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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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102화
#102화 보답
남희찬.
그는 선우영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좋습니다. 만나 뵙죠.”
선우영은 그와 만나 식사 자리를 가졌다.
보답하고 싶다는데, 매몰차게 거절할 순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보답이 뭔지 궁금하고.’
식사 자리는 호텔의 식당이었다.
가볍게 술 한잔 걸쳤다.
식탁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올라왔다. 유리잔에 붉은 와인이 담겨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남희찬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옆에는 R길드 회장 남궁구도 함께 있었다.
“아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구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선우영은 이러지 말고 얼른 일어나라며 손짓했다.
“당연한 일을 했습니다.”
“그게 어떻게 당연한 일이겠습니까. 선우영 헌터님이니까 가능하셨죠.”
남궁구는 그리 말하며 선우영을 띄웠다.
죽을 뻔한 아들을 구해줬으니, 은인도 이런 은인이 없었다.
남희찬도 선우영이 고마웠다.
동시에 묘한 동경심이 생겼다.
스킬융합 능력자 선우영.
황지안에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입이 닳도록 들었다.
하나하나 대단했다.
융합된 스킬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폭발하는 분신이라니….’
선우영은 앞으로 더 많은 스킬석을 손에 넣을 거고.
점점 강해질 거다.
융합된 스킬만 써도 아마 당해낼 사람이 없겠지.
‘이른 시일 안으로 선우영은 세계적인 인물이 될 거야.’
남희찬은 그에게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고급 케이스였다.
검은색 각진 모양이 고풍스러워 보였다.
“이건 뭡니까?”
선우영이 묻자 남희찬이 얼른 대답했다.
“스킬석입니다.”
“스킬석이요?”
“선우영 씨가 가장 좋아할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스킬석이 좋겠구나 싶더라고요.”
“이야, 제 마음을 잘 아시네요?”
선우영은 그 자리에서 케이스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스킬석을 확인했다.
오러의 총량을 올리는 패시브 스킬.
‘나중에 사자심왕이랑 융합해야겠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케이스를 닫고 탁자 구석에 놓았다.
남희찬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맘에 드십니까? 저희가 스킬석을 제대로 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맘에 듭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S급 헌터가 되시려면 역시 오러의 총량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남희찬은 옅은 웃음기를 보였다.
옆에 있던 남궁구는 선우영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자자, 음식 식겠습니다.”
그들은 술과 스테이크를 먹으며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식사 자리가 끝나고.
남희찬은 선우영에게 괜스레 친근히 굴었다.
“제가 평소 선우영 헌터님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화번호 받을 수 있을까요?”
“전화번호요?”
“같은 헌터끼리 정보교류도 하고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요.”
“네. 그러죠.”
선우영은 그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남희찬은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남희찬은 포르쉐를 몰아 떠나는 선우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남궁구은 아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우영 씨랑 인맥 쌓으려고?”
“…….”
잠시 침묵하는 남희찬.
또렷한 눈빛과 살짝 일그러진 표정에서 진중함이 묻어났다.
남희찬은 돌연 낯빛을 바꿔, 순진한 미소를 띠었다.
“네. 저런 분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스킬 융합 능력자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뒤돌아 주차장으로 향하는 남궁구.
남희찬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 못한 말이 있는 사람처럼.
* * *
다음날.
선우영은 크루그먼 길드로 출근했다.
남희찬에게 받은 스킬석은 벌써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덕분에 오러가 꽤 상승했다.
히드라를 없애고 습득한 붉은 스킬석도 흡수했는데, 아주 독특한 녀석이 걸렸다.
[최후의 반격]
공격받아 상처 입은 만큼 공격력이 상승하는 패시브 스킬. 최대 3배까지 공격력을 올릴 수 있다.
이것도 사자심왕과 융합시켰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부닥쳐도 반전시킬 카드가 생겼다.
‘나중에 크게 쓰겠지.’
훗날 나타나는 S급 게이트.
극악의 생존환경과 강력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는 최악의 장소였다. 거길 닫기까지 헌터들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
[최후의 반격]이라면 S급 게이트를 닫을 때 커다란 도움이 될 거다.
그때였다.
인사과 사람이 선우영에게 다가왔다.
“선우영 씨, 어제 활약 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선우영은 그리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인사과 사람들은 괜히 친근한 척 굴며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했다.
선우영은 알았다고 대답하며 그들과 헤어졌다.
그는 인사과 사람이 왜 찾아왔는지 대강 눈치챘다.
‘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네. 이 양반들 괜히 나 찾아온 게 아니야.’
재미있다.
인사과 사람이 이토록 친근하게 다가오면 2가지 경우 중 하나다.
하나는 동정받을만한 상황에 처했을 때다.
쉽게 말해, 조만간 해고당할 사람에게 온정을 베푼다고 보면 된다.
불쌍하니까.
둘째의 경우엔 반대다.
이 사람의 성과가 엄청나서 미리 끈을 만들려 할 때다.
‘주로 파격 승진할 사람한테 괜히 밥이나 한 끼 하자고 하지.’
선우영은 피식 웃었다.
성과를 내자마자 인사과에서 이렇게 찾아왔다는 건….
‘현재 성과 경쟁에서 내가 이기고 있단 소리겠지. B급 게이트에서 R길드 사람들 구출한 게 꽤 컸나 보군.’
아주 좋다.
오늘은 퇴근하고 치킨 사가서 맥주랑 한잔 걸쳐야겠다.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삐리리. 삐리리.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다.
남희찬이었다.
선우영은 초록색 수화기 그림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선우영 씨! 저, 남희찬입니다.”
“네. 어제 만나 뵈었는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는지요?”
“혹시 오늘 저녁에 만나 뵐 수 있을까 싶어서요.”
“무슨 일이신데요?”
“한 가지 제안할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안이요?”
선우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뭘 얼마나 만났다고 제안한다는지 모르겠다.
“무슨 제안입니까?”
선우영이 묻자 남희찬은 목소리를 낮췄다. 마치 비밀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그건 만나 뵐 때 말하겠습니다. 잠실 쪽에 있는 MHC골프장에서 뵙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들은 통화를 끊었다.
선우영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골프장에서 만나자니.
‘재벌 2세들이 만나는 장소를 골라? 재미있네.’
자기는 후계자다 뭐 이런 건가?
선우영은 골프에 관심도 없었지만, 한번 어울려 주기로 했다.
뭐, 제안을 들어본다고 손해 보는 것도 아니니까.
‘오늘은 퇴근 이후가 바빠지겠네.’
* * *
부르릉.
선우영은 포르쉐를 몰아 골프장으로 향했다.
옆자리엔 정운이 있었다.
“힘들어….”
B급이 되겠다고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훈련했다.
눈이 벌써 퀭했다.
“운아. 훈련도 좋지만 가끔은 쉬어라.”
“안 돼요. 김철수 아저씨는 C급 게이트 단독으로 클리어해서 B급 헌터가 됐잖아요.”
“그래도….”
“조용석 아저씨도 오러 총량이 B급이 됐다고요. 저만 아직 C급이에요.”
“그래도 쉬엄쉬엄해라. 자기 자신을 괴롭히기만 하는 건 훈련이 아니야. 고문이지.”
“무슨 뜻이에요?”
“조급하게 훈련하며 자길 몰아붙이지 말라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발전에 집중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뭔 말인지 알지?”
“네.”
정운은 뭔가 깨달았단 표정을 지었다.
어린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을 텐데, 용케 이해했나 보다.
하여튼 이 녀석도 크게 될 녀석이다.
곧이어 저 멀리서 골프장이 보였다.
선우영은 골프장 주차장에 포르쉐를 주차했다. 그는 정운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 우산을 썼다.
촤악.
우산을 펴고 빗길을 걸었다.
근데 좀 이상하다.
“뭐지?”
선우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차장이 너무 휑하다. 저쪽 끄트머리에 차량 하나가 있었는데, 아마도 남희찬의 차량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는 없다.
심지어 사람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뭔가 이상한데.’
선우영은 정운을 데리고 골프장 내부로 들어갔다.
라운지나 카운터에 아무도 없다.
고객을 기다리는 알바생이나 직원조차 없다니…. 위화감이 팍팍 꽂혔다.
그때였다.
“선우영 씨!!”
저 멀리서 양복을 입은 남희찬이 뛰어왔다.
선우영은 그에게 인사했다.
“좀 늦었네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닙니다. 저도 이제 왔습니다.”
남희찬은 그리 말하며 선우영을 어느 사무실로 안내했다.
선우영은 그의 신발을 쳐다봤다.
자기 구두는 빗물을 맞아 젖어있는데, 남희찬의 경우엔 아니었다.
신발에 묻은 빗물이 마를 정도로 기다렸단 소리일 텐데.
‘이 녀석 왜 이래?’
도대체 무슨 부탁 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끼이익.
남희찬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들은 그곳 의자에 앉았다. 여기마저도 사무원은 아무도 없었다.
남희찬은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냈다.
선우영에겐 커피를 대접했고, 정운에게는 콜라를 줬다.
꼴깍, 꼴깍.
콜라를 단숨에 들이켠 정운.
이 맛에 산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크하아아~!!”
누가 보면 오늘 일당 끝낸 아저씨가 맥주 마시는 줄 알겠다.
선우영은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제안이 뭡니까?”
남희찬은 정운을 슬그머니 바라보더니, 싱긋 웃었다.
“정운 학생 맞죠?”
“네.”
“잠깐 어른들끼리 할 말 있으니까. 나가서 놀래요? 옆방에 최신식 게임기가 있어요.”
“정말요!?”
정운은 눈을 반짝이며 얼른 옆방으로 달려갔다.
선우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정운에게도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라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닌 모양이다.
남희찬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선우영 씨. 제가 R길드의 후계자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네.”
“이곳 골프장도 제 돈을 지었죠. 제 취미가 골프라서요.”
“그러시군요.”
“…….”
잠시 말문이 막힌 남희찬.
그가 돌연 고개를 숙이며 목소리를 탁 깔았다.
“선우영 씨 도와주십시오.”
“왜 그러십니까?”
“저한텐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아이가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설마?!”
선우영은 어깨를 움찔했다.
지난번, B급 게이트에서 죽을 뻔 했던 남희찬이 아닌가.
그게 누군가의 계획이었다면?
‘라미아들이 있는 게이트에 도플갱어가 나타난 적은 없었지.’
실로 특이한 게이트였다.
어떠한 인물이 그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
남희찬을 제거하기 위해서!!
선우영은 얼굴이 샛노랗게 질렸다.
아무리 후계자 자리가 탐난다지만, 어찌 여동생이 오빠를 죽이려 한단 말인가.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라 생각했는데….
남희찬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도 가족이라 좋게 좋게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후계 자리를 위해 절 죽이려 할 줄은 몰랐죠.”
“증거 있습니까?”
“혹시나 해서 여동생쪽에 스파이를 심어뒀거든요. 거기 정보입니다.”
선우영은 침묵을 머금었다.
크루그먼 길드가 공정하고 치열하게 후계자 경쟁을 시킨다면, 이쪽은 살벌한 암투와 배신이 도사린다.
선우영은 손사래를 쳤다.
“이런 진흙탕 싸움에 끼고 싶지 않군요.”
“도와주신다면 확실히 보답하겠습니다. 세상살이는 거래관계가 아니겠습니까?”
“보답이라…….”
선우영은 한번 말해보라며 손짓했다.
남희찬은 침을 삼켰다.
스킬 융합 능력자, 선우영! 이 거물을 설득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남희찬에겐 인생을 결정지을 담판이었다.
“제가 선우영 씨에게 드릴 물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