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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9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화

19화 그래, 바로 이 맛이야!(2)

 

 

 

 

 

디올커가 생소한 이름을 듣는 바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윌슨이라고 했는가?”

 

하지만 레이놀드 남작이 대신 알은 체를 했다.

눈여겨보았던 병사이기도 하고, 이번 제이든 영지와 벌이는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마음먹게 한 병사였으니까.

 

“그렇습니다. 군 생활 경험이 짧지만, 중대장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빈센트가 부동자세로 크게 대답했다.

 

‘부지런한 건 인정하겠는데…….’

 

레이놀드 남작은 윌슨을 떠올리고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남들보다 앞장서서 행동하는 병사라는 건 기억한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열심히 검술을 연마하던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까.

그리고 쉬는 날에도 삽을 들고 나가 해자를 파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약해지려던 마음을 추스른 것도 윌슨이라는 병사의 적극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아서였다.

하지만 중대장의 위치는 단순히 부지런하다고 해서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말 한마디로 병사를 휘어잡을 수 있어야 한다.

공격 명령을 내리면 모든 병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것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타고난 기질.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은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을 따를 수는 없다.

잔인하고 난폭한 전장에서도 명령대로 행동하게끔 할 수 있을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닌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윌슨, 그 친구는 어렵지.’

 

윌슨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중대장으론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1중대장이라는 건 전체 병사를 통솔하는 위치다. 약해 보이는 윌슨을 최고 선임병의 자리에 두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생각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랫동안 보아 왔던 빈센트다.

생각이 깊은 건 물론이거니와 사람을 보는 안목도 있는 병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영주인 자신이 직접 최고 선임병의 자리에 앉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윌슨이라는 병사를 중대장에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들긴 했으나 일단은 빈센트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번 기습 작전에서 윌슨이 아니었으면 실패했었을지도 모릅니다.”

 

“응? 그게 무슨 얘긴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레이놀드 남작이 아니라 디올커였다.

이번 기습 작전을 직접 진두지휘한 당사자였기에 빈센트의 얘기에 의아해 한 것이다.

자신이 생각나는 건 제이든 영지의 기사단장을 해치우려고 미친 듯이 싸웠던 기억뿐이다.

적장을 해치우고서는 마나가 바닥나는 바람에 도주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모양 빠지기는 해도 어쨌든 간에, 작전은 성공했다고 보아도 된다.

비록 다섯이나 되는 소중한 기사를 잃었다고는 해도 말이다.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실전에 사용하는 전투마를 해치웠다는 건 대단한 성과다.

물론 자기변명의 성향이 짙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건 부정할 순 없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윌슨이라는 병사가 이번 전투에 승패를 가를만한 일을 했다는 건 아예 기억에도 없다.

무례라는 건 알지만, 레이놀드 남작 대신에 끼어든 건 그런 이유에서다.

 

“절벽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려 적의 전투마를 공격한 게 바로 윌슨입니다.”

 

“아…….”

 

디올커가 그제야 탄성을 발했다.

생각난다.

마나가 고갈되어 제이든 영지의 기사에게 밀리던 순간에 나타난 한 명의 병사.

단창을 던져 제이든 기사단의 전투마를 쓰러뜨려 분위기를 전환해주던 앳된 얼굴의……

병사들이 절벽을 타고 우르르 내려오던 순간,

이제 끝이라고……

이길 수 없다고……

포기하려던 찰나에 절벽을 타고 내려오던 병사들의 모습이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참호라는 것도 그 친구가 먼저 생각해 냈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참호도 그렇고, 윌슨이 아니었다면 절벽을 뛰어내릴 용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빈센트가 크게 대답했다.

일부러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디올커 기사단장의 치부나 마찬가지였기에 숨겨 주는 것이다.

 

‘젊은 친구가 생각이 깊어.’

 

디올커의 한쪽 입술이 미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자신의 치부일 수 있는 얘기를 일부러 숨겨 주는 빈센트의 배려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저는 찬성입니다. 영주님.”

 

“체인드 경도 그리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전투 능력도 전투 능력이지만, 야전 능력이 뛰어납니다.”

 

“으음… 체인드 경까지 그렇다면야…….”

 

레이놀드 남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 선임병이었던 빈센트와 기사단장까지 합세하니 생각을 달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얘기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신병에 불과한 그가 최고 선임병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빈센트가 부동자세로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자 디올커 기사단장이 레이놀드 남작에게 군례를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저도 윌슨이라는 병사를 보증하도록 하겠습니다.”

 

***

 

으윽!

삭신이 다 쑤신다.

무리해도 보통 무리한 게 아니다.

예행연습이 끝나자마자 실전에 투입되었지, 맛탱이 가 버린 기사들을 구하느라 생쇼했지……

그러고는 도망치느라 뭐 빠지게 달렸다.

아직 전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게 날 우울하게 만든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니 나름의 성과는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두자.

내공이 생겨 좋은 것이 있다면 피로가 빨리 풀린다는 거다. 손톱만한 내공이지만, 육체의 피로가 남들보다 빨리 풀린다는 건 좋은 점이다.

무림에서 진의심공을 수련하던 때에도 경험했던 효능이기도 하다. 특출 날 게 없는 내공심법이기는 해도 육체 피로와 상처 회복에는 뛰어난 효과가 있다.

제기랄!

그런 효과라도 없다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

무려 60년을 수련한 내공심법이 특출난 게 없으면 그것도 우울한 일이고 말이지.

일단 짱 박아두었던 육포부터 챙겼다.

아직도 나의 육체는 양질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근육을 몸에 붙이면 육체의 기본 틀은 잡았다고 봐야 한다.

기본 틀이 갖춰지면 그 다음부터는 내공과 외공을 조화롭게 하는 것에 주력할 셈이다.

이왕에 군 생활을 할 것 같으면 때깔 나게 해보는 것도 좋잖아?

언제까지 병사 나부랭이로 지내고 싶진 않다.

병역의무가 끝난 다음의 일은, 군 생활이 끝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한국에서 살았던 때처럼 내가 취직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뭐가 있어?

하긴……

그런 고민은 무림이란 세상에서 동굴에 갇혔을 때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일이기는 하다.

혹시 알아?

운 좋게 제이든 영지의 기사 한 놈 때려잡고서 갑옷이랑 무기를 전리품으로 얻으면 한 몫 잡는 거지.

이상하게 이곳 세상은 화폐체계가 좀 이상하다.

음식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게 맞는 건가?

어쩌면 이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한국도 예전에는 쌀 두 가마니면 집을 한 채 사던 시절이 있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다.

만약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의 한국에서 쌀 두 가마니 가격으로 집을 사겠다고 했으면……

아마도 모자란 액수만큼 두들겨 맞았을 거다.

어쩌면 식량 생산량이 부족하기에 내가 경제 개념을 잡는데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아! 몰라!

쓸데없는 일에 고민하기보다 지금은 전쟁만 생각해야 할 때다. 이번 전쟁만 무사히 끝내면 평화가 온다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덜컥!

 

“충!”

 

복잡한 생각을 접고서 전쟁에 대비해 준비하는데 신병 녀석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군례를 올린다.

 

“뭐냐?”

 

신병들의 난입(?)에 옷을 갈아입던 리올트가 삐딱한 음성으로 묻는다.

나도 리올트의 저런 대화법이 참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응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그의 말투에 적응하는 중이다.

 

“죄, 죄송합니다! 새로운 벼, 병기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신병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긴 하다.

신병들이 단창을 밧줄로 묶어서 낑낑대고 들어왔다.

 

“오호! 보클란 그 짠돌이 양반이 뭔 일이래?”

 

리올트가 기꺼운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나도 좀 의외다.

전리품을 가져가면 가격이나 후려치던 사람이 이렇게 인심을 쓴다는 게 의외다.

 

“자식아, 뒈지면 돈이 무슨 소용이야? 그동안 후려친 게 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라는 거 몰랐냐?”

 

다른 선임병 하나가 성큼성큼 신병들에게 다가가면서 한마디 툭 던진다.

음……

그런 뜻이 있었… 다고 하기엔 너무 심하게 후려친 듯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새로운 무기를 내놓은 걸 보니 딱히 부정할 수도 없겠다.

선임병들이 단창을 하나씩 집어가는 걸 보고서 나도 한 자루 골라잡았다.

단창을 손에 쥘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성의 없게 만들었다. 나뭇잎 형태의 단조로운 창날을 나무 막대에 리벳으로 고정해놓은 게 전부다.

창날에 쇠를 1킬로그램도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이걸로 전투마를 못 쓰게 만들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위협했으니 아주 몹쓸 물건은 또 아니다.

아군 기사가 병사의 복장을 하고서 던져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 창날에 몇 명의 피를 묻히게 될지 모른다. 이런 창날이 살을 뚫고 몸에 박히면 무척 아프겠지?

뭐 그러니까 사람이 죽는 거겠지만, 날카로운 창날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됐다!

약해지지 말자!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잖아?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

새로운 창이라 그런지 창대에 나뭇결이 살아 있어 거칠한 느낌이 난다. 적을 공격하면서 미끄러질 일은 없어서 좋긴 하겠다.

 

“윌슨! 무슨 생각 하나?”

 

“새 창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말입니다.”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 나갔다.

일종의 똥 군기?

 

“자식, 이젠 햇병아리 티를 완전히 벗었군.”

 

리올트가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다.

젠장!

솔직히 군 생활한 경험만으로 따지면 리올트보다 몇 배는 많을 거다. 제대하고서도 재입대한 꿈을 교통사고 나던 날까지 꿨을 정도니까.

꿈꾸면서도 군기가 빡 들었으니 군 생활로 인정하는 게 맞다. 뭐 아니면 말고.

그러고 보니……

재입대한 꿈을 꾸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난 거 아니야?

꿈은 이루어진다!

뭐 그런 건가?

나도 참 꼬인 인생을 사는 거구나.

 

“그나저나 늦네?”

 

“네? 뭐가 말입니까?”

 

“빈센트 님이 늦다는 얘기다.”

 

“아! 그런데 빈센트 님께서 진짜 기사가 되는 겁니까?”

 

궁금해서 물어본다.

한국의 체계로 따지면 하사관이 장교로 승급하는 거다.

이곳 세상의 특수성으로 따지면 더 대단한 일이라고 하겠다. 기사는 준 귀족의 신분이다.

일개 평민이 귀족에 버금가는 신분으로 상승한다는 의미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분 체계에 엄격한 이곳 세상에서는 거의 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큰일이니까.

 

“아까 영주님이 하신 말씀 못 들었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사기 진작 차원에서 기사로 임명하시겠지.”

 

“확실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올트의 말에 수긍했다.

그렇다!

전시 상황이다.

병사의 사기가 중요하다.

사기를 올리는 데 있어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도 없겠다.

나도 언젠가는……

아니, 이번 전쟁에서 쓸 만한 전과를 올린다면 마냥 헛된 바람인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되돌아갈 수 없는 세상.

지금 세상이 어쩌면 내게는 커다란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좋아! 즐겨 주마!

 

“이왕이면 제대로!”

 

창대를 꽉 움켜쥐면서 중얼거렸다.

이건 나에게 하는 일종의 자가 최면.

절대로 허무하게 죽지 않겠다는 그런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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