱해 상황을 파악하기는 조금 무리다.
그러나 공포에 젖은 적 병사들의 음성만으로도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혹시라도 놈을 구하러 무리하게 병사를 뚫고 나오는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가 있을 때 해치워야 뒤탈이 없는 법.
잡아먹을 듯이 나를 노려보는 영주란 놈에게 롱소드를 겨누었다.
생각해 보니 상당히 띨띨한 놈이다.
영주씩이나 되는 놈이 뭐가 아쉬워서 기사를 이끌고 직접 돌격을 감행한 거지?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긴가?
상관없다.
내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적의 영주를 해치운다는 건 엄청난 공이니까.
이제 힘을 좀 써 보실······
“크흑!”
나를 겨누던 제이든 영주의 롱소드가 맥없이 쳐진다.
훼이크?
그렇다고 보기엔 놈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말에서 떨어질 때 어깨를 다쳤거나 팔이 부러졌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다.
아까 롱소드를 들고 있는 걸 봤으니 팔이 부러진 건 아닐 테고, 어깨를 상한 모양이다.
“응? 다쳤냐?”
“천한 놈이 무례하다! 내가 바로 제이든 남작이자, 제이든 영지의 영주다.”
“네가 우리 영주님이냐? 뭐 어쩌라고?”
“······.”
놈이 입을 꾹 다문다.
웃기는 놈이다.
지가 제이든 영지의 영주면 내가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의 패배를 인정하겠다. ‘귀족 보호법’에 따라 몸값을 지불하겠다.”
놈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제길!
놈의 입에서 ‘귀족 보호법’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원래 몸 주인의 기억이 의미를 파악하게 해 버린다.
망할 놈의 귀족 보호법!
전쟁에 패한 귀족은 몸값을 내고 구속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했던가?
손에 쥔 롱소드까지 떨구면서 어깨를 움켜쥐고서 괴로운 표정을 짓는 제이든 남작.
“쩝······.”
쓰게 입맛을 다시면서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놈의 가슴을 롱소드로 쑤셨다.
스컹!
“컥! 왜······.”
“미안, 네가 영주라는 얘기, 못 들은 걸로 할게.”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이런 놈이 풀려나면 또 싸워야 할지도 모르잖아?
결정적으로 영주를 사로잡은 것보다는, 죽이는 게 더 포상이 높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 말이다.
입에서 핏물을 게워 내면서 놈이 황당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개······.”
제이든 영주가 고통스러워 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들어 줄 마음 따윈 없다. 그래서 놈의 가슴에 쑤셔 넣은 롱소드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콰직!
“형이, 욕 듣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다.”
“그르르륵······.”
억울하다는 얼굴로 무너져 내리는 제이든 남작.
“제이든 영주가 죽었다! 제이든 영주가 죽었다아!”
단전의 마나를 쥐어짜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음성으로 소리쳤다.
“적 기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병사들의 장창을 롱소드로 걷어 내던 적 기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아! 쓰바!
말을 바꿀 걸 그랬다.
제이든 영주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죽였다는 얘기가 되잖아?
아, 몰라!
격렬하게 싸우다가 죽였다고 하지 뭐!
어.쩔.수.없.이!
됐어!
그런 이유면 충분하다.
“영주님께서 전사하셨다! 영주님의 복수를! 영주님의 복수를!”
기사 하나가 눈이 돌아가서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고함을 질러 댔다.
“···쓰바!”
이건 또 의외다.
원래 윗대가리가 죽으면 항복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었어?
“기사 새끼들 조져 버려!”
[예! 중대장님!]
명령을 내리기 무섭게 병사들이 장창을 마구 쑤셔댄다.
“끄아아아! 병사 따위가! 병사 따위가! 모두 한쪽을 뚫는다.”
날아드는 장창 세례에 제이든 영지의 기사가 발작적으로 소리친다.
문제는 기사 놈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다는 거?
빌어먹을!
“윌스은! 우리가 간다!”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
재빨리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아! 빈센트 님! 기사단이 온다! 아군 기사단이 온다아!”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병사만으로는 빠져나오는 기사단을 완벽하게 저지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빈센트를 비롯한 레이놀드 기사 10명이 전투마를 타고 언덕을 올라온다.
“그 새끼들 항복 받아 주지 마! 죽여 버려!”
금세 말을 바꾸고 기사들에게 돌진했다.
물론 제이든 영주가 놓친 랜스를 챙겨 들고서 말이다. 원래는 말에 타고서 돌진해야 제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다.
하지만 상관없다.
원거리에서 적을 찌를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망할 자식들!
내 목을 따 보겠다고?
웃기지 말라 그래!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는 기사 놈을 향해서 언덕을 올라갔다.
“이노옴!”
기사 놈이 왼손의 롱소드로 병사들의 장창을 쳐 내면서 랜스를 뒤로 당긴다.
나를 찔러 죽이겠다고 작정한 모습이다.
덕분에 병사들이 자리를 이동하면서 다시 방어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그래, 다구리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위로 올라가는 거라 속도가 나지 않는 기분이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충혈 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기사 놈과 눈을 맞추고 달려가 그대로······
랜스를 힘차게 던졌다.
단전에 남은 모든 내공을 박박 긁어모아서 전력을 다했다.
“이런 망할 자식!”
놈이 욕설을 터트리며 내가 던진 랜스를 롱소드로 내리쳤다.
투캉!
퍼걱!
“끄으으으······.”
황당한 표정으로 늑골부위에 틀어박힌 랜스를 내려다보는 기사.
설마 갑옷을 뚫고 박혀들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다.
때를 같이해 병사들이 마구 장창을 들이밀었다.
파가가각!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서인지 기사의 몸에 장창이 빼곡하게 틀어박혔다.
장창이 빠져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핏물이 튄다.
그제야 도착한 나는, 기사의 늑골에 박힌 랜스를 뽑았다.
맥없이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기사의 시체.
갑옷이 땅에 부닥치면서 드럼통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난다.
“이 자식들!”
연달아 둘을 보내버린 탓에 살짝 흥분해서 기사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손톱만큼 쌓았던 내공을 모두 소모했으나, 기사들에게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놈들은 그저 조금 더 단련이 잘 된 병사에게 갑옷을 입혀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병사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으며 뒤에는 레이놀드 기사단이 구원하러 오는 중이다.
겁을 먹을 이유라곤 하나도 없는 상황.
전과를 더 올려서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기는 일만 남았다.
기사의 갑옷은 망가져도 고가에 거래되는 물건이라고 했으니까.
“다 죽여 버린다!”
고함을 지르면서 랜스를 고쳐 잡았다.
[와아아!]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나의 괴성에 병사들 역시 잔뜩 고양되어 함성을 내질렀다.
“하, 항복! 항보옥!”
살아남은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미친 듯이 소리쳤다.
단순히 소리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롱소드와 랜스를 바닥에 던지면서 소리쳤다.
[······. ]
그러자 병사들이 장창으로 찌르려다 말고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이왕이면 멀쩡한 갑옷이 더 비싸겠지?
새끼들이 꼭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린다.
“항복을 받아 준다! 갑옷부터 챙겨!”
[예! 중대장님!]
병사들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말에서 끌려 내려오는 제이든 기사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두두두두두!
그제야 도착한 레이놀드 기사단.
“충! 빈센트 기사님! 적을 포위 섬멸하고 제이든 영주를 처리했습니다!”
“장하다, 윌슨! 적 기사들을 포박하고 전투마를 챙겨라! 감시할 인원을 제외하고 적 병사를 압박한다.”
“알겠습니다!”
빈센트의 명령에 부동자세를 하고서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그는 흡족한 얼굴로 말에서 내려, 제이든 영주의 시체의 목에 롱소드를 대고서 그대로 잘라 냈다.
와······ 지리겠다.
사람 목을 어떻게 아무 표정도 없이 저럴 수가 있지?
비위가 확 상하는 느낌이다.
“우욱!”
속에서 무언가 넘어오는 걸 억눌렀다.
빈센트가 잘라 낸 머리를 랜스에 꽂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레이놀드 영지 기사 중의 한 명에게 랜스를 건넸다. 노란색 깃털이 장식된 투구를 쓴 기사였다.
부단장이라고 했던가?
지난번 기사단 지휘실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이 글란트라고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번 기습 작전에서 기사들의 참호를 파달라고 요구하던 인물.
그는 제이든 영주의 머리가 꽂힌 랜스를 받아 높이 들었다.
“제이든 영주의 목을 베었다! 제이든 영지의 병사들은 항복하라!”
[항복하라!]
기사들이 우레 같은 함성을 지른다.
젠장······
죽인 건 난데 기분은 지가 내고 자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