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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킬융합 97화

무료소설 나 혼자 스킬융합: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97화

#97화 달콤한 유혹

 

 

 

 

 

임주영.

 

그녀는 컴퓨터 마우스를 딸각였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작년 성과표를 확인했다.

 

‘꼴찌. 또 꼴찌.’

 

그녀의 부서는 성과 경쟁에서 항상 꼴등을 달렸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 전투력만 놓고 보면 부장들 중에선 가장 약한 인물이 임주영이다.

 

‘A급이 된 지, 한 달도 안 된 선우영이 나보다 훨씬 강해. 진태호랑 황태석한텐 여전히 이기지 못하고.’

 

원거리 공격 스킬.

 

그걸 극대화한 전투법 덕분에 희소가치가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자신의 재능은 여기가 한계다.

 

그건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후계자 경쟁?’

 

자기가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아마 들러리 신세나 하겠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진태호나 황태석 선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선우영한테 뒤처진다라.’

 

알고 있다.

 

선우영한텐 [스킬 융합]이란 사기 능력이 있다는 걸!!

 

지난번, A급 게이트에서 그 능력을 확인했다. 엄청난 천재란 생각밖에 안 들었다.

 

‘도대체 그런 괴물은 왜 나타난 건지.’

 

선우영, 진태호, 황태석.

 

신용한 회장님이 후계자 경쟁을 공식 발표하셨을 때 그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자기만 아무 말도 못 했다.

 

후계자 경쟁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마땅한 성과가 없었다.

 

그게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끼익.

 

임주영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답답해서 커피나 한잔해야겠다.

 

그렇게 일어났는데.

 

책상에 올려뒀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누굴까?

 

살펴보니까 처음 보는 전화번호다.

 

‘대출 광고 전화인가?’

 

기분도 꿀꿀한데 그딴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

 

곧이어 스마트폰의 벨 소리가 꺼졌다.

 

위이잉.

 

대신 진동했다.

 

아까 왔던 번호로 문자가 왔다.

 

‘도대체 누구야?’

 

문자까지 보내는 걸 보니, 대출 광고는 아닌 듯한데.

 

임주영은 문자를 확인해봤다.

 

“음?!”

 

예상치 못한 사람들한테서 왔다.

 

‘이 사람들이, 날 보자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만나봐야겠다.

 

 

 

 

 

* * *

 

 

 

 

 

대한 호텔.

 

그곳에 있는 룸식당.

 

임주영은 그곳에 들어갔다.

 

룸식당은 은밀하게 이야기하기 좋은 곳이다.

 

“아, 임주영 부장!!”

 

그녀의 등장에 앉아있던 사람이 손짓했다.

 

한둘이 아니었다.

 

5명이나 됐다.

 

다들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이었다.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었다.

 

“임주영 부장님. 이렇게 사석에서 뵙는 건 처음이군요.”

 

“처음 만났을 땐, 크루그먼 길드가 내세운 차세대 원거리 딜러였는데 말입니다. 물론 지금도 실력이 대단하지요.”

 

“왜 안 그렇습니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헌터가 얼마나 있다고…. 안 그렇습니까?”

 

다들 임주영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들 중 하나가 손뼉 치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일단 밥부터 시킵시다. 임주영 부장님도 시장하실 텐데.”

 

그들은 음식을 시켰다.

 

곧이어 온갖 산해진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다 술까지 나왔다.

 

전부 비싼 것들 투성이었다.

 

전복과 돗돔 회도 있었다.

 

육회는 기본이고.

 

간장게장, 랍스터 등등.

 

차라리 없는 해산물과 고기 음식을 찾는 게 더 빨랐다.

 

특히나 술이 끝내줬다.

 

값비싼 전통주였는데, 무려 대통령상까지 받은 녀석이었다.

 

“자자, 한잔 받으시죠.”

 

한 남자가 두 손으로 임주영의 잔에 술을 따라줬다.

 

“…….”

 

그녀는 침묵을 유지했다.

 

꼴깍.

 

술을 한 모금 들이켜고 자길 부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임주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형 길드의 회장님들께서 부르셨다면 보통 일은 아닐 텐데요.”

 

임주영을 부른 인물들.

 

그들은 다른 길드의 회장과 임원들이었다.

 

꽤 여럿이다.

 

굵직한 길드들이 자신을 보자고 하니, 뭔가 껄끄러웠다.

 

동시에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불렀는지 궁금해서 도무지 안 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소식 들었네.”

 

“신용한 회장이 은퇴 준비한다지?”

 

임주영은 손끝이 꿈틀거렸다.

 

이 소식을 어떻게 다른 길드 회장들이 알고 있는 걸까.

 

‘설마, 길드 내에 누군가가…?’

 

소문을 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짧은 순간에 퍼질 순 없다. 분명하다.

 

‘길드 내에 심어둔 스파이가 있나?’

 

그거라면 이 사태가 전부 설명된다.

 

‘헌터들을 포섭했나?’

 

아니다, 암만 그래도 신용한의 은퇴 정보는 아무렇게 다뤄질 소식이 아니다.

 

부장급 이하의 헌터들은 이 사실을 알지도 못할 거다.

 

가능성은 하나.

 

‘임원 중 누군가를 포섭했구나.’

 

쉽지 않았을 텐데.

 

임주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크루그먼 길드가 1위 자리를 다툴 정도가 됐으니, 다른 길드의 견제가 들어오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선을 넘었다.

 

이 사태가 벌어진 건 선우영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스킬 융합. 그것 덕분에 크루그먼 길드의 성장세가 빨라졌으니까.’

 

뭐, 그건 그거고!

 

자신을 불러내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설마하니…….

 

“임주영 부장님.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님이 될 생각 없습니까?”

 

“우리가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데.”

 

“어때? 나쁜 조건은 아니잖아.”

 

예상대로였다.

 

이 사람들, 자신을 차기 크루그먼 회장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이유야 뻔했다.

 

‘선우영이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이 되면, 그땐 발목 잡기도 힘들어질 테니까.’

 

선우영의 성장속도를 보면 얼마 안 있어 S급이 될 거다.

 

임주영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스킬 융합이 워낙 사기라서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선우영이 S급이 되면 점점 발목 잡을 방법들이 사라지니, 지금이 최적이었을 터.

 

대형 길드의 사람들이 임주영의 의사를 떠봤다.

 

“어떤가?”

 

“우리 제안이 맘에 드는가.”

 

임주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봤다.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실 건데요?”

 

그녀의 말에 룸의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

 

그들은 임주영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해 작전을 술술 불었다.

 

“우리가 가진 게이트.”

 

“우리가 확보한 게이트를 자네 부서와 공동으로 닫는 거야.”

 

“당연히 수익도 공평하게 반반 나누고.”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다른 길드가 가진 게이트를 함께 닫으면 힘을 덜 들고 성과는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후계자 경쟁, 그러니까 성과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 외부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임주영은 그들의 말에 맞장구쳤다.

 

“좋으신 생각 같네요.”

 

대형 길드들 회장과 임원들은 껄껄 웃으며 좋아했다.

 

“자자, 건배합시다.”

 

“크루그먼 길드의 새로운 회장, 임주영을 위하여!!”

 

그들은 잔을 부딪쳤다.

 

 

 

 

 

* * *

 

 

 

 

 

다음날.

 

임주영은 크루그먼 길드로 출근했다.

 

짜 먹는 홍삼을 먹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헌터에게 몸 관리는 필수니까.

 

그녀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쓰레기통에 짜 먹는 홍삼 껍데기를 버리고, 컴퓨터를 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길드 메신저를 키는 거였다.

 

그리고

 

 

 

 

 

[메신저]

 

임주영 : 부장님들 저랑 잠깐 커피나 한잔하실래요?

 

선우영 : 네. 알겠습니다.

 

진태호 : 무슨 일이죠?

 

황태석 : 좋습니다!!

 

 

 

 

 

그렇게 각 부서의 부장들을 부르고 따로 신용한 회장님께 연락을 취해 옥상으로 불러냈다.

 

그들은 옥상에 모였다.

 

드르륵. 턱.

 

자판기에서 각자 마실 음료를 골랐다.

 

다들 평범하게 커피를 골랐는데, 황태석은 단팥죽 음료를 골랐다.

 

독특한 선택이었다.

 

그들은 음료를 홀짝이며 임주영을 쳐다봤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후계자 경쟁 중에 부르셨다면 보통 일은 아닐 텐데요.”

 

진태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묘한 의심이 섞여 있는 눈빛이었다.

 

신용한도 왜 자기까지 불렀는지 잘 모르겠단 눈치였다.

 

“나도 궁금하군. 자네가 나까지 부른 걸 보면 보통 사안은 아닐 텐데. 어디 속 시원하게 말해보게.”

 

임주영은 어제 있었던 일을 밝혔다.

 

“어제, 대형 길드 회장들이 절 부르더라고요.”

 

“네?!”

 

선우영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아니, 이 시점에 다른 길드들이 왜 임주영을 찾는단 말인가.

 

“혹시 설마?!”

 

신용한은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이 시점에 대형 길드들이 불렀단 게 영 맘에 걸렸다.

 

임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한테 크루그먼 길드의 회장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자기들이 도와주겠다면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후계자 경쟁.

 

이건 내부의 일이다.

 

거기에 외부 사람이 끼어드는 게 좋은 그림이겠는가.

 

더군다나 저들이 이 사실을 알았단 건, 누군가 신용한의 은퇴 소식을 외부에 알렸단 소리.

 

신용한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단 소리인가?’

 

스파이.

 

분명 크루그먼 길드에 심어져 있을 거다.

 

말단이 이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린 없고.

 

“임원 중 누군가가…”

 

“스파이 노릇하고 있는 건가.”

 

선우영이 시작했던 말을 진태호가 끝맺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단순한 후계자 경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외부에서 개입하면 얘기가 또 달라질 테니까.

 

선우영은 캔 커피를 난간에 올려뒀다.

 

“임주영 부장님.”

 

“네.”

 

“이 사실을 알려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다른 대형 길드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후계자 경쟁에서 활약하실 수 있었을 텐데요.”

 

임주영은 긴 생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걸 왜 받아들여요? 결국 나보고 배신하란 말이잖아요? 그런 제안을 따를 만큼 저 멋없는 여자 아니거든요?”

 

임주영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제법 멋있지 않은가.

 

저런 유혹을 단숨에 뿌리치고, 협조하는 척 연기하며 정보를 빼 왔다.

 

황태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단하시네요. 그 유혹을 무찌르고 오히려 정보를 빼 오시다니.”

 

“어차피 경쟁할 거 정정당당해야 뒤끝이 없잖아요.”

 

임주영은 캔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며 뒷말을 덧붙였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회장 자리 차지해봤자 어떻게 되겠어요? 다른 길드들이 도와줘서 회장이 됐으니 그에 맞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어요? 그거 다 들어주면 빈털터리가 될걸요?”

 

맞는 소리였다.

 

회장으로 만들어줬으니, 녀석들이 가만있겠나.

 

분명 뽕을 뽑아 먹으려 하겠지.

 

그렇게 다 뽑아 먹히면 크루그먼 길드는 회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헌터들의 이직이 발생할 거고, 좋든 싫든 선우영도 크루그먼 길드를 나올 수밖에 없다.

 

다른 대형 길드들은 당연히 그를 채가려 할 테지.

 

“망해가는 길드의 회장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임주영이 낭랑하게 소리쳤다.

 

선우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당하고 멋있는 여자라 느꼈는데, 이렇게 들어보니 현명함까지 갖췄다.

 

‘괜히 부장이 아니네.’

 

뭐, 하여튼.

 

이제 사실을 알았으니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황태석은 팔짱을 꼈다.

 

“그 스파이를 어떻게 잡아낼까요?”

 

거참 고민이다.

 

한 명 한 명 미행해야 하나?

 

아니면 도청?

 

“자백을 받아내면 좋을 것 같은데.”

 

신용한이 중얼거렸다.

 

사실 이게 베스트다.

 

그걸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진태호도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썩이었다.

 

그러던 중.

 

선우영인 입꼬리를 씩 올렸다.

 

“저한테 맡겨주시면 스파이를 반드시 잡아내겠습니다.”

 

임주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요?”

 

“스파이를 잡아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요.”

 

“그게 누군데요?”

 

선우영은 검지로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그건 비밀이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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