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6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0화
10화 생존을 위한 방법(2)
입맛이 쓰다.
현재 리올트와 나란히 걸어가는 중이다. 그레골은 어제 술자리를 파하고 다른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어젯밤의 기억(?)을 되돌리는 작업에 실패한 덕에 나의 기분은 별로다.
망할!
하필이면 어중간한 시간에 깨어나는 바람에 좋을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최고’라고 말하는데 가슴에서 불이 확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뭔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런 얘기를 한 거겠지만, 기억이 없으니 원통할 노릇이다.
<열을 맞춰라! 이 새끼들 동작 봐라! 슬슬 기어 다니지!>
성문을 통과하는데 거친 음성이 들려온다.
2중대 병사들이 신병들을 굴리고 있었다. 대략 40명쯤 되는 모양이다.
지난번 전투에서 죽은 병력을 보충한 게 틀림없었다.
나보다 더 어려 보이는 놈도 간간이 눈에 띈다. 작은 영지였기에 신병을 차출하려니 어린 녀석도 들어올 수밖에 없었을 터다.
늬들도 참 안 됐다.
어린 나이에 군 생활하는 거 괴로울 텐데 말이다.
신병들을 굴리는 2중대 병사들의 눈이 살벌하다. 우리 1중대는 쉬는데 자신들은 신병들을 관리하고 있어 그게 불만인 것 같았다.
바닥을 박박 기어 다니는 신병을 보니 진짜 옛날 생각난다.
한국의 군대에서 훈련소 시절에 나 또한 저렇게 박박 기어 다녔으니까 말이다.
“왜 신병 보니까 기분이 새롭냐?”
같이 신병들을 쳐다보며 걷던 리올트가 나의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자식… 근데 저놈들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지 모르겠다.”
쓰게 입맛을 다시는 리올트.
전쟁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기에 그가 이러는 것이다.
신병들이 새삼 안쓰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 코가 석 자다. 살아남으려면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육체 단련에 힘을 쏟아야만 한다.
그 때문에 전리품을 주고서 받은 돈으로 양질의 육포를 사 둔 거다.
며칠 고생했다고 근육이 조금 붙긴 했다.
내공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단전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비록 깨알만한 단전이긴 해도 아예 단전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무공을 사용하기엔 어림도 없을 만큼 내공이 부족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어진 팔과 다리에 익숙해져서 어색하지 않게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
내공을 이용한 공격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바뀐 육체에 익숙해졌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콧구멍에 숟가락을 들이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부실한 몸이기는 해도 팔과 다리가 길어서 공격 범위가 넓어졌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의 몸 상태에서 근력만 더 붙인다면 병사 수준의 적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물론 옆에서 걸어가는 리올트와 같은 괴물을 상대하는 건 논외로 치고서 하는 얘기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친다면……
“…….”
그건 좀 곤란하겠는데?
리올트와 같은 인간이 제이든 영지라는 곳에 없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알 수 없다.
겨우 하루 거리에 위치한 영지라는 게 더 마음에 걸린다.
당장 우리 영지에 발을 들였다는 얘기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멍청이!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하면서 고작 술 따위에 무릎을 꿇다니.
신병들도 살아남겠다고 저렇게 박박 기어 다니는데, 그걸 보고 한가하게 옛 생각이나 떠올리다니.
리올트와 같은 괴물 병사와 마주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
오직 수련만이 살길이다!
“리올트 님!”
“응? 왜?”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의아한 얼굴로 대답하는 리올트를 놔두고 막사로 달려갔다.
조금이라도 더 몸에 근력을 붙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어쩔 수 없다!
전쟁이 터질 때까지 얼마가 남았는지 몰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거다.
“윌슨 복귀했습니다!”
막사의 문을 열기 무섭게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군례를 취했다.
역시나 선임병들은 대부분 돌아와 있다.
손바닥만한 영지에서 딱히 즐길 거리가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여어! 윌슨! 좋아 보이… 응? 뭐하냐?”
빈센트가 환하게 웃다가 날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들어오자마자 삽자루를 잡는 내가 이상하긴 할 거다.
“육체 단련이 필요합니다.”
“호오… 그래? 이 녀석이 진짜 정신을 차렸나 보네. 요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삽은 왜?”
대견한 듯한 얼굴로 말하던 빈센트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근력 운동을 겸해서 해자 파는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삽을 챙기면서 대답했다.
육포를 한 장 꺼내 챙기고 나머지는 관물대 형태로 만들어진 선반에 올려놓았다.
영양 공급이 절실한 몸뚱이였기에 잘 먹어 줘야 한다. 열악한 군대 식사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신선한 고기였으면 좋겠으나 육포로도 충분하다.
거무튀튀한 빵만으로 건강해지길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나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 생각하고서 준비한 최상의 육포.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니까.
비록 어떤 짐승의 고기로 만든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건 좀 에러다.
양고기로 만들었다는데 가게 주인이 영 미덥지 않았다.
됐다!
먹고 안 죽으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막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나도 가지.”
“빈센트 님도 말입니까?”
이건 의외다.
빈센트는 한국의 군대로 치면 중대장의 위치다.
일개 병사의 신분이기는 해도 중대 전체를 통솔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상사급 인물이 중대장의 위치에 있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빈센트는 베테랑(Veteran troop)을 넘어서 엘리트(Elite troop)급 병사.
기사가 아니라면 그를 상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보면 맞겠다. 아니, 장비만 받쳐준다면 기사와 싸워도 충분히 승리할만한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함께 해자를 파겠다고 나서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짬밥 좀 먹은 선임들은 작업에서 열외 하려고 뺀질거리는 게 보통 아닌가?
진짜 특이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이 코 앞인데 가만히 있으려니, 꼭 사형수가 된 느낌이 들거든.”
삽을 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빈센트.
병사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불안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던 듯싶다.
머리가 복잡할 땐 몸을 혹사하는 것도 잡념을 없애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겠다.
끼익!
“어? 빈센트 님, 뭡니까?”
그제야 안으로 막사 안으로 들어온 리올트가 군례를 하려다가 말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긴 뭐겠나? 머리 좀 식히려고 그런다. 우리 꼬맹이랑 같이.”
빈센트가 턱짓으로 날 가리키며 싱겁게 웃었다.
“어? 나도 같이 갑시다. 그렇지 않아도 술이 안 깨서 죽을 맛이었던 참입니다.”
“알아서 쫓아 와. 가자 꼬맹아.”
빈센트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나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자!
슬슬 육체를 단련하러 가보실까?
***
레이놀드 영주 집무실.
서신을 읽는 레이놀드 남작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져 있다.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서신을 쥔 그의 손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서신의 마지막에서 그의 시선이 멈췄을 때, 떨리던 두 손이 서신을 와락 구겨 버렸다.
“망할 놈의 제이든 남작!”
이마에 굵은 핏줄을 만들면서 화를 내는 레이놀드 남작.
그를 바라보는 영지의 가신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영주의 분노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이다.
“뭐라고 적혀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영주님.”
서기관의 자리에 있는 바레이가 예의 갖춰 말했다.
“제이든 남작은 용병을 보내 우리 영지를 도발한 적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항의해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영지전을 검토해 달라고 황제 폐하께 서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레이놀드 남작의 말을 들은 바레이가 입을 떡 벌리고 황당해 했다.
그것은 나머지 가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이든 남작이 전쟁의 빌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병을 보낸 사실을 부정하면서,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영지전을 입에 담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런 억지가 황제 폐하께 통할 리가 없질 않습니까.”
기사단장 디올커가 고개를 흔들었다.
단순한 항의 서신만으로 황제가 영지전을 허락할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후우……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레이놀드 남작은 길게 한숨을 쉬면서 디올커의 말을 부정했다.
“제이든 남작은 강경파입니다.”
“그래서요?”
레이놀드 남작 대신에 바레이가 입을 열자, 디올커가 인상을 썼다.
영지전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파벌 얘기를 꺼내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체인드 경이 수련 외엔 관심 없다는 건 알지만, 조금 심하시군요. 귀족의 분쟁을 관리하는 분이 ‘파르젠 이디오트’ 공작이십니다. 그분이 바로 강경파의 수장입니다.”
“끄응… 미안합니다.”
디올커가 무안한 얼굴로 앓는 소리를 했다.
비꼬는 듯한 바레이의 말이 거슬렸다. 그러나 자신이 수련 외에는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따지기가 그랬다.
더욱이 영주가 같이 있는 상황이고 보면 화낸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긴 했다.
강경파의 수장이 귀족 분쟁을 조정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고, 제이든 남작이 강경파라는 사실도 몰랐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화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이든 남작이 언제쯤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레이놀드 남작이 바레이에게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그러자 바레이가 턱을 손으로 긁적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제 생각으로는 빠르면 보름, 늦어도 20일 안에는 영지전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간이 얼마 없군요.”
레이놀드 남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제이든 영지와 자신의 영지는 규모에서도 자금 면에서도 모든 게 부족하다.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놓고 걱정하는 것도 사기를 꺾는 일이기에 애써 침착함을 유지해야만 했다.
“이스탄.”
“네, 영주님.”
“병력 상황과 해자 작업은 어찌 되어 가는가.”
“신병 36명을 모집했으며, 경상자 두 명이 복귀할 예정입니다. 영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120명의 병사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해자 건설은 지난 오 일간 20%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지의 관리를 맡은 이스탄은 막힘 없이 보고를 올렸다.
“완성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완성한다고 해도 해자에 물을 채울 시간도 부족하겠어.”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이든 남작의 접근전 전용 공성 병기의 접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계속 수고하도록 하게.”
레이놀드 남작은 평민 출신의 이스탄에게 치하하고는 고개를 돌려 디올커를 바라보았다.
“체인드 경은 기사단을 재정비하시고 전력에 손실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영주님!”
“제이든 남작의 속셈이 드러난 이상,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각자 맡은 바 일에 충실하셨으면 합니다. 최악의 경우 농성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네! 영주님!]
가신들이 일제히 대답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레이놀드 남작은 그나마 안도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럼 이만 해산하시고 내일 다시 회의를 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가신들이 저마다 예의를 갖추고 물러나는 것을 바라보는 레이놀드 남작.
모든 사람이 집무실을 나간 것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걱정이구나. 사람은 부족한데 적은 너무나 강하니…….’
모든 게 열악했다.
가장 부족한 게 사람이다.
레이놀드 성의 뒤편에 펼쳐진 넓은 평야.
기름진 땅이었으나 사람이 부족해 그냥 놀려 두고 있을 정도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이라 개발할 여력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제이든 남작!’
레이놀드 남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야 조금 살만해진 상태다.
도적과 몬스터로부터 영지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영주성을 이 년 전에 완성했으니까.
앞으로 영지민을 받아들이고 병사를 늘릴 생각이었다. 그러면 성 뒤쪽의 평야를 개간하여 부유한 영지로 거듭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하지만 제이든 남작은 마치 성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도발해 오기 시작했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전쟁을 준비하느라 영지민이 죽어나게 생겼다.
“후우…… 답답해서 안 되겠군. 혼자 있고 싶으니 따라오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알았어요. 오라버니.”
호위 기사이자 그의 여동생인 시에트 레이놀드가 안쓰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시에트를 뒤로하고서 레이놀드 남작은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바깥 공기라도 쏘이며 기분이 좀 나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발이 가는 대로 걸었다.
어쩌면 영지전에 패해 자신의 영지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의 모습을 눈에 새겼다.
“충! 영주님을 뵙습니다.”
정처 없이 걷던 레이놀드 남작은 군례를 올리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성문까지 다다른 것이다.
<와하하하! 이 자식 진짜 잘하잖아?>
<삽질만 따지면 영지 제일이겠는데?>
성 밖에서 들리는 호쾌한 웃음.
“밖에 무슨 일이 있나?”
레이놀드 남작이 성문에 다가가며 경비병에게 물었다.
“몇몇 병사가 해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으응? 그래?”
레이놀드 남작이 눈에 이채를 발했다.
일요일은 병사들도 쉬는 날이다. 그런데 해자 작업을 하고 있다니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성 밖에 나간 그는 세 명의 병사가 웃옷을 벗어 던지고 열심히 땅을 파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즐거워해?’
의외였다.
힘든 막노동을 하는 병사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 녀석은 빈센트고…… 둘은 누구더라? 응? 저 병사는 저런 몸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도 즐거워하다니 별일이군.’
레이놀드 남작은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왜소한 체구의 윌슨을 보며 의아해 했다.
의아해 하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이 영지를 사랑하듯 병사들 또한 영지를 아낀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와아아아! 2중대 출동이다!>
흐뭇해 하는 그의 귀에 우렁찬 함성이 들린 것도 그때였다.
잠시 후, 성문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오는 병사들.
하나같이 손에 삽과 곡괭이가 들려 있었다. 무엇을 하러 나오는 것인지 너무나 뻔해서 레이놀드 남작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번 전쟁…… 이기고 싶어져 버렸어.’
레이놀드 남작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