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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7화

17화 결단이 필요한 때(3)

 

 

 

 

 

투웅!

 

일단 시위에 걸었던 화살을 쏘아 보냈다.

운 좋게도 밑에서 허둥대던 제이든 영지병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어차피 조준 사격은 불가능한 실력이라 일단 쏘고 본 것이다.

그것은 나머지 병사들도 마찬가지.

사냥꾼 출신이었던 그레골만이 유일하게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가져온 화살의 숫자도 가장 많기도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레이놀드 기사단이 싸우는 곳을 확인했다.

 

“빌어먹을!”

 

절로 욕이 나온다.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병사들과 격리된 것까지는 좋다.

근데 우리 기사들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영 불안하다. 이래서 리올트가 기사단이 위험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저 인간들 대체 뭘 믿고 내려간 거야?

자신 있으니까 갑옷도 벗고 공격하러 간 거 아니었어?

미치겠다, 진짜!

얼씨구?

이젠 아예 대놓고 밀린다.

 

“빈센트 님! 이거 어쩝니까? 이대로면 우리가 위험해집니다!”

 

리올트가 당황한 음성으로 말했다.

 

“큭! 조용히 해 봐! 머리 아프잖아!”

 

빈센트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는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은 당연하겠다. 평소 냉철한 모습을 보이던 빈센트였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거라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일 때가 아니다.

이들의 결정을 도와주는 수밖에는 없겠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짬밥이 후달리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지금 죽든지, 기사 전력이 부족해서 공성전을 하다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될 터다.

 

“숫자는 우리가 많습니다. 도와줘야 합니다. 기사들이 말을 타고 쫓아오면 끝장 아닙니까!”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복잡한 계산이나 하고 있다가는 시기를 놓쳐서 기사단이 전멸할지도 모를 위기상황이니까.

 

“그, 그래! 윌슨의 말이 맞다! 전원 기사님들을 돕는다!”

 

드디어 빈센트가 결정을 내렸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자루의 단창부터 뽑았다. 그러고는 아까 레이놀드 기사들이 했던 것처럼 절벽을 내려갔다.

 

“멈춰 이 새끼들아!”

 

일단 소리부터 질러 댔다.

제이든 기사단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느냐면, 레이놀드 기사단이 형편없이 밀리다 못해 칼침을 얻어맞는 인간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런 겁 없는 놈이?”

 

고함을 들은 기사 하나가 나를 발견하고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던진다.

절벽을 미끄러져 내려온 가속도를 살려, 손에 쥔 단창을 있는 힘껏 던졌다.

 

“어엇!”

 

나의 행동에 기사가 뒤늦게 롱소드를 휘두르려고 했다.

그러나 말을 노리고 던진 것이다.

 

퍼억!

 

“히히히힝!”

 

“우와악!”

 

콰당탕탕!

 

말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앞발을 드는 바람에, 제이든 영지의 기사가 말에서 떨어졌다.

나머지 단창을 들어 다른 기사의 말을 노렸다.

 

“건방진 놈!”

 

그러나 동료 기사가 당하는 모습을 본 탓에, 내가 던진 창은 제이든 영지의 기사가 휘두른 롱소드에 맞아 방향이 바뀌었다.

 

“기사들의 말을 노려라! 창을 던져!”

 

뒤이어서 절벽을 내려온 빈세트가 고함을 질렀다.

 

“우리도 놈들의 말을 노린다!”

 

화답하듯이 수세 몰렸던 디올커 기사단장이 고함을 질렀다.

눈치 빠른 인간이다.

싸움의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적의 기동력을 없애면 퇴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 틀림없다.

레이놀드 영지의 기사들이 수세에 몰린 와중에도 단창을 들어 힘껏 던졌다.

기사가 아니라 말을 향해서다.

그러자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당황하고 말았다. 절벽을 내려온 1중대 병사들이 합세해서 창을 던져대니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이, 이놈들이? 모두 말을 보호하라!”

 

제이든 영지의 기사 하나가 목이 터질 듯 소리쳤다.

그러나 하나마나 한 소리다.

1중대 전원이 단창을 두 개씩 지급 받았다. 그것은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레이놀드 영주의 배려다.

우리와 기사단 양쪽에서 단창이 날아오는 바람에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이리저리 말머리를 돌렸다.

그 바람에 마갑으로 보호되지 않는 부위에 단창이 퍽퍽 박혀 들었다.

 

“히히히힝!”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쓰러지는 말들.

철저하게 말을 노리는 바람에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로서도 두 눈 뜨고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숫자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다.

물론 대단한 실력을 지닌 기사가 있었더라면 얘기는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뛰어난 기사가 이런 시골 영지에서 썩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원래는 적당히 단창을 던지고서 레이놀드 기사단에 뒤섞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러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생각보다 우리 병사들과 레이놀드 기사단의 기사들이 단창 던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제이든 영지의 기사들이 말에 떨어지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떨어지는 자세가 나빠 목이 부러져 죽는 상황까지 생겨났다.

적 기사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

하지만 우리 쪽도 위험하다.

달랑 두 자루의 창을 지급 받았기에 계속 공격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후퇴! 레이놀드 영지로 후퇴하라!”

 

두 번째 창을 던진 디올커 기사단장이 크게 소리쳤다.

나이스 타이밍!

조금만 늦었으면 나부터 도망치려고 했다.

말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기사는 기사다. 갑옷을 입은 기사를 상대로 병사에 불과한 우리가 상대하기엔 버겁다.

그것은 레이놀드 기사단 역시 마찬가지.

갑옷이 없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확인했을 거다.

기사들이 몸을 추스르는 사이에 몸을 빼내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을 터.

 

“1중대 후퇴!”

 

빈센트가 말을 받아 크게 소리친다.

망설일 것도 망설일 이유도 없다. 몇몇 기사의 말이 아직 무사하지만 레이놀드의 병력은 일제히 몸을 돌렸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당연히 맨몸인 우리보다 기동성에서부터 차이가 나겠지.

더군다나 단창을 던지면서 무게까지 줄인 바에야……

 

“서, 서라!”

 

전투마를 단창으로부터 지켜 낸 제이든 영지의 몇몇 기사가 고함을 지르며 쫓아오려 했다.

 

“던져!”

 

디올커 기사단장의 짧은 음성.

그러자 레이놀드의 기사 몇 명이 몸을 돌리면서 있는 힘껏 단창을 던졌다.

 

슈슈슝!

 

“우와악!”

 

쫓아오려던 제이든 영지의 기사는 기겁해서 롱소드로 단창을 쳐 냈다.

병사가 던지는 단창과 달리, 강력한 힘이 담긴 탓에 간이 서늘했을 터다.

대략 다섯 마리 정도의 전투마가 우리의 뒤를 쫓으려 했다. 아까의 단창 공격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전투마다.

그러나 이번 단창 투척으로 인하여 적 기사들은 추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쫓아라! 쫓으란 말이다!”

 

말을 잃은 기사가 바락바락 악을 썼다.

그러나 한 번 쓴맛을 본 터라 말에 탄 기사 다섯은 섣불리 뒤를 쫓지 못했다.

1중대의 병사 중에 단창을 소지한 병사들이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면서 던질 것처럼 위협했기 때문이다.

레이놀드 기사단 또한 우리와 똑같이 군복을 입은 상태라 기사와 병사를 구분할 수 없는 이유가 컸다.

젠장……

갑옷을 벗고 전투에 임한 것이 후퇴할 때 외에는 도움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째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싸우는 거 아니냐?

아! 몰라!

일단 튀고 보자!

 

***

 

진짜 죽을 둥 살 둥 도망친 거 같다.

갑옷이 원래 무거운 거 아니었어?

제이든 영지의 기사 놈들이 무거운 걸 입고서도 거의 일반인 못지 않게 쫓아오는데 어찌나 살벌하던지……

미리 약속해 둔 장소에 도착해 마차를 타지 않았더라면 위험할 뻔했다.

말을 탄 기사들이 몇 있었으나 감히 뒤를 쫓지는 못했다.

우리 중에 누가 기사인지 모르니 섣불리 쫓아 올 수 없었던 것이다. 다가오면 창을 던지겠다는 듯 위협을 가했으니까 말이다.

적 기사 다섯 명은 명령 때문인지 아쉬움 때문인지 거리를 두면서 쫓아 왔다. 그러나 레이놀드 성이 보이는 거리에 이르자 추격을 포기했다.

 

“휘유…….”

 

빈센트가 단창을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삽(?)을 들고 있다가 안도했다. 그렇다고 롱소드를 던질 순 없잖아?

공성전이 벌어질 텐데 성에 단창 마저 없으면 맨손으로 싸워야 할 판이니까.

이번에 무기고에서 단창과 활을 지급 받을 때 보았던 보클란의 표정을 보면, 그야말로 무기고를 박박 긁어 준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도 삽을 챙겨 오다니 내가 더 놀랍다.

단창보다 삽이 더 중요했다는 건가?

뭐 삽으로도 한두 놈쯤은 골로 보낼 수도 있겠지.

창으로 찔러죽이나 삽으로 때려죽이거나 결과는 똑같지 않겠어?

 

“윌슨!”

 

삽을 매만지면서 잡생각에 빠져 있는데, 빈센트가 나의 이름을 부른다.

 

“네, 빈센트 님.”

 

“다시 봤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아니었으면 기사단이 전멸했을지도 몰랐을 거다. 빠른 판단 때문에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어. 만약 기사단이 전멸했다면 이렇게 무사히 후퇴할 수 없었을 거다.”

 

빈센트가 빙그레 웃으면서 엄지를 척 든다.

이거 얼굴이 화끈거린다.

앞에서 대놓고 칭찬을 하니 좀 그렇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지금 분위기로 봐선 어차피 군 생활에 말뚝 박아야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최고 선임병한테 점수 좀 따놓는 게 좋겠지?

 

“빈센트 님께서 우리가 당할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아서 결정을 도와드린 것뿐입니다.”

 

“그랬나? 녀석…….”

 

빈센트가 흐뭇하게 웃는다.

일종의 MSG라고 보면 되겠다.

아까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생각했다는 게 말이 돼?

내가 한 말은 그저 빈세트를 띄워 주기 위한 얘기였을 뿐이다. 칭찬을 받았다고 우쭐했다가는 밉보이기 십상.

그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만으로도 의도가 먹혀들어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같은 마차에 탄 다른 병사들도 나와 빈센트를 번갈아 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당시 빈센트가 머뭇거렸던 이유와 내가 무슨 생각으로 공격하자고 했는지 이해한 얼굴이다.

그러는 사이, 기사와 병사를 실은 네 대의 마차가 레이놀드 성에 다다르고 있었다.

우리가 기습을 준비하는 사이에 성문이 바뀌어 있었다. 기존의 성문에 도개교가 설치되어, 성문을 더욱 경고하게 방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자를 만드는 중이니 도개교를 설치한 건 당연한 일이겠다. 이번 공성전에 대비한 것일 수도……

우리가 없는 사이 해자도 상당히 깊게 파였다.

아마도 2중대 병사들과 영지민이 고생했을 게 틀림없다. 물을 채웠더라면 완벽했겠지만, 깊은 구덩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깊다고 말하기에는… 해자의 깊이가 조금 얕은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파놓은 해자가 최소한 적을 곤란하게는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뿌우우! 뿌우우!

 

우리를 발견했는지, 성 안쪽에서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서서히 내려오는 도개교.

 

쿠궁!

 

해자에 설치된 진입로(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 형태의 구조물)와 맞물려 길이 되었다.

진입로가 상당히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전투가 벌어지면 태워 없앨 것 같이 보인다.

아니면 차후 보강하기 위해서 당장 사용하려고 엉성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정성이 의심되는 진입로를 따라 마차가 한 대씩만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들어간 마차는 당연하게도 기사들을 태운 마차다.

레이놀드 성주가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다.

 

“서둘러!”

 

성에 들어서기 무섭게 빈센트가 명령을 내렸다.

영주가 직접 마중을 나왔으니 빨리 대열을 이뤄야 하는 순간이다.

마차에서 내려 쌍방울(?) 터지도록 달려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빈센트는 디올커 기사단장에게 달려가 병사들의 피해가 없다는 사실까지 알린다.

기사들이 먼저 대열을 이루었고 나머지 1중대 병사들이 그 뒤에 섰다.

대열이 갖추어진 것을 확인한 디올커 기사단장이 레이놀드 영주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충! 보고 드립니다. 적의 공성 병기를 파괴했으며 제이든 기사단의 전투마를 궤멸에 가깝게 타격했습니다. 제이든 영지의 병사 중 최소 1/4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으리라 추측합니다. 이상입니다.”

 

디올커 기사단장이 부동자세로 크게 말했다.

영지민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일부러 목에 힘을 주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겨우 한 사람한테 보고하는 음성치고는 지나치게 악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적 병사의 1/4?

아닌데……

불에 타죽은 놈들만 해도 그것보단 많았던 것 같은데……

하긴, 디올커 기사단장은 기습이 벌어진 직후에 적 기사단을 상대하러 내려갔으니 정확한 숫자를 모를 수도 있겠다.

아까 빈센트가 상황을 알려 주지 않은 건가?

알 게 뭐야?

내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까, 패스!

 

“고생하셨습니다. 체인드 경! 피해 상황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기사 다섯을 잃었습니다. 1중대 병사의 피해는 없습니다.”

 

디올커 기사단장이 크게 대답했다.

어째 피해 상황만 놓고 보면 병사들은 띵까띵까 논 줄 알겠다.

 

“제이든 기사단이 전투마를 보급받으면 그들을 상대해야 할 터인데… 가능… 하시겠습니까?”

 

레이놀드 영주가 차마 말하기 싫다는 듯 물어본다.

 

“안타깝게도 레이놀드 기사단은 제이든 기사단보다 숫자가 적습니다. 다행히 제이든 기사단의 단장은 해치울 수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리한 것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디올커 역시 침울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째 불안 불안하다.

그러게 대체 뭔 배짱으로 갑옷도 없이 제이든 기사단에게 덤벼든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어?

적 기사단을 상대할 기사가 부족하면 큰일인데……

걱정스러운 마음에 영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전과를 얻기는 했지만, 상황이 썩 좋아진 것도 아니라서 영주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레이놀드 영주가 고개를 든 것도 그때였다.

 

“체인드 경!”

 

“네! 영주님!”

 

“그대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레이놀드 영주가 말을 마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두 눈 가득 힘을 주고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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