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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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9화
#9화. 한번, 키워봐
선우영과 백영희는 대련에 들어갔다.
타앙.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며 둔탁한 소음을 냈다.
‘역시 검술 하나는 대단하네.’
선우영은 그리 생각하며, 백영희와의 거리를 조절하였다.
왼쪽에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목검이 날아오고, 반대편에선 사나운 궤적을 그리는 목검이 다가왔다.
그 공세가 어찌나 기괴한지 모른다.
‘한쪽은 잔잔한 물결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공격해오고, 다른 방향에선 뜨거운 불길처럼 매섭게 공격해오는구나.’
실로 대단한 검술이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피지컬 차이가 심각해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군.’
타닷.
선우영은 그 공격들을 어렵지 않게 피했다.
그의 발놀림 또한 예술이었다.
짧은 보폭으로 모든 상황을 즉각 대처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날래던지 돌풍이 연상될 정도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우영은 상대방의 움직임을 끝까지 관찰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백영희의 목검이 덧없이 허공을 갈랐다.
마음과 달리 계속 어긋나는 공격에 그녀의 마음 또한 갈대밭처럼 흔들렸다.
‘이 정도 차이라고?!’
무려 검기까지 익혔는데, 공격이 닿지도 못하고 있다.
백영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교관들이 말하길, 자신의 실력은 역대 신입들 중 최고라고 했다.
다들 추켜세우느라 바빴다.
삼환검의 명예를 회복하겠단 목표 때문에 사탕발림 따윈 무시했지만, 조금 우쭐했던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선우영을 이기긴 어렵다 예상은 했지만, 한 번 정도는 공격이 성공할 줄 알았다.
근데 상대도 안 된다.
‘검술은 확실히 내 쪽이 우위에 있지만······.’
속도와 파워에서 밀리니, 아무리 대단한 쌍검술을 펼쳐도 무용지물이었다.
‘피지컬 차이가 심각하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소용없구나.’
백영희는 이 순간 그걸 느꼈다.
슬슬 피하기만 하던 선우영도 목검을 휘두르며 반격에 나섰다.
부우웅.
그녀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검술이었지만, 피지컬이 그 모든 걸 채우고도 남았다.
“큭!”
백영희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선우영이 힘주고 휘두른 목검을 방어한 게 고작인데······.
손마디가 아프다.
목검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진동이 살가죽을 타고 올라온다.
타닷.
그녀는 대련 시작 이후 처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선우영이 백영희가 가르쳐준 삼환검을 펼쳤다.
부우웅.
그의 목검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압박해나갔다.
백영희는 선우영의 공격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선우영의 목검이 어디로 움직일지 파악은 됐지만, 피지컬 차이 때문에 도무지 반격할 기회가 안 보였다.
수 싸움에서 이겨도 쓸모없는 상황이었다.
선우영은 장딴지에 힘을 모았다.
발가락 끝이 바닥을 쳐내듯 나아가며 순식간에 가속도를 붙였다.
타닷.
그의 움직임이 섬광처럼 빨라졌다.
눈 깜빡할 사이에 선우영의 목검이 백영희의 목덜미 앞에서 멈췄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녀는 몸이 얼어붙은 듯 꿈쩍도 못 했다.
단순한 찌르기 공격.
매우 간단하며, 방어조차 쉬운 공세였지만 백영희는 막지 못했다.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완벽한 패배였다.
“졌습니다.”
백영희는 패배를 선언했다.
선우영은 목검을 갈무리하고 대련장을 나가려 했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저기요, 그런 피지컬을 어떻게 손에 넣었죠?”
“스킬석 덕분이죠.”
선우영은 그리 대답했다.
스킬 융합 능력 덕분에 패시브 스킬이 사기급으로 좋아졌단 걸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냥 좋은 스킬석 덕분이라고 둘러댔다.
이번엔 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스킬석을 쓰시면 더 빨리 강해질 수 있는데······.”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백영희는 단칼에 제안을 거절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지만, 스킬석으로 강해져 버리면 삼환검의 명예는 회복시킬 수 없다.
검술만으로 강해져야 비로소 도장의 명예가 바로 세워질 수 있다.
스킬석을 사용해버리면 사람들은 삼환검으로 활약하는 백영희가 아니라 스킬석으로 강해진 백영희를 기억할 테니까.
선우영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떡였다.
‘역시나, 백영희는 스킬석을 사용할 마음이 전혀 없구나.’
그녀가 스킬석을 사용한다면 정말 순식간에 강해질 수 있을 텐데······ 좀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뭐, 이건 남의 사정이고.’
자신이 이래라저래라 상관할 문제는 아니다.
선택은 백영희의 몫이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우영은 이것으로 백영희와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만날 일도 없다고 여겼다.
그는 대련장을 완전히 내려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드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히려는 순간, 어째서인지 그의 눈에 백영희가 밟혔다.
대련장에 홀로 남아 풀 죽은 얼굴을 하는 그녀.
어째서일까?
‘내 과거 모습이랑 판박이네.’
회귀하기 전, 스킬을 3개밖에 익힐 수 없다며 한탄하던 자신과 그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왠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에휴.”
선우영은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렀다.
거의 닫혀가던 문이 다시 좌우로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백영희 씨, 뭐해요. 이러다 엘리베이터 문 닫히겠네. 빨리 타요.”
“······.”
“대련도 끝났는데 밥이나 한 끼 합시다. 배고파 죽겠네.”
백영희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선우영이 빨리 오라고 손짓하자 그녀가 힘없는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띵.
선우영은 1층을 눌렀다.
그는 자신의 옆에 선 백영희에게 한마디 했다.
“백영희 씨도 재능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풀 죽지 마세요.”
“정말인가요······?”
“나중에 대-단한 헌터가 될 겁니다. 제가 보증하죠.”
선우영이 엄지를 보였다.
위로가 통했는지 백영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삼환검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며 항상 곤두서있던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지금만큼은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어졌다.
선우영은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도 삼환검을 자유자재로 쓰려면 백영희 씨의 지도가 필요한데…….”
선우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맺었다.
“저도 일주일간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태니까······ 어떠세요? 일주일간 대련하면서 같이 훈련하시는 게? 그쪽도 실력 키울 기회일 텐데요.”
“그러면 저야 좋죠.”
백영희가 그리 대답할 때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그들은 건물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순대국밥.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백영희를 위해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을 골랐다.
그들은 숟가락을 들었다.
선우영은 국물에 시뻘건 다데기를 풀며 생각했다.
‘일주일 동안 바빠지겠네.’
삼환검을 완벽히 터득하려면 백영희 같은 검술 고수가 필요했고.
반대로 그녀는 오러를 수련하기 위해 선우영이 필요했다.
‘참나, 사람 인연 참 웃기네. 어떻게 미래의 검제랑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맺게 된 건지······.’
이러다 미운 정이 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선우영은 순댓국을 호로록 마시는 백영희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 * *
크루그먼 길드.
그곳은 지금 회의를 준비 중이었다.
회장인 신용한이 상석에 앉았고, 그 양옆으로 각 팀을 이끄는 부장들과 인사과 부장이 착석했다.
뒤이어 임원들도 의자에 앉았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신용한 회장이 그리 말하며 좌우를 쳐다보았다.
이번 주제는 간단했다.
실전에 투입할 신입 헌터들을 어느 팀에 배속시킬지 정하는 일이었으니까.
다들 서류를 펼치며, 신입 헌터들의 자료를 쭉 살펴보았다.
“이쪽은······ 성향이 딜러네요.”
“터득한 스킬이 공격 쪽으로 맞춰져 있어요.”
헌터들은 딜러와 탱커로 나뉜다.
헌터가 습득 가능한 스킬의 개수는 평균적으로 5개 정도다.
공격형 스킬과 방어형 스킬을 동시에 익히면, 전체적으로 어정쩡한 포지션밖에 되지 못한다.
공격도 애매하고, 방어도 애매한······ 정말 이도 저도 아닌 헌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자신의 스킬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습득 가능한 스킬 개수가 많은 헌터들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패시브 스킬 3개에 액티브형 스킬 2개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인데······ 이 녀석은 액티브 스킬만 5개를 익혔군.”
“미련한 놈이네.”
패시브는 말 그대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스킬.
3개의 패시브 스킬로 자신을 강화하고, 전투 방식에 따라 사용할 액티브 스킬을 선택하는 게 이상적이다.
“이렇게 생각 없이 스킬을 익히면 좀 곤란한데 말이야.”
부장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외에도 오러 다루는 감각이나 성장성까지 파악해야 했다.
주제는 간단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모됐다.
이런저런 놈들을 어느 팀에 집어넣을지 대충 정하고.
마지막 한 사람만이 남았다.
요주의 인물이었다.
“우리 길드의 뜨거운 감자, 선우영이군.”
신용한 회장이 중얼거렸다.
팀의 부장들은 선우영을 보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3팀의 진태호 부장이 의견을 피력했다.
“선우영은 딜러로 키워야 합니다. 저희 3팀이라면 그를 훌륭한 딜러로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자 4팀의 황태석이 반발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선우영 같은 인재는 탱커로 키워야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여전히 선우영을 누가 데려갈지 으르렁거렸다.
반면 2팀에 임주영 부장은 조용했다.
선우영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난 원거리 공격형 스킬을 익힌 헌터들을 좋아해서······ 근거리 싸움에 특화된 선우영은 안 끌리네.’
뭐, 선우영의 실력은 인정한다만 자신의 팀과 성향이 달랐다.
신용한 회장은 피식거렸다.
흥미롭단 듯이 진태호와 황태석을 번갈아 바라봤다.
붉은 스킬석으로 선우영이 강력한 패시브 스킬을 익혔단 소문이 퍼지자, 진태호와 황태석은 더욱 자주 싸웠다.
신용한 회장은 1팀에 김용대 부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크흠.”
김용대는 신용한의 시선을 느끼자 헛기침을 했다.
저 눈짓의 의미를 알고 있었으니까.
신용한과 김용대는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죽마고우였다.
김용대는 팬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선우영은 우리 1팀이 데려가도록 하지. 그 친구를 내가 키워보고 싶거든.”
그 말에 진태호와 황태석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김용대는 부장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투력만 따지면 길드의 2인자.
심지어 가르치는 실력도 수준급이라 그에게 가르침 받은 헌터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당장 진태호와 황태석도 그의 밑에서 훈련을 받은 제자였다.
그 때문에 직급은 같아도 아직까지 상하관계가 확실했다.
“아니, 그게······ 김용대 부장님······.”
“그러니까······ 김철수도 1팀에 들어갔는데······ 선우영까지 데려가시면······.”
진태호와 황태석은 우물쭈물했다.
김용대는 그들을 다그쳤다.
“그래서? 싫다고?”
“아닙니다.”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진태호와 황태석은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 인원까지 배정이 끝났다.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다들 퇴근하도록 해.”
신용한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가 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아! 김용대 부장은 잠깐 나하고 담배나 한 대 태우지.”
“예, 알겠습니다.”
김용대가 신용한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쏴아아아.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오늘따라 차가웠다.
단둘이 있게 되자 신용한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주머니에서 돛대 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을 꺼냈다.
그가 한 개 피를 입에 물었다.
“아, 라이터. 라이터 두고 왔네.”
신용한이 주머니를 더듬거리자 김용대가 라이터로 불을 붙여줬다.
“예나 지금이나 라이터는 맨날 잊어먹는구먼.”
“끌끌끌, 니가 이렇게 붙여주니까 그렇지 뭐.”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석양을 바라봤다.
김용대는 연기를 뿜어내며, 그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왜 갑자기 불렀어? 단둘이 할 얘기라면······ 혹시 나이 40살에 간신히 얻은 꽃송이 때문이여?”
“딸 아이 때문이 아니야.”
“그러면?”
“선우영 말이야, 네가 볼 적에 어디까지 성장할 것 같냐?”
“글쎄다. 재능은 있어 보이더라. 못해도 B급까진 금방 성장할 것 같던데. 좀 더 자세히 알려면 이것저것 시험해봐야지.”
“잘 키워봐. 나중에 부장 자리 하나 줄까 생각하는 녀석이니까.”
김용대는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