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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19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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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19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8권 - 20화

 

 

장장 8개월에 걸친 전투 끝에 알리하 니드먼 후작은 브리자스 영지를 수복해냈다. 영지를 수복했지만 8개월에 걸친 전투는 7만 명이라는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5만 명밖에 남지 않은 연합군은 라네시 영지로 들어서길 주저 하고 있었다.

그 무렵, 키에브 제국은 카르타 제국의 영지를 7개나 빼앗은 상태로 전쟁을 우위에 놓고 있었다. 거기에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전쟁을 치루는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으로 인해 카르타 제국은 벌써 도합 32개의 영지를 각 국에 빼앗기는 치욕을 당하고 있었다.

그 반대로 카르타 제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바이텐 제국은 처음과는 다르게 더 이상 제국 전쟁에 흥미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이미 힘이 다 빠진 것인지 키에브 제국을 상대로 이렇다 할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프레타 영지.

어느덧, 프레타 영지에 들어선 지 8개월이 흘러버렸다. 수십 번의 전투로 얻어낸 것은 30만에 가까운 몬스터 퇴치와 1만 명의 훌륭한 정예병이었다. 성 안에서 훈련만 받았던 3만의 코노 왕국군은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1만으로 줄었다. 

대신, 살아남은 그 1만의 병력들은 대륙 어딜 가더라도 빠지지 않을 훌륭한 정예가 되어 있었다.

처음 300명이었던 불사조 기사단도 이제는 104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프레타 영지를 들어설 때부터 아주 훌륭한 정예 기사들이었지만 수적인 열세와 계속된 전투에서 하나, 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위드가 물음과 함께 한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검게 탄 얼굴에 까칠한 수염을 기르고, 헤진 갑옷을 걸친 40대의 남성이었다.

“5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밀레르노 백작님.”

“아닙니다.”

밀레르노 백작! 그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하얀 얼굴에 유약해보였던 그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위드를 향한 무한한 신뢰의 눈빛이 그 가장 큰 변화였다.

위드의 막사에 모여 있는 일행들은 그 모습이 대부분 크게 변해 있었다. 다들 약간씩이라도 햇볕에 탄 얼굴들이었고,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한 층 강해져 있었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기사에서 전사로 바뀐 것과 같았다. 그것이 기사들에게 있어서는 욕이 될 수 있겠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바이텐 제국군은 보이지도 않고, 그 5만에 가까운 몬스터들 대부분이 소형 몬스터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스파의 말에 위드가 무슨 말이냐는 듯 밀레르노 백작을 바라봤다. 이번 정찰 임무의 총책임자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가스파 경의 말 그대로입니다. 지금까지 보이던 바이텐 제국군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5만의 몬스터들 역시도 90%가 소형 몬스터, 그 중에서도 오크들로만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소수로만 오우거, 미노타우로스 등의 대형 몬스터가 섞여 있을 뿐입니다.”

“혹시, 함정 아닙니까?”

루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약 5개월 전부터 심심찮게 바이텐 제국군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약 한 달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들이 몬스터들을 이끌고 있었다.

때문에 불사조 기사단과 코노 왕국군은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펼쳐오던 유인전과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으로 더 이상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위드는 매 전투마다 어스 퀘이크를 펼치는 것도 모자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전장을 뛰어 다녀야만 했다. 그의 손에 죽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수만 하더라도 수십 마리가 넘었고,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 같은 대형 몬스터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바이텐 제국 놈들이 우리를 몬스터로 보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푸욘 자작이 이를 갈듯 그렇게 외쳤다. 그 역시도 8개월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이었다. 외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밀레르노 백작처럼 위드와 그 일행들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샤프.”

위드가 샤프를 부르자 이전과 전혀 다름없는 모습의 그가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봤다. 8개월의 고생스러운 전투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이는 그와 피에나 뿐이었다.

“수고스럽더라도 실비아와 아르티엔을 이끌고 한 번 더 주변을 돌아봐줬으면 좋겠어.”

“그러지.”

샤프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막사를 빠져나갔다. 사실,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는 샤프와 두 마리의 드래곤이다.

샤프가 드래곤을 타고 하늘에서 자유롭게 정찰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보다 반 이상, 어쩌면 이미 오래전 모든 병사를 잃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샤프가 정찰을 끝내고 오면 확실해 질 테니 그때까지 주변 경계만 강화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휴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나, 둘 막사를 빠져나가자 위드는 피곤하다는 듯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피에나가 다가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많이 힘들어?”

위드는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언제쯤 끝나게 될까?”

피에나가 위드의 손을 잡으며 힘없이 물었다. 그녀가 전투 종족이라고 하지만 전쟁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몇 년이나 이어진 전투는 사실상,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또 그 소리…….”

둘이 있을 때면 위드는 피에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사랑한다는 말만 듣고 싶은 그녀로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

“위드.”

“응?”

“나…… 언제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거야?”

조심스럽게 묻는 피에나의 모습에 위드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당황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기다리게 만든 것도 모자라 얼마나 더 기다리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안해.”

“약속해줘.”

“약속이라니?”

“프레타 성을 되찾으면 그때는 위드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해줘.”

“그건…….”

피에나의 눈동자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위드를 직시했다. 이전까지는 불안해하고, 혹시라도 위드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걱정하는 눈빛이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위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제는 피에나도 인간 여성과 그 성격이 거의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영향력이 라샤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참동안 피에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위드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러도록 해볼게.”

“약속이야.”

“응. 약속이야.”

위드의 대답에 피에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위드의 품에 안겼다.

‘피에나는 피에나구나.’

위드는 피에나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자신의 손길을 느끼는 그녀의 모습에 위드는 오랜만에 전투에 대한 부담감과 피로감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에리카랑 라샤는 언제 와?”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글쎄. 왜? 보고 싶어?”

위드의 물음에 대답을 주저하던 피에나가 아주 작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약간.”

“그렇구나.”

피에나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그로부터 한 달 뒤, 에리카와 라샤가 위드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아주 반가운 너무나도 반가운 손님과 함께.

 

샤프의 정찰 결과 바이텐 제국의 함정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을 샅샅이 뒤진 결과 이번 전투에서 바이텐 제국군이 개입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시간이 지나면 바이텐 제국군이 합류할 수 있으니 그 이전에 몬스터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세디에 자작의 말에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몬스터의 수가 5만에 가깝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소형 몬스터 그 중에서도 오크로 이뤄져 있었기에 전략전술만 제대로 짜낸다면 이전 전투들보다 훨씬 쉬울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몬스터들만 그것도 대부분 오크들로만 이뤄진 대규모 몬스터 무리를 내몰았을까요?”

니클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이제 프레타 성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프레타 성만 되찾으면 프레타 영지는 대부분 수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성을 되찾는다고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성을 되찾음으로써 언제까지고 몬스터들과 전투를 해야만 하기도 한다. 거기에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했던 영지의 성들은 그 모양새가 처참할 정도로 끔찍했기에 그것을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설마, 바이텐 놈들이 이런 식으로 우리의 힘을 최대한 빼놓고 프레타 성에서 우리의 공격을 방어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프레타 영지는 솔직히 타 영지들에 비해 발전이 되었다거나, 풍요로운 곳이 아니다. 그렇지만 프레타 영지는 위치상으로 상당히 중요했다. 즉, 프레타 성에서 몬스터 땅의 바로 코앞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프레타 성이 몬스터 땅과 가장 인접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굳이 바이텐 제국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중요한 곳 아닙니까?”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바이텐 제국의 중심이 몬스터 땅이라면 분명 프레타 성은 위치상으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커닝은 생각이 다른 듯 보였다.

“분명 몬스터 혈풍이 일어난 초창기였다면 프레타 성은 분명 페르만 왕국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생각해보십시오. 지금은 몬스터 혈풍이 일어나던 초창기가 아닙니다. 저들은 단순한 연금술사의 탑이 아닌 바이텐 제국입니다. 물론, 몬스터 땅에 어떠한 중요한 것들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그라다 왕국의 땅을 차지한 바이텐 제국이 아직까지도 몬스터 땅에 머무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커닝의 말에 그제야 몇몇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했다.

커닝의 말 그대로다. 지금은 몬스터 혈풍이 일어나던 그 시기가 아니다. 그라다 왕국은 사라지고, 그 땅을 고스란히 차지한 바이텐 제국이 존재한다. 그들이 넓고 풍요로운 많은 영지들을 버려두고 몬스터 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줄곧 보이던 바이텐 제국군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부분에서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커닝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바이텐 제국에서 최하위 몬스터인 오크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의견이 나왔지만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었다.

위드가 상황을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가 돌아갈 생각이 없는 이상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몬스터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입니다.”

위드의 말에 모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스틱 백작님.”

기다렸다는 듯 바스틱 백작이 앞으로 나서며 이번 전투의 전략전술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정면을 바라보는 가일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약 8년 전의 기억이었다.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속박하게 된 그 끔찍한 일!

인생에 있어서 가장 치욕적이었던 일!

“으드드드득!”

이를 갈아붙이는 가일의 모습에 곁에 있던 후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야?”

후바의 물음에 가일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우고 싶은 기억?”

고개를 끄덕이는 가일의 모습에 후바는 나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가 알 리가 없었다. 

결국,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고, 가일은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유기사! 나이트 에런트 가일의 삶을 끝내버린 오크들에게 죽을 뻔했던 생에 가장 치욕적이고, 모욕적이었던 약 8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 오크들이 제 눈앞에 아주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여 있습니다. 오늘! 나 가일은 그 치욕적이고, 모욕적이었던 일을 복수할 겁니다. 아주 잔인하게!”

후바는 가일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상태에서 조금만 더 심해지면 버서커(Ber erker) 즉, 미친 전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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