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스킬융합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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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6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나 혼자 스킬융합 2화
#2화. 헌터 시험에 파란을 일으켜봅시다.
“뜨허억!!”
선우영이 스킬석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자, 구청창구 아가씨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기요, 선우영 씨?! 본인이 스킬 3개 밖에 못 익힌다는 거 아시는 거예요?”
“예. 알고 있습니다.”
“아니, 신중하게 스킬을 습득하셔야지. 무작정 사용하시면 안 돼요. 아시겠어요??”
당혹감과 걱정으로 물든 구청창구 아가씨가 목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각성자들이 스킬을 익힐 수 있는 평균 개수는 5개.
선우영은 고작 3개였다.
오러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등급을 올리려면 대박 스킬을 노리는 수밖에 없을 텐데.
저렇게 생각 없이 스킬 2개를 익힌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나 경솔해 보였다.
하지만 선우영의 대답은 태연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구청창구 아가씨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그녀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직, 이 시기에는 고유능력에 대해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선우영에게 <스킬 융합> 능력이 있단 걸 알았다면, 저 아가씨도 저런 반응은 안 보였겠지.
그녀가 한마디 조언을 해줬다.
“이제 익힐 수 있는 스킬이 한 개뿐이니까 조심하세요.”
“예예.”
선우영은 대충 대꾸하고 각성자 등록증을 받았다.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왔다.
‘거참, 오지랖 넓은 아가씨네.’
남의 인생에 시시콜콜 시끄러운 인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뭐, 하여튼.
빚쟁이 미래를 벗어났으니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정했다.
‘돈을 많이 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즐거운 인생을 산다!!’
이 두 가지가 목표였다.
그 목적들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헌터 시험부터 치러야 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관문이지.’
왜냐하면.
‘이번 헌터 시험 1등에게는 스킬석이 주어지니까.’
아주 엄청난 스킬석이!!
선우영은 헌터 시험을 치렀던 과거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1등에게 스킬석이 주어졌는데, 글쎄 그게 오러를 30% 높여주는 패시브 스킬이었지 뭔가.
‘그걸 육체강화 스킬과 융합시키면···.’
어떤 스킬로 변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기회의 장이 될 헌터 시험.
그 날짜는 무려!!
‘내일.’
시간도 오전 9시부터다.
선우영은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할 자신감이 넘쳤다.
육체강화 스킬도 있고.
무엇보다 헌터로 살아온 경험이 신입 놈들이랑 비교가 되겠나.
무려 10년이나 차이 나는데.
그는 발걸음도 가볍게 자췻집으로 향했다.
* *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선우영은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준비했다.
냄비에 물을 담고.
도마 위에 양파와 대파를 썰었다.
활활활.
가스에 불을 켜고 내용물을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그다음.
가장 중요한 메뉴를 준비했다.
바로 라면이었다.
찬장을 뒤져서 붕라면 순한맛을 끓여 먹었다.
겸사겸사 계란도 넣었다.
‘하아.’
기껏 과거로 회귀했는데, 식사는 고시방에서 먹었던 라면이랑 똑같은 맛이라니.
심지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붕라면 순한 맛이야. 어렸을 때도 돈이 없어서 가장 싼 라면만 줄곧 먹었구나.’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 들어왔다.
‘빨리 돈 벌고 싶다.’
선우영은 분노의 젓가락질과 함께 면발을 흡입했다.
그리고 옷장에서 츄리닝을 꺼내 입었다.
'와, 과거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옷이 츄리닝 밖에 없냐.'
정신연령만 30살인 상태다 보니, 20대의 자신이 얼마나 홀아비 냄새를 풍기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지갑을 챙기고 헌터 시험장으로 향했다.
부르릉.
버스를 타고 헌터 시험장으로 가는데, 점점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와, 고급승용차 엄청 많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차량들이 도로를 꽉 채웠다.
가격대가 10억을 호가하는 녀석들 천지였다.
선우영은 버스 차창으로 고급승용차들을 바라보며 피식거렸다.
저 차량들의 주인이 누군지 안다.
다들 헌터 시험장 쪽으로 운전하고 있었으니까.
‘헌터 시험을 보는 병아리들이구먼.’
아주 글러 먹은 놈들이다.
각성했다고 흥분해서 저 비싼 차량을 확확 질러버리다니.
선우영은 혀를 찼다.
헌터 시험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생각보다 어렵다.
‘막상 합격해도 헌터로 활동하는 녀석들은 극소수고.’
그야 당연했다.
헌터는 몬스터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뭣 모르는 신입들이 꿈에 부풀어 사냥에 나섰다가, 현실을 마주하고 은퇴하는 일이 빈번했다.
‘저놈들 중에도 헌터를 포기하는 녀석들이 나오겠지.’
그러면.
‘대출받아서 산 차량들은 어쩔 건데? 대출금은 언제 갚고?’
무려 10억이나 되는 금액.
헌터로 살면 그 정도 금액이야 3년 안에 갚을 수 있겠지만.
무직자는 아니거든.
‘그렇게 파산하는 머저리들도 참 많이 봤다.’
선우영은 턱을 괴었다.
진짜 잘나가는 헌터들은 말이다, 대출받은 돈으로 무기나 자신을 강화할 스킬석을 구매하지, 사치 따윈 안 부린다.
‘정신머리부터가 다르단 소리지.’
예로 들어.
‘지금 내 뒷좌석에 있는 저 여자처럼 말이야.’
선우영은 슬쩍 뒷자리를 쳐다봤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한 여성, 그녀의 어깨에 기다란 가방이 기대어 있었다.
저 가방엔 뭐가 있을까?
선우영은 단번에 그걸 알아차렸다.
‘죽도겠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냐면······
‘저 여자가 바로 백영희이니까, 미래의 검제를 설마 버스에서 보게 될 줄이야.’
검제 백영희.
쌍검술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헌터였다.
어마어마한 실력자로 미래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
몬스터를 섬광처럼 순식간에 썰어버리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외심이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건, 어떠한 발언 때문이었다.
- 스킬에 의존하는 건 약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진정한 강자는 오직 검으로 실력을 증명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녀는 헌터가 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스킬을 습득하지 않았다.
고유 능력조차 없었다.
그저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카리스마 하나는 진짜 대단했지.’
선우영은 그리 회상했다.
그 순간.
뒷좌석에 있던 백영희가 그를 쳐다봤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백영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빤히 쳐다보는 선우영을 이상하게 여기자.
“크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백영희와 경쟁하게 되는 건가.’
헌터 시험의 룰은 간단하다.
20평 남짓 되는 공간에 홀로 들어가 로봇을 쓰러뜨리면 된다.
몇 개를 쓰러뜨릴지는 응시생이 정한다. 그 숫자에 맞추어 로봇이 등장하니까.
3개만 쓰러뜨려도 합격이다.
그러나 다들 그 이상을 노린다. 쓰러뜨린 개수로 길드 스카우트에게 평가받으니까.
거기다 이번엔 가장 많은 로봇을 쓰러뜨린 인물이 1등의 영광과 함께 스킬석을 선물 받는다.
본래였다면, 이번 헌터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건 백영희였다.
그녀는 스킬석을 얻었지만, 검술만으로 강함을 증명하겠단 신념 때문에 경매장에 팔아버린다.
그걸 거금 주고 구매한 사람은 오러가 30%나 증가하며 몸값이 확 뛰었다.
덕분에 백영희는 한동안 괴짜 헌터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 그녀가 헌터 시험에서 쓰러뜨린 로봇의 개수는 무려 8개!!
‘그럼 나는 9개 부숴버리지, 뭐. 지금의 나에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선우영은 그리 계획했다.
끼이익.
버스가 헌터 시험장에 멈춰 섰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버스에서 내리자 주차장으로 고급승용차들이 몰려갔다.
쌔애앵.
몇몇 차가 위협을 하듯 그의 앞을 휙 지나갔다.
엔진소리 한번 우렁찼다.
차주들이 자만심에 절어 과시욕을 뽐내듯이!
고급승용차에 타고 있던 녀석들이 버스에서 내린 선우영을 흘겨보며 피식거렸다.
“킥킥.”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각성자가 되었는데, 꼴사납게 대중교통이나 이용하느냐······ 라는 뜻이 담긴 웃음기였다.
아무래도 얕잡아 보인 모양새다.
놈들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기들끼리 뭉쳐서 다녔다.
주제에 끼리끼리 아는 사이인가 싶었지만, 선우영은 녀석들을 무시하고 헌터 시험장으로 걸어갔다.
“아, 목마르다.”
그는 시험장 복도에 마련된 자판기에 섰다.
시험은 도착한 순서에 따라 응시 순번이 결정된다.
딱히 지각만 하지 않으면 늦든 빠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삑.
주머니를 뒤집어 찾아낸 동전으로 사이다를 구매한 순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하고 봤더니, 백영희가 있었다.
‘뭐야, 자주 마주치네.’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백영희는 선우영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그녀는 녹차를 하나 구매해 응시장으로 향했다.
선우영은 사이다를 홀짝였다.
전부 다 마신 다음 응시장으로 가서 번호표를 받았다.
30번.
맨 마지막 순번이었다.
시험 감독관이 순서대로 응시생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냈다.
1번이 들어갔다.
“로봇 세 대를 상대하겠습니다.”
합격 커트라인인 로봇 세 대를 외친 녀석은 무기로 목검을 고른 뒤 자세를 잡았다.
선우영은 실력이나 구경할까 싶어 시험장에 마련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부정 합격을 방지하기 위해 저런 식으로 시험내용을 볼 수 있었다.
선우영은 손을 턱에 가져다 댔다.
‘음······’
검술의 품세가 지독하게 허접하다.
‘도저히 못 봐주겠군.’
실력미달이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한 대를 쓰러뜨리고 시험에서 탈락했다.
1번 수험생은 고개를 숙이며 시험장을 나왔다.
그렇게 합격하는 녀석과 탈락하는 녀석들이 나뉘기 시작했다.
헌터 자격증은 모두의 시험이 끝난 뒤에 배급된다.
합격한 놈들은 시간도 때울 겸 해서, 다른 사람의 시험을 구경했다.
반면 탈락한 녀석들은 씩씩거리며 시험장을 떠나지 못했다. 미련이 남았으니까.
곧이어 백영희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죽도 두 자루를 손에 쥐었다.
좋은 판단이다.
시험관이 대여해준 무기 상태가 어떤지 모르니 저렇게 준비해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녀가 시험관에게 다가가 쓰러뜨릴 로봇 개수를 얘기했다.
“여덟 대.”
“네?”
“여덟 대 쓰러뜨릴 겁니다.”
백영희의 눈빛에서 반드시 1등을 차지하겠단 열의가 보였다.
시험에 탈락한 녀석들이 그녀에게 괜한 객기 부린다며 지나가는 말로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백영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도도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가 자신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선우영은 그녀의 검술에 집중했다.
‘굉장하군.’
칼날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어쩔 땐,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또 어쩔 땐, 직선적이고 절도가 묻어나는 품세를 선보였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검술이었다.
여덟 대의 로봇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며, 그녀는 당당히 합격했다.
“후우.”
백영희는 숨을 헐떡였다.
검술을 펼치느라 꽤나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그녀는 시험장을 나와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서 휴식을 취했다.
“와! 대박이다.”
“정말로 여덟 대를 박살 냈어.”
“저게 가능해?”
“이번 시험 1등은 저 사람이겠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심지어 느끼하게 생긴 녀석 하나가 그녀를 꼬셔보겠다고 염병을 떨었다.
“저기 혹시 시간 있으시면······.”
“바쁩니다.”
백영희는 딱 잘라 거절했다. 상대가 무안할 정도로 완벽하게 말이다.
대차게 차인 녀석의 꼬락서니가 우스워졌다.
“풋.”
그 모습에 선우영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어쨌든 시험의 순번은 막바지에 다다라, 선우영의 차례가 되었다.
몇몇이 그를 얕보며 속닥질했다.
“아무리 시험이지만.”
“그래도 츄리닝 차림은 좀 그렇지.”
“그러게 말이야.”
아까 전, 버스 타고 온 그를 비웃던 녀석들이었다.
그래, 고급승용차를 몰며 과시욕을 뽐내던 그 새끼들 말이다.
선우영은 시험관에게 쓰러뜨릴 로봇 개수를 이야기했다.
“아홉 대”
“아홉?!”
화들짝 놀란 시험관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헌터 시험에서 아홉 대를 쓰러뜨린 인물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아홉 대입니까?”
“네.”
선우영은 그리 답하고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로봇 아홉 대가 그의 눈앞에 대령했다.
사람들은 모니터로 그걸 지켜보며 멍청한 놈이 폼 잡는다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타하압-!!”
선우영이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좌중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걱.
오러로 강화된 육체.
<육체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파괴력이 높아지고, 거기에 근력이 늘었으니 공격력은 더욱 증가했다.
로봇들이 그의 공세를 막으려 했지만.
다 허투루 돌아갔다.
목검이 로봇들의 방어구를 부수며 상체를 잘라버렸다.
검기.
무기에 오러를 코팅해 절삭력을 높이는 기술.
오러 컨트롤이 능숙해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걸 초보자들이 터득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특유의 감각을 잡아야 하는데, 회귀한 선우영은 이미 그 감각을 터득한 상태였다.
그가 목검을 한번 휘두르면 로봇들이 한 대씩 쓰러졌다.
선우영은 더욱 가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시험이 시작한 지 고작 9초가 지난 시점, 더 이상 움직이는 로봇은 없었다.
터벅, 터벅.
선우영은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밖에서 모니터로 구경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감탄하여 커다랗게 뜬 눈으로 선우영을 쳐다볼 뿐이었다.
최단시간 합격.
게다가 가장 많은 로봇을 쓰러뜨렸다.
전술이나 전략 따윈 없었다. 그저 순수한 피지컬로 모든 걸 찍어 눌렀다.
선우영은 자길 헐뜯었던 무리를 쳐다봤다.
“헉!!”
“히익.”
놈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눈이 마주칠세라 시선까지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뭐라 말도 못 하고, 기가 죽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하찮았다.
선우영은 피식거렸다.
‘하이고, 이 친구들아. 너네 행동하는 거 보니까, 헌터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긴 글렀다.’
왜냐하면.
“생사가 오가는 직종이 헌터인데, 겉모습으로만 상대를 파악하면 금방 모가지 잘린다.”
선우영이 지나가는 말로 충고하듯, 아까 받은 멸시를 갚아주며 이야기했다.
그 소리에 찔렸던 걸까?
눈을 깔았던 녀석들이 움찔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간담도 조그마한 녀석들일세. 큰일은 못 하겠어.’
선우영은 아까 받았던 비웃음을 그대로 되돌려줬다.
“끌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