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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4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4화

4화 전운이 감도는 레이놀드 영지(1)

 

 

 

 

 

참아주는 건 여기까지다.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면서 계속 군 생활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대형 사고를 쳐주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수단이다.

어설픈 고문관보다 확실한 고문관이 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큭! 좋아,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잘됐어!”

 

코를 움켜쥐고 물러났던 그레골이 코뼈를 맞추면서 으스스한 웃음을 흘렸다.

뭐야?

처음부터 작정하고 날 건드린 거였다는 얘기잖아?

그래, 인정한다.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란 게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런 놈들을 여럿 만나 보았다.

이상하게 정이 안 가는 놈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턱을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그런 놈들.

그레골이라는 인간에겐 아마도 윌슨이…… 그러니까 내가 그런 종류의 인간인 모양이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싸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왜 이제 와서 후회돼? 미안하지만 늦었…….”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중얼대는 그레골의 면상에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이 자식아, 속았지?

 

빠악!

 

“네가 한 대 더 맞고 시작해야 공평하잖아! 그치?”

 

씹어뱉듯이 소리치고서 뒷걸음질 치는 그레골을 쫓아 돌진했다.

얍삽한 행동이라는 생각은 잠시 머릿속에서 지웠다. 허약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몸으로 정면 대결을 벌이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고 그레골 개자식아!

 

“차합!”

 

기합성까지 내지르면서 비틀대는 그레골에게 사커킥을 날렸다.

 

퍼억!

 

“이런 망할 새끼가!”

 

이를 꽉 물고서 으르렁거리는 그레골.

제기랄!

빌어먹을 약해빠진 몸 같으니……

주먹에 제대로 감촉이 왔는데도 그레골이란 놈이 정신을 잃지 않고 사커킥을 팔로 막은 거다.

 

“닥쳐! 새꺄!”

 

다리를 붙잡아 당기려는 걸 깨닫는 순간, 왼 무릎을 접어서 놈에게 몸을 날렸다.

무림 세계에서 혼자 지냈지만, 초식을 수련하면서 이런 식의 변칙 공격을 가하는 것도 생각해둔 적이 있다.

연습도 많이 했고 말이다.

니킥으로 놈의 몸통에 타격을 입힐 생각이다. 힘으로 안 되니 체중을 이용하는 수밖에.

 

“이런!”

 

피범벅이 된 얼굴로 그레골이 나의 다리를 놓고 물러났다.

아깝다!

이번 공격이 들어갔다면 쉽게 결판을 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선제공격에 당해 놈이 충격받은 상황이니까.

 

타닥!

 

착지하기 무섭게 놈에게 방향을 틀어서 두 주먹을 눈앞에 두었다.

복싱의 기본자세다.

현재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가장 실리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서다. 이전 세상에서 수련한 무공은 필요 없다. 내공도 없는 마당에 권법은 얼어 죽을!

쫓아 들어가면서 왼손을 뻗었다.

견제 잽(Jab)!

다음 주먹을 위해서 거리를 잡는 주먹이다.

상대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퍽!

 

“우욱!”

 

눈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다.

잽을 날리려다가 오히려 놈의 주먹에 눈두덩을 얻어맞았다.

상대의 근육이 반응하는 걸 보고서 공격을 예측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잽을 날린 상황이었다. 원래의 자세로 회복하지 못하는 바람에 당한 거다.

생각할 것도 없이 상체를 뒤로 누이면서 두 다리를 접었다가 힘껏 밀어 찼다.

 

퍼벅!

 

거의 본능으로 이루어진 동작에 그레골이 걸려들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

제대로 한 방 먹인 것 같아 기분이 째진다.

하지만 당하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몸을 띄워서 공격한 탓에 등부터 땅바닥에 떨어진 건 좋지 않았다.

 

쿵!

 

“웁!”

 

신음이 절로 나온다.

육체의 비율이 달라져 낙법을 쳤음에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겨우 이따위 충격에 곧바로 몸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몸이라는 것에 짜증난다.

고통을 참고 몸을 일으켜 다시 싸울 자세를 잡았다.

 

“큭! 제법이다만, 넌 오늘 뒈졌어!”

 

그레골이 피로 범벅된 얼굴을 손등으로 슥슥 문지르고서 살벌하게 웃는다.

 

“여어! 아침부터 발랄하게 싸움질이냐?”

 

막 그레골의 공격에 대비하려는데 익숙한 음성이 귀에 파고들었다.

나이스 타이밍!

분명 빈센트의 목소리다.

최고 선임병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멈추게 할 수 있……

 

“자! 자! 돈 걸어! 난 윌슨!”

 

“…….”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

말릴 줄 알았는데 돈을 걸란다!

확실히 이곳이 한국의 군대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한국의 군대라면 이렇게 싸움이 벌어지는 걸 두고 볼 리가 없는데 말이다.

 

“흐흐흐…… 꼬맹아, 이러면 봐주면서 할 수가 없겠는데?”

 

그레골이 징그럽게 웃는다.

망할!

애초부터 봐줄 생각 따윈 전혀 없어 보였다만?

 

“윌슨 힘내라! 5브론즈나 걸었다!”

 

빈센트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5브론즈면 대략 한국의 돈으로 5,000원쯤 할 거다.

그래, 참 많이도 걸었다!

누군 죽을 똥을 싸면서 싸우고 있는데, 저 인간들은 낄낄거리면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기까지 한다.

이래서야 싸워 이기는 수밖에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왜?

내가 뻗으면 핑곗김에 그레골이라는 녀석이 내 목을 꺾어 버릴 것 같거든.

그래도 동룐데 저 자식은 왜 그렇게 나… 그러니까 윌슨을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좋아!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나를 만만하게 보고 방심하고 있으니, 약간의 연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러 겁먹은 얼굴로 숨을 헐떡거렸다.

 

“호오…… 겁 먹었냐? 아까의 용기는 다 어디 갔지?”

 

“새끼 참, 말 많네.”

 

가운뎃손가락을 쭉 뻗어서 내밀었다.

짜증 난 것도 있겠지만, 놈을 도발하기 위해서다.

체력적으로 상대가 우위에 있다. 지금의 힘으로는 놈을 때려 봐야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없다는 걸 충분히 경험한 다음이다.

내가 노릴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래서 택한 것이 카운터 펀치다.

상대를 한 방에 침몰시킬 힘이 부족하니 녀석의 체중을 내 편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기억에 의하면 녀석은 윌슨이 웃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짙은 웃음과 함께 가운뎃손가락을 내민 거다.

역시나 그레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죽어!”

 

콧김을 내뿜으며 주먹을 휘두르는 그레골.

나를 때리려고 주먹을 휘두르느라 안면이 훤하게 드러났다.

상체를 무너뜨리듯 좌측으로 기울이면서 오른 주먹을 힘껏 쭉 뻗었다.

 

“어헛!”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그레골.

체중을 실어서 주먹을 휘두르던 상황이었기에 내 주먹을 보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상황.

 

뻐걱!

 

이번 건 정말 제대로 들어갔다.

 

“꾸룩…….”

 

눈이 돌아가면서 쓰러지는 그레골.

 

쿵!

 

놈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망설임 따윈 없다.

나보다 체격이 좋은 놈이다. 카운터 펀치가 운 좋게 들어갔다고 해서 방심하다간 역공을 당할 수 있다.

망치로 내려치듯이 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이게 바로 파운딩(Pounding)이라는 거다, 이 자식아!

 

퍽! 퍽! 퍽!

 

“꺼억! 억! 커헉! 아악!”

 

비명을 지르는 그레골.

예상했던 대로다. 놈은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던 거다.

밟을 땐 확실하게!

앞으로 무시당하지 않으려는……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전투다!

무기를 들지 않았다고 해서 목숨을 걸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어설프면 오히려 내가 당할 수 있다.

 

퍼억!

으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주먹에 이제까지와 다른 감각이 전해진다.

 

“죽어 버려!”

 

머리 위까지 주먹을 치켜들었다.

 

“멈춰!”

 

천둥이 치듯 귓가에 파고드는 외침.

막 주먹으로 그레골의 얼굴을 내려찍으려는데 충격과 함께 몸이 붕 떠오른다.

 

“와압!”

 

생각지 않았던 충격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쿵!

 

어깨가 땅바닥과 충돌하면서 끔찍한 고통이 밀려온다.

그리고서도 몇 바퀴나 땅바닥을 굴렀다. 누군가 나를 꽉 부둥켜안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염병!

또 다른 놈인가?

아무리 내가 고문관이라고 해도 그렇지.

비리비리한 놈한테 다른 놈까지 가세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이 개새끼들아!”

 

구르던 몸이 멈추기 무섭게 욕설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곧장 팔을 접어 나를 부둥켜안은 놈의 뒤통수를 노리고 휘둘렀다.

 

텁!

 

하지만 분노의 엘보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어라?

빈센트였네?

때리려는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팔에 힘을 뺐다.

 

“제법인데? 다시 봤다, 윌슨.”

 

“헉, 허억, 헉… 빈센트 선임병님?”

 

빈센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날 공격하는 놈인 줄 알았는데 싸움을 말리러 온 모양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동료를 죽일 셈이야? 저게 뭐냐?”

 

빈센트가 나의 볼을 장난스럽게 톡톡 건드리면서 말했다.

한차례 씨익 웃은 그가, 손을 뻗어 옆에 쓰러져 숨을 간당거리는 그레골을 가리켰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숨을 몰아쉬는 꼴을 보니 조금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러나 미안한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먼저 시비를 건 것도 녀석이고, 남자 대 남자로 싸우자고 한 것도 녀석이다.

저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내가 저 꼴이 되어 숨을 간당거리고 있었을 거다.

 

“헉, 헉…… 죄송합니다.”

 

속으로야 통쾌했지만, 일단 용서부터 구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군대는 쇼(Show)다.

미안하다고 말했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크다. 최소한 이번 싸움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유리하다.

비록 가해자가 더 엉망으로 망가진 건 좀 어이없는 일이기는 했지만.

 

“녀석, 확 달라졌는데? 이제 드디어 진짜 병사가 되었구나.”

 

빈센트가 나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키득거린다.

응?

윌슨의 기억에 의하면 선임인 빈센트도 평소에 살가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보면 윌슨을…… 그러니까 나를 색안경 끼고서 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레골 녀석은 당분간 수프만 먹어야 할 모양이다.”

 

몸을 일으킨 빈센트가 내게 손을 내민다.

그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면서 그레골을 다시 쳐다보았다. 녀석이 쿨럭거리면서 입으로 누런 알갱이를 게워 낸다.

아까 주먹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던 게 녀석의 이빨이 부러진 감촉이었던 모양이다.

개자식, 깨소금 맛이다.

그러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작작 좀 했어야지.

 

“막사로 돌아가자. 그레골은 네가 부축해서 데려와, 그게 예의다.”

 

“네, 빈센트 선임병님.”

 

빈센트가 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고는 몸을 돌렸다.

편안하게 얘기한 듯해도 어쨌거나 명령이다. 찜찜한 마음을 걷어 내고 그레골의 곁에 다가갔다.

 

“윌슨! 다시 봤다!”

 

“꽤 하는데?”

 

“너 때문에 1실버 날렸다. 자식아!”

 

“좋아! 사내새끼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같은 막사의 동료들이 내게 엄지를 척 내밀어 댄다.

언제 이렇게들 기어 나와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이들의 얼굴이 낯설다.

윌슨의 기억 속에 있는 이들은 언제나 비웃음에 물든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호의적이다.

돈을 잃었다고 툴툴거리는 녀석의 이름이……

리올트라고 했나?

나와 엇비슷한 키에 피부가 거무스름한 무식하게 생긴 놈이다. 엄청난 근육질의 몸에 무식하게 생긴 철제 몽둥이 두 개를 무기로 사용하는 놈.

녀석 또한 윌슨의 기억 속에선 좋지 않은 부류에 속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봐선 이전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이들에게 인정받은 건가?

약해 빠진 몸으로 무리한 탓에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기분만큼은 삼삼하다.

그래서 내게 엄지를 내미는 이들에게 슬쩍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퉤! 퉤에! 쿨럭! 쿨럭!”

 

그레골이 부러진 이빨을 뱉어내며 기침을 해댄다.

정신을 차린 게 분명하다.

부축해 줘야 하는데 왠지 찜찜하다. 녀석이 내 목을 조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자식아! 쿨럭! 쿨럭! 이, 일으켜 줘!”

 

바닥에 드러누운 그레골은 엉망이 된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말하는 건 험악했지만, 입가에 미소가 맺혀 있다.

뭐야, 이 자식?

이렇게 엉망으로 두들겨 맞고 웃어?

취향 참 독특한 놈이다.

아무튼, 실실 쪼개는 녀석의 모습에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일어나십시오.”

 

녀석의 손을 잡아 주면서 말했다.

막사에서 가장 막내가 나다. 나보다 짬밥 낮은 놈이 없으니 존중해주는 수밖에.

 

“으윽!”

 

몸을 일으키면서 그레골이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고는 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체중을 싣는다.

윽!

어깨가 짓눌리는 듯한 무게감에 몸이 비틀거린다.

 

“젠장! 이런 약골 새끼한테 깨지다니, 쿨럭! 쿨럭! 나도 다 됐군. 어쨌거나 멋진 주먹이었다.”

 

그레골이 나의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다.

뒤끝은 없다 이건가?

 

“끄응! 감사…… 합니다.”

 

녀석의 체중을 버텨내면서 대답했다.

이 인간들 아주 제대로 거친 놈들이다.

가슴속에서 뭔가 확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생겨난다. 아마도 윌슨의 기억에 남은 앙금이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멍청한 윌슨 자식.

조금만 용기를 냈으면 지금처럼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대신 멋지게 살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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