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2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2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21화
“이제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위드의 중얼거림에 피에나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들었다. 위드는 그런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이제 곧 내가 사는 집에 거의 도착을 할 것 같아.”
“……집?”
“응.”
아주 가끔이지만 피에나는 말을 했고, 점점 그녀의 발음은 좋아지고 있었다. 그녀가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생각과 다르게 말로써 표현하는 것이 익숙지 않기도 했지만 듣기 거북한 자신의 발음을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거의 다 온 거야?!”
환희에 가까운 라샤의 물음에 위드는 그런 것 같다며 대답을 했고, 그녀는 이제야 좀 살겠다는 듯 얼굴 가득 활기찬 웃음을 머금으며 엘리아를 껴안았다.
“우와아아아! 이제 이 지긋지긋한 몬스터 땅과 안녕이다! 엘리아! 이제야 집에 돌아갈 수 있겠어!!”
“라, 라샤 언니…….”
엘리아는 라샤를 떨어트리려고 어떻게든 발버둥 쳤지만 워낙 강하게 껴안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피에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방긋 웃으며 위드를 껴안았다.
“피, 피에나?”
“헤에…… 위드 품 따뜻해…….”
위드는 당황하다 이내 약 155세르(cm)의 피에나를 꼭 안아주었다.
“고마워, 피에나. 네 덕분에 우리 모두가 살 수 있었어.”
라샤와 엘리아는 갑작스런 위드와 피에나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다 이내 그의 고맙다는 목소리에 웃는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 피에나. 정말로 고마워!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
“고, 고맙습니다. 피에나 씨.”
피에나는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것보다 위드가 자신을 꼭 안아주는 것이 기분 좋아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낮게 웃었다.
“헤에…….”
***
“으아아악!!”
꾸이이익!!
비명과 함께 또 한 명의 병사가 오크의 나무 몽둥이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병사가 쓰러지면서 생긴 빈 공간을 오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빈 공간을 막아!!”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널려 있고, 비명과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았다. 40명의 병사들은 각기 대열을 갖추고 자신들을 둘러싸고 쉬지 않고 공격을 해대는 수백 마리의 오크들을 맞서서 당당하게 싸우고 있었다.
쉬악!
꾸에엑!
오크의 가슴을 시원스럽게 갈라버린 이는 목청껏 큰 소리로 외쳤다.
“고작 오크일 뿐이다! 수가 많다고 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이보다도 훨씬 어려운 싸움을 수십 번도 넘게 이겨낸 경험이 있는 최고의 부대다!!”
핏물이 번질거리는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치는 이는 폰트였다. 그의 금발은 그가 들고 있는 검처럼 핏물에 붉게 젖어 있어 다소 섬뜩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덤벼라! 이 빌어먹을 오크 새끼들아!!”
“으아아아압!!”
그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병사들은 조금도 물러섬이 없었다. 거기에 용기와 힘, 희망을 북돋아주는 말까지 전해지자 병사들은 저마다 크게 기합을 내지르며 자신에게로 혹은 동료에게로 달려드는 오크를 차근차근 베어 넘겼다.
수아아악!
꾸익!
츄아아악!
꾸에에엑!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베고, 베고.
쉬지 않고 베어도 끝이 없었다.
폰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오크는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베어 넘겼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두 눈엔 오크들만이 우글우글 거렸다.
‘여기서 이렇게 발이 묶일 줄이야!’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폰트는 이미 병사들이나 자신들이나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사라진 영주를 찾아 나선지 이틀도 되지 않아서 더 이상 몬스터 땅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당연하다는 듯 코볼트와 고블린들이 덤벼들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고르곤이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4마리씩이나 나타나서 소중한 병사 5명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쉴 시간도 없이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엄청난 수의 오크들에게 포위를 당해서 벌써 하루가 다 되어가도록 싸우고 싸우는 중이었다.
“차하앗-!”
또 한 마리의 오크를 베어 넘기며 폰트는 급히 마로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프레타 영지에서 꽤나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에게 둘러 싸여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대로는 힘듭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폰트는 착실하게 밀려드는 오크를 상대하며 말을 건넸다. 하얗게 변한 얼굴로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마로크는 결코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영주님을 찾아야 하네. 이대로 물러나면 다시는 이곳까지도 올 수 없게 될 것이네.”
“하지만 이대로는 전멸입니다.”
혹시라도 마지막 힘을 짜내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이 듣기라도 할까봐 폰트는 커지려는 목소리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또 언제 올 수 있단 말인가? 마로크는 그것이 걱정되었기에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전멸을 당할 수는 없는 법!
마로크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가슴 부근에서 미약하지만 빛이 뿜어져 나오자 시크가 급급히 저지했다.
“체력과 마나가 없지 않으십니까! 그런 상태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다고 하시더라도 힘을 발휘하실 수 없습니다! 차라리 조금만 더 저희에게 맡기고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십시오!”
마로크는 시크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주저앉아 눈을 감고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무리해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는 것도 마로크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고르곤과 오크들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모두 전멸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폰트, 우선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도록 하세.”
시크의 말에 폰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겹게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병사들에게로 달려갔다.
꾸이이익! 꾸이이익!
“빌어먹을 오크 새끼들!”
부웅, 부웅!
퍼어억!!
시크의 곁에서 마로크를 보호하고 있는 루카는 보기에도 질려버릴 것만 같은 모닝스타를 가볍게 휘두르며 달려드는 오크들의 몸을 처참하게 짓이겨버렸다.
“루카! 너 그렇게 힘 믿고 날뛰다가 나중에 가장 먼저 지쳐서 쓰러진다! 그때는 괜히 다른 동료 거치적거리게 하는 짐짝일 뿐이니까 적당히 알아서 해!”
톱니와 같은 검. 소드 브레이커를 들고 오크들을 조각조각 내는 커닝의 말에 루카는 앞에 선 오크를 향해 모닝스타를 휘두르며 콧방귀를 꼈다.
퍼어억!
“흥! 너 이 자식 형님에게 자꾸 반말 할래?”
“형님은 무슨 개뿔! 고작 한 살 많은 것도 형님이냐? 그럼…….”
콰드드드득!
꾸이익! 꾸에엑!
잠시 말을 멈추고 달려들던 오크 두 마리의 허리를 잔인하게 갈라버린 커닝은 이어서 말했다.
“너부터 가스파에게 형님이라고 불러봐! 그럼 내가 널 형님으로 인정해주지!”
“끙…… 제길!”
루카는 욕설을 뱉어내며 신경질적으로 오크들을 죽였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잡소리 그만하고 그 힘으로 오크라도 한 마리 더 때려죽여!”
거대한 투 핸드 소드를 장작개비처럼 휘두르며 오크들을 짚단 넘기듯 쓸어 넘기는 가스파의 대머리가 오크들의 핏물로 붉게 번들거리자 루카가 키득 거렸다.
“오늘 따라 가스파 네놈의 대머리가 아주 번쩍번쩍 거리는데? 큭큭!!”
“킥킥!”
커닝까지 웃자 가스파의 대머리에 그 특유의 굵은 힘줄이 불끈 솟아났다.
“이따가 너희 두 놈은 내가 확실하게 상대해주지!”
“어이쿠! 무서워라!”
“킥킥!”
그들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마로크, 시크와 함께 유일한 프레타 영지의 기사인 루디 네브너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대단들 하군.”
루디의 말에 시크가 피식 웃었다.
“저게 바로 저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지. 우리 같은 기사들에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저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모습이지.”
“그렇죠.”
지금은 결코 웃고 떠들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현재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루카, 커닝, 가스파는 서로를 헐뜯으며 웃고 떠들었다.
용병. 그들이 용병이다.
정말로 죽음의 고비에 이르면 그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용병들 특유의 행동. 더욱더 냉철해져서 말을 아끼는 기사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동이지만 어느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쫑긋쫑긋.
피에나의 귀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는 정면을 말없이 응시하기 시작했다.
“피에나?”
위드가 왜 그러냐는 듯 이름을 부르자 피에나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크…… 많아. 인간들 공격해.”
피에나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들이 오크에게 공격당한다는 소리야?”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귀엽게 대답한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빙긋 웃음을 머금다가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몬스터 땅에 인간들이 왜 들어왔지? 몬스터 땅에 들어올 인간……!”
중얼거리던 위드는 두 눈을 부릅떴다.
“왜 그러는 거야?”
위드와 피에나를 주시하고 있던 라샤는 그가 중얼거리다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며 놀란 듯한 모습을 보이자 물었다.
피에나와 엘리아 역시 위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쩌면…… 내가 아는 사람들일지도 몰라.”
위드의 말에 라샤가 대답했다.
“그럴 리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이 땅의 영주니까.”
간단하게 대답한 위드는 서두르는 듯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니, 그 이전에 피에나가 그의 팔을 잡아 더 이상 걸음을 내딛지 못하도록 막았다.
“피에나?”
“……오크 너무 많아.”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어?”
위드의 물음에 피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아.”
피에나의 대답에 라샤가 말했다.
“피에나의 힘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거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피에나가 위드 널 막을 필요가 없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피에나 씨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오크의 수가 많다는 것 같아요.”
엘리아의 말이 끝나자 위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오크들에게 공격당하는 인간들은 프레타 영지의 병사들일 것 같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위드가 라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프레타 영지에서도 지금쯤이면 내가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연금술청과 불꽃 기사단으로 인해서 내가 왕국령을 이미 오래전에 넘었다는 것도 확인을 했을 테고. 우리가 로크에게 습격을 받았다는 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더라도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짐작하고 있을 거야.”
위드의 짐작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었지만 라샤나 엘리아는 이렇다 할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이곳은 그의 영지인 프레타 지방이었고, 돌아와야 할 영주가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영지의 병사들로써는 당연히 그를 찾으러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에나 씨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많은 수의 오크들이라면…… 우리가 간다고 하더라도…….”
엘리아는 조심스럽게 말하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하다보니 안 좋은 쪽으로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은 확인을 해봐야겠어.”
만약, 정말로 자신을 찾기 위해 몬스터 땅에 발을 들여 놓은 프레타 영지의 병사들이라면 위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피에나에 의해서 위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피에나.”
위드는 자신의 팔을 꼭! 붙들고 있는 피에나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이 워낙에 강했기에 위드로서는 쉽사리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